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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오시고있었다.
그렇게많은양은 아니지만잔뜩흐려진하늘은 지금내리는비가 그렇게쉽게, 그리고호락호락물러날성질의것이 아님을 충분하게예고하고있었다.
12;00, 보충대앞에서, 수석팀장님과 허권형을만나,출발하기로 예정되어있다.
작년 그곳에서 처음접해본 포항의 매서운 찬바람이생각나 베낭에옷을닥치는대로 꾸겨넣었다.
월동용긴바지,긴티,윈드브레이크,모자,장갑,커다란타월,면티셔츠,빵모자,달리마훈련조끼.고추얼어버릴까봐 반쫄팬티 기타etc....
(나중에 대회장에 참석할 일행들의 짐보따리를보니 나의준비물은 다른이들의 곱배기??)
보충대앞버스정류장에서 자판기커피를 뽑아먹으며 이리저리,저마다 제각각의일상으로 분주히움직이는 사람들을쳐다보다 문득생각에젖는다.
"나는 지금어디로가는가? 무얼찾아그 먼곳,한반도호랑이지도모양의 꼬리부분, 지도상의최남단호미곶까지 이빗속을헤치고 가려하는가?"
거창한 명제를가지고 잠시,상념에 젖고있는데 어느곁에다가온 수석팀장님이 우산을받쳐들고 반가운웃음을건넨다.
"허~허~날씨참 죽여주네요."
얼른 자판기커피를 한잔뽑아 권하는데, 허권형의 스타랙스차량이다가오고있다.
역시 마라톤하는사람들은 시간약속은 "칼"인가부다.
조금아쉽지만 함께참석을 하기로 예정된 훈련감독늘달님아우님은, 회사근무사정상 늦게개인 출발하고 경주에 살고있는 대학동기를만나고 밤늦게나, 우리와숙소에서합류예정이란다.
비는계속,줄기차게내리고있다.
다른때 같으면 주말행락객들로 가득차있을,고속도로는 덕분에띄엄띄엄 지나는차량이드물고 한적하다.
의정부에서포항까지.정말엄청난 장거리여행이다. 더구나 "시계"는 거의50m앞도 분간못할정도로, 비와물안개로 가득하다.
남자들은 군대얘기를 평생동안가지고간다던가?
전방의일선지휘관으로, 이곳저곳 근무하시고 영관급으로예편하시어 지금은 "예비군동대장"으로 근무하고계시는 수석팀장님과 동행을하게되니, 자연우리들의화제는 옛적우리가 군생활했을때의경험담, 혹은,무용담등으로 집중될수밖에없었다.
여자들이싫어하는얘기? 단연군대얘기.
그것보다 더싫어하는얘기? 군대에서 축구한얘기라고했던가?
일행중에 여자가 끼워있었다면 분명,엄청나게 지루해했을성 싶다.
꼬리에꼬리를물고 이어지는군생활의일화들은 그,멀고도 갑갑했을 빗속에서의 대장정의 단조로움을 잊게하기에 충분하고도,남음이있었다.
의정부서 포항까지 줄곧,달려온시간이 여섯시간20여분, 끊어지지않고 이어지는 공감대속에 어느덧 어둠속에 포항의 찬바람이제일먼저 우리를맞는다.
혼자서 출발을하고있다는 늘달님아우님은 심심해죽겠다며, 유선통화로 하소연한다.
출발부터 도착까지...그리고 지금까지도 비는 줄기차게내리고있지만 무사히 여정이끝난데 데한안도감으로, 길게기지개를 펴본다.
어둠이, 찬바람이 마음을다급하게한다.
먼길을 운전대를 잡고온 권이형이"어서빨리 한잔부어야'만 몸이좀 풀릴것같다며 재촉이다.
출발전 팀장님이 포항의청소년수련원에 숙박가능여부를알아보셨다는데 ,일반숙소와큰차이가 없는것같다고 하신다. 그렇다면 그냥 우리편리한대로 숙소를잡고 볼일이다.
그래도 포항땅을 한번더 밟아보았다는 이유로 숙소,는내가 앞장서서잡아야했다.
