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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생태마을 ‘크리스탈 워터스’ 해외연수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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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속가능한 사회와 생태학적인 개념의 출현 그간 성장주의 패러다임 하에서 획일적이고 단선적인 개발정책을 추진해왔으며, 결국은 에너지소비량의 증가와 이로 인한 환경파괴라는 자연생태계의 순환구조를 훼손시키기에 이르렀다. 점차 현시점의 ‘개발’로 인해 미래사회의 지속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사람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재구성하고자 하는 생태학적 개념이 최근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인 관점에서의 지속가능성의 개념을 통합할 수 있는 미래의 공동체로서 선진국에서는 이미 퍼머컬쳐(permaculture)의 원리, 생태마을 및 생태도시가 이미 오래 전부터 개발․적용되고 있다. ‘생태마을’이란 자연환경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질 높은 삶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의 도시 혹은 공동체로서, 단순하고 소박한 삶으로 지속가능성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서 논의되는 ‘지속가능성’은 공동체가 완성된 뒤에 이루어져야 할 이념이 아니라 초기부터 삶의 일부분으로 융합되는 것으로 크리스탈 워터스 생태마을 연수를 통해서 생태학적인 삶의 방식과 지속가능성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었다.
▪ 국제 생태마을 네트워크(GEN, GENOA)와 ‘크리스탈 워터스(Crystal Waters)’ 생태마을 세계 각 국의 생태마을은 현재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호주의 퀸스랜드주에 위치한 '크리스탈 워터스'는 지난 1995년 유엔으로부터 '세계 주거상(The World Habitat Award)'을 수상한 바 있는 대표적인 생태마을이다. 국제 생태마을 네트워크(Global Ecovillage Network, GEN : http://www.gaia.org)는 전 세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생태마을의 조직화로 지속가능한 인간거주지 조성, 거주지사이의 정보교환, 생태마을의 개념과 시범지역에 대한 폭넓은 정보제공을 위하여 1994년에 발기하여 1996년에 정식으로 설립된 단체이다. GEN은 전 세계의 생태마을 네트워크 활동을 조성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이슈에 대해 포괄적인 정보서비스의 제공, 생태마을디자인과 Permaculture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의 제공, 생태마을과 생태 프로젝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보다 많은 생태마을이 조성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GEN 산하의 생태마을 중에서도 우리가 방문한 호주 크리스탈 워터스는 GEN Oceania & Asia (GENOA) 사무국으로서 주로 에코센타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 생태마을의 개념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19명의 생태마을 연수팀은 일주일간의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하여 크리스탈 워터스에서 적용하고 있는 퍼머컬쳐의 원리와 이를 바탕으로 건축에 적용된 생태건축기술 및 생태마을 조성에 대한 교육을 수료했다. 교육 뿐만 아니라 크리스탈 워터스의 생태학적인 삶의 체험을 통해서 미래에 실현해야 할 지속가능성의 의미를 재점검해보고, 미래의 지속가능한 건축에 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 2월 15일 금요일 : 인천공항 출발 총 19명으로 구성된 연수팀은 2002년 2월 15일(금)부터 2월 24일(일)까지 9박 10일간 “Building and Sustainability”라는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일주일간의 프로그램 이외에도 호주의 중요도시인 시드니와 브리스베인의 주요 건축물의 견학도 포함되어 있었다. 연수팀은 이시웅 교수님(한밭대학교), 이승복 교수님(성균관대학교), 홍원화 교수님(경북대학교)을 중심으로 성균관대학교,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중앙대학교 대학원 학생들과 환경설비 분야의 실무 엔지니어 및 개발자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연구관심 분야에서 연구 및 개발을 하고 있으나, 미래의 건축은 생태학적인 접근방법에 의해 구현되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모두들 동의하고 있다. 연수팀은 크리스탈 워터스 생태마을의 개념과 디자인원리를 파악함으로써 새로운 생태학적인 접근방법을 통해 국내에 적합한 생태건축을 구현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 2월 16일 토요일 : 바다의 낭만을 간직한 항구도시 시드니 오전 9시경에 시드니공항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호주의 기후조건이었다. 비가 내리고 갠 후라 후덥지근했으나, 우리나라의 여름철 기후에 비해서는 그다지 불쾌하지 않았다. 호주의 중앙지역은 사막으로 형성되어 사람들이 거주하지 못하는 반면에, 해안을 따라서 풍부한 초목과 해양성기후의 영향으로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지역이다. 우리가 방문한 시드니와 브리스베인도 해안을 따라 형성된 도시로 여름철의 기온은 약 30℃까지 올라가나 습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쾌적하며 겨울에도 최저 기온이 -5℃ 이하로 내려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나폴리, 리우데자네이로와 함께 세계 3대 미항으로 꼽히는 시드니는 도심 속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도시였다. 시드니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견학한 곳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경기장이 있는 올림픽 공원으로 여기서 우리는 호주 정부와 시민들의 환경과 생태계에 관한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이 곳 홈부쉬 만(Homebush Bay)은 산업폐기물을 처리하던 곳으로 환경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해 약 1억 3천만 달러를 투자하여 올림픽 공원으로 계획했다. 