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 신작들이 속속 개봉하는 것을 보면 추석명절이 멀지 않음을 느낍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밀정>을 보았습니다. 오랜만에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데다가 송강호란 배우가 나오니 기본은 하겠다 싶어 보았는데 이거 예상보다 훨씬 잘 만든 작품이고 영화적 재미가 충만합니다.
우선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일제강점기이고, 의열단을 둘러싼 역사적 사실에서 소재를 차용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를 그린 영화들이 대체로 클리세가 강하고, 팩트에 충실하지 못해 설득력을 얻기가 어려운 경향이 있는데 <밀정>은 이 점을 어느 정도 극복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스파이 영화의 장르적 특성과 액션들이 적절히 가미되어 이야기의 골격을 튼튼히 지탱해 줍니다. 초반부 지붕위를 넘나드는 추격신과 기차안에서 벌어지는 액션은 최근 본 한국영화 중 최고의 장면들입니다.
그러나 영화 각본이나 스토리 구성보다도 연출과 편집, 그리고 음악에 더 우수한 점수를 주고 싶네요. 특히 주인공 이정출을 연기한 송강호는 매번 놀랍지만 이번에도 정말 깜짝 놀랠 정도로 연기를 잘 해냅니다. 어떻게 그런 연기력이 나오는지... 상대적으로 공유의 연기는 좀 약해보입니다. 시대극에 어울리지 않는 화법이 내내 거슬리더군요. 그래도 <부산행>보다는 좀 나았어요. 반면 하시모토 연기를 한 엄태구란 배우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카메오로 출연한 이병헌과 박희순도 몇장면 안나오지만 그 무게감이 실로 대단합니다.
여기서 음악 이야기를 안할 수 없네요. 특히 후반부 루이 암스트롱의 웬유어스마일링이나 라벨의 볼레로, 드보르작의 슬라브무곡 등이 쓰이는 방식은 너무나 근사해서 입이 딱 벌어집니다. 자칫 클리셰가 강하게 작용할 수 있는 장면에 음악이 들어가 세련되고 우아하고 품격을 높여 줍니다.
물론 장점이 많다고해서 단점이 전혀 없지는 않아요. 밀정, 스파이, 이중첩자 노릇을 해야하는 사람의 심리 구조가 너무 단순합니다. 주인공인 이정출을 좀 더 뻔뻔하고, 감정선을 낮춰서 그렸다면 더욱 입체적인 인물이 되었을 것 같고 감동도 더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의열단 단원들단의 역동이 좀 약하지 않나 싶습니다. 내부 이중첩자를 발본하는 부분에서도 스릴과 서스펜스를 좀 더 가미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단원들 또한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있는 투쟁가로서 진지함이 좀 덜하다고나 할까요. 그러나 어찌보면 그 시대에도 애국자라는 사람들의 스펙트럼이 꽤나 넓었을테니 아주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닙니다.
첫댓글 일제 강점기의 영화군요........
송강호의 연기가 또 한번 빛을 발할듯 합니다.
좋은 영화일듯 하지만, 좀 무겁게 느껴지네요.
어찌보면 무거운 주제이지만 영화적 재미가 마음의 중력보다 더 커서 괜찮습니다. 꼭 보세요~
진짜 송강호는 대단한 배우에요. 매번 놀라면서도 또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니까요. 심지어 <밀정>에서는 눈빛과 어깨로 연기를 하더만요.
김지운 감독의 영화는 흥행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질낮은 영화는 만든 적이 없을 정도로 영화보는 재미와 완성도가 뛰어납니다. 스타일로서의 매력도 강하고요. 가을아침님이 좋아하실 영화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오늘 저녁에 <밀정> 관람하고 집에 와서 제가 애정하는 기네스 캔맥주 한 잔하며 말러 카페에 접속했더니...ㅎㅎㅎ
언제나 훌륭한 감상문을 공유(?)해주시는 퓨어님께 감사^^
와아~ 기네스!! 저도 애정하는 맥주입니다. 역시 산유화님 저랑 영화 취향 뿐 아니라 맥주 취향까지 비슷하시네요. 늘 공감해 주셔서 제가 더 감사를 드립니다.
@pure 요즘 편의점에서 수입 맥주 4개 1만원 행사하더군요.ㅋㅋㅋ
저는 기네스를 와인잔에 따라 마셔요.
@산유화 멋지십니다요~~^^
@pure 퓨어님의 내공에 감탄했어요.
어떻게 눈빛과 어깨로 연기하는 모습을 간파하셨는지???
후기를 읽으면서 맞아! 하면서 백배 공감했어요.^^
@산유화 ㅎㅎ 내공은 하나도 없구요. 그냥 유독 송강호의 눈빛과 어깨가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고맙습니다^^
@pure 저는 사실 어제 아시아문화전당에서 보았던 연극 <홀스또메르>의 감흥에 아직 잠겨있답니다. 대단했어요^^
@산유화 어머나! 그 작품 보셨군요? 진짜 좋으셨겠어요.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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