어디로간다?
우선 대회장과가까운 구룡포쪽을 생각해보았지만, 내아둔한기억으로는 그쪽에는 마땅한숙소가 없었던기억이다. 급기야 작년"가이드겸,보디가드겸, 안내자겸,인솔자였던 거봉님에게 숙소를물어보니, 거봉님역시 포항시내에서 일박을할것을 권한다.
작년,그정도쯤의 위치같다. 우리의숙소는, 허름하고오래된, 그러나 주차장이 널찍해 여유로운 여관급정도의자리로 낙찰을보게된다. 하루숙박비3만원... 외박을해본지 오래인지라 잘모르겠지만,
이정도면 그다지 비싼편도 아니라는생각에 요금을지불하고 우선 빈속을달래려 근처수산물횟집으로 향한다.
자연산도다리회...
뭐,먹는데에는 자신있지만 그것이자연산인지, 양식산인지, 아님수입중국산인지 잘은모르겠다.
다만 ,흔히말하는"쓰끼다시"(우리말로하면 밑반찬쯤되나?)가 의정부횟집에서 먹어본것과는 사뭇다르다.
고래고기도나오고,포항의특산물인 과메기도나오고....
이쯤되니 술한잔을 걸치지 않을수없는노릇,딱한잔만하는거다. 딱한잔만,딱한잔만,한잔만,딱한잔,딱한병만........
어라? 매운탕이입에들어붙네, 그렇다면쪼금만 추가해서딱한잔만,한잔만,한잔만,딱반병만.....
일행중 자기절제가 그중 강한 팀장님도 결국은반병정도를 마시게되었고.
숙소로돌아오니 방이설설끓는다.그야말로 오래만에 따끈한온돌방에서 온몸이 노긋노긋 엿가락처럼 휘어지도록, 푸~욱익혀도될정도로 따끈하다.
짐을풀고 저마다 내일있을 결전을예비해 복장점검,장비점검을하는데 휴대폰이울린다.
출발전부터 통화를했었던 양주마라톤클럽의 박연호아우님께서 일때문에부산에와있는데 지금 이곳으로오고있는중이라며 숙소와호실을묻는다.
그렇다면 방을하나더,얻어야할것같다. 결국은1만원을내고 방을하나추가로 얻게되니결국은2만원씩의저렴한가격에 숙박을하게된셈이다.
"올때 빈손으로 들어올생각마! "
농담으로 한소리였는데 한참후방을열고 들어온연호씨의손에는 병맥주와 안주로사온 쥐포,마른김이그득했다.
잠시 생각을해본다.
얼마후면 늘달님아우님도 이곳에합류하기로 예정되어있고 우리야뭐그렇다지만 고수에게까지피 해를주어서는 아니될일!! 그렇다면해결책은?
있다, 영문씨가 오기전에 잽싸게 맥주를해치우고 시치미떼고자는거지뭐....하지만 먼길찾아온 연호씨를보니 반갑기 그지없고 자연스레,맥주한잔씩과 서로의 그간의안부를묻는 자리가이어진다.
옆방의 팀장님과 권이형을 불러합석을할까하다가, 지금쯤 잠이들어있을 두분에게 괜히술자리를 더연장시키는것도 내일을위해 두분에게는 도움이 전혀되지않을것 같다는판단에 연호씨와둘이서만 꿀꺽거리며 술을마시게된다. (그래! 망가지려면, 나혼자망가지지뭐....헌데 쏘,+맥을하면 완전히 맛이가는 체질인데 걱정이다.)
커다란 맥주병이 네병째 속을비울무렵, 늘달님아우님의전화다.
"형님! 저, 지금경주인데요? 늦어질것같고 오늘은 찜질방에서자고 내일아침에나 뵈야할것같네요"
다행이다. 영문씨는지금 연호씨와질펀하게 둘이서 술자리를벌이고있는줄을 모르고있을터, 시치미를떼고 농담을해본다.
"뭐야? 지금 영문씨 온다고해서 방하나더잡고 샤워하고,원앙금침깔아놓고 기다리고있는데, 나혼자"독수공방"하구자라구? 그렇게는못해!!
