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조,손귀연,박현자,박화서
정형진,소정자,윤삼가,김균순,이계순,박정임,김소자,양정옥,김숙경,강석천,
김태종,이영례.엄명애,최경숙,김영자,신애자,정광자,윤정아,윤정자,이복주,송순희
박해평,진풍길,한상진,이달희,고영수,남정현,조경애,최순자
신원영,이경환,이흥주,김영신,김성기,나현재,윤봉수,함수곤 (41명)
주말걷기에서 정해진 길을 안내하는 일은 할 만 한 것 같습니다.
태극기를 들고 일행의 맨 앞에서 천천히 혹은 빠르게 걸으면 되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한사모 회원들이 함께 걸어야 할 길을 찾는 일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난 여름 신문에서 오늘 걸은 이 길을 소개한 기사를 발견했을 땐
마치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 반가웠습니다.
반가운 마음을 안고 한 번, 두 번, 답사를 했으나
길이 그다지 마음에 흡족하지 않았습니다.
우선 평탄한 길이 아니었고, 용인처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오기에는 너무 먼 거리에 있는 것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내심 다른 곳을 마음 속에 점 찍어 놓고 세 번째 답사를 할때엔
이미 계절이 가을로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마침 전 날 비가 온 후여서 물기를 촉촉히 머금은 나뭇잎들이
오후의 햇살에 반짝이며 싱그러운 풀 내음이 은은하게 풍겨오는
산속을 오르락내리락 걷노라니 비로소 이 길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에 한 번 더 답사를 할 때 곱게 물들어가는 나뭇잎들을 바라보며
우리가 걷는 날엔 나뭇잎들이 얼마나 더 예뻐질까..
과연 날씨는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걸은 후
그날 밤, 함 대표님께 공지사항을 알려드렸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식당선정이 문제였습니다.
더구나 저는 지난번의 악몽이 있어서 더 신경이 쓰였습니다. ^^
장소랑 메뉴랑 마음에 맞는 식당을 찾긴 했는데 하필이면
일요일엔 영업을 안 하는 식당이었고,
역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곳은 불편했습니다.
여기저기 다섯 집을 돌아 보았는데 우리 회원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순대국집'으로 정하고 나서
일반적인 음식이 아니다 보니 특히 여학생들의 입에 맞지 않아
못 잡수시는 분들이 계시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식사를 하실 때까지 내내 마음 속에서 가시질 않았습니다.
드디어 10월 25일, 오후 2시 30분, 원당역 4번 출구 앞에
41명의 회원님들이 모였습니다.
김소자님과 신애자님이 준비하신 큼직한 소보로빵과 새콤달콤한맛있는 귤이
두 개씩 들어있는 간식 봉지를 받은 후 출석 확인과
간단한 인사말을 나눈 후 걷기에 나섰습니다.
간식을 준비하시느라 애쓰신 두 분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원당역을 출발하여 덕양노인종합복지관을 지나
‘고양어울림누리’ 주차장을 지나면 산으로 오르는 샛길이 나왔고
잠깐 언덕을 오르면 언덕 끝에 전망대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곳 전망대에 서면 고양문화재단 건물과 고양어울림누리의
메인스타디움 일부가 보입니다.
그 중엔 작년 김연아 선수가 준우승한 그랑프리 파이널이
열렸던 '얼음마루'도 있습니다.
전망대를 뒤로하고 성라공원 숲속으로
잠시 걸으면 국사봉 다리가 나옵니다.
국사봉은 성라산의 최고봉으로 ‘국가와 왕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를 올리던 곳이라 하여 그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국사봉다리를 건너 성라산으로 들어가 산책로를 걷다 보면
장미공원이 나오고 이정표를 따라 계속 걸으면 조그만 구름다리가 나옵니다.
이름도 모양도 예쁜 ‘별우물오름다리’입니다.
이곳에서 잠시 조약돌을 주으며(?) 쉬어갑니다.
이늘 걷는 길 중 조약돌을 주울 곳은 그곳 밖에 없습니다.^^
여기서부터 흙길로 접어들어 깔금한 오솔길을 걷습니다.
길을 따라 걷다가 임도쪽이 아닌 왼쪽으로 구부러지듯 나있는 좁은 흙길로 갑니다.
이곳은 야산이라서 흙길에 나무 뿌리가 많이 돌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걷는 분들에게 특별히 강조한 것은 느리게 걸으시라는 것과
발밑의 나무 뿌리를 잘 살피시면서 걸으시라는 당부였습니다.
윤삼가 교장님과 이계순 교장님께서 스틱을 지니셔서 한결 마음이 놓였습니다.
길은 위아래로 파도치듯 구불구불해서 걷는 재미가 있습니다.
