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지성
세상에는 여러 인간형이 있지만 유독 종교와 지성을 들먹이면서 우월감을 과시하는 사람을 간혹 본다.
이런 사람일수록 알고 보면 시원찮은 인격의 소유자라는 걸 알게 된다.
-자기가 최고다.- 라는 妄想을 갖고 我執과 獨善으로 가득한 사람을 볼 때도 있다.
터무니없는 우월감으로 언제나 목을 잔뜩 굳히고 주위 사람을 깔보는 태도를 넘어 결국은 안하무인의 경지로 사는 사람도 본다.
이런 사람은 언제나 주위와 분쟁이 끓이질 않는다. 주위에선 혐오감은 가지지만 노골적으로 대들기도 피곤해서 그저 모른 척 속으로만 삼키는 사람이 많아진다.
수필가들의 큰 모임이 있었다.
마침 나의 다섯 번째 책이 출간이 되어 가까운 文友들에게 나누어 주게 된다. 짧은 시간에 그날 참석한 육십 여명에게 주다보니 나름대로 바빴다. 책 심부름을 약속한 사람은 그날따라 가정 사정으로 참석을 못해서 나 혼자서, 받는 사람 이름 쓰랴. 싸인 하랴, 낙관 찍고 책 건네주랴...한참이나 분주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책을 받는 文友들은 하나같이 고마워하고 따스한 덕담을 주고받고 해서 흐뭇하고 보람있는 책 잔치가 그런대로 끝났다.
그런 일이 있은 지 한참 지난 어느 날, 어느 호텔 19층에서 在美 詩人의 출판기념이 있어 참석을 했다.
마침 평소에 가까운 마음으로 지낸다고 생각한 수필가가 보이기에 그 테이블에 가서 앉았다. 그 사람은 왠지 떨떠름한 기색이지만 이유도 모르고 나 딴에는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하고 옆자리에 앉았다.
얾마 쯤 있는데 문제의 그 文友가 한다는 소리가 충격적이다. 그날 내가 책을 주는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 책을 팽개치고 집으로 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람을 나무라는 투가 지엄하다.
세상에...이런 일을 하다니...行悖를 넘어 悖倫처럼 보였다. 文壇에는 자기보다 늦게 등단을 했지만 나이가 십년도 더 되는 세월을 보낸 칠십 老作家가 준 책을 이렇게 팽개치다니... 인간에 대한 예의와 지성을 근본으로 갖추어야 할 文筆家가 할 행동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삼일 동안을 곰곰이 생각을 했다. 세상일 초월하고 조용하게 살아야 하는 칠순 나이에 이런 망측한 일을 당하다니... 점잖은 척 가만히 있기에는 받은 모욕이 너무 심했다.
나는 편지를 보냈다.
文壇의 선배이고, 人生의 후배인 XXX 선생,
나는 3일동안 생각을 했습니다.
11월23일 프레지덴트 19층에서 전연 뜻밖의 일을 당했습니다.
지난 11월1일에 있은 자기의 엉뚱한 행동을 합리화 하면서 마치 큰 선배라도 되듯이 겸손 없는 자세로 사람을 깔보았습니다.
그런 일그러진 모습을 보고 너무나 실망을 했습니다.
이때까지 내가 본 인간 류XX는 아니었습니다.
그날 어떤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작가가 책 한 권을 上梓한다는 것은 뼈를 깎는 고통이 따른다고 합니다.
그런 귀한 책을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자기의 기준은 어떤지는 모르지만)
주는 태도가 못 마땅해서 성질을 있는 대로 내고 책을 팽개치고 휘잉 집으로
갔다고 하니 그쪽이 정상인지 내가 비정상인지 헷갈립니다.
자기도 작가인데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만한 사람이 고맙다거나, 수고했다는
德談은 못 줄망정 바가지를 깨고 亂動같은 짓을 하다니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그때는 어떤 감정에 치우쳐서 자기 조절불능으로 그랬다고 칩시다.
한참이나 지난 그날은 感情보다 理性을 충분히 회복할 때인데도
마치 대단한 권위라도 부리듯이 나무라는 태도는 오만의 극치를 보였습니다.
내 70 평생에 이런 수모는 처음입니다.
해서...
2008년11월1일에 준 윤행원隨想集-사람구경-
XX혜 선생님에게
윤행원 드림
그리고 싸인을 하고 낙관을 찍은 그 책을 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내 팽개치라고 준책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받고 싶지 않은 책은 돌려주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12월10일까지 여유를 드립니다.
그때까지 돌려주지 않으면 정식으로 청구할 것입니다.
2008년11월26일 아침11시 청구인 윤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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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悖
억울하게 뺨 맞는 사람을 본다
옆 사람이 분개를 한다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성을 내는 사람을 본다
불쌍한 연민(憐憫)의 정을 보낸다
사람의 道理는 무엇인가
長幼有序도 한 몫을 한다
힘들게 공부하고
재주 있어 글 잘 쓰고
자기 딴에는 중진이고 무어라고 폼을 내지만
인간 基本이 없는 사람은 곤란하다
어느 분야라도 선후배는 있다
질서가 있고 존경과 대우도 받는다
그것이 귀할수록
人生 先後輩는 헌법처럼 기본이 된다
先驗的인 人生經驗을 무시하고
眼下無人 능멸(凌蔑)하는 사람을 본다
무척이나 덜 된 사람이다
가관이고 엉성한 짓이다
겸손이 도망을 가고
자만이 난무하는 어수선한 사람을 본다
신이시여!
몰라서 그러니 용서해 주시옵소서.
2008년11월 석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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