나름대로 치밀한(?)복선을깔고 얘기를하였지만 눈치빠른 영문씨는이곳을 뻔히보고있다는듯얘기한다.
"형님! 술드셨죠? 쪼금만드시고주무셔요. 내일뛸거 생각해서..."
어쩌면 통화음을타고, 풍겨오는 알콜냄새를아마도 충분히감지했으리라,
간만에 연호씨를 만나니 얘기가끊어질줄모른다.머리속에는 당장내일이면 부딪치게될 험난한코쓰가 자꾸떠오르지만,
어쩌랴! 사람이좋고 지금이시간이 즐거운걸...
흘낏,들여다본시간은 자정을지나고있었고 몽롱한 취기속에도 불현듯 몇시간후면 떠나야할먼여행이 걱정되기시작한다.
* (훈련감독님과 수석팀장님의 오르막질주모습)
대회날 아침이다.
습관처럼 일어나 숙소밖의 유리창을 열어본다
. 다행히 비는,그쳐 하늘은 맑게개어있고 간간히 바닷가특유의 비린내음이섞인, 바람만 조금씩불고있다. 어제저녁 적당하게 술을먹고 일찍 잠이들었던 팀장님과 권이형은 벌써,일어나 우리가 일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한다.
숙소뒤, 야식집을들르니 여러가지의 조반메뉴중 냉이국이있길래, 그중 가장 위의부담이 적을것같은 냉이국 한그릇씩을비우고 어제저녁늦게사 도착하는바람에, 포항의특산물"과메기"를 아직 맛보지못한 연호씨를생각해 한접시주문을하니 모두다 잘먹는것같은데 그중가장 술을 많이먹었던나는 마치,나무껍데기를 씹는것같이 속이 불편하고 과메기가 넘어가지않고 입속에서 뱅뱅,돌기만한다.
이거 큰일이다.여엉,속이불편하고 갈증만난다.
허권형의 확깨는소리.... "종선씨! 안주좋은데 해장한잔 해야지...." (오마이갓뜨,날죽여주소서,)
다시 숙소에와 30분안에 모두각자의 볼일을 마치고 나올것을약속하고, 다급히 해우소를들러 볼일을 보고나니 다행히 시끄러웠던속이, 좀가라앉는다.
영문씨가 포스코정문앞에서, 기다리고있다는전갈. 서둘러 숙소를빠져나와 영문씨를보니 먼객지에서 만난, 우리식구인지라 이산가족만난것 정도쯤의 반가운마음이다.
다행히 영문씨도 찜질방에서 잘잤는지, 얼굴이괜찮아보인다. 이제 출발이다.가자! 해맞이광장으로....
조금은 실망이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마음 한편으로 은근히날씨가 혹독하기를, 파도가작년보다 더세차고,거세게몰아치기를 마음속으로 고대하였건만, 작년에 비해 한없이푸근한날씨이다.
여전히 바람은 무시못할기세로 불고있지만..... 얼어죽을까봐 바리바리꾸려온, 짐보따리가무색해진다.
포항시내에서 30여분을달리니, 드디어우리가 돌아오게될 반환점이 보이고, 그린넷마의회원들과 교통경찰,자원봉사자들이 추위속에서 발을동 동거리다가, 우리가울려주는 경적소리에 반갑게손을흔들어준다.
아름다운모습이다.
"자! 지금부터 본격적인,코쓰에 접어듭니다. 이곳이 반환점이 되는지점이니 언덕이몇개인지한번세어보십쇼"
(아마도 15~6개의 언덕이 나타난것같다.)"
나의멘트에, 모두들 창을내다보는데 잔뜩 긴장한표정이 역력하다.
"이거, 정말장난이아닌데... 왜 이리소름이끼치고 뒷머리가쭈삣거리냐?"
운전을 하고있던 허권형의 목소리다
. "이제 우리는죽었어.... 세상에 무신, 이런코쓰가다있어? 야~소문대로엄청나군"
팀장님의 걱정스런 한마디였다.