땀이 날만큼 올라가는 길을 한참 걷다보면
다시 땀이 식을만큼 내려가는 길을 걷게 되는...
한참 가다보면 약수터가 나오지만 불합격 판정을 받은 약수터라
머무르지 않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길가엔 돌무더기를 쌓아놓은 성황당 비슷한 것도 있습니다.
5분 정도 더 가니 잔디밭 쉼터가 나오네요.
넓은 잔디밭 위에 여럿이 둘러앉을 수 있는 벤치를 여러 개 만들어 놓아
우리 회원들이 모두 둘러앉아 간식도 먹고 노래도 부를 수 있는 알맞은 장소였습니다.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화서표’ 인절미와 커피는
오늘도 여전히 우리를 즐겁게 해 주었구요.
지난번에, 다음부턴 각자 개인용 컵을 지참하자는 말씀을 들었건만
그만 깜빡 잊고 그냥 온 건 비단 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다음부턴 꼭 개인용 컵을 지참하겠습니다. 약!속!
간식을 먹은 후 주변을 돌며 쓰레기를 치우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저희들은 그동안 함부로 쓰레기를 버린 적이 없기 때문에
주변의 쓰레기를 신경 쓰는 일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 분은 우리 주변에 있는 쓰레기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주워서 깨끗하게 청소를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가 버린 쓰레기를 깨끗이 치우시는 분!
그분은 우리와 너무 멀리 떨어져 계셔서 주말걷기에 자주 참석하지는 못하셔도
한사모를 너무나 사랑하시는 분이십니다.
이번 U자 걷기에도 참석하시는 전주에서 오신
김균순 교장선생님 이 바로 그분이십니다.
우리들의 작은 실천이 아름다운 공원을 만들고 환경을 살리는 길인 줄
이론으로는 잘 알면서도 실천은 잘 못하는 절름발이에게
김균순님은 작은 몸짓으로 커다란 교훈을 주시네요.
지난번 이곳에 왔을 땐 거의 푸른빛을 띠고 있던 밤나무며 떡갈나무며
단풍나무까지 오늘은 모두 예쁜 옷을 갈아입고
가을노래를 부르며 우리를 반겨줍니다.
우리들도 가을노래로 화답했습니다.
오늘은 걷는 거리가 짧기 때문에 김용만 고문님이 계시면
가요사 강의를 길게 해달라는 부탁을 드리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김 고문님께서 불참하시는 바람에
그냥 우리끼리 노래를 부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싸가지’로 몰릴까봐(^^) 함 대표님께서 호명하시자 마자 일어나신
김태종 위원님의 가을과 잘 어울리는 노래 ‘사랑이 메아리 칠 때’ 는
제가 그동안 들었던 노래 중에서 안다성씨 다음으로
이달희씨가 제일 잘 부르고 그 다음 김 위원님이 두 번째로 잘 부르신
분위기 있는 멋진 노래였습니다. 짝!짝!짝!
늘 소녀 같은 맑은 목소리의 노래 솜씨가 뛰어나신 소정자 형님은
박해평 위원님과 듀엣으로 ‘사랑해’를 부르시고
우리들의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으셨습니다.
꽃반지 끼고, 옛 시인의 노래, 만남 등 우리들의 아름다운 노래 소리가
색색의 단풍든 나뭇잎 사이를 지나 가을하늘 높이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올랐습니다.
끝으로 주말걷기 주제가를 박자에 맞추어 태극기를 흔들어가며
신나게 부르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다시 걷다보니 잠시 숲길이 끊어지고 차도를 건너 건너편 산책로로 이어집니다.
편한 오솔길을 한참 걷노라니 다시 차도가 나타나고
도심 농경지의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 멀지않은 곳에 고층 아파트가 보이고 바로 앞엔
진한 향을 풍기는 넓은 파밭이 펼쳐집니다.
파밭을 끼고 오른쪽 길로 접어들어 비닐하우스 단지를 지나
울퉁불퉁한 밭둑길 논둑길을 지나 다시 숲으로 들어갑니다.
이제 막 떨어져 내린 낙엽에선 알싸한 풀냄새가 코끝에 감겨옵니다.
그 향이 너무 감미로워서 우린 이 단어 저 단어로
그 향의 느낌을 살려보려고 애씁니다만 결국 그 어떤 단어도 찾지 못한 체
그냥 마냥 좋아서 가슴속 깊이 숨만 크게 들이 마십니다.
마치 그 향이 내 몸속 어딘가에 고여 있기를 바라는 것처럼...
그렇게 운동기구들이 모여 있는 숲길을 걸어 경사가 가파른 길을
내려오면 차 소리가 들리고 숲길이 끝납니다.
