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상속포기는 자기를 위하여 개시된 상속의 효력을 상속개시시에 소급하여 확정적으로 소멸시키는 단독의 의사표시이다. 상속포기권을 가지는 자에는 법정상속인뿐만 아니라 포괄적 유증을 받은 자도 포함된다. 이러한 자는 일정한 방식에 따라 가정법원에 상속포기의 신고를 함으로써 상속개시 시에 소급하여 자기에게 상속재산이 귀속하지 않았던 것으로 된다. 따라서 상속포기권의 법적 성질은 형성권이다. _ 우리 민법은 당연상속주의를 따르고 있으므로 상속인이 상속함으로써 오히려 불이익을 받게 되는 일도 있다. 상속재산 중에 적극재산보다 소극재산이 많은 경우에는 상속인에게 상속을 강제하는 것은 자기책임을 원칙으로 하는 근대법의 원리에 반하므로 이와 같은 경우에 상속포기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주1) 상속을 포기함으로써 전혀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처럼 다루어지므로 상속포기를 한 사람은 상속채무를 승계하지 않는다. 주1)
대개의 입법례가 상속포기의 자유를 인정한다(독일 민법 제1945조, 프랑스 민법 제784조, 스위스 민법 제570조, 일본 민법 제938조 참조).
_ 적극적 상속재산이 상속채무보다 많은 때에는 상속을 포기할 필요는 없지만 이런 경우라도 포기는 가능하다. 상속인의 의사에 반하여 상속재산을 강제적으로 귀속시키는 것은 민법의 기본원리에 반하기 때문이다. _ 한편 상속재산 중 적극적 재산이 많은지 소극적 재산이 많은지 불분명한 경우에는 한정승인을 선택할 수 있다. 다만 그 절차가 상속포기에 비하여 번거롭기 때문에 채무의 승계를 원하지 않는다면 상속포기를 하는 편이 손쉽다. _ 상속포기의 자유는 절대적인 것이므로 유언으로 포기를 금하거나 제한하는 경우에도 포기할 수 있다. 또 포기가 도덕적 관념에 반하는 경우에도 그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
_ 상속포기의 의사표시를 대리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다툼이 있을 수 있는데, 법정대리의 경우는 무능력자의 보호를 위해 허용되어야 하고 임의대리의 경우는 법정추정상속인의 일신전속권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으나, 굳이 법정대리의 경우와 달리 해석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상속포기는 순전히 재산상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_ 독일에서는 명문으로 임의대리의 경우에도 허용하고 있다.주2) 다만 법률관계를 분명히 하기 위하여 임의대리인은 공증된 대리권을 필요로 한다. 대리권은 일반적으로 수권되어 있으면 되고 포기의 의사표시를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고 해석되고 있다. 또 대리권은 포기의 의사표시 시에 존재하지 않으면 안된다. 주2)
독일 민법 제1945조 참조.
_ 친권자가 미성년자를 대리하여 포기한 경우, 때에 따라서는 이해상반행위(제921조)가 될 수 있다.주3) 적극재산이 소극재산보다 많은데도 상속인인 친권자가 공동상속인인 미성년 자녀를 대리하여 포기한 경우, 또는 자녀 중 일부만을 대리하여 포기한 경우이다. 그러나 친권자 자신을 포함하여 미성년자 전원을 대리하여 포기하는 것은 이해상반행위가 아니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공동상속인이며 원고(혼외자)의 친권자인 소외인(적모)이 다른 공동상속인이며 미성년자인 원고와 소외인들의 친권자로서 자신의 재산상속을 포기함과 동시에 위 3인을 대리하여 피고(성년인 장남)를 위하여 재산상속을 포기한 행위는 친권자인 소외인과 원고 사이에 혹은 원고와 다른 미성년자인 위 소외인들 사이에 이해상반되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한다.주4) 이 판례는 당해 법률행위의 동기나 실질적인 결과 여하는 관계없이 그 법률행위 자체 내지 외형으로 보아 미성년자에게 불이익이 되는지의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형식적 판단설을 따르고 있다.주5) 이에 대하여 행위의 형식 여하를 불문하고 동기, 연유, 결과 등을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이해상반의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실질적 판단설을 취하는 견해도 있다.주6) 거래의 안전에 해를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실질적 판단설을 취하는 것이 미성년자의 이익에 부합하리라고 본다. 이해상반행위가 되는 때에는 특별대리인을 선임하여야 한다. 주3)
이와는 반대로, 미성년자가 상속을 포기하는 데 있어서 친권자가 미성년자를 대리하는 경우에는 상속포기를 상대방 없는 단독의 의사표시로 보므로 그것을 이해상반행위의 경우라고는 해석할 수 없고, 따라서 법원에 의한 특별대리인의 선임도 필요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김용한, 친족상속법론, 389면 참조.
_ 포기의 의사표시는 일정한 기간 내에 일정한 방식에 따라 가정법원에 포기의 신고를 하여야 한다. 일정한 기간 안에만 포기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상속관계를 빠른기간 안에 종국적으로 확정하기 위한 것이다. 또 상속의 포기는 제3자의 이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가정법원에 포기의 신고를 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따라서 재판 외에서 한 임의의 의사표시는 포기로서의 효력이 생기지 않는다. 다른 공동상속인과 상속포기의 계약주8) 을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주8)
독일에서는 상속인과 피상속인 사이 또는 상속인 간의 계약에 의하여 상속개시 전에도 상속의 승인 또는 포기가 가능하다. Munchener Kommentar zum BGB, Band6(Erbrecht) (Munchen: C.H.Beck, 1989), S.262.
