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를 이어온 셋방살이 설움에 "네 집을 가져"라는 아버지 유언을 인생목표로 사는 박필기(차승원). 낮에는 조선소 기사로 밤엔 대리운전으로 투잡스, 쓰리잡스를 뛰면서 결국 사회생활 10년만에 대출에 융자까지 보태 거제도 바닷가 이층집을 사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내 집을 마련했다는 기쁨도 잠시, 부엌에 잘 꽂혀있던 식칼이 공중부양해 날라오고, 멀쩡했던 소파가 공격하는가 하면, TV 속 <주유소 습격사건>을 열연중이던 박영규가 필기를 노려보며 "살고 싶으면 이집에서 나가!!"라 윽박지르더니, 결국 <링>의 배두나처럼 TV밖으로 기어나오기까지 한다. 이 무슨 조화일까. 경찰서로, 이웃에게로 귀신 곡할 사연을 호소해보지만, 필기만 몰랐던 그 집에 '귀신이 산다'는 비밀이 밝혀진다. 급하게 급매로 집을 내놓지만 돈을 얹어줘도 집은 나가지 않는다. 죽기 아니면 까물어치기, 마침내 필기는 귀신(장서희)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는데...
영화를 보기 전에
'코믹연출의 달인' 김상진과 '코믹연기의 달인' 차승원이 의기투합한 <귀신이 산다>는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이후 세 번째로 '찰떡' 호흡을 맞춘 작품. 각종 CG 작업으로 김상진 감독이 지금까지 발표한 7작품 중 가장 공을 들여 완성했다는 <귀신이 산다>는 촬영의 70% 이상이 한반도 남쪽 끝 거제도에서 3개월 간 이뤄졌고, 차승원은 보이지 않는 존재와의 악전고투를 위해 상대역 없는 특수촬영을 감내해야 했다고. 첫 영화에 도전한 장서희 역시 이 영화를 위해 온 몸을 던졌는데, 식칼에서 소파까지 온 집안의 가구와 생활용품을 무기화하는 가공할만한 위협술을 보여주는가 하면 고난도의 와이어 액션 장면을 위해 투혼을 불살랐다. 게다가, 코믹영화로는 이례적으로 1,000마리의 닭이 출연, 스텝들과 촬영이 진행되는 3주간 사투를 벌였다.
놓치지 말 것
"6년 동안 숟가락 하나로 땅굴 파던, 코 묻은 돈 한 푼, 시골 농사짓는 촌부들의 천원짜리 한 장까지 삥뜯던 강인한 김봉두적 정신이 총망라된 캐릭터가 바로 <귀신이 산다>의 인간 박필기"라 일컫듯 차승원은 온 몸으로 열연했다. 말투에서 표정까지, 나무랄 데 없는 그의 연기는 지금까지의 연기인생을 집대성 해 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여기에 중견연기의 대가 장항선, 윤문식의 빛나는 연기는 극의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7,80년대 청춘 스타였던 영화배우이자 감독 진유영의 모습도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 또한, 김상진 감독 영화 중 처음으로 시도된 멜로성 짙은 장면의 연출 또한 눈여겨 볼 만하다. 어쨌든, '흥행감독과 흥행배우의 만남'만으로 오락영화로서의 재미는 절대! 보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