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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정말 쉬워질까?
학령인구 감소의 이해
‘인구 절벽’의 공포는 교육계도 예외가 아닙니다. 교육부는 향후 10년간 학령인구가 150만 명 이상 줄 것으로 추산합니다. 학생이 없어 학교가 문 닫는 일은 이미 현실화됐습니다. 정부는 교육 구조 조정을 외치며 대학을 비롯한 일선 학교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학생 수 감소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교육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의도입니다. 하지만 학생과 그 학부모들에게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대처보다는 학령인구 감소가 입시에 미치는 영향이 더 중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학생 수가 크게 준 2020학년 전후 대입을 치를 학생들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까지 받아 혼란이 더 큽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학령인구 감소라는 현상으로 인식하기보다 그로 인해 변화하고 있는 교육 체제의 변화를 주목,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학부모가 알아야 할 학령인구 감소의 의미와 대처법을 짚어봤습니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사진 전호성
편집부가 독자에게 ... 콩나물시루 벗어난 교실의 의미 지난 3월, 입학식에 참석한 학부모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 있습니다. “애들이 없다”입니다. 특히 중학교 입학식에 들른 학부모들은 한 반에 20명을 간신히 넘는, 헐렁한 운동장에 충격(?)이 컸답니다. 고등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내신을 잘 따보겠다고 학생 수 많다고 알려진 학교에 지원했는데, 다른 학교와 큰 차이가 없다고 실망한 학생이 여럿이라네요. 이처럼 줄어든 모습은 한 반에 40~50명, 학년당 10개 반은 우습게 넘겼던 부모 세대에게 낯설죠. 그리고 불안을 야기합니다. 감소 속도도 빠르다 보니, 이에 대처하지 못해 교육이나 입시를 망칠까 걱정하죠. 그를 위해 이번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학생 수 감소라는 현상 뒤 숨어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번 기사가 답을 찾을 수 있는 열쇠가 되길바랍니다. _ 정나래 기자 |
학생 수가 빠르게 줄고 있다. 올해 3월 입학식을 치른 학부모 사이에선 “작년에 비해 신입생이 100명이나 줄었다” “2·3학년보다 1학년 반이 2~3개 적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초등학교 22.4명, 중학교 27.4명, 고등학교 29.4명이다. 한 반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채 서른 명이 안 되는 셈. 한 반 인원이 40~50명은 거뜬히 넘는, ‘콩나물시루’처럼 학생이 빽빽이 자리한 교실이 익숙한 부모 세대로서는 낯선 풍경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실제 학생 수는 얼마나 줄었을까? 4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9세부터 24세까지의 청소년 인구는 924만 9천 명으로 집계됐다. 총인구의 18% 수준으로 1970년 통계 시작 이래 처음으로 1천만 명을 밑돌았다. 청소년 인구는 계속 줄어 2060년에는 지금의 절반인 501만3천 명, 전체 인구의 11.1%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곧 학령인구 감소를 뜻한다. 학령인구란 쉽게 말해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수. 사전적으로는 의무교육을 받는, ‘학령 아동’의 총인구수라고 정의하나, 우리나라의 교육 환경을 고려해 통상적으로 초·중·고교와 대학에 재학 1중인 만 6세부터 21세까지의 총인구수를 일컫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학령인구는 846만1천 명으로 총인구의 16.4%. 부모 세대가 학교에 다녔을 1980년 1천410만 명(37.8%), 1990년 1천336만 명(11.2%)과 비교하면 500만 명 이상 줄었다. 감소세는 지속돼 2027년에는 약 150만 명 감소한 696만6천 명(10.6%)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초·중학교 학령인구. 총인구 중 비중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총인구 대비 인구 비중은 초등학교 학령인구가 2010년 20.1%에서 2017년 16.4%, 중학교는 4.0%에서 2.7%로 줄었다. 같은 기간 대학교 학령인구가 0.1%만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축소 폭이 상당한 셈.
이에 대해 통계청 인구동향과 이지연 과장은 “출산률이 예상보다 빨리 떨어지면서 학령인구도 예상보다 큰 폭으로 급하게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 고르던 학교,
이제는 선택받으려 몸부림
사회적으로 학생 수 감소가 회자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 학령인구는 곧 경제활동의 주체인 생산 가능 인구(만 15~65세)의 감소와 연계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6년에 생산 가능 인구가 3천704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급감할 전망. 이 인구가 줄면 ‘시장’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 노동력도 줄어 경제 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 수반되는 사회 문제도 상당하다. 군 입대 가능 인원이 2022년부터 부족해지고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같은 사회보장제도 재원도 2035년 이후 고갈될 것으로 추계된다.
교육계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대학가는 비상이다. 입학자 수 급감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 학령인구에서 대학 진학이 가능한 만 18세 인구를 뜻하는 입학자원은 2017년 약 53만 명에서 2020년 48만 명, 2021년 43만 명으로 줄고 2023년 40만 명 선이 붕괴될 것으로 교육부는 추산하고 있다. 2017년 현재 대학 입학정원 52만 명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6년 뒤에는 대입 정원이 고교 졸업자 수보다 10만 명 이상 많아진다.
