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마음먹고 먼 곳으로 떠나는 것만이 힐링의 전부는 아니다. 일상에서 잠깐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또 다른 여행이며, 힐링의 순간이 되곤 한다. 그래서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는 경기도, 인천은 휴식에 목마른 우리에게 좋은 대안이 되고 있다. 그동안 색다른 즐거움을 찾기 위해서 제주도, 강원도만 찾던 것에 비하면 훨씬 효율적으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천, 강화도는 중고등학교 때 현장학습이나 수학여행 정도로만 찾아갔기 때문에 우리가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즐길 거리가 곳곳에 숨어있었다.
서울과 가까운 섬, 강화도

당일치기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곳이 어딜까, 싶어서 지도를 보다가 눈에 들어온 곳은 바로 강화도였다. 한국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섬인 이곳은 최근 이국적인 분위기의 해변과 카페가 생겨나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서울과 거리가 가까운 것이 가장 큰 장점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새로이 생기는 카페, 레스토랑, 펜션들이 각자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인스타그램에서 '강화도'를 검색하자 눈이 즐거운 곳들이 수도 없이 쏟아졌다. 유명하다는 곳만 가도 하루는 물론이고 2박 3일이 부족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최근에 유행하는 멋진 곳도 있지만, 강화도는 이전부터 유명한 관광지가 많은 곳이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이다. 삼국시대부터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였으며 고려 시대에는 몽골 항쟁의 근거지로, 또 조선시대에는 병인양요, 신미양요의 격전지였다. 그런 이유로 전등사, 초지진과 같은 명소들에서 이런 역사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이 밖에도 강화도 곳곳에는 보물 제10호인 강화 하점면 오층 석탑을 비롯, 수십 점이 넘는 문화재들과 천연기념물이 자리 잡고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또한 강화도에서 제일 높은 산인 마니산은 백두산과 한라산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있으며 단군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마련된 참성단을 비롯하여 아름다운 풍경이 함께 해 해마다 많은 관광객이 찾아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강화도를 찾아갈 이유를 하나씩 둘러보면 왜 이제껏 가지 않았는지 스스로 궁금해질 정도다.
자연과 예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 해든뮤지움


▲ 산 속에 있어 더욱 여유로웠던 해든뮤지움. 곳곳에 표지판이 있어 찾아가기 쉬운 편이다.
강화도에서 맛집 탐방을 하느냐, 아니면 역사적인 유적 탐방을 하느냐 고민하다가 결국 내린 결론은 '미술관 탐방'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정신적인 힐링을 얻을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술관을 찾게 되었고, 해든 뮤지엄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자연과의 어울림과 소통을 콘셉트로 지어진 독특한 건축물의 아름다움 또한 이곳을 가게 만든 이유 중 하나였다. 2013년에 개관한 이곳은 지역의 문화향유와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이 일어나는 곳이었다. 전시는 물론이고 학생들의 창의적 활동을 도와주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 및 기업연수와 청소년 단체, 성인 단체 워크숍 등이 진행되고 있다.




▲ 콘크리트, 유리로 이루어져 있는 건축물이지만, 자연을 담고 있어 따스함이 느껴졌다.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건축물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경사면의 진입부터 동선의 흐름에 따라 만나는 세 개의 오픈된 공간으로 이루어진 건축물은 콘크리트와 유리로 이루어져 자칫하면 차갑게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공간 사이로 빛과 땅, 하늘 등 적절하게 자연을 들임으로써 따스한 분위기가 함께 풍겨 나오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래서인지 미술관을 들어서면서 새소리가 들려와 마음을 유쾌하게 만들었으며, 유리로 둘러싸인 건축물에 비친 초록빛의 풍경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신선함을 느끼게 했다. 건축물과 그 주변의 자연환경 모두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밖에도 이 미술관은 국내외에서 유명세를 날리는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사립 미술관으로도 유명했다. 건축물의 섬세한 아름다움과 더불어 공간 곳곳에는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들이 동선에 따라 눈길을 돌리면 자연스럽게 마주할 수 있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미술관은 무조건 낯설다는 편견을 넘고 친근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LOVE' 조각으로 유명한 팝 아티스트 로버트 인디애나 (Robert Indiana)의 작품을 입구에서 만날 수 있으며 미술관 곳곳에서 세계적인 조각가이자 개념미술가인 베르나르 브네 (Bernar Venet),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 이고르 미토라이 (Igor Mitoraj)의 작품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작품들을 숨 쉬듯 자연스럽게, 자연과 더불어 느낄 수 있어 잔잔한 힐링을 할 수 있었다.




▲ 건축물, 자연의 아름다움에 못지 않은 전시 구성은 이곳을 특별하게 만든다.
건축물과 자연, 그리고 작품의 조화가 함께 느껴지는 공간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감각적인 현대 미술로 가득 차 있어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한국 현대미술의 현재를 보여주는 훌륭한 원로, 중견 작가들의 회화 작품은 자연스럽게 공간에 녹아드는 동시에 각자의 개성을 느낄 수 있도록 배치되어 즐거운 관람을 유도했다. 이어 곳곳에 자리 잡은 휴식 공간은 공간의 분위기를 여유롭게 즐기도록 만들어져 있다. 작품 관람이 공간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 전시였다.



▲ 전시를 관함하고 나서 만난 정원의 풍경 또한 인상적이었다. 자연의 매력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미술관이다.
서울에도 다양한 미술관, 박물관들이 있어 문화 예술 생활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한가로이 여유로움을 즐기기에는 살짝 무리가 있다. 그래서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여유롭게 다양한 예술 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는 미술관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서 여유롭고 자유로운 관람이 가능한 해든 뮤지엄에서 보낸 시간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공간을 다니며 건축물과 작품이 가진 의미를 곱씹으며, 동시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강화도의 여느 유명한 관광지 못지않게 꼭 들러야 하는 곳으로 추천하고 싶다.
해든뮤지움
주소 인천 강화군 길상면 장흥로101번길 44
운영시간 매일 10:00 - 18:00 (입장마감 17:30)
월요일 / 1월 1일 / 설 연휴 / 추석 당일 휴관
입장료 성인 13,000원 / 학생 7,000원
http://www.haedenmuse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