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하네요.
어제인가 그제인가 써든데쓰님 글 읽고 잼나게 쓰셨네 하고 (물론 반말은 조금 그렇지만) 넘어 갔다가 금요일이라 회사서 할 일도 없고 어제 좀 놀다가 늦게 자서 피곤도 하고 해서 세계엔에 들어왔더니 댓글이 장난 아니게 달려있네요?
그래서 쭉 읽어 봤습니다.
참 궁금한게 왜 그리 다들 광분해서 댓글을 다시는지? 그것도 다들 한국에 계신 분들 같은데 왜 거짓말을 하느니, 연봉 10K면 니가 CEO 냐, 생활비가 그거 밖에 안 드느냐? 호주는 선진국이 아니다.
그래서 다시 정중히 설명을 해 드릴려고요. 제 생활에 비추어...
쭉 읽어 보시고 호주에 대해 더 정확히 알고 댓글 달아 주세요.
한국에서 IT 했었고요. 이 일을 좋아하지만 한국에서는 오래 못 할 거 같고 나이가 들더니 야근 한 번 하면 죽을 거 같아서 (처음 이 일 시작할 땐 밥 먹듯이 하던) 호주에서 공부도 더 할 겸 일 하면서 혼자 서류 준비 해서 영주권 받았습니다. 호주 오래 전에 워킹으로 와서 그 때 이리 저리 들어서 물어서 이민에 대해 알고 있었고, 이민이 생각 보다 쉬워서 ( 기껏 제가 필요한 건 IELTS 5.0 ) 영주권 받고도 여길 와야 하는 확신이 없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괜찮은 직장에 연봉도 3500만 정도 받고 그렇게 아주 하드코어하게 일하진 않았습니다.
현재 호주 온 지 2년 다 되가고요 처음 와서 대학원 공부 했고 졸업 후 현재 회사에서 일한 지는 11개월 째입니다. 연봉은 팩키지(슈퍼 포함 이란 의미)로 8만 이고요, 즉 8만 에서 9% 연금 떼면 제 실 연봉.
자 여러분이 좋아하시는 비교 들어갑니다.
우선 쉽게 8만에 호주 환율 900원으로 하고 계산해 보면 7200만원이네요. 제가 호주서 받는 돈이... 연봉이 더블이 되었네요. 물론 연금을 빼면 7200만원 / 1.09 =6605 만원이네요.
자 그럼 실제 받는 실수령액은
한국은 이리 저리 세금이 복잡해서 왜 그렇게 나오는지 한 번도 계산 안 해 보았지만
월 260만원 정도 수령했네요.
호주는 저 정도 연봉이면 주 1000불 조금 넘게 나옵니다. 월 4500불 정도 나오네요.
다시 4500불 * 900 = 405만원이네요.
이제 그 돈들로 한국과 호주에서 무엇을 했느냐?
한국에서는 부모님이랑 같이 살아서 렌트나 모기지론 이자 전혀 안 냈고요.
쓰이는 돈이 점심값 : 5000원 * 20 = 10만원
교통비 & 통신비 : 요것도 한 10만원 나온 거 같고.
담배 및 기타 잡비 : 요것도 한 10만원?
자동차 유지비 & 보험 포함 : 20만원 정도 ( 주말만 운전 )
유흥비 : 요거이 랜덤이긴 하지만 평균 월 30만원 정도. ( 술, 노래방, 안마 ㅋㅋ )
쇼핑 & 의류 : 20만원.
이거 빼고 150만원은 꼭꼭 저금 했고요.
호주에서는 따로 사니 렌트에 저녁 값까지 들어가네요.
점심값 : 15 * 20 = 300
교통비 & 통신비 : 없음. ( 명함에 휴대폰 번호 찍는 조건으로 회사서 휴대폰 내 주고 차 가지고 다니니깐, 인터넷은 쉐어 살아서 안 냄 )
담배 및 기타 잡비 : 300 불 ( 호주는 담배가 넘 비싸서 )
자동차 유지비 : 300불 정도
유흥비 : 술값 100불( 가끔 금요일날 저녁 먹고 맥주 한 잔) + 골프 및 스포츠에 들어가는 돈 300불 = 400불
쇼핑 & 의류 : 100불도 안 씀. 호주에선 살 게 없어서. 옷은 거의 한국 방문할 때 사서 가지고 옴.
