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들은 왜 종교적 신념을 공적 토론에서 이야기하죠? 개인적으로 무엇을 믿든 상관없지만, 공적인 영역에서 자신이 믿는 종교적인 신념을 근거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이 아닌가요?”
1. 오늘날 우리 사회는 종교의 자유를 인정합니다. 누구나 자신이 믿는 종교를(혹은 어떤 종교도 믿지 않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 종교를 믿으라고 강요할 순 없습니다. 다만 자신의 종교적인 신념에 근거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특히 공적인 문제에 대해 주장을 펼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닙니다.
2. 예를 들어 가난한 자를 돕는 문제를 생각해 봅시다. 왜 가난한 자를 도와야 할까요? 만약 누군가가 적자생존의 원리에 근거해서 가난하고 게으른 자들의 도태는 불가피하다고, 어떤 점에서는 사회발전을 위해 유익하다고 주장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래서 가난한 자들을 위한 안전망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펼칩니다. 그럼 이런 주장에 어떻게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까요?
3. 가난한 자들을 돕는 일이 왜 사회발전에 유익한지 실용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가난한 자들을 돕는 것은 결국 그들 역시 똑같은 인간이므로 품위 있는 삶을 유지할 권리가 있다는 믿음 때문일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과학적으로 증명할 순 없지만, 인간은 돌덩이나 나무보다 고귀하다는 개인적인 신념에 근거해서 주장하는 것입니다. 즉 개인적인 신념(종교적이든 비종교적이든)을 배제한 상태에서 공적인 토론 자체가 불가능한 것입니다.
4. 오늘날 우리 사회는 저출산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각종 출산지원정책 등 실용적인 방법을 도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결혼제도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입니다. 결혼의 주목적을 개인의 행복과 만족에만둔다면, 저출산의 문제는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결혼이 갖는 공동체적 역할과 책임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며, 부모가 되는 것의 가치와 기쁨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그동안 기독교가 결혼에 대해 취해온 자세입니다.
5. 물론 종교적 신념을 이야기함에 있어 태도와 표현은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믿지 않은 사람들이나 그들을 존중하지 않거나, 지나친 종교적 언어를 사용하여 대화를 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다만 종교적 신념을 근거해서 공적토론에 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우리사회를 보다 건강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