"아직 다끝나지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빡쎈고개가 또남아있습니다"
모두 할말을잊었는지 "침묵...."
그랬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고저가심하고, 언덕이많다는 호미곶은 마치 거대한거인처럼, "어디, 한번 덤벼볼려면 덤벼보라'는듯이 우리의가슴을 무언의압박으로 무겁게 짓누르고있었다.
동해! 파도가 출렁이고있다. 서해도있고, 남해도있지만 역시 동해의파도는 "파워풀"하고 위협적이다.
흰파도가 방파제에 부딪쳐 포말로 부서지며 허공에 흩어진다.잿빛 하늘에뜬 갈매기의무리가 작년에비해 눈에띄게 많아진모습이다.
아마도 작년에는 너무 도바람이거세어 그렇게갈매기의 흔적이 없었나보다.
"사람이 바다를보면 왜,편안함을 느끼는지아세요?"
"글쎄...그냥 시원하게 막힘없이 뚫려있어서아닐까?" "
제가 어디선가보았는데 바다의그 오묘한색깔이 사람의뇌에 안정감과 편안함을준다고하더군요"
연호씨와 이동중인,차량에서 나눠본 수준높은(?)대화였다.
해맞이광장에 도착,
이겨울 이곳에 모인이들은,분명 엄청나게 "마라톤에중독된메니아"들일 것이라는 생각을해본다.
물론, 인근포항부근의 지역동호회도 많이 참가를하였겠지만 서울부근의메니아들도 눈에띄게 많이보인다.
영문씨가 웬,아리따운아가씨를소개시켜준다.
마라톤온라인에서, 왕성하게 온라인활동을하고 좋은글을올려줘, 나름대로 두텁게 팬층이형성된 "고은이님"이라는데 인상이 참깨끗하고 순진해 보이고 시간이 된다면 커피라도 한잔하며 대화를 나누고싶을정도로 호감이가는 얼굴이다.
엊저녁에 연락을통해 들었던 양주마라톤클럽 "한기부"회장님을 뵙게되니 여간,반가운게아니다.
양마클회원님들은 양주시청및,토달마,휘문고회원님들과 30여명이 함께 의정부에서모여 한차로 어제새벽두시에 출발을하여 새벽에 도착하였다고하니, 새삼 인근동호회와의 교류와협력의 중요성을깨닫고 그럴줄 알았으면 그들과 사전 연락하여 함께왔어도,좋았을걸 하는 생각이든다.
이제는 호미곶의상징으로 되버린 마주보고있는거대한 "바닷속의손"과 "육지의손"을둘러보며 잠시,감회에젖어본다.
"내 이곳에 다시 오게될줄 꿈에도생각지않았었는데...
." 이곳저곳, 광장곳곳에 드럼통을 개조해 난로를 만들어놓았다.
하지만 ,난로가주위를 서성이는 사람들은 정작, 가벼운 런닝복장의 달림이들이아닌 두텁게 중무장한 그들의가족,
대회전 출발준비운동으로 스트레칭을 우리식구끼리마치고 식장에 도달하니 어라? 웬 기(氣)체조 ???
하지만, 진지한표정으로 연단에서 보이는시범대로 어설프게 동작을따라해보지만 어디 세상일이그렇게만만한게있담..... 여엉 자세않나온다.
출발이다.
예년에 비해 엄청나게늘어난 참가수임을 직감한다.
마라톤인구의증가, 환영할만한 일이다. 대열의 후미에서 출발을 하였다. 코쓰에데한 두려움이 발목을잡고 절로,한숨부터나온다.
호미곶,...자신의 평소기록보다 30여분정도를 늦게잡아야 완주를할수있다고하였던가?
작년의내기록, 4시간에육박하는 3시간51분대였던걸로 기억된다. 오늘목표?.... 없다. 속세말로마음을비웠다.
(두리번,두리번...에라~~바다구경이나 실컫하자, 우측은 양주시청 이진구회장님,가운데분은
글쎄요,모르는분인데 이분오른쪽 정강이힘줄돋은것좀보세요. "힘!"입니다.이진구회장님!! 휴게소에서 저녁참잘먹었습니다)
( 술!술!술!술의힘(?)허권형의 완주모습)
초반주행...
