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모인 4만명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 형형색색 조끼로 여의대로 물들이다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파업위원회 소속 공공운수노조, 민주일반연맹, 서비스연맹 조합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에서 공공부문비정규직 총파업대회를 열고 실질임금 삭감대책 마련, 복지수당차별 완전철폐, 공무직위원회 상설화, 자회사 등 공공비정규직 구조조정 중단, 직무성과급제 저지, 공무직 법제화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11.25 ⓒ민중의소리
전국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5일 총파업을 선언하고 여의도로 모였다. 소속도, 하는 일도 모두 다른 이들은 한데 모여 "지긋지긋한 비정규직 차별을 깨트리자"고 힘껏 외쳤다. 각 노조를 상징하는 형형색색 조끼를 입은 4만명(주최 측 추산)의 노동자들이 여의대로 일대를 화려하게 수놓았다.
파업에 동참한 이들은 민주노총 소속의 초·중·고등학교 교육기관 비정규직 노동자, 공공기관 및 자회사의 비정규직 노동자, 지방자치단체의 비정규직 노동자, 정부 중앙부처 등 중앙행정기관의 비정규직 노동자, 민간 위탁 노동자 등이다. 민주노총은 "역대 최대 규모의 총파업, 총력 투쟁"이라고 설명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복지수당까지 차별하는 정부
양경수 "총파업으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자잉 2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공공부문비정규직 총파업대회에서 공공비정규직 구조조정 중단, 직무성과급제 저지, 공무직 법제화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11.25 ⓒ민중의소리
이들이 총파업에 나선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 중인 국회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복지수당 차별'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논의하라는 요구를 하기 위해서다.
현재 정규직인 공무원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가 받는 복지수당에는 큰 차이가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인 공무원이 받고 있는 가족수당을 받지 못하며, 명절 상여금도 정규직보다 90만원 가량 적게 받고 있다. 이를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공무원과 차별 없이 동일하게 지급하라는 게 이들의 요구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정부에 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3월 "복리후생비는 직무의 성질, 업무량, 업무의 난이도 등과는 무관하게 고용관계를 유지하는 모든 직원에게 복리후생 내지 실비변상 차원에서 지급되는 항목이므로, 공무원과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 수준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가족수당과 명절 상여금 등을 콕 집어 차별적으로 지급돼선 안 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올해 예산에도, 내년도 예산에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두 번째 핵심 요구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과 처우 등 주요 정책을 심의하기 위해 만든 공무직위원회를 상설화하라는 것이다. 공무직위원회 운영의 근거가 되는 훈령은 내년 3월 31일까지만 효력이 있는데, 정부는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당초 공무직위원회를 통해 논의하기로 한 주요 사항 중 대부분은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라, 훈령을 개정해 공무직위원회를 상설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됐다.
이 외에도 ▲자회사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구조조정 중단 ▲직무성과급제 폐지 ▲공무직 법제화 등도 주요 요구 사항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대로에서 열린 총파업 대회에서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자회사도 정규직이라 고용이 보장된다고, 처우도 개선된다고 거짓말했다. 이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구조조정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기획하고, 윤석열 정부가 실행하는 비정규직 죽이기에 맞서 우리는 총파업 시행으로 싸워야 한다"고 외쳤다.
양 위원장은 "보수 언론과 정부는 민주노총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노동자들이 죽는 나라, 국민이 안전하지 않는 나라, 이런 나라는 망가져야 한다"며 "비정규직이 없는 나라, 차별이 없는 나라, 누구든지 어디든지 안전한 나라, 우리 아이들에게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을 물려 줄 수 있도록 우리가 투쟁으로 만들자"고 말했다.
"노동자들이 본 떼 보여주자"
오는 28일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도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파업위원회 소속 공공운수노조, 민주일반연맹, 서비스연맹 조합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에서 공공부문비정규직 총파업대회를 열고 실질임금 삭감대책 마련, 복지수당차별 완전철폐, 공무직위원회 상설화, 자회사 등 공공비정규직 구조조정 중단, 직무성과급제 저지, 공무직 법제화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11.25 ⓒ민중의소리
민주노총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규모는 20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민주일반연맹, 서비스연맹 등에 폭넓게 걸쳐 있다.
이번 파업에서 큰 주목을 끈 노조는 높은 열기로 총파업에 동참한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이다. 특히 올해 국정감사에서 학비노조에 속한 급식실 노동자 10명 중 3명이 폐에 이상이 있다는 중간 건강검진 조사 결과가 공개됐지만 교육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아 공분이 커지고 있다.
이날 공공부문 총파업대회에도 학비노조는 눈에 띄는 참여율을 보였다. 학비노조는 이번 파업을 시작으로 12월 지역별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만일 이때까지 정부와 국회가 화답하지 않으면 사상 처음으로 내년도 신학기에 파업에 나설 수 있음을 경고한 상태다.
학비노조 박미향 위원장은 가장 먼저 투쟁사에 나섰다. 박 위원장은 "정부 당국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얼마나 우습게 보길래 국가인권위도, 법원도 차별하지 말라는 명절휴가비 등 복리후생마저 차별하는 것인가"라며 "이제는 명절휴가비도 차별하면 욕먹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앞장서자. 저들에게 진정 민생이 무엇인지, 노동자들이 본떼를 보여주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이윤희 본부장은 "윤석열 정권 들어 더 엉망이 된 공무직 위원회, 이대로 사라지게 두지 말자"며 "투쟁으로 공무직위원회를 상설화하고, 공무직위원회를 통해 투쟁판을 활성화시키자"고 말했다.
뒤이어 공공운수노조 지역난방안전지부 방두봉 지부장과 국민건강보험센터지부 김금영 서울지회장,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정명재 지부장, 철도노조 철도고객센터지부 최정아 지부장이 함께 무대에 올라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조정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지금도 일하는 노동자들이 부족해 산재사고와 질병을 달고 사는데, 윤석열 정부는 공공서비스를 담당하는 노동자를 줄인다고 한다"며 "시장과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에 맞서 싸우자"고 말했다.
한편,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는 28일부터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인 내달 2일까지 국회 정문 앞에서 천막 농성에 나선다. 민주노총은 1백여명이 집단 천막 노숙 농성 투쟁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