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평론 2023년 10월 칼럼
제목 : 어느 꽃다운 여교사의 죽음
저자 : 안재오
어느 꽃다운 여교사의 죽음
교실 천국에서 교실 지옥으로
아이들을 잘 가르치겠다고 희망과 소명감에 불타던 꽃다운 나이의 여교사가 학생 지도 관련된 정신적인 압박감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한 교사가 2023년 7월 18일에 교내 교보재 준비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교권 붕괴로 인한 안타까운 소식 이었다.
그녀가 강남 지역의 초등학교 교사로 임명되고 담임까지 맞게 되었을 때 그녀는 학군 좋은 지역의 교사의 역할이 이렇게 힘들 줄은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작년 처음으로 초등 1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을 때, 이런 감회를 학급 편지에 표현했다. 그녀는 너무나도 착하고 휼륭한 아이들을 만나서 가슴 벅차고 행복한 1년을 보냈다고 적었다.
“순수하고 보석처럼 빛나는 스물일곱 명의 아이들과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앞으로 교직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좋은 아이들과 또 만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자주 하였습니다” 고 감격했다.
그녀는 또 학부모들에게도 감사를 표현했다. 즉 “학부모님들께서 든든히 계셔 주신 덕분에 우리 1학년 X반 공동체가 더욱 빛날 수 있었습니다” 라고도 썼다. 그녀는 또 “1학년 X반의 담임교사일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라고 썼다.
그러나 올해 2023년에도 역시 서이초의 1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으나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거기에는 착하고 훌륭한 아이들 뿐만 아니라 문제아들도 끼어 있었던 것이었다. 작년 그녀의 예상이 불행하게도 다가 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른바 연필사건이다. 학급의 한 학생이 연필로 친구의 가방을 찌른 사건이다.
'연필 사건'은 지난달 12일 A씨의 학급 수업 중에 발생했다. 당시 B학생이 C학생의 가방을 연필로 찌르자, C학생이 연필을 빼앗으려다 자기 이마를 그어 상처가 생겼다. 그러자 C학생의 학부모가 여러 차례 A씨의 휴대전화로 전화했다고 한다. (머니S 23.08.15)
2. 가해자와 피해자 양쪽에서 샌드위치된 교사
이번 교사 사망의 문제는 교권의 붕괴 및 학부모들의 지나친 갑질 때문에 아직 담임 경험이 미숙한 교사가 그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특히 학생 싸움의 가해자 측은 그들이 각각 경찰과 검찰이라는 권력을 이용하여 교사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이다. 즉 가해 학생의 어머니는 자식의 (장래의) 평판을 염려한 나머지 이미 확정인 된 사실을 두고 5번이나 문자를 교사에게 보내어 자꾸 “사실을 확인해 달라” 라고 압박한 것으로 되어 있다. 가해자 B양은 피해자 C군의 이마를 연필로 찔러 흉터를 남겼다.
이쯤 되면 교사는 필요없고 가해자와 그 부모는 피해자를 찾아가서 무릎꿇고 사죄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해자 엄마가 계속해서 사실 확인을 요구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아래의 기사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자기의 아이가 평판이 나빠질 것을 두려워한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사실을 번복하고 싶어한 것이다. 문제는 이를 대한 초년 여교사의 심리상태이다. 분명 말도 안되는 일인데 자꾸 학부모가 보챈다. 이런 부당한 요구는 단 칼에 거부를 해야 하는데 문제는 학부모가 경찰과 검찰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피해자 측으로부터도 압박이 들어 올 수가 있다. 교실 관리를 못했다고 감사청구나 고소 등을 당할 수도 있다. 실제 문제는 가해자 엄마가 사실 관계 확인을 피해자 측에도 요구를 했고 이에 피해자 부모는 화를 냈다고 한다. 거기다가 가해자 엄마는 현직 경찰 간부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자꾸 수사를 하는 듯한 인상을 준 것이다. 죄인이 오히려 칼 자루를 쥔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자식이 학폭 가해자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어머니는 억지를 자꾸 부린 것이었다. 연필로 친구를 찔렀으면 벌을 받고 반성을 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나, 학벌주의 즉 학교 성적이 인생을 결정한다는 제도 하에서는 가해자라는 주홍글씨는 실제로 그 아이의 장래를 망칠 수도 있다.
모든 것이 학벌주의 라는 제도 때문이다. 학부모의 갑질을 비난하는 소리들이 높지만 문제는 학교에서의 실수는 인생에서의 실수라는 공식이 통용되는 한국의 교육 실정에서 가해자 학부모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결국 자식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한 학부모는 교사를 –간접적으로- 죽이고 만 것이다.
이 문제는 학부모들이 교사들에게 전화를 못하게 한다고 해서 풀릴 수 없는 문제이다. 그런 증거로서 서이초의 비극이 일어나고 모든 교원들이 시위를 하고 소위 공교육 멈춤의 행사를 하고 난 직후에도 벌써 3건 이상 교사 자살이 발생한 것을 보면 안다.
경찰에 따르면, 연필 사건이 일어난 지난달 12일 오후 3시 30분쯤 가해 학생 학부모는 A 교사의 업무용 휴대전화 번호로 2차례 전화를 걸었다. 학부모는 통화에서 “아이를 다치게 한 사실이 맞고,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 “피해 학생 학부모에게 사과했고 잘 끝났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시 가해 학생 B양은 피해 학생 C군의 가방을 연필로 먼저 찔렀고, C군이 이를 제지하다 B양에게 이마를 찔렸다고 한다. 이로 인해 C군은 4cm쯤 되는 상처를 입었다. 상처를 확인한 피해 학생 학부모는 업무용으로 쓰이는 어플인 ‘하이톡’으로 A 교사에게 피해 사실을 처음 알렸다. A 교사도 개인 휴대전화를 이용해 양측 학부모에게 사실을 알렸다.