.마음속으로 수없이,"오버.페이쓰'는 하지 말아야지 다짐해본다.
아니,오버는커녕 완주나 제대로 할수있을련지 두려움이 앞서는것은 스멀스멀,뱃속에서 아직도 남아있는 어제밤의취기를 느끼고나서였다.
여지없이 나타나는 언덕! "이럴때는 그저, 머리를 땅에 쳐박다시피 자세를낮추고 한걸음한걸음 나아가는것이 경험상 현명한 행동인것같다"
"여보!~나 호미곶와서 뻗었어..."
어느지점 언덕정상에 주최측인 그린넷마에서, 장난스레 커다랗게 써넣은 플랭카드의 문구였고
다시금 플랭카드의 문구를 돌아보며 씁쓸한 웃음을지어본다.
주로를 덮치는파도, 본격적인 언덕코쓰에 접어둘 무렵, 해안가와 바로 인접한 협소한길을 참가자들은 달려야했고 어느샌가 바람과함께 몰아친 파도가 방파제에 부딪치며 달림이들에게 한움큼의 물세례를한다.
모두들 비명과함께 쭈삣거리며 파도를 피해보지만 즐거운 표정들이고 다른이들은 조심스레 바깥쪽으로 피해가지만 난,구태여 피할생각없이 파도의세례를 온몸으로 받아본다. 파도가, 포항앞바다가 내게주는 선물이고 환영인사인걸....
호흡이 잡히지않는다. 통상,내경험으로는 15~20km정도가 지나고부터는 전날 아무리 과음을 하였어도 호흡이 잡히고, 마음이편해지고, 몸에 탄력이 붙기 시작하는데, 느낌이 여엉좋치가않다.
불현듯, 작년"거제마라톤"에서의 악몽이 생각난다.
그때, 동두천마라톤클럽의 최정문씨를 만나지 않았었다면, 정문씨가 격려해주고 끌어주지 않았다면 어쩌면 나의,마라톤참가중 가장오점으로 남게될 중도포기를,회수차탑승을, 시도했을수도 있었을지도... 참! 그때도 대회전날 소주와맥주를 엄청 마셨었지....
너무도 흡사하다. 당시와 지금의상황이,
뚜욱,페이쓰를 떨어뜨리고 자꾸 약해지려는마음을 채찍질하며 달리는데 어느결엔가 다가온
연호씨가 어떻게 된거냐며 앞장선다.
"응! 어제 먹은술이 2%부족했나봐,먼저가!"
연호씨는 몸집에 어울리지않는 경쾌한 동작으로 언덕을오르기시작한다. 달리는 폼을보니 몸은 가벼워보이는데 글쎄? 둘중하나겠지....몸이따라주거나, 아님 오버페이쓰를하거나...
지금 남의걱정을 할일이아니다.
슬슬 고질적인 종아리쪽의 경직이 시작되고있고 햄스트링부위도 붉은신호를 보내고있다.
"어쿠쿠!"
앞서달리던 주자의모자가 세찬바람에 떼굴떼굴 날라가 버리기시작한다.
그래, 맘을 비우기로 작정한몸,아니 설령,마음을비우지 못하였더라도 몸이 따라주지않는상태,
좋은매너라도 보여주자.
모자를주워주려하니 얄궂은 바람은 더멀리 모자를 바람에싣고달아난다.
몇번의 헛손질...
"괜찮습니다. 제가 주을께 어서가십쇼"
주로를이탈해 모자를 주워주려하는 내가 보기에 미안했던지, 모자주인이 극구만류한다.
결국은 어렵게 모자를주워 주인의손에 쥐어주니 무척이나 고맙다며 유니폼에 써있는 "의정부시달리마"를보고는 정말로 먼데서오셨다며 주머니속을 뒤적이더니 "파워젤"하나를권한다.
오히려 내가 미안하다.
업보.....
간밤의 술의유혹을 뿌리치지못한, 결과가 슬슬 나타나기시작한다.
