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4 토요일이다.
햇볕이 좋았지만 바람이 불어 날씨가 차갑게 느껴졌다. 응달진 곳에 들어가면 추워 손이 시렸다.
대광고 25기 동기생들 12명이 동대입구역에서 모여 남산 성곽길을 따라 산책하기 시작했다. 조금 올라가니 탁 트인 시야로 서울 시내 건물들이 잘 보인다. 장충체육관 지붕이 선명하다. 우뚝 솟아 있는 신라호텔이 돋보인다. 신라호텔 내 정원에는 미술품들이 여기저기 세워져 있고 단풍잎들이 쌓여 걷는데 눈이 즐겁다.
빨간산수유 열매들이 찬기운에 떨고 있는듯 시린 느낌이든다. 예전에 한강진으로 끌려가던 죄수들이 버티고 버티던 고개였다는 버티고개를 지나 무장애 남산자락길을 따라 걷는다.
친구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이야기 나누면서 천천히 앞서거니뒤서거니 잘 걷는다. 지난번 폭설에 부러진 소나무들의 처참한 모습이 아직도 그대로 있다. 수십년 세월을 견딘 소나무들이 눈에 꺾이니 너무 안타깝다.
매봉산 팔각정에 올라 내려다보니 탁트인 풍광이 너무 아름답다. 처음 와 본 친구들은 서울에 이런 전망터가 있었냐고 감탄한다. 강남지역과 한강다리들과 우뚝 솟은 롯데타워가 풍광을 만들고 북쪽으로는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이 조망되니 최고의 전망터라는 생각이다.
팔각정에서 커피 한잔 마시니 이게 신선놀음이라는 생각이다. 원래 응봉산까지 가서 서울숲으로 가려했는데 너무 무리하는 것같아 간 길을 되돌아 남산 성곽길을 따라 약수동 산동네를 구경하면서 걸었다.
골목길을 돌고 돌아 내가 젊은 시절부터 열정을 불태웠고 정년퇴직한 장충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친구들에게 이곳이 내가 청춘을 바친 장소라고 일러주었다. 오랜만에 장충고에 와 보니 감개무량하다. 학교 주변의 변천사를 이야기했다. 박석태 친구가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 학교 운동장에서 운동도 했다고 해서 깜짝 놀랬다.
세시간 남짓 걷고 나서 아구찜에 막걸리로 맛있게 식사했다. 식사비를 깎아달라 하니 주인장이 선뜻 깎아준다. 역시 서민들이 사는 약수동의 인심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밥값을 깎아달라는 내가 있고 그렇다고 선뜻 깎아주는 여사장님이 있어 이게 사람사는 맛이지하는 생각을 했다.
커피점에서 커피에 쌍화차에 생강차 마시고 내년을 기약하면서 각자 흩어졌다. 박석태가 예전에 살던 곳을 찾아보고 싶다고 해서 함께 걸으면서 찾아보지만 워낙 많이 변해서 찾지 못하고 헤어졌다.
오늘 송년맞이 산행이 즐거웠다. 고등학교 동기생이란 그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도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내년에는 더 좋은 곳으로 안내하고자 더 노력해야겠다. 1박2일 일정으로 먼곳으로 가보는 것도 생각중이다.
친구들이 협조해주니 너무 행복하다.
만나면 좋은 친구들이다. 특히 대전에서 올라와주는 김성호 친구가 너무 고맙다.
다들 건강하길 기도한다.
오늘이 음력으로 동짓달 열나을이라 하늘에 보름달이 두둥실 집으로 가는 나로 하여금 흥을 느끼게 한다. 밤하늘에 달과 별이 있어 행복한 사람이다.
산행하지도 않으면서 내년도 달력 친구들에게 주려고 일부러 나와준 김희주부회장님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