순풍산부인과가 지금 흔들리고 있다. 1998-2000의 전성기가 끝나고 멸망으로 접어 들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난공불낙 저녁9시 뉴스시간대를 공격하고 SBS8시 뉴스의 시청률을 끌어올린 순풍사단, 시트콤의 황제자리를 석권하며 시청률 10위안에 항상 남아있던 그 순풍사단이 무너질지도 모른다.
왜? 이유는 간단하다. 대대적인 출연진의 물갈이 때문이다. 순풍의 핵인 오지명이 빠진 게 치명적인 이유이지만 또 하나는 새로운 캐릭터들로 인한 순풍의 웃음구도가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순풍은 억지 웃음을 주지 않고 캐릭터의 개성과 이야기 구조를 통한 자연스런 웃음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주기 때문에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지금은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으로 자연스런 웃음을 주지 못하고 억지 웃음을 준다는 순풍매니아들의 글이 순풍산부인과 홈페이지의 방명록을 채우고 있다. 이는 순풍몰락을 상징한다. 그리고 순풍 산부인과의 캐릭터를 통한 개성으로 엽기 사이트나 인터넷에 가장 많은 패러디를 보유하고 최고의 인기를 구사하는 오지명이 빠진 자리를 채울 캐릭터가 없다는 것 역시 순풍의 몰락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순풍 매니아들은 옛날을 그리워하고 있다. 찬란하던 원년 멤버의 귀향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 김찬우, 오지명과 함께 떠난 이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사실 김찬우가 중도하차 했을 때 그 공백을 허영란과 이창훈, 송해교의 애정관계로 고난을 이겨냈지만 이번 경우는 막을 카드가 순풍사단에 없다는 것이 치명적이다.
우리는 '남자 셋 여자 셋'이란 시트콤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순풍에 버금가는 인기를 가진 이 프로도 신동엽과 송승헌의 중도 하차로 인하여 순식간에 몰락하고 사라진 기억 속의 프로이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면 '좋은 친구들'이란 프로이다. 지금도 존재하지만 인기는 예전에 비하면 형편없다. 이 프로 역시 남희석의 중도하차로 인한 것이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는 말은 방송프로에겐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나는 순풍산부인과 담당자에게 불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순풍을 떠난 이들에게 불만이 있다. 그들은 피로나 이미지관리로 인하여 중도하차의 이유를 말하고 있다. 김찬우의 경우는 자신이 여러 시트콤에만 출연하여 자신의 이미지가 코믹화 되어간다는 불안감과 연기자 수명의 단축을 이유로 중도하차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오지명과 함께 떠난 이들은 계속되는 촬영으로 인한 피로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우리 시청자를 무시한 처사이다. 연기자가 자신의 프로를 책임지지 못하고 도중하차한 건 용납도, 이해도 되지 않는다. 속된말로 '누구 땜에 컸는데?' 그리고 '자기가 싼 똥, 자기가 안 치우면 누가 치우냐?' 라고 묻고싶다. 피로야 스케줄관리를 잘하면 그나마 좀 줄일 수 있고 이미지변신은 초보 연기자나 하는 말이다. 순풍의 최고의 개성 캐릭터 박영규는 순풍을 함과 동시에 '국희'란 드라마에서 악역의 연기, 진지한 연기를 보여 줬다. 게다가 국희와 순풍을 동시에 해냈다. 그리고 지금 '덕이'에도 출연하고 있다. 그런데 순풍을 떠난 이들의 변명은 순풍을 사랑하는 시청자들에게 이해가 되는 이야기일까? 순풍의 출연자는 자기 프로에 대한 책임이나 애착이 없는 것 같다. '전원일기'의 최불암은 정치로 잠시 쉬고 지금까지 남아서 연기를 하고 있다. 연기자의 장인정신, 프로정신은 이런 게 아닐까?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여 프로가 사라질 때까지 자신의 프로에 남아서 연기하는 것이 진정한 연기자의 모습이다. 시청자의 사랑과 관심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이유로 순풍을 버린 이들은 반성해야한다.
순풍산부인과에 지금 역풍이 불고 있다. 아주 큰 역풍이. 그리고 순풍이 이렇다할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제2의 '남자 셋 여자 셋'이 될지도 모른다. 지금 순풍에 등을 돌리는 시청자들은 저녁 9시30분부터 시작됐던 즐거움을 회상하며 '아! 옛날이여'란 노래를 부르진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