_ 포기는 상속이 개시된 후에만 할 수 있다. 상속개시 전에 포기의 신고가 잘못 수리된 경우에도 효력이 없다. _ 상속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포기의 신고를 하여야 한다. 이 기간은 일종의 제척기간이지만 불가항력으로 포기의 신고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기간의 진행이 정지된다고 보아야 한다.주9) 3월의 기간을 두는 것은 상속인이 승인이나 포기의 결정을 하기 위하여 상속재산의 상태를 조사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주10) 주9)
독일 민법은 포기기간을 6주 이내로 하고 있다. 또 우리 민법과는 달리 기간 연장을 청구할 수도 없다.
_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이란 상속개시 후 상속인이 자기를 위하여 상속이 개시된 것을 안 때로부터 3월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주11) 문리해석하면 단순히 피상속인이 사망한 것을 안 때가 기산점이 되지만, 이렇게 해석하면 자기가 상속인임을 알지 못하는 상속인에게는 예상하지 못했던 불이익을 미치게 되므로 위와 같이 해석하여야 한다. 따라서 사실의 오인 또는 법률의 부지로 인하여 자기가 상속인이 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을 때에는 3월의 기간은 진행하지 않는다.주12) 상속인이 수인일 때에는 각 상속인에 대하여 기산점을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상속인이 포기기간 만료 전에 승인 또는 포기의 의사표시 없이 사망한 때에는 그의 상속인이 자기를 위하여 상속이 개시된 것을 안 때로부터 기산하여야 한다(제1021조).주13) 또한 상속포기권은 상속성을 가지므로주14) 상속인이 포기기간의 만료 전에 사망한 때에는 그 지위는 사망한 상속인의 상속인이 승계한다. 따라서 사망한 상속인의 상속인은 사망한 상속인의 포기권과 고유의 포기권을 함께 행사할 수 있다. 사망한 상속인의 상속인이 수인일 때에는 각자의 상속분에 응하여 포기할 수 있다. 그리고 상속인이 무능력자인 때에는 그의 법정대리인이 무능력자를 위하여 상속이 개시된 것을 안 때로부터 기산하여야 한다. 주11)
독일 민법에서는, 이 기간은 상속인이 상속재산의 귀속 내지는 상속자격 취득원인을 안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규정한다(제1944조).
_ 상속포기는 승인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하여야 한다. 3월의 고려기간(제1019조 제1항)이 경과하거나, 한정승인을 했거나, 상속재산의 처분 등으로 단순승인의 효력이 발생하였을 때(제1026조)에는 포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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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3월의 고려기간이 경과하면 포기의 신고가 설사 수리된 때에도 효력이 없다. 그러나 이 기간 안에 의사결정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때에는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은 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제1019조 단서). 따라서 재산상태를 쉽게 파악할 수 없거나 공동상속인 사이에 협의가 어려운 경우 등에는 연장을 청구할 수 있다. 여기서 이해관계인이란 상속인 뿐만 아니라 포기로 인하여 상속관계가 확정되는 데 법률상의 이해관계를 가지는 자를 의미한다. 예컨대 피상속인의 채권자 등을 말한다.
_ 포기는 단순히 의사표시만으로는 그 효력이 발생하지 않고 일정한 기간 안에 가정법원에 포기의 신고를 하여야 한다.주15) 이 신고는 보고적 신고가 아니고 창설적 신고이다. 그렇지만 포기의 의사표시는 절차법 상의 행위는 아니고 실체법에 터잡은 의사표시이다. 주15)
독일 민법에서 규정하는 포기의 방식도 유산재판소에 대한 의사표시에 의하도록 한다(제1945조). 대개의 입법례가 이러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_ 포기의 표시는 상속인이 될 의사가 없음을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반드시 포기라는 용어를 쓰지 않아도 무방하다. 예컨대 상속을 승인하지 않는다는 표시를 하여도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주16) 주16)
Munchener Kommentar, a.a.O., S.257.
_ 포기자는 상속개시지의 가정법원에 신고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이 때 한정승인의 경우와는 달리 재산목록을 작성하여 제출할 필요는 없다. 신고서에는 피상속인의 성명과 최후의 주소, 피상속인과의 관계,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 포기를 하는 뜻을 기재하여 기명날인하여야 하고, 신고인 또는 대리인의 인감증명서를 첨부하여야 한다(가사소송규칙 제75조). _ 공동상속의 경우에는 상속포기는 상속인 각자가 개별적으로 할 수 있다. 공동상속의 경우 상속인 전원이 공동으로만 포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입법례도 있지만, 우리 민법은 그런 제한이 없으므로 상속인 가운데 일부만 포기할 수도 있다. 예컨대 공동상속인의 일부가 한정승인을 하고 일부는 포기할 수도 있다. 또 상속재산을 공동상속인 가운데 특정인에게 집중시키기 위하여 포기할 수도 있다. _ 공동상속인의 1인이 상속포기의 신고를 한 경우에 다른 공동상속인에게 통지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이것은 다른 공동상속인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입법론적으로는 재고하여야 한다.주17) 주17)
독일 민법 제1953, 1957조 참조.
