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짱·몸짱’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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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짱·몸짱’ 문화
올해도 많은 스타들이 인터넷에서 떴다. 예년에는 드라마·영화 주인공 등 기존 연예인의 인기가 인터넷에 반영됐다. 반면 올해는 온라인 인기를 바탕으로 당당히 주역이 돼 인터넷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가장 대표적인 트렌드가 얼짱 신드롬.
박한별을 비롯, 박설미·이주연·구혜선·김신혜 등 ‘1기 오대얼짱’ 가운데 다수는 영화·드라마·광고로 이미 연예계에 진출했다. 이어 송미라·주미진·임지연·이슬·이지혜 같은 ‘2기 오대얼짱’이 도전장을 내민다.
남자 얼짱의 인기도 만만찮다. 주인호·박동훈은 연예계로 진출하지는 않았지만 온라인에서 만큼은 톱스타 뺨치는 인기를 누린다. 김경록은 최근 얼짱 소재 영화 ‘그놈은 멋있었다’를 통해 연기자로 나설 예정이란다.
단순히 얼굴 덕분이 아니라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한 분야별 얼짱도 선보였다. 스포츠에선 골프 얼짱 안시현이 미국 LPGA에서 깜짝 우승,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농구 얼짱 신혜인은 스포츠 부문 베스트 드레서로 뽑히는 등 패션쇼에도 종종 등장할 정도다.
프로게이머 얼짱 서지수는 ‘여자 임요환’으로 불릴 만큼 실력까지 겸비, 게이머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레이싱걸 얼짱 오윤아는 수많은 팬들을 거느리며 얼짱으로 각광받고 있다. 댄스 가수로 거듭나 연예인으로 본격 나설 방침이다. 급기야 김윤혜라는 13세 초딩얼짱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얼짱에 이어 몸짱도 나왔다. 최근 ‘몸짱아줌마’라는 일산의 한 여성이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온라인을 달궜다. 두 아이를 둔 서른아홉 살 여성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탄탄한 몸매가 인기 비결. 한 인터넷 사이트에 ‘니들에게 봄날을 돌려주마.’라는 헬스 칼럼도 연재하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준수한 얼굴에 몸까지 뒷받침되는 수영선수도 얼짱·몸짱으로 주목의 대상. 건장한 체격의 한규철과 귀여운 외모의 여고생 유윤지가 수영 얼짱으로 통한다. 유윤지는 서울대 수시모집에도 합격, 공부도 ‘짱’이라는 칭호를 받고 있다.
비 연예인의 ‘튀기’ 분위기가 팽배하는 가운데 MBC 뉴스 데스크 앵커우먼 김주하 아나운서는 도발적인 사진으로 인기 순위에 올라 달라진 세태를 반영했다. 다음카페에 1만4천여명 팬도 생겼다.
얼짱·몸짱은 아니지만, 가장 튀는 캐릭터는 ‘딸녀’다. 디시인사이드로 ‘데뷔한’ 딸녀는 각종 패러디 합성사진으로 한때 게시판을 도배했다. 아직 그녀의 정체는 오리무중. 최근 우유송·감자송에 이어 딸녀 송이 나왔다.
여성에 씌운 '미모'라는 굴레
전통사회에서 정절 이데올로기는 여성의 가치를 결정짓는 요소를 순결로 규정했다. 그런데 정절의 대가로 열녀와 그 가문에 내리는 신분 상승 등의 보상이 가문 구성원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여성의 순결은 가문의 관심사이자 감시의 대상이었다. 오늘날 정절 이데올로기는 급속하게 사라지고 있는 반면, 여성의 외모가 관심의 대상이 돼 외모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일상적인 인사말처럼 돼 버렸다. 또한, 약점에 대해서까지도 서슴없이 언급하고 감시하고 질책함으로써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 주는 일을 예사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사회에서 여성은 대를 이을 아들을 낳는 몸을 순결하게 지키는 것이 중요했던 반면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여성은 미인박명(美人薄命)이라는 저주를 받았고, 야화에서 남자 '잡아먹는'여자로 낙인찍히거나, 한밤에 100년 묵은 여우로 변신하는 여성은 한결같이 미인으로 묘사돼 외모가 아름다운 여자는 팔자가 세거나 사악한 존재로 규정되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낭만적 사랑을 바탕으로 한 결혼이 강조되면서 이성간에 성적인 매력은 중요한 자원이 됐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성공을 위해서도 필요하게 됐다. 이와 더불어 여성의 외모에 대한 평가도 혁명적으로 바뀌어 아름다움은 좋은 것으로 순진함이나 덕성이 함께 따르는 것이고 못생긴 여자는 외모의 열등감 때문에 성격이 비뚤어진 파괴적 존재로 간주되게 됐다.
-남성적 심미안이 성형 부추겨
그런데 미용성형과 비만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와 다이어트 산업계에서는 여성의 아름다움은 꾸미기 나름이며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인위적인 성형과 살빼기를 자기 관리의 능동적 실천으로 의미화하고 자기계발이라는 허위의식을 유포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퍼뜨리는 허위의식을 거부하지 못하고 여성들은 날씬한 몸매와 아름다운 얼굴을 갖기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고 몸에 대한 학대를 서슴치 않는다. 이러한 과정에서 실상 많은 여성들이 건강을 해치고 정신적인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심지어는 목숨을 잃거나 잘못된 수술을 비관하여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여성의 몸의 아름다움은 타자, 특히 남성의 욕망의 대상으로 남성들의 시선에 의해 규정되는데 미용 성형전문 의사들의 절대 다수가 남자라는 사실은 여성들이 담당 의사이자 동시에 남성인 그의 눈으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인정받고 싶은 심리적 기제를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 우리 사회의 여성들은 정절이 아니라 외모로서 다시 남성에게 얽매고 있는 존재가 됐음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상향으로 하는 여성의 아름다움의 기준은 서구 문화가 우리 사회를 압도하면서 수많은 상품광고가 내세우는 작은 얼굴에 큰 눈과 높은 코를 가진, 마르고 키 큰 백인 여성으로 은연중에 설정돼 있다. 이는 대부분의 우리나라 여성들은 도달할 수 없는 기준으로 이를 충족하려는 여성의 외모 가꾸기에는 서구에 대한 문화적 열등감이 짙게 내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외모차이 개성으로 인정해야
늙어가는 몸에 온갖 성형과 다이어트의 결과로 아름다움이 구현됐다 해도 이는 일시적일 뿐 영원히 지속되지 못하고 필연적으로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성은 누구나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여성의 외모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자는, 먹히지도 않을 진부한 말은 애당초 하지도 않겠다. 그러나 외모의 다름을 다양함과 개성으로 인정할 수는 없을까. 획일화된 기준에 도달하기 위한 외모 강박증의 덫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 모두가 먼저 한 가지 일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우선 '뚱뚱해졌다''말랐다''늙었다'등 여성의 외모에 대한 언급을 인사말로 삼는 것을 자제하는 일부터 시작해보자. 이러한 작은 실천이 외모 때문에 괴로워하고 고통 받는 여성들이 그들에게 가해지는 억압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게 하여 여성들이 외모 때문에 고통 받고 자살하는 것을 방지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5월 6일은 세계적으로 '다이어트 하지 않는 날'이다. 이날을 계기로 여성들의 몸에 가해지는 억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문> ‘얼짱·몸짱’ 문화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이 문화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