모든 올림픽 관련시설에 자연환기 및 자연채광 등의 그린디자인을 적용하고, 기존시설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에너지와 자원의 효율을 최대화하고자 하였다. 경기장 입구에 30m의 높이에 전기를 생산하는 광전지 패널이 상징적으로 서 있었으며, 이곳에서 생산된 전기에너지는 야간에 광장을 밝히는데 사용된다고 한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매쿼리 부인의 의자(Lady Macquarie's Chair)’라는 별칭을 지닌 미시즈 매쿼리스 포인트(Mrs. Macquarie's Point)라는 곳으로 호주의 유형식민지 시대 매쿼리 총독의 부인이 항해에 나간 남편을 그 장소에 앉아서 기다렸다는 일화를 가진 곳이다. 이 곳에서 바다 건너편 오페라 하우스(Opera House)와 하버 브리지(Harbour Bridge)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었다. 바다 건너 보이는 조개껍질을 세워 놓은 듯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와 무지개를 연상시키는 하버 브리지가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세라믹 타일로 장식된 조개껍질 형태로 그 앞은 넓은 광장과 탁 트인 바다로 어우러져 있었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다리 하버브리지는 싱글 아치의 형태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와 함께 시드니만에 걸쳐져 있는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오페라하우스를 둘러보고 나서는 유람선(Luncheon Cruise)을 타고 시드니만의 서쪽과 시드니만으로 흘러들어오는 페라메타강을 약 1시간 30분 정도 항해하면서 시드니 시내를 관광했다. 항구 연안에는 바람을 맞은 요트의 돛대와 바다 위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는 오페라하우스, 현대식 빌딩 등 그 아름다운 경치로 과연 세계의 미항답다라는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유람선 관광을 마치고 나서, 짧으나마 시드니 시내를 둘러보았다. 대륙적인 여유와 잘 보존된 자연 경관, 작품 같은 구조물들의 조화…… 시드니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개발과 환경개선이라는 두 가지의 상반되는 목표를 조화롭게 적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안을 따라 형성된 주택가와 과거의 역사가 물씬 묻어나는 건물이 많았으며, 시드니 미술관, 양모공장을 개조한 아파트, 주택 등 전반적으로 1-2층 벽돌 혹은 목조건물로 전반적으로 간소한 형태를 띄고 있었다.
저녁식사 후에 비행기를 타고 크리스탈 워터스가 위치한 퀸스랜드 주의 브리스베인을 향해 출발했다. 9시 30분경 브리스베인 공항에서 우리를 마중나온 크리스탈 워터스의 강사 맥스 린데거를 만나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에 버스를 타고 약 1시간 가량 가로등조차 없는 어둑어둑한 산길을 지나서 크리스탈 워터스에 도착했다. 이미 11시를 훌쩍 넘긴데다가 모두 긴 여정에 지쳐있었기 때문에 생태마을에 대한 첫느낌을 만끽할 새도 없이 숙소를 배정받고 잠자리에 들었다.
▪ 2월 17일 일요일 : 크리스탈 워터스 생태마을 크리스탈 워터스에서의 생활은 오전 7시에 시작되었다. 아침식사를 위해 숙소에서 약 20-30분 가량 떨어져 있는 키친을 향해서 걸어갔다. 고층건물로 둘러싸인 도심 속의 생활에 익숙한 우리에겐 햇살을 받으며 드넓은 초원의 풀을 헤치며 호수의 다리를 건너 산책을 한다는 것도 색다른 경험으로 다가왔다. 자동차의 경적소리가 아닌 경쾌한 새소리만이 들리고, 앞이 꽉 막힌 빌딩숲이 아니라 파란 하늘과 끝없는 초원만이 보였다.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뛰어다니는 캥거루와 월나비를 보면서 마음도 한결 여유로와 지는 것 같았다. 이 곳은 수목과 초지가 풍부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는 듯하나, 산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면 인근마을과 현격한 차이가 있다. 그만큼 마을전체가 치밀하게 계획되었으며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서 끊임없는 주민들의 노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마을의 곳곳에 배치된 크고 작은 호수와 늪, 울창한 나무, 집과 도로가 모두 생태학적으로 고려하여 설계함으로써 야생동물의 안전한 서식처를 제공할 뿐 아니라 인간과 자연과의 공존에 관한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듯 했다.
우리가 도착한 크리스탈 워터스의 ‘키친(kitchen)’은 말그대로 식사를 하는 곳이고, 동시에 크리스탈 워터스의 방문객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마을의 중심공간이었다. 중앙의 중정을 중심으로 외부공간에 면해 식탁이 배치되었으며, 정면으로는 놀이기구를 배치하여 아이들의 놀이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식사는 대부분 크리스탈 워터스에서 직접 재배한 신선한 과일과 야채가 주를 이뤘으며, 모든 음식은 자신이 먹을 수 있을 만큼만 덜어 먹도록 하여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했다. 이곳에서 식사준비와 설거지는 연수참가자들이 2-3명씩 순번을 정하여 교대로 돌아가며 담당하였다. 쓰레기는 재활용이 가능한 것, 콤포트스로 처리하는 것, 일반쓰레기 등으로 철저히 구분하여 처리했고, 설거지를 하는 물은 틀어놓지 않고 싱크대에 담아서 사용함으로써 물사용을 줄이고자 했다. 이러한 원칙은 크리스탈 워터스의 사람들에게는 삶의 방식으로 자연스레 몸에 익어있었으나, 우리에게는 익숙치 않아 여러번 지적받기도 했다. 특히, 물을 아낌없이 사용하던 생활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크리스탈 워터스에서 첫날은 일요일로 교육 프로그램이 없었기 때문에, 샌드위치를 싸서 맥스와 함께 인근의 Mary Cairncross Park와 Crocodile Park을 견학하였다. Mary Cairncross Park에서 긴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면서 검트리(Gum Tree)라고 불리는 유칼리 나무(Eucalyptus) 등 호주의 토종 식생을 살펴보고 그 특징에 관해 설명을 들었다. 그 후에는 Crocodile Park로 이동하여 악어와 코알라 등 호주의 대표적인 동물들을 관람하면서 여유로운 주말을 보낼 수 있었다.