_ 포기신고서에는 피상속인의 성명과 최후 주소, 피상속인과의 관계,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 상속의 포기를 하는 뜻을 기재하여 신고인 또는 대리인이 기명날인하여 신고하여야 한다. 그러나 포기의 이유는 기재할 필요가 없다. _ 포기는 신고의 수리라는 심판에 의하여 성립한다(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라류사건 제28호). 포기신고자가 신고서 제출 후 수리전에 사망한 경우에는 수리할 수 없다. 이 경우에는 제1021조의 적용을 받는다. 즉 사망한 자의 상속인이 자기의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이내에 포기나 승인의 신고를 하게 된다. _ 포기의 신고를 한 이상은 3월의 기간 내라고 할지라도 이를 취소하지 못한다. 다만 총칙의 규정에 의한 취소는 할 수 있다(제1024조). 가정법원은 포기가 진의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인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본인의 출석을 요구하여 심문할 수 있다(가사소송규칙 제45조). 경우에 따라서는 포기신고서가 제3자에 의하여 자의로 작성되거나 또는 부당한 압력에 의하여 작성될 수 있으므로 위의 확인 과정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포기신고가 수리되었다고 해서 포기의 유효, 무효가 종국적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포기신고가 위조된 것을 이유로 포기가 무효임을 판시한 사례가 있다.주18) 주18)
_ 포기기간이 경과한 이후에 이루어진 포기신고는 무효로 되고 상속개시 전에는 포기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또 포기신고 무효확인소송에서 검사는 피청구인적격이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검사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은 민법 또는 인사소송법 등 법률에 특별히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한다.주19) 주19)
_ 포기의 신고를 각하한 심판에 대하여는 즉시 항고를 할 수 있지만, 수리심판에 대하여는 즉시 항고를 할 수 없다. _ 상속포기가 효력을 발생하기 위하여는 형식적으로 신고가 수리될 뿐 아니라 실체적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실체적 요건을 결여하는 경우는 무효 또는 취소의 문제가 생긴다. 실체적 요건으로는 법정의 방식을 갖출 것, 포기자가 상속인일 것, 신고가 법정의 기간 내에 있을 것, 진의에 의한 의사표시일 것, 법정단순승인으로 볼 사실이 없을 것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가정법원이 이러한 요건을 어느 범위에서 어느 정도까지 심사할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일본의 학설은 세가지로 갈려 있다.주20) 제1설은 가정법원은 수리심판에서 실질심사를 할 수 있다는 견해이다. 현재의 다수설이다. 그 근거로서 드는 것은 첫째 심판절차에서 심리는 직권조사주의에 의하여 신고자가 자기의 이익을 옹호할 기회가 충분히 부여되고 있는 점, 둘째 장래 초래할 수 있는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점이다. 제2설은 가정법원은 신고서 자체나 신고인을 심문한 결과에 따라서 신고의 실질적 요건을 결여하고 있는 것이 명백히 드러나는 경우에 한하여 신고를 각하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견해이다. 즉 실질적 요건을 명백히 결여하고 있는가의 여부는 심리의 대상이 된다고 한다. 이 견해는 실질적요건을 명백히 결여하는 것의 기준을 분명히 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제3설은 가정법원은 실체적 요건을 심사판단할 수 없다는 견해이다. 실체적 심사를 한다고 해도 확정력이 없어 실익이 없으므로, 신고서 자체에서 상속인으로 칭하는 자가 고려기간 내라고 하는 기간 내에 포기의 신고를 한 것인가의 여부만 심리하면 족하다는 견해이다. 현실적으로 가정법원이 조사를 한다고 해도 이것은 다만 후견적 역할일 뿐으로 실질적 요건을 결여해도 수리를 거부할 수 없다고 한다. 위의 세 견해 중 실체적 진실과 상속관계의 조속한 안정이라는 양면을 고려하여 제2설이 타당하다고 본다. 주20)
_ 민법 제1041조에 의한 상속포기를 법률상의 상속포기라고 일컫는 데 대하여 다른 수단에 의하여 이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을 사실상의 상속포기라고 한다. 현실적으로는 법률상의 포기보다 사실상의 포기가 더 많이 이용된다. 그 유형은 다음과 같다. 가. 상속분 양도 내지 상속분 포기에 의한 방법 _ 상속인이 상속재산의 분할 이전에 그 상속분을 다른 상속인에게 무상으로 양도하는 것에 의하여 그 상속인은 상속을 포기한 것과 유사한 법적 지위에 서게 된다. 상속재산의 분할이 있기 전이면 상속포기의 고려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가능하고 일정한 방식을 요하지 않으며, 그리고 특정의 상속인에 대한 증여인 점에서 법률상의 상속포기와 다르다. 한편 양도한 상속인은 이로 인하여 상속채무를 면하는 것으로는 볼 수 없으므로주21) 법률상의 상속포기와는 다르다. 주21)
이 경우 상속채권자의 보호를 위하여 병존적으로 채무를 인수한다고 보아야 한다. 김주수, 친족상속법, 544면 참조.
