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도 사랑 열풍이 불면서 자동차용어에서 일본식 표기를 없애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잘못된 일본식 용어 사용의 ‘진원지’인 정비업계로 파급되면서 이번 기회에 자동차용어 순화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자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는 분위기다.
일본식 용어 표기 배제는 군대까지 퍼져 일부 부대에선 별도의 시간을 쪼개 자동차용어의 올바른 사용례를 가르치는가 하면 일부 자동차관련 단체들은 독도사랑운동과 연계, 자동차용어 바로쓰기 캠페인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주요 포털사이트에서도 "말로는 반일과 극일을 외치면서 과거 식민지시대 때 사용되던 용어를 아직까지 쓰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며 엉터리 외래용어를 우리말로 바꾸자는 의견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난 3월말 공군 1전투비행단 수송대대가 정비병들이 주로 사용하는 일본식 자동차용어 20개를 우리말로 정리, 사병들에게 교육한 일이 화제가 됐다. 정비병들이 쓰는 일본식 용어를 순화해 우리말 사랑을 실천한 셈이다.
정비업계를 비롯한 자동차업계 기술자들의 모임인 한국자동차기술인협회(회장 윤병우)도 최근 독도사태를 계기로 ‘독도사랑운동, 정비용어 바로쓰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일제 강점기부터 쓰이기 시작한 각종 일본식 정비용어의 사용을 배제, 우리말로 바꿔 쓰자는 취지에서 이 같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단체는 한국직능인단체총연합회와 연계, 일본식 용어 없애기 운동을 전 산업분야로 넓히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실제 자동차용어 가운데 일본식 표기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정비업계 종사자들의 경우 일본식 용어를 모르면 업무 처리 자체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는 일본식 용어를 많이 구사할수록 기술 숙련도가 높다고 인식하는 잘못된 관행 때문이다. 심지어 대학에서 제대로 된 용어로 정비교육을 받았더라도 현장에 가면 알아듣지 못하는 일이 있는가 하면 현업 종사자조차 일본식 용어가 아니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자동차공학회는 최근 편찬한 ‘KSAE 자동차용어대사전'(오토북스刊)은 자동차용어 순화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사전은 ‘우찌바리(도어 트림)’, ‘미미(지지고무)’, ‘잠바카바(실린더 헤드 커버)’ 등 잘못된 외래용어와 일본식 용어를 우리말이나 정확한 원어로 바꾼 '자동차용어 순화안'을 제시했다.
자동차공학회 관계자는 “해방된 지 60년이 지났지만 자동차용어는 여전히 일본식 용어가 주를 이루고 있다”며 “이는 자동차 생산 6위 국가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누구나 알 수 있는 우리말 용어를 사용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동차용어 순화 대상에는 운전자들이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핸들’이나 ‘백미러’ 등 잘못된 영어식 표현도 포함돼 있다. 자동차용어대사전에 따르면 ‘핸들’은 ‘손잡이’라는 뜻으로 자동차에선 문을 개폐할 때 잡는 부분이며, ‘운전대’또는 ‘스티어링 휠’로 표기해야 한다. 또 ‘백미러’는 승합차나 지프형 자동차의 주차 또는 후진 시 편의를 위해 차 뒷유리 윗부분에 장착하는 거울을 뜻하지, 차내에 달린 ‘리어 뷰 미러’와는 전혀 의미가 다르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같은 표기의 오류는 자동차공학, 설계, 생산 등 전문분야에서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일부에서 ‘앞유리’로 부르는 ‘프론트 글래스’는 ‘윈드실드 글래스’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말이다. 뒷유리는 ‘리어 글래스’가 아닌 ‘백라이트’가 표준용어다.
연비라는 단어의 개념에 대한 오류도 있다. 국내에서 연비는 기름 1ℓ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를 의미한다. ℓ당 거리의 비율을 나타내는 셈이다. 이에 따라 단위도 ‘㎞/ℓ’를 사용한다. 그러나 자동차업계에선 대부분 연비가 좋은 차를 저연비차로 부르는데, 이는 연비의 한자를 ‘燃費’로 표기한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내 연비 단위에 비쳐 저연비라고 하면 ℓ당 거리의 비율이 낮은, 즉 기름을 많이 소모하는 자동차가 되는 셈이다.
이 처럼 자동차산업 전반에 잘못된 용어가 깊이 배어 있기 때문에 이젠 공신력있는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이 나서 잘못된 자동차용어의 표준 순화안을 만들어 적극 계도해야 하며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