입맛대로 학생을 골라 선발하던 대학이 학생에게 선택받아야만 생존할 수 있게 된다는 뜻. 이 때문에 정부 주도 대학 통폐합에서 벗어나 자발적인 대학 간 통합·연합 논의가 확산 중이다. 경성대와 동서대가 협력 시스템을 구축했고 전북대·전주교대, 강릉원주대·강원대·부산대·부경대·부산교대·한국해양대 등 지방 국립대학 간 연합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일선 중·고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당장 학교·학급 수 조정과 이에 따른 교원 수급, 업무 분장 문제가 빠르게 부상 중이다. 선발형 고교의 한숨도 깊다. 지난해 시작된 경쟁률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인구 감소였기 때문. 선호도가 높은 영재학교도 2018학년 신입생 원서 접수 결과 평균 경쟁률이 14.01:1로 지난해 15.09:1보다 하락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오종운 평가이사는 “영재학교 경쟁률 하락은 학령인구 감소 영향이 크다. 중3 학생 수는 지난해 전년 대비 7만여 명, 올해도 6만3천 여 명 감소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전기고 경쟁률은 전년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일반 학교도 학생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전언. 인구 전출입이 비교적 적은 도심권에서 현상이 뚜렷하히 대학가는 비상이다. 입학자 수 급감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 학령인구에서 대학 진학이 가능한 만 18세 인구를 뜻하는 입학자원은 2017년 약 53만 명에서 2020년 48만 명, 2021년 43만 명으로 줄고 2023년 40만 명 선이 붕괴될 것으로 교육부는 추산하고 있다. 2017년 현재 대학 입학정원 52만 명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6년 뒤에는 대입 정원이 고교 졸업자 수보다 10만 명 이상 많아진다.
입맛대로 학생을 골라 선발하던 대학이 학생에게 선택받아야만 생존할 수 있게 된다는 뜻. 이 때문에 정부 주도 대학 통폐합에서 벗어나 자발적인 대학 간 통합·연합 논의가 확산 중이다. 경성대와 동서대가 협력 시스템을 구축했고 전북대·전주교대, 강릉원주대·강원대·부산대·부경대·부산교대·한국해양대 등 지방 국립대학 간 연합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일선 중·고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당장 학교·학급 수 조정과 이에 따른 교원 수급, 업무 분장 문제가 빠르게 부상 중이다. 선발형 고교의 한숨도 깊다. 지난해 시작된 경쟁률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인구 감소였기 때문. 선호도가 높은 영재학교도 2018학년 신입생 원서 접수 결과 평균 경쟁률이 14.01:1로 지난해 15.09:1보다 하락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오종운 평가이사는 “영재학교 경쟁률 하락은 학령인구 감소 영향이 크다. 중3 학생 수는 지난해 전년 대비 7만여 명, 올해도 6만3천 여 명 감소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전기고 경쟁률은 전년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학령인구 감소는 수차례 예고됐다. 대책 마련도 분주하다. 하지만 대부분 공급자, 즉 행정 당국과 대학의 대처 방안일 뿐 진학을 앞둔 학생들에게 어떻게 작용할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특히 학생 수가 눈에 띄게 감소한 올해 고1과 중3은 각각 2009 개정 교육과정의 마지막,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첫 적용 대상이다 보니 대입에서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학령인구 감소가 입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살펴봤다.
입시 경쟁 완화? 상위권·인문계 더 치열해질 듯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기대 효과로 학부모와 수험생들은 입시 경쟁 완화를 첫손에 꼽는다. 문호가 넓어지는 만큼 대학 가기도 쉬워질까 하는 것.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우선 진학 희망자와 대학 입학 정원이 역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학생들이 원하는 상위권 대학은 여전히 진학 희망자가 정원보다 많다고 지적한다.
교육부는 2020년까지 16만 명의 입학 정원 감축을 목표로 2014~2016년 2013년 대비 192개 4년제 일반 대학 입학 정원 2만여 명을 줄였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체 감축 인원의 77.4%, 1만6천여 명은 지방대 121개 대학이 감축했다. 반면 수도권은 71개 대학에서 약 5천 명(22.6%)을 줄였을 뿐이며 그중에서도 서울은 1천645명으로 전체의 7%에 불과했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대학을 평가, 정원 감축을 강제한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서울대를 비롯한 서울 주요 대학은 정원을 줄이지 않아도 되는 A등급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대학교육연구소 측은 “정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하위 그룹의 절대다수는 지방 대학이다. 서울 상위권 대학은 대다수 A등급을 받아 정원 변동이 거의 없다. 의전원이 최근 의대 체제로 복귀하면서 서울대 등은 올해 정원이 오히려 늘어났다” 고 분석했다.