크리스탈 워터스로 돌아와서는 숙소를 다시 재배정 받고, 그 전날 미처 풀지 못한 짐을 정리하au 저녁에 간단한 환영회를 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관심분야와 이곳에 참여하게 된 동기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크리스탈 워터스에서의 하루를 마감했다.
▪ 2월 18일 월요일 : 에코센타 월요일부터 에코센타에서의 본격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일주일간의 교육 프로그램은 오전에는 퍼머컬쳐의 원리와 생태마을 디자인에 관한 강의 및 토론을 하고, 오후에는 크리스탈 워터스 생태마을의 몇몇 사례건물을 방문하여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도록 짜여 있었다. GENOA의 Programme Director인 맥스 린데거(Max O. Lindegger)가 프로그램을 주관하였으며, 강의 주제에 따라 존 올리버(John Oliver), 배리 굿맨(Barry Goodman) 등이 참여했다.
에코센타는 키친의 위쪽 언덕에 자리잡고 있어서 여름철에는 시원한 바람을 유입하기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시야가 탁 트여 Mary Valley와 주변의 언덕으로 둘러싸인 주변 전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에코센타는 9.6m x 6m 크기의 단층 목조건물로 강의를 위한 실내 교육공간과 외부로 개방된 실외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북향의 언덕 경사면에 지면부터 띄워져 설계되었으며, 겨울철의 기온이 영하로 크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주로 여름철의 고온다습한 기후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통풍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 돋보였다. 외부 교육공간의 한쪽 면에는 차를 마실 수 있는 간단한 부엌이 설치되어 있다.
첫 수업은 교육장소인 에코센타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둥글게 앉아서 자신의 소개와 관심분야, 그리고 크리스탈 워터스에 대한 기대나 혹은 교육 프로그램 상에서 배우길 원하는 것에 관해서 한명씩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맥스 린데거는 1981년부터 지속가능한 환경디자인에 관해 가르쳐 왔고, 일주일간의 일정동안 크리스탈 워터스 생태마을에 관해 교육하고 우리의 생활을 지도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지는 참가자들의 자기소개를 통해서 건물의 재료와 건축기법, 수처리 및 수자원의 이용방법, 생태마을의 형성원리, 커뮤니티 형성방법 등 크리스탈 워터스에 갖는 기대가 매우 다양하고 구체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에코센타는 GENOA의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교육센터로서 최적의 환경기법을 이용하여 디자인된 에너지 효율적인 건물이었다. 계획과정에서부터 전문가의 경험과 의향을 충분히 반영하고, 이곳의 기후조건에 적합한 건물을 짓기 위해 노력하였다. 재료, 수자원, 폐수, 에너지의 측면에서 친환경적 기술을 적용하여 건물에서의 교육활동 뿐만 아니라 건물자체도 교육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또한, 영화상영, 강의, 토론, 간단한 놀이 등이 가능하여 마을의 사회적 기능(community)을 수행하도록 계획되었고, 실제로 목요일에는 마을주민들과 연수 참가자들이 모여 함께 탁구를 치고, 영화를 관람하기도 하였다.
에코센타는 자연환기/통풍과 자연채광을 고려한 건물 평면 및 단면을 구성하였다. 건물은 외기에 열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건물의 내부구조도 바람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고 통풍이 잘 일어날 수 있도록 계획하였고, 고창(clerestory)을 설치되어 있어서 낮에는 인공조명을 사용하지 않고도 수업이 가능할 만큼 충분히 밝았다. 또한, 창호의 디테일도 일사 및 통풍의 조절이 동시에 가능하도록 설계되었으며, 대부분의 문과 가구는 폐기된 것을 재사용하였다. 에코센타는 재료면에서도 다져진 흙(rammed earth)과 목재를 사용하여 지음으로써 ‘그린(green)’ 기술과 ‘자연형 태양열 설계(passive solar design)'를 통합시켰다. 실제로 에코센타의 교육공간은 흙의 축열성능으로 인해 서늘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고, 창문을 열면 충분한 바람이 유입되기 때문에 실내전체가 시원했다. 모든 개구부는 통풍슬릿의 형태로 디자인되어 사용자가 직접 기류를 조절할 수 있었고, 추가적인 냉방이 필요할 때는 천장의 팬을 가동시켰다.
지붕에 24개의 광전지(photovoltaic) 패널을 설치하여 건물에서 필요로 하는 전기에너지(최대 3kWh)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 시스템에는 내재된 에너지가 높고 재활용이 불가능한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주간에 생산된 잉여전력은 전력 공급망에 연결하여 전력회사에 공급하고 야간에는 전력회사로부터 저렴한 비용에 전기를 공급받는데, 이러한 에너지의 입․출력은 컴퓨터를 통해서 제어된다.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을 우수저장 탱크에 모아서 에코센타와 키친의 식수로 사용하는데, 끊이지 않고 마셔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만큼 깨끗했다. 이곳의 화장실은 물을 적게 사용할 뿐 아니라 오폐수를 퇴비화하여 밭작물을 재배하는데 사용하는 ‘콤포스트 화장실(compost toilet)'이다. 냄새가 거의 나지 않고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수세식 화장실과 크게 다르지 않아 사용하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맥스는 에코센타에 적용된 건축재료 및 건축기술에 대해 설명하면서 각 부재와 재료를 직접 보여주고, 또한 이러한 디자인을 결정하게 된 과정을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건물의 형태 및 향과 재료를 선정함에 있어서도 이것이 미치게 될 환경적인 영향, 실용성,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함으로써 최적의 안을 결정했던 것이다.