_ 상속인이 일단 상속한 후 그 상속분을 포기하면 그 자의 상속분은 다른 공동상속인에게 귀속하기 때문에 상속분 포기에 의하여 법률상의 상속포기가 있는 것과 유사한 법률상태를 발생시킬 수 있다. 권리의 포기는 권리자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으므로 상속분의 포기도 상속인의 자유이다. 상속분의 포기도 일단 상속한 후에 상속재산의 분할 전이면 고려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허용되고 일정한 방식을 요하지 않는 점에서 상속분의 양도와 같지만 법률상의 포기와는 포기의 소급효가 없는 점에서 다르다. 한편 포기한 상속분이 다른 공동상속인에게 귀속하는 점에서는 법률상의 상속포기와 유사하다. 상속채무에 관하여는 포기가 허용되지 않는 점에서 법률상의 상속포기와 다르고 상속분의 양도와도 차이가 있다.
나. 상속분을 '0'으로 하는 상속재산의 분할 협의 내지 특별수익산정의 방법 _ 상속재산의 분할은 상속분에 응하여 하는 것이지만, 상속인 사이에 합의가 있으면 그와 다른 비율의 분할도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상속인이 자기의 상속분을 영으로 하는 분할을 하면 그 상속인은 상속을 포기한 것과 유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분할 협의의 성질에 관하여 일본에서는 상속인에 의한 상속분의 변경으로 보는 견해와 상속인 사이의 증여(상속분 양도) 내지는 상속인에 의한 상속분 포기로 보는 견해가 있다.주22) 일본 판례는 후자의 견해를 취하고 있다. 주22)
산본정헌, 전게논문, 4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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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일부의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생전에 이미 자기의 상속분을 초과하여 증여받았기 때문에 현실의 상속에서는 상속분은 '0'이라는 분할의 방법에 의하여도 위와 같은 결과로 된다. 단적으로 상속분을 '0'으로 하는 분할의 적법성에 대한 의문에서 이 방법이 이용되어 왔다고 한다. _ 위의 두 가지 방법은 고려기간이 경과하여서 상속포기가 허용되지 않는 경우에 그에 갈음하는 편법으로 고려된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고려기간 내에도 많이 이용된다.
다. 기타의 방법 _ 상속재산을 분할하면서 재산을 집중시킬 상속인의 취득재산을 부당히 낮게 평가하고 다른 상속인의 취득재산을 부당히 고가로 평가하여 평가액상으로는 상속분에 응한 분할로 하는 방법, 상속재산의 전부를 특정의 상속인에게 취득시키고 그 자는 다른 공동상속인에 대하여 상속분에 상응하는 채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분할협의서를 작성하고, 그 후 특정의 상속인에 대하여 다른 공동상속인이 채무면제의 의사표시를 하는 방법, 상속재산의 분할 후에 상속재산을 증여하는 방법, 법형식적으로는 공동상속의 형태를 취하면서 상속인의 일인이 배타적으로 상속재산을 관리, 보유하고 다른 공동상속인이 하등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 것에 의한 방법 등이 있다.
_ 상속의 포기는 상속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그 효력이 있다(제1042조). 상속을 포기하면 상속개시로 인하여 당연히 발생한 상속의 효력, 즉 상속재산에 속한 모든 권리의무의 승계는 부인되고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과 같은 효력이 생긴다. 이것을 포기의 소급효라고 한다. 따라서 포기자는 상속개시 시부터 전혀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다루어 진다. _ 포기의 효력에 이처럼 소급효를 인정하는 취지는 상속개시 후 포기의 심판이 있기까지는 다소의 경과기간이 있기 마련인데, 포기의 소급효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경과기간 중에는 포기자가 상속한 것으로 되어 포기라는 제도를 둔 취지에 반하기 때문이다. _ 포기가 있으면 혼동에 의하여 소멸한 채권관계는 소멸하지 않았던 것으로 되고, 포기자는 상속채무를 면한다. _ 포기자가 단독상속인인 때에는 포기로 인하여 차순위상속인이 상속개시가 있은 때로부터 상속인이었던 것으로 된다. 예컨대 피상속인에게 자와 손이 있는 경우, 상속인인 자가 상속을 포기하면 손이 상속인이 된다. 또 차순위상속인이 수인인 경우 그 중 선순위상속인의 상속포기 당시 이미 사망한 자가 있으면 대습상속이 된다. 대습상속인은 상속개시 시에 생존해 있으면 되고 포기시에 생존해 있을 필요는 없다. 포기의 소급효를 인정하는 이상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_ 공동상속인 중 포기한 자가 있는 때에는 나머지 공동상속인만 상속개시 시부터 상속인이었던 것으로 된다. _ 포기자가 상속개시 후 포기 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하면 통상 단순승인으로 되므로(제1026조 참조) 거래의 상대방은 선의취득의 여부를 묻지 않고 완전한 권리를 취득한다.주23) 주23)
상속개시 후 포기 전에 상속인으로서 제3자와 한 법률행위가 단순승인의 사유가 되지 않는 경우에는 어떻게 볼 것인지 의문이다. 이에 관하여 그와 같은 법률행위까지도 소급해서 효력을 상실하도록 한다면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가 될 것이므로, 그 경우에는 제115조의 무권대리에 관한 규정을 유추하여 해결하는 것이 좋다는 견해가 있다. 김용한, 친족상속법론, 390면; 양수산, 친족상속법, 662면 참조.