도무지 호흡은 잡히지를않고 아직술이덜깼는지, 두다리는 더달릴것을 완강하게 거부하기시작한다.
잠시 멈춰서서 스트레칭을하며, 빵모자를 벗어들고 바닷바람을쐬며 먼바다를 응시한다.
"어? 고래다"
이제는 제정신이,아닌모양이다. 바다가운데에 잠겨있는 갯바위를고래로 착각했으니....
"달리마! 힘!!"
힐끗,돌아보니 이번에는 양주시청의 이진구회장님 이시다.
잠시 동반주를하다가 이내 속도를떨어뜨린다. 아무래도 회장님과 동반주를하다가는 지금 내몸의상태로는 무리인것 같다는 판단이든다.
회장님을 먼저보내고 잠시, 급수대에서 물을 마시려는데 누군가 바나나를 직접까서 권해준다.
받고보니 아까 모자를주워줬던 마산마라톤클럽의 달림이다.
감사를 표하고 달리는데 그분이뒤따라오며, 여러가지를 물으신다.풀기록은 어떻게되며, 몇번이나 달려보았으며, 달리마마라톤클럽은 어떤식으로 연습하는지...
동반주를 하며 대화에 신경을쓰다보니 어느덧다리의 통증이 서서히 없어지는것같다.
코쓰는 반환점을 돌고있었고 선두주자로 두팔목아래가없는, 그러나 두팔이있는이들보다 훨씬 아름답고 커보이는 "구미마라톤의김영갑"씨가 1위주자와선두다툼을하며 달리고있다.
이해못할일, 웬놈의여자들이 그렇게도잘달리는지....
외외로상위권주자중에 여자달림이들이눈에띄게많다.
그러고보니 어느책에선가 여자들이역학적으로,인체구조학적으로 평지에서스피드는 남자들에게뒤지지만 언덕등에서는 유리하다는학설을 읽었던것같다.
대회중반...
거제의 악몽이그대로 재현되고있다.
종아리부터시작된경직현상이 허벅지로,사타구니로 지맘데로 돌아다니고있다.
아마도 알콜이똘똘뭉쳐독소가되어,그대로풀리지않는 피로젖산이되어 체내를빠져나가지못하고 몸에서머무르려하는것같다.
이럴때 땀이라도발산할수있다면 조금이라도나아지련만 세차게부는바람은 땀은커녕 페이쓰를급격히 거의걷는수준으로유지하니 온몸에오한마저돋고 더럭겁이나기시작한다.
해병대원들의 따뜻한보리차와 더따뜻한응원.일일히까놓은귤을 게걸스럽게먹고있는데 누군가 손을내민다.
러너스.코리아통신원으로 함께활동을함께했었던 청마회(청주마라톤클럽)의 썹쓰주자오경택씨이다.
"어? 자주뵙는군요. 근데왜여태여기 계십니까?"
"예!연습을못해서..."말은그렇게하지만 동반자를보니 초보인듯한달림이가 눈에띈다. 아마도 페이스.메이커를하기로한모양.
"앞다리가 쑤욱...뒷다리가쏘옥...어쩌구,저쩌구(중간가사는 생각이않남) 개구리가되었네.."
거제에서,그리고작년이곳에서 ,글구도또어느대회에선가 보았던 라이더다.
항상"자전거사랑"이라는 깃발을뒷바퀴쪽에달고 주로를왕복하며 주자에게신나는음악을틀어줘 힘을주고있는 하여간에 이곳저곳대회에서 더러마주쳤던봉사요원이다.
헌데,지금 이분의자전거에 단단하게부착된카셋트에서 나오는동요가 하필이면"깨구락지"가되어버린 내신세를조롱하는듯,
다리에힘이빠지고 자꾸헛헛한웃음만 실없이나온다.
그래도 안면이있는지라 이분에게묻는다.
"자전거 얼마주셨나요?"
잠시 머뭇거리던그분은 싱겁게웃으며 농담조로말한다.
"100원이요"
아! 맥빠져...더는못뛰겠다.
참많이도걸었다.