여기에 렌트비로 : 800 불. (주 200)
저녁 식료품 비 : 200불.
월에 꼭 2000불 저축 할려고 노력 중이고, 딱 그정도 남네요. 한달 살면.
고로 호주에서의 생활은 금전적인 면에서는 출가해서 살기 때문이긴 하지만
별로 달라진 게 없습니다. 쓰고 남는 돈만 놓고 보면. ( 환율이 800 이면 샘샘, 그 이하면 개인적으론 손해? 물론 이러한 비교는 참 무의미하죠. )
물론 제가 다니는 지금 회사 수준이 한국에서 보다 떨어진 점도 있고 연봉 수준도 각 나라 평균 수준으로 따져 보면 하회하지만 이렇게 되는 이유가 나의 영어이기 때문이고 외국에서 일하려면 당연히 감수해야하는 부분이라 만족하고 다니고 있습니다.
그럼 생활면에서 달라진 부분은?
호주 자연이 뛰어나다 공기가 좋다 이런 부분은 뺄게요. 이런 얘기는 쉽게 말하면 대도시 사는 사람과 시골 한적한 동네 사는 사람이 서로 누가 잘 사네 싸우는 거랑 똑같기 때문에. 쉽게 말해, 호주 시드니는 그냥 시골 중소 도시 ( 개인적으로는 도심지만 놓고 보면 대전 보다 작은? )고, 서울은 메트로폴리탄이죠. 같을 수가 없죠, 공기가.
우선 회사. 퇴근 시간이 빨라졌습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9시에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면 11시 정도 되었기 때문에 평일 제 시간이라고는 자기 전에 컴퓨터 게임 하는 1시간이 다였다면 호주에서는 집에 도착하면 주로 6시 정도 이기 때문에 ( 집이랑 회사가 차로 10분 거리 ) 저녁 해 먹고 치워도 7시가 안되었네요.
한국에서는 가끔 일찍 퇴근하면 할 게 너무 많았죠. 백화점도 아직 열었고 모든 가게가 다 영업 중이고 거기다가 술집은 새벽까지 하죠. 호주는 평일에는 목요일 쇼핑데이 빼고는 무얼 사고 싶어도 회사원은 살 수가 없습니다. 왜냐면 6시 전에 다 닫기 때문에.
한 때 호주에서 일 시작한 초반에 못 믿으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매니저에게 한 소리 들었습니다. 늦게까지 일하지 말라고. 당신 업무 시간이 너무 길다.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그러다 일 생기면 ( 회사서 쓰러지면? ) 회사에 피해가 크다. 집에 일찍 가라. 혼자다 보니 초반에는 집에 가도 할 게 없어서 고치던 버그 있으면 다 고치고 가고 그랬더니 그러지 말랍니다.
고로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게 스포츠입니다. 탁구, 골프, 테니스를 한 꺼번에 하고 있네요. 테니스는 ( 저희 동네에 꽁짜 코드가 있어서 무료 ) 일요일 아침, 골프는 토요일, 탁구 화요일, 드라이빙 레인지는 평일 때때로. ( 사실 제가 스포츠맨 타입이라 이러는 건 아니고요. 단지 심심해서. ) 이렇게 심심해서 이거 저거 하는데도 저녁 10시 지나면 할 게 전혀 없습니다. 고로 많이 자요. 11시면 잘 준비. 한국에서는 1시 였는데. 책도 볼 시간도 많고, YES24 에서 책 공수해 오는 게 아주 일입니다. 배송비 줄일려고 책 무게, 사이즈도 본다는.
술을 잘 안 먹게 되네요. 회사 동료랑 2주에 한 번 정도 금요일 저녁 같이 먹는데 좋은 레스토랑 가서 저녁 먹고 끝나면 맥주 한 두잔. 50불 안 넘네요. 가끔 안마. ( 여기까지 와서 열심히 일하시는 한국 여성분들 때문에 회사 동료들 사이에 한국 여성에 대한 칭찬이 자자 합니다. 호주 시드니는 한국 여성들이 평정했네요. 듣고 있으면 자랑스러워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칭찬을 해 주시더라고요. 힘들게 일하시는 데 꼭 원하시는 액수 모아 한국가서 제발 잘 사세요. )
당연 토요일, 일요일도 이제 일찍 일어나게 되네요. 한국에서는 금요일날 달리기 때문에 토요일은 거의 오후까지 시체였는데. 결국 휴일 마저도 무진장 길어져 버리네요. 가끔 무료 합니다. 한국에서는 절대 하지 않았던 소위 말해 멍 때리는 시간이 생겨 버리네요.