강의와 토론을 마친 후에는 점심식사를 하고 맥스의 인솔 하에 크리스탈 워터스의 동쪽지역을 견학했다. 크리스탈 워터스의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호수는 단지내 수자원의 확보를 위해 인위적으로 계획한 댐(17개)으로 수생식물의 재배, 완화된 미시기후의 형성, 놀이공간으로 활용, 좋은 경관과 야생동물 서식지 등을 제공한다. 마을 내 도로는 최소한의 면적만을 아스팔트로 포장하고 빗물이 자연스럽게 배수될 수 있도록 약간의 경사를 두었다. 물론, 투습성 포장을 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겠지만 비용문제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아스팔트로 포장하는 대신 그 면적을 줄이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가장 먼저 방문한 Max's house(Lot 59, 1991년)은 GENOA의 사무실이기도 하다. 이 주택은 초창기에 지어진 건물로 대부분 재활용된 목재와 다져진 흙으로 지어졌다. 건물에 사용된 모든 목재는 가공처리하지 않은 천연목재를 사용하였으며, 내부마감도 천연 페인트를 사용하여 칠함으로써 건물에서 유해물질이 방출되는 것을 막았다. 또 다른 특징은 지붕 구조체 내에 공기가 순환할 수 있는 통로를 계획하여 여름철에는 더운공기를 배출함으로써 외부로부터 신선한 공기가 유입될 수 있도록 하였다. 지붕에 설치된 PV 패널로 전기를 공급하고, 식수는 지붕에서 모아진 빗물을 저수조에 모아 식수로 사용하며, 미생물 시스템과 중수처리장치의 매크로피트(macrophyte) 필터 시스템은 더러운 물과 중수의 문제를 해결한다. 오두막(cabin)도 역시 인체에 해로운 유해물의 발생 때문에 목재는 다른 것과 혼합하여 사용하지 않았고, 모든 문과 창문의 재료는 재활용품을 사용하였다. 그 밖에도 Garry's cabin과 The healing cabin(Lot 67)을 방문하고 하루의 일정을 마쳤다.
▪ 2월 19일 화요일 : 크리스탈 워터스 생태마을의 형성과정 프로그램의 둘째날은 크리스탈 워터스 생태마을의 형성배경 및 디자인 과정에 관해서 슬라이드와 OHP를 보면서 강의를 들었다. 1985년부터 크리스탈 워터스를 설계해 1988년에 주민들이 입주를 시작했으며, 현재의 마을주민은 약 2백명 남짓으로 18개국으로부터 환경에 삶의 우선순위를 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다국적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크리스탈 워터스는 퍼머컬처(Permaculture)라는 개념 하에 건설되었다. 퍼머컬처는 Permanent와 Culture, 또는 Agriculture의 합성어로서 지속가능한 문화와 농업을 의미한다. 빌 몰리슨이 처음 도입한 개념으로서 핵심은 땅을 살리고, 인간을 살리고, 이웃을 살리자는 것이다. 이 지역은 1965년에 삼림을 목초지로 바꾸어 목축업을 하였다가 1973년 목축업이 도산하면서 640에이커(259헥타르)의 대지는 황폐화되었고, 1975년 황폐화된 대지를 매입하여 공동체를 구성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으나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1985년 스위스 출신의 엔지니어인 맥스 린데거가 생태마을의 계획에 합류하면서 크리스탈 워터스는 현재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고 한다. 대지의 계획을 위해 가장 먼저 고려했던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요구(basic needs)에 관해 파악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크리스탈 워터스 계획의 출발점이었다. 우리는 맥스의 지도하에 2-3인씩 그룹을 지어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가장 기본적인 요구에 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우선 인간이 숨을 쉬기 위한 공기와 살아가는데 가장 근간이 되는 물이 가장 중요한 요구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그 다음으로는 음식물을 생산하는 토양/대지와 외부 기후조건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피신처, 그리고 이러한 요구들이 총족된다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 예를 들어 가족, 친구, 연인들이 중요할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룹별로 각자가 생각하는 기본적인 요구를 칠판에 적어보았고, 공기, 물, 토지, 태양, 피신처…… 등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크리스탈 워터스를 계획하기 위해 고려했던 기본적인 요구는 첫째로 공기, 물, 토지이고, 둘째는 정신적인 자유(종교 및 표현의 자유)로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셋째는 피신처, 넷째는 의미있는 활동, 다섯째는 안전한 놀이공간, 마지막으로 사회적인 상호작용을 들었다. 각 계획단계에서 이러한 기본요구는 개념적인 설계방향 및 구체적인 요소들을 결정짓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고려사항은 기본적으로 퍼머컬쳐의 원리하게 수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최적의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퍼머컬쳐의 개념이 잘 적용된 국외의 사례를 관찰하고 분석함으로써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마을을 구현하고자 했다. 그 다음 단계는 대지의 분할 및 계획단계로 사유와 공유의 개념을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가 계획의 주안점이었다. 여기서는 자본주의의 원리와 공산주의의 원리에 입각한 토지개념을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의 토지분할 계획을 수립하였다. 자본주의(capitalism)의 원리에 입각한 토지는 공용도로를 중심으로 개인의 사유지(private lots)로 구분되는 반면에, 공산주의(communism) 원리는 최소한의 사유지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공유지로 계획하는 것이다. 크리스탈 워터스에서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원리가 혼합된 형태로 계획하여 적정크기의 사유지를 보장하고, 나머지 부분은 공유지로 계획하였다. 결과적으로, 약 78만평(259헥타르)의 총면적 중에서 83가구의 개인소유지가 14%, 마을회관과 관리사무소, 야영장과 같이 코-압(Co-operative)에서 관리하는 공유면적이 6%, 나머지 80%는 마을전체의 공유지이다.
