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둔 밤 마음에 잠겨"는 찬송인가?
코로나바이러스를 피하려고 홀로 집에서 지내면서 찬송가(한국찬송가공회 2006)에 따라 찬송을 열심히 불렀다. 그리고 찬송 내용을 면밀히 살펴 보았다. 그 과정에서 네 가지 사실들을 생각해 보았다.
첫째, 찬송가에 담겨 있는 찬송들의 저작권이다. 우리가 부르는 찬송들은 저작권 보호를 받는다. 우리는 교회가 회중 찬송을 불러도 찬송의 가사와 멜로디에 대한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교회에서든 집에서든 찬송을 연주하고 부르려면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 한국찬송가공회는 찬송가에 담아 출판나는 찬송들에 대한 저작권을 어떻게 해결하는가? 우리가 애창하는 찬송들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지적 재산권은 그 악보를 최로로 출판한 회사가 가지고 있다. 이 찬송들을 연주한 영상물을 유튜브에 게재해 보라. 저작권 침해라는 통보가 온다. 유튜브는 저작권을 침해하는 음원을 사용하는 영상물의 광고수익을 허락하지 않는다.
둘째, 한국어 문법과 표현이 모호한 찬송들이 있다. 예컨대 “되다”(become)라는 불명확한 표현이 많이 등장한다. “왕 되신 주 다 찬양하여라”, “찬양하라 복되신 구세주 예수”, “내 진정 사모하는 친구가 되시는”, “신랑되신 예수께서 다시 오실 때”, “내 주되신 주를 참 사랑하고”, “십자가 군병되어서 예수를 따를 때”, “나의 생명되신 주”, “우리가 지금은 나그네되어도”, “선한 목자되신 우리 주”, “교회의 참된 터는”, “진리와 생명 되신 주" 등이다.
“되다"라는 표현은 수동태 표현을 많이 쓰는 일제의 잔재로 보인다. 모두 아래와 같이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왕이신 주께 다 찬양하여라”(24), “찬양하라 복이신 구세주 예수”(31), “내 진정 사모하는 친구이신 주”(88), “신랑이신 예수께서 다시 오실 때”(173), “내 주이신 주님을 참 사랑하고”(315), “십자가 군병으로서 예수를 따를 때”(353), “나의 생명이신 주”(380), “우리가 지금은 나그네이지만”(508), “선한 목자이신 우리 주”(569), “진리와 생명이신 주”(630) 등이다.
셋째, 한국인들이 작사하거나 작곡한 찬송들이 너무 많다. 많은 것은 탓할 사안이 아니지만, 그것들 가운데는 그다지 영감적이지 않으며 감미롭지 않고 은혜롭지 않은 찬송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정 찬송에 대하여 내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탓도 없지 않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없지 않다.
한국인의 찬송 시 가운데는 작자가 의심스러운 것들이 있다. 내가 잘 아는 어는 분의 이름도 작사자로 등단해 있다. 그는 문학적 소양이나 시감이 전혀 없는 분이다. 어떻게 그분이 찬송시 작가가 되었을까? 한국찬송가공회가 한국인이 작사 작곡한 곡을 많이 넣으려는 의도로 각 교단, 교파의 상징적인 인물들에게 안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국인 작사자 작곡자가 많아진 듯하다. 중요한 것은 찬송의 진실성이다. 찬송 시의 작자가로 표기된 사람이 그 찬송을 작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하나님께 올리는 찬송의 고백적 특징에 크게 저촉된다.
넷째, 찬송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곡이 있다. 예컨대 김재준 목사가 작사한 “어둔 밤 마음에 잠겨”(582장)는 나라와 민족에 대한 비장한 마음을 가지게 하지만, 하나님께 올리는 찬양과 신앙고백을 담고 있지 않다. 성부, 성자, 성령, 교회, 신앙실천, 선교 등 기독교 활동과도 무관하다.
1. 어둔 밤 마음에 잠겨 역사에 어둠 짙었을 때에
계명성 동쪽에 밝아 이 나라 여명이 왔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빛 속에 새롭다
이 빛 삶 속에 얽혀 이 땅에 생명 탑 놓아 간다
2. 옥토에 뿌리는 깊어 하늘로 줄기 가지 솟을 때
가지 잎 억만을 헤어 그 열매 만민이 산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일꾼을 부른다
하늘 씨앗이 되어 역사의 생명을 이어가리
3. 맑은 샘 줄기 용솟아 거치른 땅에 흘러 적실 때
기름진 푸른 벌판이 눈앞에 활짝 트인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새 하늘 새 땅아
길이 꺼지지 않는 인류의 횃불 되어 타거라
문성모 박사는 김재준의 위 찬송 시를 칭송한다. 독일에서 예배학과 음악학을 전공한 그는 “장공 김재준의 찬송 시에 대한 신학적 이해: 어둔 밤 마음에 잠겨 가사를 중심으로(<기독교사상>, 2017.3.)에서, 이 시에 김재준의 신학사상이 함축적으로 엑기스처럼 담겨 있다고 한다. 김재준의 수평적 사랑을 통한 하나님 사랑의 정신을 잘 나타낸다고 한다. ‘민족’과 ‘교회’는 김재준의 신학사상의 두 축을 이루며, 이 둘은 더 이상 둘이 아니라 하나이며, 영원한 순례를 위한 동반자라고 한다.
