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16 부활제5주간 토요일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5,18-21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8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거든
너희보다 먼저 나를 미워하였다는 것을 알아라.
19 너희가 세상에 속한다면
세상은 너희를 자기 사람으로 사랑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는 것이다.
20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다.’고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을 기억하여라.
사람들이 나를 박해하였으면 너희도 박해할 것이고,
내 말을 지켰으면 너희 말도 지킬 것이다.
21 그러나 그들은 내 이름 때문에
너희에게 그 모든 일을 저지를 것이다.
그들이 나를 보내신 분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국민연금을 타는 나이 덕분에 정부재난지원금 40만원을 쉽게 탓다. 이제 사용하는 것이 문제다. 출퇴근용 LPG차가 충전이 안된다. 수리를 하고 충전을 하니, 수리비와 가스충전비가 이 지원금으로 각각 얼마씩 사용되고 현재 이십몇만원 남았다는 문자가 자동으로 뜬다. 진짜 좋은 세상이다. 고민할 것 1도 없이 너무 편리하고 요긴하게 잘 사용하고 있다. 이제 문제는 우리 급식소 식구들이다. 재난 지원금을 준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신경을 쓰고 있는 문제다. 기존에 생활지원 대상으로 선정되어 있는 분들은 나의 경우처럼 문제가 없다. 문제는 주거가 불명하고, 주민등록이 불확실하고, 돈 개념이 없는 식구들이다. 최씨는 보름 넘게 실종상태다. 여관비 독촉을 받던 강씨는 경찰에 잡혀갔단다. 최군은 정신병원에 수용된 거 같다. 아직도 자신이 경제사범으로 쫓기고 있다는 망상 때문에 모든 걸 숨기고 사는 김씨. 글씨도 돈도 모르는 정씨. 고씨. 홍씨. 주민등록이 뭔지도 모르는 나씨. 나에게는 이 사람들이 문제다. 그러나 정작 본인들은 안춥고 현재 도시락으로 배부리니 그냥 천하태평이다. 박씨는 삼 일전부터 새벽같이 주택백이가 되어 나타난다. 아마 같이 빈집에 사는 수급자가 수령한 지원금으로 '웬떡이냐'하면서 즐기는 모양이다. 아이고, 골치야.
요한 13-17장은 예수님의 최후만찬과 유언의 말씀을 담고 있다.
'세상이 너희를 미워할 것이다.'
이것이 무슨 뜻인가?
세상은 예수님을 이 세상에 보내신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을 뜻한다.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고 미워하고 박해한 사람들이다. '세상이 너희를 미워할 것이다'는 것은 이 사람들이 교회를 받아들이지 않고 박해할 상황을 예고하는 말씀이다. 곧 있을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과 승천 후 이 세상에 남게 될 제자들, 곧 교회가 겪게 될 박해 상황을 예고하는 말씀이다. 곧 교회가 직면하게 될 상황과 교회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이 유언의 말씀을 통해 보여주신다.
분명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셔서 예수님을 이 세상에 보내주셨고,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의 영원한 생명과 복음을 선포하셨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우리 또한 서로 사랑할 때, 곧 사랑의 새 계명을 실천할 때, 아름답고 풍요로운 세상. 참된 행복과 기쁨, 평화와 자유가 넘치는 하느님 나라는 우리 앞에 널리 펼쳐진다.
그러나 우리가 경험하고 있듯이, 이 세상에는 아직 세상을 어둡고 혼란스럽게 하는 사람들도 있다.
'세상이 너희를 미워할 것이다.'는 말씀은 교회의 이 경험을 예고하는 말씀이다.
이 어둠의 세력은 결코 빛, 곧 사랑의 세력을 이길 수 없다. 사랑의 힘은 어둠과 위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사랑의 힘은 재난의 위기 속에서도 인생과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지금 이 아름다운 세상을 흐리게 하면서 활개를 치고 있는 이 어둠의 세력은 무엇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