개인소유지의 대지를 선정함에 있어서도 생태학적인 접근방법을 이용했다. 전체 대지 중에서 태양에너지를 충분히 이용하기 위해 북향(남반구에 위치)으로 건물을 배치할 수 있는 지역, 자연환기에 유리한 지역, 경사가 완만하고 험하지 않은 지역, 쓰레기를 대지 내에서 안전하게 정화할 수 있는 지역을 오버랩시켜 동시에 만족시키는 부분을 주거지역으로 선정하였다. 위의 슬라이드는 주거지역을 계획하기 위한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먼저 겨울철에 음영이 지는 지역을 표시한 후 그 위에 경사가 험한 지역을 오버랩시킨다. 마지막으로 바람이 거세게 부는 지역을 빗금으로 표현하여 주거지 제외지역을 보여주고 있다. 그 밖에도 지속가능한 마을을 계획하기 위해서 쾌적한 환경의 피신처를 제공하고, 앞서 세운 기본적인 인간의 요구들을 충족시키고자 노력했다. 또한, 폐수(waste water)는 지역 내에서 해결하고, 우수는 대지 내에서 집수하여 사용하며, 에너지 절약, 재료의 신중한 선택,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해 주택을 군집하여 배치하였다. 크리스탈 워터스 생태마을의 형성과정을 통해서 마을 전체가 오랜시간에 걸쳐 치밀하게 계획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이러한 접근방법은 생태학적인 건축물이나 도시를 설계함에 있어서 고려되어야 할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점심식사를 마친 후에는 흙건축(rammed earth)을 개발한 건축가 존 올리버와 그의 아내 밸과 함께 크리스탈 워터스의 서쪽지역을 방문하였다. 먼저 방문한 곳은 ‘커뮤니티 센터(community center)’로 키친과 같이 크리스탈 워터스의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도록 계획된 곳이다. 이 곳에서는 지역구성원들의 정보를 교환하거나 우편물을 관리하고 재활용 물품을 보관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Val & John's house (Lot 7)로 주택은 다져진 흙벽(rammed earth walls)을 이용하여 겨울철에는 따뜻하게 여름철에는 시원하게 하는 등 실내 기온의 변화를 완만하게 조절하였다. 또한, 다져진 흙벽은 방음과 실내 음향효과를 제공하고, 유해물질의 발생이 적으며 내화성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건물이 북서향으로 배치되어 건물의 앞쪽에는 일사에 대한 영향을 차단할 수 있도록 덩굴식물이 자라는 차양이 설치되어 있었다. 지붕 양쪽의 끝 부분에 있는 창은 개폐가 가능하며, 이 창을 통해서 더워진 공기가 굴뚝효과에 의해 외부로 빠져나갈 수 있을 뿐 아니라 통풍도 가능하다. 또한, 거실과 다락방의 천장에 있는 팬은 공기를 순환시켜 여름철에는 기류의 움직임을 촉진하고, 겨울철에는 위로 상승한 따뜻한 공기를 아래쪽으로 불어준다고 한다. 이 주택도 빗물을 모을 수 있는 우수탱크와 콤포스트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두 번째로 방문한 주택은 Straw-bale house (Lot 4)로, 기본 프레임을 세운 후 그 안에 짚을 채워넣고 마감을 한 주택이었다. 모든 문과 창문은 알루미늄을 소재로 한 중고품으로 그 위에 페인트칠을 했고 바닥은 특별히 마감할 필요가 없는 점토포장 재료로 지었다. 또한, 이 건물의 북쪽 면으로 호수를 만들어 오락장소로 사용할 뿐 아니라 물에 반사되는 햇빛이 실내로 유입되어 채광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세 번째로 방문한 집은 오스트리아의 젋은 건축가 Peter Van der Duys의 집(Lot 72)으로, 폐기된 열차 등의 폐자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이나 강렬한 보라색을 과감히 사용한 점이 무척 인상 깊었다. 피터는 크리스탈 워터스의 시공전문가에게 조언을 받으며 직접 이 주택을 건설했다고 한다. 특이할 만한 점은 현재 이 건물이 아직 미완성인데 직접 흙과 짚의 비율을 바꿔가면서 적절한 강도와 환경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흙벽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건물의 한쪽 벽면은 비율이 다른 흙벽이 건조되고 있었다.