본지 취재 결과, 가해 학생 학부모는 2차례의 전화 이후에도 A 교사에게 5차례 문자를 더 보냈다고 한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에 따르면 가해 학생 학부모는 사건 당일인 12일 오후 9시 1분쯤 A 교사에게 ‘너무 억울하다’ ‘(사건과 관련한) 1번, 2번, 3번, 4번 항목에 선생님이 답변을 해달라’ 등의 문자를 보냈다. 다음 날인 13일 오전에도 A 교사에게 4차례에 걸쳐 하이톡 문자를 보냈다. 문자에는 ‘하이톡으로라도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 ‘가해 학생인 자신의 아이의 평판도 걱정된다’ ‘사실관계 확인되시면 연락 부탁드린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후 A 교사는 피해 학생 학부모에게 “가해 학생 학부모가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한다”며 하이톡 문자를 보냈다. 피해 학생 측 학부모로부터 ‘이게 무슨 상황이냐. 도대체 이게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학교 가서 사과 받아야 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결국 13일 오후 2시쯤 양측 학부모 1명씩과 피해·가해 학생, 인성생활부장 교사, A 교사가 모여 6자 대면을 했다. 가해 학생 학부모 중 어머니는 일정 상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후 오후 3시 40분쯤 A 교사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너무 힘들다”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5일 뒤인 18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은 “가해 학생 어머니는 현재 경찰 간부로 재직 중”이라고 밝혔다. 가해 학생 아버지는 검찰 수사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가해 학생의 어머니는 A 교사에게 자신이 경찰임을 알렸고, 연필 사건 당시 A 교사도 학부모와 직업을 아는 상태였다고 한다. (조선일보 23.08.23)
3. 문제 해결의 단초 – 학벌주의 타도, 경쟁 교육 완전 폐지
이 사건을 계기로 전국의 거의 모든 교사들이 매주말 마다 집회 시위를 했고 또 공교육멈춤 전국 추모집회를 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바로 그 뒤 3건 이상의 교사 자살이 일어 났다. 아무리 교사들과 언론이 맹목적인 과잉보호를 비난해도 문제아의 부모들은 이를 받아 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를 고치기는 커녕 교사를 고치려고 한다. 더 나아가 한번 훈육이나 훈계 등을 하면 몇 년씩 이를 복수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자살한 대전의 20년차 초등학교 교사 A씨는 2019년 1학년 담임을 맡아 다른 학생을 괴롭히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민원을 받았다. 친구를 폭행한 학생을 교장실로 보내자 해당 학생 학부모가 찾아와 “아이들 앞에서 망신을 줬다”며 사과를 요구했고 “무릎을 꿇어라” 고 하며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악성민원과 무고성 아동학대 고소 등의 교권 침해의 상처는 시간이 흐른다고 아무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조선일보 23.09.09)
이처럼 학부모가 자녀의 담임교사를 간접적으로 살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 문제는 학벌주의 혹은 출세지향 교육제도가 사라지지 않으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소위 “내 새끼 지상주의” 라는 말도 있다.
‘내 새끼 지상주의’는 ‘내 새끼’를 철통 보호하고 결사옹위해서 남의 자식을 제치고 내 자식을 이 세상의 안락한 자리, 유익한 자리, 끗발 높은 자리로 밀어 올리려는 육아의 원리이며 철학이다. ‘내 새끼 지상주의’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나의 자식이 겪게 되는 작은 불이익이나 훼손을 견디지 못하고 사회관계망 전체를 뒤흔들어 버린다. 교실에서 벌어지는 아이들 사이의 사소한 다툼이 ‘내 자식’을 편드는 부모의 싸움으로 확전돼 교사를 괴롭히는 사례는 흔하고, ‘내 자식’을 편들며 달려드는 학부모의 태도는 울면서 떼를 쓰는 아이와 같다고 경험 많은 교사는 말했다. (중앙 23.08.04)
이런 학부모들의 내 새끼 지상주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내 새끼가 문제아일 때 우리는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학교에서 문제아, 불량아로 낙인 찍히면 그 애의 인생은 거의 끝난다. 이러니 훈육이니 징계니 하는 말은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내 자식을 이 세상의 안락한 자리, 유익한 자리, 끗발 높은 자리로 밀어 올리려는 육아의 원리이며 철학을 누가 감히 부정하겠는가?
이래서 학부모들의 갑질도 쉽게 비판을 못한다. 내 새끼 지상주의는 어느 계층이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4. 교사 간접 살인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서
위에서 상세히 고찰한 것처럼 공교육의 붕괴, 교권 침해 그리고 이에 따른 교사들의 고통과 자살 문제는 학부모들에게 반성을 촉구하거나 혹은 법을 개정한다 혹은 새로운 법을 만든다 등의 수단으로는 근본적인 치유가 안 된다. 이를 위해서 필자는 교육 공화주의 운동을 펼치고 있다. (edupublic.kr 참조)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
학벌주의 타도, 입시철폐
누구나 서울대 간다
교육기회의 절대 평등
교육의 완전한 국가책임
사교육, 학원 불필요
평생직업보장 전문교육
결혼, 가정, 출산 증가
지방 교육 살리기
국가 부흥
이런 국가적인 시스템의 혁명이 일어나지 않으면 교사들의 비극은 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