기왕에걷는거 어쩌면다시못볼 호미곶의풍경이 될것도같기에 두눈과가슴에담아두려 쉬엄쉬엄걸으며 놓치기싫은풍경이 나타나면 잠시멈춰서서 한참을서성이다 걷기도하였다.
교통통제는 이미풀린지오래인지라 아슬아슬하게 차량이주자들을피해 비켜가기시작했다.
잠시 풍경삼매경에 빠졌었나부다.
퍼뜩,어쩌면 아니이시간쯤이면 모두들완주를하고 추위속에서 나를기다리고있을지모른다는데에생각이미치자 마음이 다급해지기시작한다.지금내가 이러고있을때가아니지....
한가하게 유랑온것도아니고....
그러나 또다시엄청난언덕이 나타나자의지가약해지고 발에힘이풀린다.
대부분의주자들이 걷고있는데 허권형이걷고있는나를보며 쥐가났냐며 걱정스레말을건넨다.
다행이다.허권형과 이제지나쳤으니 크게차이는 나지않는모양이다.
놀라운저력이다. 모두가 걷고있는데 유일하게언덕을 느리지만쉬지않고 뛰어서달리는사람,허권형이다.대단한힘이다. 스피드만붙어준다면.....
해맞이광장으로접어들어 완주선까지이르는길.
빨간양탄자를 깔았다.길게...
얼마전에있었던 청룡영화제시상식에서도 빨간양탄자를깔았었지?
그래!
지금이시간은 내가주인공이다. 주연배우다.힘들게달렸었던만큼 뚜렷한완주의포만감으로 완주선을밟아본다. 시간은4시간40분여를가르키고있었고 나의풀코쓰기록중 가장길게,힘들게달렸던 또하나의역사가 탄생하는 순간이기도했다.
(TIPS:내년 호미곶에가실분들을 위한참고사항.)
1,대회장인 해맞이광장과가까운 구룡포에도 민박집과숙박업소가 엄청나게생겼답니다.
굳이 포항시내에서 숙박을하지말고 구룡포에서밤바다가보이는곳에서 민박을하면 아름다운추억이될듯,
2,과메기도 수입산이주종을 이룬다는군요. 농촌뿐만아니라 어촌도수입물품의폐해가심각합니다. 잘보고고르십쇼.제가 대회장서사온 과메기는수입산으로 거의마른북어수준으로 말라버려 먹지도버리지도못하고 그냥불에 구워먹어없앨생각입니다.
3,완주선에서 칲반납을 대신해주신수석팀장님, 장장6시간여를넘게 빗속에서안전운전을해주신허권님,마라톤온라인의논객 "고은이님"을 만나뵙게해주신 훈련감독늘달님아우님,돌아오는내내즐겁게 차안의분위기를띄워준 양주마라톤의박연호아우님, 달리마를격려해주신양주마라톤클럽 한기부회장님과 회원여러분,휘문고마라톤동호회,의정부토달마회원여러분,고속도로휴게소에서 푸짐한저녁을사주셨던 양주시청마라톤동호회의 이진구회장님,모두에게 고개숙여감사드립니다.
4,제 길게쓰였던 대회후기는간단히 여덟글자로요약됩니다.
술
먹
고
뛰
지
맙
시
다
(이상, 술먹고달리는것은 위험하다는것을 몸소보여주기위해 포항호미곶까지내려갔었던
에버그린 김 종선이 눈물(^^*)로 대회후기를올려봅니다 앞으로내게 술권하는사람,
미워할꺼양~~~아니,이뻐할거양(쯧쯧, 정신못차렸군 아직도.....)
첫댓글 정말...맹렬히 쫒아다니고 누가 봐주지 않아도 맹렬하게 써내려 갔었는데, 그때의 치기어린열정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마라톤11년차의 메너리즘??? 아니면 어느결에 익숙해진 나태와 게으름??? 어떤것이 이유가 됐음이 중요치않다.지금은 적어도 온전하게 나자신을 몽땅, 던질수있도록 흠뻑 빠져들지못함이 아쉬울 뿐이다
새로운 컴백무대가 될 동아후기를 기대하겠네~에버,,,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