_ 포괄적 유증을 받은 자가 상속을 포기하면 상속재산은 법정상속인에게 귀속한다. 그러나 포기한 상속인이 증여나 특정적 유증을 받은 경우에는 그 권리는 포기에 의하여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다. 포기를 한 상속인은 상속인의 자격을 잃게 되는 데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증자 또는 유증받은 자인 공동상속인의 일인이 상속을 포기하였을 때에는 그 증여 또는 유증은 반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또 보험계약에서 보험금수령인으로 지정된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더라도 보험금청구권은 상실하지 않는다. 이 보험금청구권은 상속재산이 아니라 포기한 상속인의 고유재산으로 보기 때문이다.주24) 주24)
_ 포기의 효력은 등기의 유무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예컨대, 포기상속인의 채권자가 포기 후, 상속재산인 미등기의 부동산에 관하여 포기상속인도 상속한 것으로 해서 대위에 의한 소유권보전등기를 하거나 지분에 대하여 가압류의 등기를 해도 그 등기는 무효이다. 또 채권자대위에 의한 상속등기 후 공동상속인의 일부가 상속포기를 한 경우에는 반드시 상속등기를 말소하고 다시 잔여의 상속인에 의하여 상속등기를 할 필요는 없고, 잔여의 상속인이 포기자에 의하여 그 지분의 이전등기를 청구할 수도 있다.주25) 주25)
일본 판례가 이러한 견해를 보인다. 산본정헌, 전게논문, 408면.
_ 상속을 포기한 자는 상속개시 시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다루어 지지만, 그 포기로 인하여 상속인이 된 자가 상속재산을 관리할 수 있을 때까지 그 재산의 관리를 계속할 의무를 부담한다(제1044조). 이들 사이에는 위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할 수 있을 것이다.주26) 독일 민법에는 포기자에게 이러한 권리의무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주27) 주26)
독일 민법에서는 상속의 승인이 있기 전까지는 상속재산의 관리의무는 유산재판소가 부담하고, 상속포기 후에는 포기자에게 우리 민법에서 규정하는 바와 같은 관리의무도 없다(제1960조, 제1959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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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상속포기의 수리심판이 있어도 가정법원은 포기로 인하여 상속인이 된 자에게 그 사실을 통지할 의무는 없다. 이것은 입법적론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상속인이 된 사실을 알지 못하여 상속재산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할 우려가 있고, 또 포기로 인하여 새로 상속인이 된 자의 고려기간의 기산점을 분명히 할 수 없는 점에서 통지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을 두는 것이 좋겠다. 독일에서는 이러한 취지의 규정 외에도 이해관계인은 포기가 있었는지의 여부를 열람할 수 있도록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주28) 주28)
_ 상속을 포기한 자는 그 포기로 인하여 상속인이 된 자가 상속재산을 관리할 수 있을 때까지 그 재산의 관리를 계속하여야 한다(제1044조). _ 상속을 포기하면 그 소급효에 의하여 포기자는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다루어지므로 상속재산과는 전혀 관계없는 지위에 서게 된다. 그 결과, 상속재산을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게 되면 다른 공동상속인, 차순위상속인, 상속채권자, 수유자 등에게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다. 그래서 상속포기를 한 자에게 일정 기간 동안 상속재산을 관리할 법적 책임을 부과한 것이다. _ 여기서 포기로 인하여 상속인이 된 자가 상속재산을 관리할 수 있을 때란 동순위의 상속인이 있는 경우는 자기가 상속인임을 알고 실제로 관리할 수 있을 때를 의미하며, 동순위의 상속인이 없는 때에는 차순위의 상속인이 확정되어 실제로 상속재산을 관리할 수 있을 때를 가르킨다. 단순히 상속인이 확정된 때가 아님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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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상속재산의 관리에 관하여는 제1022조의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즉 상속인은 그 고유재산에 대하는 것과 동일한 주의로 상속재산을 관리하여야 한다. 여기서 고유재산에 대하는 것과 동일한 주의란 해당 포기자의 관리능력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보통인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포기자는 타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것이므로 선관주의의무를 부담시킬 수도 있으나, 포기자는 자기의 의사로 상속한 것이 아니고 본래 관리의 책임자도 아니기 때문에 선관주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지나치다. 따라서 제1022조를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관리를 소홀히 하여 상속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에는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고 부정행위를 한 때에는 법정단순승인으로 될 수 있다. _ 관리의 범위는 부재자의 재산관리에서와 마찬가지로 재산을 보존하는 데 필요한 범위에 한정된다. 관리에 드는 비용은 상속재산에서 부담한다. _ 법원은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상속재산의 보존에 필요한 처분을 명할 수 있다(제1023조의 준용). 즉 처분금지, 점유이전금지, 환가, 재산목록의 제출 등을 명하는 처분을 할 수 있고 필요한 때에는 재산관리인을 선임할 수도 있다. _ 포기자와 포기로 인하여 상속인이 된 자의 관계에는 위임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하면 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즉 포기자는 관리의 상황을 보고해야 하고, 상속재산을 상속인에게 인도하여야 한다. 또 관리에 든 비용은 이자를 붙여 상속인에게 청구할 수 있고, 관리 중에 채무를 부담한 때에는 변제 또는 담보의 제공을 청구할 수 있다.