크리스탈 워터스의 대부분의 주택은 생활공간으로서의 기능 뿐만 아니라 건물이 미치는 생태학적인 요소까지 고려되었으며, 계획부터 시공까지 주민들의 참여로 건설되었다. 생태적인 개념에 입각한 치밀한 의사결정 과정과 그 개념을 구체화시키는 주민들의 노력이야말로 오늘날의 세계적인 생태마을 크리스탈 워터스를 실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닌가 한다.
셋째날은 Little Yabba, Craft, Noosa 해변을 찾았다. 거대한 나무로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Little Yabba를 견학한 후에, 브리스베인의 공예품과 토속품을 파는 크래프트를 찾아 간단한 기념품을 구입한 후 Sunshine coast의 Noosa 해변으로 향했다. Noosa 해변은 Sunshine coast의 일부분으로 뒤편으로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산등성이를 따라 계단형태를 이루며 즐비하게 배치된 건물이 이곳의 자연환경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태양 아래서 하얗게 빛나는 모래사장과 넘실대는 파도는 충분히 유혹적이었다.
크리스탈 워터스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하고 다함께 산에 올랐는데, 그 때의 느낌은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을 만큼 생생하게 남아있다. 주변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시각이 아닌 청각과 촉감에 의존하면서 줄지어 산에 올랐다. 낮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산들바람이 피부를 스쳐 지나가고 사락사락 풀을 헤치고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와 찌르르 풀벌레소리……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자연에 동화되어 내가 아닌 대자연의 일부가 되어 함께 호흡하고 그 리듬감에 몸을 맡겨 보았다. 크리스탈 워터스의 산 정상에 올라 산 아래로 어스름한 마을을 내려다 보고나서, 양팔을 벌리고 드러누워 까만 밤하늘과 밤하늘을 가득 메운 별들을 바라보았다. 도시에서 결코 느껴보지 못했던 자연이 주는 편안함과 신비로움에 취해서 산을 내려가는 길에도 한동안은 아무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 산을 내려온 후에는 에코센타의 실외 교육공간(발코니)에 둘러앉아 일주일 프로그램을 중간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 가졌던 기대가 얼마나 충족되고 있는지, 혹은 그간 깨닫지 못했던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서로 대화를 나누었다. 구체적인 건축기술에만 관심을 갖던 연수 참가자들은 점차 시야를 넓혀 크리스탈 워터스의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자연환경과 공존하면서 살아가기를 희망하고 몸소 실천을 통해서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고 있는 크리스탈 워터스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간 가지고 있었던 생각에 많은 변화가 일었다. 생태건축은 단지 기술적인 요소만으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환경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삶과 활동을 가능케 하는 생활공간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남은 여정동안 여유를 가지고 직접 그네들의 삶 속에 동화되어 체험함으로써 생태학적인 삶과 건축, 그리고 이를 통한 지속가능성의 실현에 더욱 관심을 가졌다. 생태건축과 지속가능성에 관한 의식의 전환이야말로 크리스탈 워터스 생태마을의 견학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결과라고 생각되었다.
▪ 2월 21일 목요일 : Permaculture and Architecture 넷째 날은 퍼머컬쳐 디자인 원리를 바탕으로 하는 재료선정 및 소프트 엔지니어링(soft engineering)과 같은 건축기법에 대해 강의를 들었다.
퍼머컬쳐(Permaculture)는 자연 생태계의 복구능력과 같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의식적으로 설계된 농업시스템의 접근방법(빌 모리슨, 호주 생태학자)으로 생태계의 자연적인 원리를 음식, 섬유질,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미시기후, 일년생과 다년생 식생, 물과 토양의 관리, 그리고 인간의 요구를 엮어냄으로써 에너지 효율적이며 생산량은 높고 동시에 유지성이 낮도록 상호 연결된 시스템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퍼머컬쳐 디자인은 도시와 시골의 상황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지속가능하고 자립적인 시스템으로 특정한 환경 속에서 나무와 식물, 동물, 구조물과 인간의 활동을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방법으로 통합하기 위해 디자인될 필요가 있다. 크리스탈 워터스 생태마을의 디자인은 퍼머컬쳐의 원리를 따르며, 퍼머컬쳐의 궁극적인 목표는 생태학적인 안정성과 토양, 물, 에너지, 그리고 다른 천연자원의 보존을 위해 고안된 시스템 속에서 다양성을 창출하는 것이다. 건강한 건물(healthy buildings)을 지어 재실자에게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인체와 직접 접촉하게 되는 부분을 피부라고 할 때, 첫 번째 피부는 인간의 피부, 두 번째 피부는 의복(면 소재), 세 번째 피부는 건물(지속가능한 건축재료의 사용)로 구분할 수 있다. 특히, 건물의 마감재료와 같이 인체에 직접 접하는 부분은 인공적인 가공 및 유독성 물질이 배출되는 마감으로 인해서 건물증후군(Sick Building Syndrome)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재료의 선정 및 가공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크리스탈 워터스에서는 천연목재(solid wood)를 사용하였으며, 재료를 선정할 때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고려했다. 첫째로 재료의 원산지를 파악하여 재료의 원산지에 따른 환경적인 영향을 고려하고 둘째, 건강한 삶을 보장해 줄 수 있는가? 셋째, 건축에서 한번 사용한 후에는 재사용이 가능한가? 마지막으로, 천연재료를 사용했는지에 대해서(시멘트가 아닌 라임몰탈 사용, 짚과 진흙마감 등) 검토한다고 한다. 그리고 종합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한 체크리스트를 검토한 후에 재료를 선정함으로써 재실자에게 건강한 실내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재료의 선정에 관한 강의를 들은 후에는 존(John Oliver)과 함께 건강한 재료(healthy material)인 다져진 흙벽(rammed earth)을 간단한 샘플로 직접 만들어 보았다. 다져진 흙벽은 축열재의 기능을 함으로써 안정적인 실내기온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흡음재 역할도 한다. 또한, 자연스러운 색상과 거친 표면이 그대로 노출됨으로써 의장적인 측면에서도 우수한 재료이다. 흙벽으로 건물을 지을 경우 보통 3층 이상의 건물 내력벽으로는 사용되지 않으며, 공사에 들어가기 전에 샘플을 제작하여 강도실험을 실시함으로써 충분한 강도를 발휘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외벽은 빗물에 견딜 수 있도록 방수처리를 하였다고 한다.
