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거한 아침상 차림 임정민
요즘 가을 꽃게가 한창이다. 아파트 장날에 생선 코너에 꽃게가
싱싱하기에 가격을 물었더니 킬로에 2만 원이라 했다. 그런데 꽃게를 살 때는 주의할 게 있다. 보름게는 굶으면서 활동을 중단하여
살이 빠져 빈껍데기에 가깝고 살도 맛이 없다. 그래서 게를 살 때는 보름을 피하고 그믐께 사는 것이 좋다 한다. 그 생각이 나서 사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토요일에 셋째 네가
오는 날이라 손녀들 좋아하는 로스를 1.5킬로 주문해 놓았는데 느닷없이 할아버지가 수산 시장에 가서 게를 사 오겠다고 하는 게 아닌가?
나는 가을철엔 수케가 맛이 있다고는 하나 아들한테 물어 보고 사는 게 좋을 거라고 아침에 불러서 같이 다녀오시라 했더니
아침에 식구들이 다 같이 몰려왔다. 그 애들은 먹어본 맛이 있어서
러시아 게를 사면 거기서 손질을 하고 쪄서 주기 때문에 맛나게 먹으려면 미리 기다려야 한단다.
밥을 해 놓고 기다리는데 드디어 푸짐한 게 상자가 들어왔다.
식탁 위가 난리 났다. 작은 손녀는 고기를 좋아해서 고기를 구워 먹고 나머지 식구는 러시아 찜 게를 발라먹느라 밥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자그마치 네 마리나 샀다. 마리당 7만 8천 원이라 했다. 손녀를 보자마자 용돈부터 챙겨 준다. 중학생은 10만 원, 초등 5만 원고정이다.
할아버지가 늙어서 돈을 손자를 위해서 쓰지 어디다 쓸 거냐고 했다.
며느리가 오면서 삼각지에 대구탕이 유명한 곳이 있어서 사 왔노라고 그것까지 식탁위에 오르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아들은 어머니가 손이 불편하니 계속 발라 주느라 자기는 먹을 새가 없다. 큰아들 집에 손자가 걸려서 같이 먹자고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았다. 섭섭하였다. 할머니 마음은 맛난 게 있으면 불러서 먹이고 싶어진다. 큰 손자는 기술을 배워 직업 전선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작은 손자는
고 3 올라갈 준비 하느라 바쁘단다. 학교 수업 마치는 길로 학원가서 얼굴 볼 새가 없다. 용돈 떨어져야
할아버지께 용돈 타러 겨우 온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음.)
다 먹고 나니 음식물 쓰레기가 용량 봉투 가득하다. 며느리는 다음 주 김장한다고 딤채에 넣을 빈 김치통을 다 챙겨 가져가고 아들은 로봇 청소기 먼지 털고 작동 테스트 해보고 난 후
이상 없다면서 돌아갔다. 그런데 초등 4학년 작은 손녀가 내 귀에 다 대고 11월 말에 미술 영재 시험 보러 간다고 속삭여 주고 갔다.
이제 다시 기다림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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