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가장 스리랑카적인 도시 ‘캔디(Kandy)’
싱할라 건축양식의 불치사 / 불치사 앞의 캔디 호수 / 불치사 입장 준비(치마, 맨발)
콜롬보 북동쪽 120km, 고원의 도시 캔디(Kandy)는 가장 스리랑카적인 고대도시로 관광 책자에 소개되어있는데 16세기, 싱할리 족의 수도로 세워져 1815년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기까지 300여 년간 왕도(王都)였던 도시이다.
캔디(Kandy)는 콜롬보에 비하면 지대가 높은 중부지역에 있는 까닭으로 날씨도 한결 선선하고 도시 경관도 잘 가꾸어진 아름다운 도시였다.
(1) 불치사(佛齒寺-Dalada Maligawa Sacred)
캔디의 가장 유명한 명소인 불치사는 이곳에 모셔진 부처님의 진신치아사리(眞身齒牙舍利) 때문인데, AD 362년 인도에서 모셔와 고대도시 아누라다푸라에 안치되어 있던 것을 싱할라 왕조가 수도를 이곳으로 옮기면서 왕권의 상징으로 모셔와 이곳에 모시고 불치사(佛齒寺)라는 이름의 사찰이 되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불치사는 캔디호수 바로 옆에 분홍색 담장, 붉은 기와를 덮은 전형적인 싱할라 건축양식으로, 불자들과 관광객들이 넘쳐나서 항상 길게 줄을 서야 입장할 수 있다.
입장료 1.000루피(25.000원), 신발보관료 20루피를 내고 들어가려니까 반바지 차림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다시 200루피를 냈더니 커다란 천을 발목까지 오도록 내린 뒤 한 바퀴 감아 허리에다 찔러 주었는데 이곳 남자들의 평상차림이다.
웅장한 건물의 중앙에 모셔져 있는 탑 모양의 부처님 진신치아사리 함(函)은 루비와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등으로 장식되어 있고, 둘레에 일곱 겹의 황금 띠가 둘러 있었는데 사람들에 가려 잘 볼 수도 없다. 사리(舍利)를 모시는 법당은 물론 복도와 바깥까지 불자(佛子)들은 두 손을 합장하고 바닥에 앉거나 꿇어 엎드려 열심히 불경을 외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스리랑카 최대(最大)이자 아시아 최고의 불교축제로 꼽히는 캔디의 부처님 치아사리 친견법회(Esala Perahera)는 매년 7~8월에 열흘간 열리는데 이곳에 모셔진 부처님의 진신 치아사리함을 열기 위해서는 지방에 흩어져있는 장관 4명이 열쇠를 가지고 모여야 한단다.
황금 연꽃 좌대에 모셔진 치아사리함을 태운 성스런 코끼리가 앞장서면 아름답게 치장한 100여 마리의 코끼리가 그 뒤를 따르고 연이어 북 치는 사람, 무용하는 댄서들, 휘황한 연등 행렬이 뒤따르는데 시내를 한 바퀴 돌며 축복을 내린다고 한다.
(2) 쓸쓸한 데갈도루와(Degaldoruwa) 사원
호텔 직원이 데갈도루와(Degaldoruwa) 석굴사원을 꼭 한번 가보라고 권한다.
아름다운 와불상 / 사찰에서 공부하는 아이들
별 관심도 없이 한번 다녀오기로 하고 시내버스를 탔는데 30분 정도 가야 하고 시내버스에 관광객은 달랑 나 혼자뿐이며 버스 승객은 순박한 시골 사람들 7~8명이 전부다.
포장도 되지 않은 좁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한없이 가는데 놀랐다. 표지판도 제대로 없는 산골짜기 한가운데 나만 덜렁 내려주고는 저 산길로 들어가 보란다. 좁고 험한 언덕길을 올라가자 작은 건물이 보이고 건물 안에서는 초등학교 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 10여 명이 공부하고 있었다.
그곳을 조금 지나자 마당 한쪽 그늘 밑 나무테이블에 모여앉아 공부하는 중ㆍ고등학생들로 보이는 7~8명과 선생님도 보이는데 공책을 들여다보니 모두 불교 관련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선생님은 작은 귓속말로 쓰나미로 부모를 잃은 고아들을 절에서 데려다 기른다고 귀띔을 한다.
석굴사원이 어디냐니까 바로 뒤를 가리키는데 바위산에 있는 작고 쓸쓸하기 짝이 없는 작은 굴이다.
실망(失望)하며 굴 입구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놀라움으로 가슴이 울렁거린다.
석굴 가운데에는 길이 7~8m의 부처님 와불상(臥佛像), 또 한쪽 벽면에는 부처님 좌불상과 두 제자의 입상(立像), 그 둘레의 벽면을 가득 메운 아름다운 채색의 벽화들과 또 빼곡히 그려진 정교하기 그지없는 천장화로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 데갈도루와 석굴사원(Degaldoruwa Cave Temple)은 18세기 초에 건립되었다고 하는데 달랑 석굴 하나로 규모는 작지만, 석굴 내부의 부처님 와불(臥佛) 조각상과 아름다운 프레스코화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