건강한 재료에 관한 강의 후에는 소프트 엔지니어링(soft engineering)의 개념 및 사례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퍼머컬쳐의 원리를 기반으로 크리스탈 워터스는 소프트 엔지니어링을 통해 마을 설계를 함으로써 적은 비용을 가지고 생태학적으로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했다. ‘소프트 엔지니어링’이란 기술적인 해결방안(engineering solution)이 아니라 생태학적인 해결방안(ecological solution)으로 자연지형을 이용한 배수기법이나 식재를 이용한 차양기법 등과 같이 자연형 건축디자인(passive design)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는 도시에서 적용가능한 퍼머컬쳐 디자인 원리와 커뮤니티에 관해서 살펴보았다. 도심은 자연환경과 기후조건 뿐만 아니라 공간의 사용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적용되는 퍼머컬쳐의 디자인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시골과는 달리 고층건물로 둘러싸인 도시는 사람들간의 대화가 단절되고 커뮤니티 통제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들에게 만남의 장소(social space)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이처럼 도심에서의 퍼머컬쳐 디자인은 커뮤니티를 제공하기 위한 형태로 계획되어야 하지만 기본원리는 동일하다. 정부가 공원을 사서 도시에 녹지를 제공하거나, 발코니 녹화를 통해 여름철 일사를 차단하거나, 옥상정원을 가꾸거나,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는 소규모의 화단(rolling park)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최근에는 도심에서의 커뮤니티 형성 및 퍼머컬쳐의 원리를 극대화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코-하우징(co-housing)이라는 주거개념이 등장하여 활발히 보급되고 있다. 크리스탈 워커스에서도 코-하우징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강의가 끝난 후, 저녁시간에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탁구를 치고 영화를 관람했다. 팀을 이뤄 탁구시합을 하거나 응원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2월 22일 금요일 : 에너지 시스템, 물의 이용, 페기물 처리 마지막 날의 강의는 에너지 시스템, 물과 페기물의 이용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에너지 시스템에 관한 강의는 일흔이 넘은 노장 엔지니어 베리(Barry Goodman)가 강의를 했다. 그는 크리스탈 워터스 생태마을을 계획하는데 참여했으며, 에너지 효율적인 시스템과 PV 시스템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베리는 먼저 에너지 웹(energy web)을 통해 자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에너지, 사용가능한 에너지, 생태학적으로 유용한 에너지의 관계를 파악하고, 이용가능한 에너지원(source)에 따라서 어떤 시스템을 적용해야 하는지를 체계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강의 후에는 에너지 독립적인 주택인 Barry's house(Lot 83)를 방문했다. 이 건물은 자연스러운 대지의 경사면에 앉혀졌으며, 자연환기에 의한 냉방을 극대화하고 재활용품을 이용하여 계획하였다. 이 건물에서 필요한 전력은 두 개의 Solarex PV 패널(6개의 VLX80 80W와 4개의 MSX50 50W로 구성)과 다섯 개의 축전지로 구성된 광전지로 공급받고 있으며, 비상시에는 발전기를 이용함으로써 외부로부터 전력공급을 전혀 받지 않는다고 한다.
온수는 주 베란다 지붕에 위치해 있는 2개의 2㎡ Rheem 집열기에 의해서 제공되고, 280리터의 온수탱크는 실내의 천장에 위치하고 있어서 중력으로 공급한다. 그 외에 건식 콤포스트 화장실과 중수를 처리하기 위한 매크로피트(macrophyte) 필터, 그리고 직접 개발한 손으로 작동하는 세탁기가 있었다.
Barry's house를 다녀오고 나서 점심식사를 한 후에는 퍼머컬쳐의 원리에 근간을 둔 물이 이용 및 처리, 페기물의 처리에 관해서 강의를 들었다. 먼저 물은 상수(fresh water), 중수(grey water), 오수(black water)로 구분될 수 있으며, 각각의 순환체계를 거쳐 재사용되거나 혹은 퇴비형태로 밭작물에 이용함으로써 재생산이 가능하도록 한다.