_ 상속인이 수인인 경우에 어느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한 때에는 그 상속분은 다른 상속인의 상속분의 비율로 그 상속인에게 귀속한다(제1043조). _ 이 규정은 공동상속인 중에서 포기한 자가 있는 경우에 그 상속분은 어떻게 귀속하는가를 밝히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상속인이 수인인 경우'와 '다른 상속인의 상속분의 비율'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해석상 분명하지 않다. 또 이와 관련하여 상속포기가 대습상속의 원인이 될 수 있는지의 여부도 문제된다. _ 포기한 상속인의 대습상속인이 그 상속재산을 상속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 대하여는 부정하는 견해가 지배적이다.주29) 민법은 대습상속사유로서 피상속인의 사망 또는 결격만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상속인의 포기가 대습상속사유가 될 수 없음은 규정 상 명백하다. 또 포기자는 상속이 개시된 때에 이미 상속인이 되어 있고 따라서 포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대습상속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 왜냐하면 대습상속의 사유는 상속개시 전에 발생하여야 하기 때문이다(제1001조). 프랑스 민법에서는 이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제787조). 주29)
이근식·한봉회, 신친족상속법, 267면; 김주수, 주석친족상속법, 548면. 입법론적인 관점에서 대습상속을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로는, 김용재·정범석, 한국친족상속법, 271면 참조.
_ 공동상속인 가운데 혈족상속인이 포기한 경우에 생존배우자는 어떠한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인지 해석상 문제가 있다. 예컨대 2인의 자와 처를 남기고 사망한 자에게 700만원 상당의 상속재산이 있다면 특별히 유언이 없으면 처 300만원 2인의 자가 각각 200만원씩 상속하게 된다. 이 경우 차남이 상속을 포기하면 그 상속분은 처와 장남에게 어떻게 귀속하게 되는지 해석이 갈릴 수 있다. _ 제1설은 처의 상속분은 영향을 받지 않고 차남이 포기한 몫은 장남이 상속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장남은 400만원을 받게 된다.주30) 주30)
이 학설에서는 '상속인이 수인인 경우'라는 것은 제1순위의 상속인인 직계비속이라든가 제3순위의 상속인인 형제자매가 수인인 경우를 의미하며 '다른 상속인'중에는 유처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한다. 김용한, 친족상속법론, 390면; 이근식·한봉희, 신 친족상속법, 267면 참조.
_ 제2설은 차남이 포기한 200만원은 처의 상속분 300만원, 장남의 상속분 200만원의 비율에 응하여 분배한다. 결국은 처가 120만원, 장남이 80만원을 더 가지게 된다.주31) 주31)
이 학설에 의하면, 혈족인 상속인과 유처를 구분함이 없이 동등하게 취급을 하여 포기한 상속분을 각자의 상속분에 맞게 분배해야 된다고 한다. 권 일, 한국친족상속법, 215면; 정광현, 신친족상속법요론, 376면 참조.
_ 제3설은 차남이 포기한 200만원에 대하여는 처음부터 차남이 없던 것으로 하여, 처와 장남의 상속분의 비율에 의하여 즉 처 5분의3 장남 5분의2의 비율에 의하여 결국 처가 420만원 장남이 280만원을 상속하게 된다.주32) 주32)
이 학설은 포기한 상속인을 제외하고 상속이 처음부터 개시되었다고 보고, 각자의 상속분의 비율에 따라 분배해야 된다고 한다. 김주수, 주석친족상속법, 548면; 임정평, 한국친족상속법, 364면; 양수산, 친족상속법, 664면 참조.
_ 이 세가지의 견해를 통해 볼 때 제2설과 제3설은 결과에 있어서 차이가 없으므로 크게 보면 두 견해의 대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문제의 핵심은 배우자 상속권을 혈족상속권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에 있다. 배우자상속권을 강화하려는 견지에서는 제2설이나 제3설을 취하게 되고 혈종상속권을 중시하려는 견지에서는 제1설을 지지하게 된다. 상속의 소급효를 규정하고 있는 제1042조의 관계에서 볼 때는 제3설이 합리적이다. 제1설은 현행법의 해석론으로서는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다른 공동상속인의 상속분의 5할을 가산한 것을 배우자의 상속분으로 하도록 하는 제1009조 제2항의 규정에 어긋날 뿐 아니라 또 현행법이 혈족상속인과 배우자상속인을 명확히 구별하지 않고 공동상속인으로서 함께 다루고 있는 점에서(예컨대 상속재산의 분할에 관한 규정 등) 근거가 미약하다. 다만 입법론적으로는 고려의 여지는 있다. _ 상속인인 직계비속이 상속개시 전에 직계비속 갑과 을을 남기고 사망한 경우에 그 직계비속이 대습상속을 하게 되는데, 그 중 갑이 포기를 하면 갑의 상속분은 누구에게 구속하는지 의문이다. 이 경우도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취지에서 처음부터 을만 있었던 것으로 봐서 을이 갑의 상속분을 전부 취득한다고 볼 것이다. _ 상속을 포기하는 때에 특정인을 위하여 상속을 포기할 수 있는 지의 여부에 대하여는 명문 규정은 없으나 부정되어야 한다. 상속포기의 효과는 일종의 강행규정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이다. 또 이를 인정할 실익이 없다. 자기의 상속분을 특정인에게 주려는 경우에는 상속분의 양도에 의한 방법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주33) 또 그 밖의 사실상의 상속포기의 방법에 의해서도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주33)
상속분의 양도는 공동상속인에 대하여는 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김용한, 친족상속법론, 391면. 프랑스 민법에서는 이러한 경우 상속을 승인한 것으로 본다(제780조 참조).