일부에선 대학 구조 조정이 상위권 대학의 ‘갑질’을 강화하고 인문계 학생의 진학 문을 좁힐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적지 않은 대학이 취업률이 낮은 학과의 통폐합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데, 그 대상이 대개 어문·사회·예술 계열 학과라는 것.
올해 일부 대학이 정시에서 확대할 예정인 자유 전공 형태의 통합 선발도 이 연장선이라는 비판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시내 사립대 관계자는 “산업 수요 중심, 즉 취업률 중심으로 대학 정원을 감축하라는 정부의 방침에 대학도 따를 수밖에 없다. 지난해까지는 기초 학문 학과 정원을 줄이고 공대 정원을 늘였는데 올해는 문·이과 통합 선발, 무전공 입학 확대로 방향을 틀었다. 학생의 전공 선택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의도라지만 비인기 학과 구조 조정도 고려한 조치다. 학생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명분으로 학내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 내 기초 학문 붕괴가 우려되고, 인문·사회 계열 지망생의 입학 문이 좁아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학 서열화가 공고해 상위권 대학 선발 인원이 줄면 상위권 학생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100명 중 10명을 선발하는 것과 10명 중 1명을 선발하는 것은 비율상으론 같지만, 집단 내 경쟁의 강도는 후자가 더 크다고. 특히 상위권은 실력 차가 크지 않아 현재도 미세한 차이로 당락이 갈린다. 정원이 줄면 상위권에선 내신, 수능 성적 확보를 위한 과열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하위권 학생의 대학 선택 폭도 크게 줄 것이란 예상이 많다. 중·하위권 대학은 구조조정의 직접적 대상이고, 전문대도 일반대에 통합되면서 수가 줄고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2020년 전후, 하위권 대학은 대대적인 정원 감축 또는 폐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2019학년 이후 진학하는 학생은 전공의 유망성은 물론 학교의 지속 가능성도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반면 중위권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선택 폭이 넓어지고, 대학에서 받을 수 있는 교육의 질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한다. 학생 유치에 사활을 건 중위권 대학은 교수 역량 강화, 학생 지원 프로그램 개발·확대, 건물 신축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
이미 교육과정 개편을 통한 수업 질 제고는 물론, 취업에 학교나 교수가 적극 개입하는 추세로, 학교 내 학과 간 경쟁도 강화되는 모양새다. 2015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우석대·원광대·선문대가 대표 사례라고. 학생들도 평판 보다는 내실이나 발전 가능성에 선택의 추를 두며 기존의 질서가 뒤바뀌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를 볼 때 중위권 대학에선 학령인구 감소의 긍정적 효과인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만, 정부 평가나 학생 모집을 위해 지나치게 산업계 요구에 충실한 커리큘럼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고, 취업 등과 연계해 학과 내 위계질서가 고압적일 수 있으니 진학 전 커리큘럼과 학내 분위기를 미리 점검해야한다고 주의를 줬다.
결국 평가 패러다임 변화 불가피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학령인구 감소의 영향을 받는 학부모와 학생들은 현재 진행 중인 ‘평가·선발 방법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십 년간 이어진 줄 세우기 식 평가를 벗어나고 있기 때문. 대학 입학 가능 인원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2017년부터 2023년까지 25%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체 응시자 혹은 전교생 중 상위 몇 %인지를 따지는 수능·내신 성적의 의미를 약화한다.
여기에 복잡하고 다양한 미래 사회는 지식보다는 활용 역량, 개인보다는 집단적 역량을 요구한다. 일괄적 지필고사로 지식을 평가할 필요성이 낮아지고, 학생이 원하는 다양한 심화 과목은 소수로 개설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도 순위 경쟁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결국 성취도로 학생을 평가해야 하며, 성취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상급 학교가 학생 선발에 활용할 수 있다. 학생부의 역할이 커지는 셈.
이미 고입 자기 주도 학습 전형, 대입 학생부 종합 전형 확대가 뚜렷하고, 학생 개별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중등·고등 교육과정으로의 전환이 시도되고 있는 상태다. 중학교 자유학기제 전면 실시와 2015 개정 교육과정, 2018 수능 영어 절대평가 전환은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으며, 고교 공동·연합 교육과정 확산과 고교 교과 성취평가 전환 논의, 상반기 내 발표될 2021 수능 개편안 등도 마찬가지라는 것.
다시 말해 학령인구 감소가 고교와 대학을 뒤바꿔놓을 것이라는 말은 입학정원 감소라는 ‘현상’이 아니라, 시대적 변화와 학생 수 감소가 맞물려 바뀌어야 할 혹은 이미 바뀌고 있는 ‘교육 체제’, 그중에서 평가·선발의 변화를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높은 성적을 내는 비법을 찾기보다 중·고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공부할지에 대한 고민을 먼저 시작할 필요가 있다. ‘줄 세울 아이들이 없다?는 말의 맥락을 파악하고 이미 시작된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비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