대신 여긴 잼나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모든 게 좀 차분하네요. 한국에서는 돈만 있으면 놀 게 널려 있는데 여긴 돈 있어도 스스로 몸을 움직여야 놀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1년에 몇 십번씩 일어나는 이벤트, 사건이 여긴 별로 없습니다. 어쩌면 이런건 제가 여기에서 문화적으로 보면 이방인이기 때문 일 지도. ( 근데 호주 얘들도 심심해 하는 거 같긴 하던데 ) 정말로 어제가 오늘 같은 일상이 많네요. 가끔 시간 가는 걸 정말 까먹게 된다는.
게다가 여긴 저에게 타지이다 보니 친구, 가족도 없고요. 가장 중요한 문제죠. 마음 맞는 사람 찾기도 힘들고, 엄연히 언어의 장벽도 존재하고.
여기에 호주가 선진국이라느니 한국보다 훨 낫다느니 하는 얘기 안 쓰겠습니다. 선진국이면 국민이 다 행복하고 잘 사는 것도 아니고 후진국이라고 모두 못 사는 것도 아니니, 그게 저랑 무슨 상관입니까? 다만 개인적으로 어떤 나라에 가서 제가 살게 될 환경이 중요한 거죠. 미국에 가도 미국 회사 인터뷰 통과해서 취업 비자 받고 가는 거랑 무작정 미국이 좋아 학생 비자로 가는 거랑 얼마나 다르겠습니까?
정치가 어떠니, 사회 시스템이 어쩌니 하는 얘기도 안 쓰겠습니다. 정치가 밥먹여 주는 것도 아니고 저희가 언제 법 때문에 멀 못했고 법 때문에 멀 잘했나요? 사회 시스템이야 구성원이 스스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저에겐 한국의 사회 시스템이 더 낫죠. 제가 한국 사람이니깐. 은행 가서 30분씩 안 기다려도 되고, 업무 시간 2분 늦었다고 우체국서 안 쫒겨 나도 되니깐. 하지만 요즘은 글로벌 시대다 보니깐 어디서나 통용되는 공통되는 부분들이 많아서 시스템이 달라서 못 살겠다 이 정도는 아니네요. 은행이야 그냥 주구장창 기다리면 되는 거니깐. 암튼 결국 한국과 같은 서비스를 받게 되니깐요. (제발 은행에 잡지 좀 비치 해 줬으면.)
복지가 어쩌니 하는 얘기도 안 쓰겠습니다. 복지가 잘 되있다는데 현재의 저에게는 전혀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복지에 대한 얘기는 ( 실업 수당, 재취업 교육 무료, 대학원 공짜. ), 예를 들면, 자기 생명 보험 들었는데 나 죽으면 10억 나온다고 자랑하는 거랑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먼 일을 당해야 고마운 지 알지 현재야 받는 게 전혀 없죠. 얘가 있으면 모 좀 나오는 거 같던데 우선 아내부터 찾아야 T T. 대신 복지 제도는 저에게 더 안좋기만 하죠. 왜냐면 그 때문에 세금을 무진장 띠니깐. 생명 보험 붇는 거 처럼.
그러니 그런 얘기로 서로 싸우지들 마시고 저 위에 제가 받는 돈, 생활의 변화를 보시고 대강 감을 잡으셨으면 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민와서 신분 상승이 엄청난 연봉 인상이, 급격한 생활 수준 향상이 오진 않았습니다.
다만 변했네요. 많은 부분이. 제 입장에서 보면 나쁜 점, 좋은 점도 있었지만 총체적으로는 긍정적인 변화였고 만족하고 있습니다.
PS. 한가지 첨언 하자면, 호주 이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신만의 기술이지 않을까 합니다. 투자 이민 아니시면. 영어가 안되도 먹고 살려면 영어 의사 소통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좀 힘들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한국에서 이민 온 분들이 호주 콜센터에서 일할 리가 없잖습니까? 있으시면 저 영어 좀 알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