_ 포기는 재산적 효과를 가져오는 의사표시이므로 총칙편의 취소사유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포기한 이상, 3월의 기간 내라고 할지라도 이 사유가 없는 한 임의로 취소할 수 없다(제1024조). 만약 취소를 인정하면 이해관계인의 신뢰를 배반하게 되어 심한 폐해가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포기신고가 수리되기 전까지 그 신고를 취하하는 것은 가능하다. _ 미성년자나 한정치산자가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포기한 때, 금치산자가 포기한 때, 사기나 강박에 의하여 포기한 때에는 취소권자가 그 포기를 취소할 수 있다. 취소권자는 무능력자, 하자있는 의사표시를 한 자, 그 대리인 또는 승계인이다. 사기나 강박에 의한 포기를 취소하는 경우에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제110조의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는 규정은 상속의 포기와 같은 신분행위에는 적용이 없다고 해석하므로 취소로서 선의의 제3자에게도 대항할 수 있다고 본다. 착오에 의하여 포기한 경우에도 내용의 착오인 때에는 취소할 수 있지만, 동기의 착오인 때에는 내용의 착오와 동일시할 수 있는 정도인 때에 한하여 취소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주34) 주34)
Munchener Kommentar, a.a.O., SS.283-286 참조.
_ 취소의 방법에 대하여는 민법에 규정이 없지만 포기의 신고가 수리된 가정법원에 취소신고를 하여야 한다. 이 때 가정법원은 전에 수리한 신고를 취소하는 심판을 해야 하는지, 또는 그것과는 별개로 포기의 취소심판을 병존적으로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취소심판도 역시 확정력이 없으므로 뒤의 견해가 타당하다. 포기나 그 취소에 대하여 다툼이 있는 때에는 포기에 무효원인이 있는 때와 마찬가지로 별개의 소를 통하여 주장할 수 있고, 또 다른 소의 선결문제로서 다툴 수도 있다. _ 포기를 취소한 후 아무런 의사표시가 없으면 단순승인으로 되지만 포기의 취소 후 지체없이 한정승인의 신고를 하면 그 수리심판에 의하여 효력이 생긴다.주35) 3월의 고려기간이 경과했다고 해서 당연히 단순승인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주35)
독일 민법에서는 포기를 취소하면 승인으로 보지만(제1957조), 반드시 상속인이 무한책임을 지게 되는 것은 아니고 유산관리명령 등의 방법에 의하여 한정책임을 질 수도 있다(독일은 우리나라의 한정승인제도와는 다른 상속인의 책임제한제도를 두고 있다).
_ 취소기간은 통상의 의사표시의 취소와는 달리 그 기간이 단축되어 있다. 추인할 수 있는 날로부터 3월, 포기한 날로부터 1 년 내에 취소권을 행사해야 한다(제1024조). 상속으로 인한 재산관계를 조속히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다. _ 상속포기는 조건이나 기한을 붙여서 할 수 없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상속재산의 귀속이 불분명해 질 뿐 아니라 상속관계를 한층 복잡하게 하므로, 상속관계를 조속히 확정하려는 상속포기제도에 반하게 된다. 또한 상속포기는 제3자의 이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건이나 기한을 붙인 상속포기는 무효로 된다.주36) 주36)
독일 민법에서는 이러한 취지의 명문 규정을 두고 있다(제1947조). Munchener Kommentar, a.a.O., SS.262-264 참조.
_ 상속의 일부포기도 무효이다.주37) 상속의 승인과 포기에는 불가분의 원칙이 적용된다. 상속재산이나 상속분의 일부 또는 개개의 구체적인 상속재산에 한정하여 승인 또는 포기를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유류분을 유보하고 상속을 포기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주38) 공동상속인의 일인이 다른 공동상속인을 위하여 상속의 일부를 포기하고자 하는 때에는 상속분의 양도, 상속분에 따르지 않은 다른 상속인에게 유리한 협의분할 등에 의한 사실상의 상속포기의 방법으로 할 수 있을 뿐이다. 주37)
독일 민법에는 명문의 규정이 있다. 승인과 포기는 상속의 일부에 한정하여 할 수 없다. 일부의 승인 또는 포기는 효력이 없다(제1950조 참조).
_ 공동상속인의 일인이 포괄적유증을 받은 경우에 지정상속인으로서 상속을 포기하고 법정상속인으로서 상속을 승인하는 것은 가능한지 의문이다. 이러한 경우는 상속자격취득원인이 경합하는 것으로, 불가분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가능하다고 본다.주39) 주39)
독일 민법 제1948조, 제1951조 참조.
_ 그 밖의 무효원인으로는 신고서가 위조된 경우, 신고기간이 경과한 후에 이루어진 포기신고, 승인으로 볼 사실이 있는 경우, 상속인 아닌 자가 한 신고 등이 있다.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 자는 포기자 뿐 아니라 다른 공동상속인, 상속채권자 등의 이해관계인도 포함한다. _ 포기의 무효에 관하여 민법에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실체적 요건을 결여하는 경우에는 별개의 소를 통하여 무효를 주장할 수 있고, 또 다른 소의 선결문제로서 당연무효를 주장할 수도 있다. 그 근거로, 수리심판이 권리관계를 종국적으로 확정하는 작용이 없고 또 수리심판에 대하여 불복신청의 방법이 없는 것을 들 수 있다.