그런데 아차 싶은 일은 쉼터에서 단체사진을 찍었어야했는데
그만 깜빡하고 그냥 내려와서 할 수 없이 민방위교육장 앞
계단에 앉아서 단체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서부터 가로수가 예쁘게 물든 한산한 도심의 길을 걸어
덕양구청 옆길에 들어서면 오늘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단풍이 절정을 이룬
환상적인 터널 길을 만나게 됩니다.
도심 안에 이렇게 예쁜 단풍으로 물든 터널 길이 있을 줄이야...
그리고 거기 오늘의 식당 ‘평안도찹쌀순대전문점’이 나타납니다.
처음엔 저 혼자 이집에 들려 시식을 했는데
우선 순대국밥 치고는 맛이 깔끔해서 괜찮겠다 싶었고
두 번째 올 때는 이달희씨랑 함께 와서 다시 시식을 했는데
이달희씨도 이 정도면 괜찮겠다는 합격점을 주어서 이집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식사시간이 되니 손님들이 많았고 주문해서 가져가는 사람들도
눈에 띄는 걸 보니 이 근처에서는
꽤나 맛이 있다고 소문이 난 집인 것 같았습니다.
우리 회원들을 수용할 수 있는 방이 있고
지하철이 가까워서 편리한 점도 고려했지요.
남학생들은 순대국밥을 싫어하시는 분들이
거의 없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여학생들은 별로 안 좋아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어쩔 수 없이 이 집을 택한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꾸벅!
저의 건배 ‘당신! 멋져!’ ‘멋져! 당신!’ 으로 식사가 시작되었고
식사를 하시면서 많은 분들이 특히 남학생들이 맛있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일단 마음이 좀 놓이긴 했습니다만...
식탁마다 동동주를 시켰는데 동동주를 담는 그릇이 모자라서
술이 나오지를 못하고 먼저 비운 그릇을 가져다가
그 그릇에 술을 담아내오는 것을 보니 아마도 이 식당이
우리처럼 많은 단체손님을 받은 경험이 거의 없는 식당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게다가 저녁손님을 받기위해서 우리가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 주길 바라는 주인아주머니의 태도는 손님에게 대하는 서비스 정신이
부족한 장사들의 얄팍한 속셈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습니다.
식사를 한 후 함대표님의 말씀 중 오늘의 걷기코스를 개발하기까지
이달희 비서실장의 역할이 컸음을 인정하시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그동안 저는 이달희씨를 비서로 대동하고 이 길을 개발했는데
이번의 공로를 인정해서 당장 그 자리에서 비서에서 비서실장으로
승격해 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제부터 이달희씨는 저의 비서가 아니라 ‘비서실장’임을 밝혀두는 바입니다. ㅎㅎ
그리고 오늘 이 길을 걷는 것을 아시고 윤봉수 총무님께서
한가지 제안해 오신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원당역 6번 출구에서 5분정도 거리에 100년의 역사를 지닌
‘배다리 술 박물관’이라는 곳이 있는데 오늘 그곳을 경유해서 걸으면
어떨까하는 의견을 주셨는데 이날 걷는 곳과 방향이 달라서 실행하지 못했습니다.
혹시라도 다음에 기회가 오면
그곳에 꼭 들렸으면 하는 바람으로 여기에 밝혀두는 바입니다.
오늘 걷기를 마치신 후 많은 분들이 ‘참 좋은 길’을 걸었다고
말씀해 주셔서 정말 기뻤고 감사했습니다.
걷는 사람들의 바람을 함 대표님께서는
1) 좋은 날씨
2) 경치 좋고 걷기 좋은 평탄한 길
3) 맛있는 먹거리로 정의하셨습니다.
그런데 오늘 걸은 길이 이 조건을 충분히 만족시켰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만
한가지, 좋은 날씨를 주신 하느님께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경치 좋은 길은 얼마든지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있구요.
평소에 안 먹어봤던 음식은 새로운 미각탐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길이 험해서 혹시 비라도 오면 걷기에 아주 불편하고
위험한 길이 되었을텐데 좋은 날씨 주셔서 편안하고 기분 좋게 걸을 수 있었으니
이보다 더 감사할 수 없는 일이지요.
건강, 배움, 나눔 이 세가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건강이기 때문입니다.
회원님들 모두 건강하고 즐겁게 오늘의 걷기를 마치신 걸 감사드리며...
U자 걷기가 끝나는 3주일 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글 : 박정임, 사진 : 이창조>
박정임 : suhochunsa-7@hanmail.net 019-9162-7286
대한민국 U자 걷기 (제4구간 : 포항 호미곳-부산 해운대 144km)에는
40명의 회원 참가해서 오는 11월 2일(월) 오전 7시 정각에
지하철 양재역 7번 출구- 서초구민회관 앞에서 출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