문성모는 김재준의 위 시가 “위를 향하여 끝없이 열려 있는 길을 가는 순례의 사상”, “긍정을 향한 끝없는 변혁” 사상을 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위 시의 구절구절에 김재준 삶의 배경을 소개하는 것을 자기 주장의 근거로 삼을 뿐, 위 시가 찬송가의 구성 요소를 담고 있지 않음을 지적하지 않는다. 이 시와 문익환 목사를 관련시키는 점도 특이하다.
예배 중에 회중이 부르는 찬송은 성삼위일체 하나님께 올리는 시와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찬미를 받을 대상자는 하나님이시다. 찬송은 경외하고 마음으로 노래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찬송가는 국민 교육용이나 기독인 계몽용 노래가 아니다. 하나님에 대한 찬미와 신앙고백의 노래들을 담은 책이다.
문성모는 김재준의 행동하는 신앙과 그의 '신학사상'이 바람직하고 존경스럽기 때문애 따라서 위 찬송도 훌륭하다는 식의 논리를 펼친다. 이러한 논증은 논점일탈의 오류, 범주착각의 오류, 원칙혼동의 오류에 해당한다.
모든 기독인의 삶은 하나님과 관련되어 있다. 김재준의 사상과 삶도 하나님과 무관하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김재준의 위 찬송 시는 하나님에 대한 찬양과 신앙고백이 아니다. 우리나라, 우리 민족을 하나님, 그리스도, 성령과 연관시키지도 않는다. 하나님께서 찬미와 찬송을 받아야 할 자리에 ‘나라’를 대치시키는 구도를 지니고 있다. 나치 정부가 독일 민족을 하나님 자리에 둔 것과 다르지 않은 느낌을 준다.
“금주가”(1917)는 찬송가에 실렸다가 찬송가로 합당하지 않다고 하여 제외된 곡이다. 작시 작곡자 임배세 여사는 이화여자전문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감리교인이다. 이 노래는 황국국민 계몽, 민족의 젊은이 선도용 노래이다. 기독교절제정신 맥락에서 만들어졌다. 1923년에 청년찬송가, 1931년에 신정찬송가, 그리고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가 합동으로 만든 합동찬송가(1949)에 포함되었다가 찬송가로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1963년에 출간된 개편찬송가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에 온 초기 선교사들은 당시 조선사회 고질병이었던 조상신 숭배, 뿌리 깊은 악습, 허례허식, 축첩, 음주, 흡연 등의 폐해를 고치려고 청빈, 금연, 금주 등을 강조했다. 일제치하의 기독교절제운동은 나라를 잃은 슬픔을 가진 젊은이들이 자포자기하고 향락적인 문화에 빠져드는 것을 방지하려는 동기로 예배, 주일성수, 효도, 순결, 근면, 정직, 술-도박-아편 금지 등을 생활강령으로 제시했다. 국민계몽용으로 만들어진 금주가가 찬송가에 포함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졌다.
금주가 마지막 절에는 “천부”(heavenly father)과 '국가'를 언급한다. 천부는 하나님이고 국가는 일제 (日帝)를 지칭함에 틀림없다.
1. 금수강산 내 동포여 술을 입에 대지 마라
건강지력 손상하니 천치될까 늘 두렵다.
2. 팽가망신 될 독주는 빛을 내서 마시면서
자녀교육 위하여는 일전 한 푼 안 쓰려네
3. 전국 술값 다 합하여 곳곳마다 학교 세워
자녀 수양 늘 시키면 동서 문명 잘 빛내리
4. 천부 주신 네 재능과 부모님께 받은 귀태
술의 독기 받지 말고 국가 위해 일할지라
[후렴]
아! 마시지 마라 그 술,
아! 보지도 마라 그 술
조선사회 복 받기는 금주함에 있느니라
찬송의 조건은 특정 찬송의 작사자나 작곡가가 누구인가 하는 것과 무관하다. 찬송은 오로지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래이다. 국민계몽용이 아니다. 개인의 사상을 반영한 노래가 아니다. 민족사랑과 나라사랑만을 노래하는 김재준의 '찬송 시'는 찬송의 기본 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최덕성 박사 (브레드유니버시티 대표. 힌 브니엘신학교 총장)
첫댓글 설명절인데도 후원이 없습니다...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설이 다가옵니다...
설 명절을 앞두고 후원에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명절이나마...먹을것도 장만하고 공과금과 치료비 난방비 월세를
내도록 도와주세요,,,
후원은 카페지기에게 큰힘과 용기가 됩니다
이달에는 인슐린과 여러가지 치료약을 사야합니다...
카페지기는 지병.때문에 매달 치료비가 많이듭니다
매월 공과금과 LH.주거임대 임대료 관리비 마련이 어렵습니다
먹을것 반찬거리도 사야 살아가는데 지병과 장애 나이도
들다보니 수입이 전혀 없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기도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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