_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거나 상속권을 주장하는 자가 없어서 상속인의 부존재가 성립하면(민법 제1053조 이하 참조), 일정한 청산절차를 거쳐 잔여재산은 국가에 귀속한다. 그런데 1990년 민법을 개정하면서, 상속권을 주장하는 자가 없는 때에는 가정법원은 피상속인과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자, 피상속인의 요양간호를 한 자 기타 피상속인과 특별한 연고가 있던 자의 청구에 의하여 상속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분여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제1057조의2). _ 특별연고자가 될 수 있는 자에는 사실혼관계의 배우자, 사실상의 양자, 인지되지 않은 혼인외의 출생자, 계친과 계자,주40) 피상속인을 요양간호한 자, 기타 피상속인과 특별한 연고가 있던 자이다. 특별연고자로 인정되기 위하여는 피상속인이 유언을 했더라면 유증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자, 피상속인과 혈족관계나 인척관계에 있는 가까운 자, 피상속인과 동거하고 있던 자, 피상속인과 깊은 교재가 있던 자 등이 그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형식적으로는 이러한 범주에 드는 자라고 해서 누구나 특별연고자로서 상속재산의 분여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정법원에서 특별연고자로 인정되었을 때 비로소 특별연고자가 출현하는 것이다. 즉 특별연고자의 지위는 가정법원의 재량에 의한 심판에 의하여 비로소 형성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상속인이 갖는 상속권이 일정한 신분에 기인하여 당연히 권리로서 미리 인정되고 있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주40)
구 민법에서는 계모자관계는 법정친자관계로 규정하였으므로 상호간 상속권이 있었지만, 현재는 인척관계이므로 상속권이 없다. 계부자관계는 구 민법에서도 법정친자로 인정되지 않았다. 한편 외국의 입법례 가운데에는 계자도 계친의 상속인이 될 수 있는 것도 있다. Cf. M.Mahoney, Stepfamilies in the Law of Intestate Succession and Wills, U.C.Davis Law Review, Vol.22(1989), p.921.
_ 재산분여의 청구가 인용되면 청구인에게 상속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가 분여된다. 상속재산 중 현물이 분여되는 것이 보통이겠지만, 이를 환가하여 그 대금을 분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특별연고자는 상속인이 아니므로 상속채무 등의 의무는 승계하지 않는다.주41) 주41)
_ 특별연고자가 상속재산을 분여받은 경우에 상속세의 납부의무를 지는 것인지 문제된다. 상속세법에 의하여 상속세의 납부의무자는 상속인 및 수유자이다(제18조). 특별연고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특별연고자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상속인도 수유자도 아니므로 상속세의 납부의무자가 아니다. 따라서 현행 상속세법으로는 특별연고자에게 상속세를 부과할 수 없다.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에 의하여 그러하다. 그러나 상속인과 수유자에게 상속세의 납부의무를 지우면서 특별연고자에게는 상속세에 준하는 세금을 전혀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특별연고자도 무상으로 재산을 취득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상속세법의 개정이 민법이 개정된 1990년 이후에도 있었지만 민법에 신설된 특별연고자제도에 대한 세법상의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세법에 아직 반영이 안된 것으로 생각한다. 한편 특별연고자로서 상속재산의 분여를 받으려면 4촌 이내의 방계혈족도 없어야 하므로 실제로 문제되는 사례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법 상 무시하는 것은 조세의 형평을 고려할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상속세법 제18조의 규정을 개정하든지 또는 제18조의2를 신설하여 특별연고자를 상속세의 납부의무자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 참고적으로 일본의 경우를 예로 들면, 특별 연고자가 상속재산을 분여받은 때에는 유증을 받은 것으로 간주하여 상속제의 납부의무자로 규정하고 있다(상속세법 제3조의2). 우리 민법의 특별연고자제도도 일본 민법을 참고하여 도입한 것이란 점에서 일본이 상속세법의 검토는 도움이 될 것이다. _ 상속의 포기와 관련하여 상속세법 상 또하나 문제되는 점은 추정상속인의 납세의무에 관한 것이다(상속세법 제15조). 상속인이 확정되지 아니한 경우 즉 상속인의 취소에 관한 재판의 확정전이거나 상속의 승인 또는 포기 전이라도 필요에 의하여 그 추정상속인에게 상속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판례에서도 피상속인의 사망 당시 그 직계비속이 없었다 하여도 6촌이내의 방계혈족(구 민법에서는 8촌 이내의 방계혈족까지 법정상속인. 현재는 4촌까지)이 국내에 살고 있었다면 이 때 이미 상속세를 부과할 요건이 구체적으로 충족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주42) 국세채권의 확보와 징수의 편의를 위하여 둔 규정으로 보인다. 상속인은 상속이 개시되어 자기가 상속인이 된 것을 안 때로부터 3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상속포기의 신고를 할 수 있고, 상속포기에는 소급효가 있어서 상속이 개시한 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게 된다. 포기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나면 상속을 단순승인한 것으로 본다(민법 제1026조). 포기기간안에 상속세를 부과하였지만 추정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한 때에는 경정절차를 밟아야 한다. 상속을 포기한 자는 상속세의 납부의무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주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