크리스탈 워터스에는 상하수도가 없으며, 각 가정에는 보통 2개의 커다란 물탱크가 있어서, 하나는 지붕에서 내려오는 빗물을 저수하여 식수로 사용하고, 다른 하나는 댐으로부터 받은 물로 샤워와 빨래, 청소 등의 용도로 사용한다고 한다. 빗물은 수질검사 결과 상수로 이용하기에 적합하며, 우수 저수조의 저수량은 약 23,000리터 정도이고, 이곳의 하루 물 소비량은 가구 당 500리터가 자율적인 상한선이다. 마을의 댐에 모아진 물은 야간에 전기를 사용하여 뒷산에 위치한 두개의 큰 물탱크로 끌어온 후, 중력과 수압 차로 11개의 중간 수조를 거쳐 각 가정으로 분배되도록 계획했다. 물론, 계획단계에서부터 집수할 수 있는 물의 양과 물이 내려갈 수 있는 중력차이를 고려하여 계획하였다. 상수와 중수는 생태학적인 처리과정을 거쳐 재사용되는데, 이러한 중수처리 과정을 ‘매크로피터스’(macrophytes)라 부른다. 중수가 필터시스템 내부의 연속적으로 채워진 자갈과 표토층을 중력에 의해 통과하면서 여과되고, 이 물은 식물의 성장을 위해 사용된다.
폐기물(solid waste), 즉 종이와 부엌의 음식물 쓰레기나 화장실에서 발생하는 오폐수는 콤포스트 화장실에서 처리된다. 콤포스트 화장실은 퇴비의 최종형태에 따라 건식 혹은 습식 화장실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 곳에서는 호주산 지렁이의 일종인 ‘버름(worm)’을 통해 분해하여 액체상태의 퇴비를 밭작물에 뿌리도록 하는 습식 화장실을 주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는 Biolytic 필터로 오수와 생활하수를 영양분이 많은 자원으로 환원시켜 작물을 재배하는데 사용된다. 이와 같이 물의 이용 및 처리와 폐기물의 처리는 순환체계를 통해서 재활용․재사용함으로써 지속가능하고 자립적인 시스템인 퍼머컬쳐의 원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에너지 시스템과 물 및 페기물을 이용하는 건축기법에 관한 강의를 마지막으로 일주일간의 교육프로그램을 마칠 수 있었다. 저녁식사 후에 송별회(farewell party)를 하면서, 참여자 모두가 크리스탈 워터스 퍼머컬쳐 교육과정을 이수하여 수료증을 받았다. 비록 일주일간의 짧은 교육 프로그램이었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크리스탈 워터스에서 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퍼머컬쳐의 원리와 생태학적인 접근방법은 앞으로도 우리가 연구하고 활동하는 건축분야에서 뚜렷한 디자인의 지침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이러한 원리가 한국에서도 실현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투른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데도 성의껏 답변해 주었던 맥스, 벨, 존에 대한 감사를 표하면서 일주일간의 프로그램을 마쳤다.
■ 2월 23일 토요일: 브리스베인 아침 일찍 식사를 마친 후에 작별인사를 나누고 크리스탈 워터스를 출발했다. 브리스베인 공항으로 이동하기 전에 호주 전통 농장을 견학하여, 양몰이와 양털깎이 등 호주의 전통목축업에 관해서 살펴보고, 골드코스트로 향했다. 골드 코스트(Gold Coast)는 남태평양 최대의 해변 휴양지로 북쪽의 사우스 포트에서 쿠란가타까지 약 45km에 걸쳐 새하얗게 고운 모래사장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수평선에서 일어오는 거센 파도가 넘실대는 아름다운 바다를 배경으로 이름 그대로 황금 해변이다. 신발을 벗고 바닷바람을 등지고 가도가도 끝이 없어보이는 기나긴 모래사장을 걸으면서 호주에서의 여정을 돌이켜 보면서 인천행 비행기에 올랐다.
■ 맺음말 :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과 생태학적인 삶(ecological life style) 지속가능한 삶이 개입된 문제는 너무 복잡하고 다양해서 전통적인 정부주도(top-down)의 관점에서는 해결하기 곤란하다. 크리스탈 워터스 생태마을은 민간주도로부터의 접근방법(bottom-up)으로 모든 지역적, 문화적, 인종적, 종교적인 차이를 초월한 공동의 목적으로 연합함으로써, 황폐한 지역을 지속가능한 마을로 탈바꿈시켰다. “크리스탈 워터스 생태마을의 퍼머컬쳐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계획된 것(Barry Goodman)”으로 그 근간에는 생태학적인 삶의 방식이 있었다. 그들은 대지와 물의 균형을 중시하면서 전기와 물을 통상 쓰는 양의 50%로 줄이고 쓰레기는 완전 재활용하거나 아니면 재사용하도록 함으로써 삶의 방식을 생태계의 순환원리와 조화되도록 하였다. 또한, 주택설계에 직접 참여하여 재료의 선택과 기술도입에 신중을 기하였으며, 그들의 삶의 방식과 부합되도록 건설하고 있었다. 이러한 삶의 방식이 적극적으로 표현되어 나타난 것이 바로 우리가 교육을 받았던 ‘에코센타’이다. 오늘날의 대표적인 크리스탈 워터스 생태마을을 구현하게 된 원동력은 주민들 스스로가 지속가능한 생태마을에 관심을 갖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삶, 건축, 환경을 선택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적인 접근방법이 아닌 다음과 같은 3가지 지속가능성을 균형있게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첫째는 에너지 순환시스템과 같은 물리적인 환경시스템을 포함한 환경적인 지속가능성(environmental sustainability)이고, 둘째는 사회를 존속케 하는 사회제도, 문화, 의식, 그리고 무엇보다도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사회적인 지속가능성(social sustainability), 마지막으로 재화의 고른 분배와 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경제적인 지속가능성(economic sustainability)이 균형을 이루고 순환되어야 지속가능한 미래를 우리 후대에 물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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