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운동회에 담긴 '시계 거꾸로 돌리기'와 '회상기법'
대부분 생명체는 태어나서 팔팔한 청춘으로 살다가 점점 노화되어 일생을 마감하는 게 순리다. 인류는 그 철리를 거역하고자 불로초니 불사초니 세상천지를 찾아보았으나 번번이 실패한 역사만 기록하고 말았다. 요즘 안티에이징화장품이 유행이고 최근 발견한 줄기세포(Stem Cell)는 죽지 않고 끝없이 반복해 분열하는 ‘불사조’이기 때문에 ‘꿈의 치료제’ 실현이 가능할 거라는 섣부른 결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오늘 얘기하려 하는 건 다른 분야에서 인생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 한 사람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하버드대학의 심리학자였다. 엘렌 랭어교수는 1979년에 오하이오주에서 70~80대 노인들만을 초대하여 일주일간의 추억여행을 시켰는데 여행이라고 해봐야 아무도 찾지 않는 수도원인가에 가둬(?)놓고 시계를 20년 전으로 돌려 59년도를 연출하고서는 노인들에게 그 당시의 신문을 주고 그 당시의 야구중계방송을 틀어주면서 살도록 하였다.
걷는 것도 뒤뚱거리던 노인들은 처음엔 화분에 물주는 것은 물론 설거지 하는 것조차 힘겨워서 불만이 하늘을 찌를듯하다가 점차 익숙해져 1주일이 지나서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눈이 좋아졌고 듣는 귀가 좋아졌으며 기억력은 물론 생각하는 지능이나 악력(손의 힘)도 좋아져 마음도 몸도 20년 전의 50대로 돌아간 것이다.
엘렌 랭어는 그 뒤 '마음의 시계'라는 책을 펴냈는데 실제 노화에서 생물학적으로 결정되는 것과 우리의 의식이 결정하는 것이 어느 정도나 될까? 저자는 노화란 이런 것이다 ‘노인은 마땅히 그러하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고정관념이 매우 크다고 주장한다. “젊음과 늙음, 건강함과 건강하지 못함과 같은 구분은 사회적인 구성물일 뿐 그 의미는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은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회적인 구성물일 뿐인 늙음과 건강함에 대한 고정관념은 상식이란 이름으로 그리고 의학의 권위를 입고 우리에게 무의식적으로 주입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늙음이란 이런 것이다 노인은 마땅히 어떠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 고정관념들에 대해 반박한다.
위의 예처럼 옛날 놀던 가락을 살려 시계를 거꾸로 돌려 동심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놀자학교다. 동심으로 돌아가면 일단 즐겁고 행복해진다. 이걸 반복하면 훨씬 젊어질 거란 것은 자명하다. 놀자학교에서는 호시탐탐 놀 핑계를 만드는 게 일인데 지난번에는 <추억의 운동회>를 만들어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예전에 공동체가 살아있을 때 운동회는 말 그대로 온 마을의 축제였는데 요즘엔 그렇지 못한 점이 참으로 아쉽단 생각이 든다.
‘시계 거꾸로 돌리기’와 비슷한 게 심리치료에서 활용되는데 바로 “회상기법(Reminiscing Technique)”이다. 이건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과거 경험을 생각하거나 그 경험을 현실의 문제와 연관시키는 것으로 구술방법이나 명상법을 사용하여 치유하는 것을 말한다. 회상기법의 긍정적인 효과는 여러가지로 나타나는데 특히 지지집단(연대의식이나 소속감)이 형성되는 집단 회상기법은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건 누구나에게 전 생애와 세대를 초월해 “난 결코 그 때를 잊을 수 없어”라고 추억을 떠올리며 함께 나눌(공유) 수 있다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다는 건 매우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을 보면 노인들이 매번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거나 과거 추억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흘려듣는데 이는 과거 사건을 기억하고 이야기하게 하는 것이 노인들을 편안하게 만든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편안해진다’는 것은 즐겁고 행복해진다는 증거다. 놀자학교에서는 놀이연수를 시작할 때 시계를 어린시절로 돌려 위와 같은 회상기법을 활용하는데 동심으로 돌아가 낯선 사람들끼리 금방 친해지고 연수가 끝나고 나서도 ‘그때’를 회상하며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는 기대감과 행복감에 빠지게 하는 차별화된 연수방법이다. ‘과거의 즐거웠던 기억’을 공유하였던 사람들과의 추억을 ‘다시 기억’하고자 하면서 그들의 심리적, 정서적 공감대는 끈끈하게 이어진다.
- 황금들판에서 추수가 한참인 충남 논산 봉동마을에서 우리는 모였노라~ 놀았노라~
- 예전에는 꽤 컸을 마을공동체가 무너진 건 산업화와 도시화의 결과.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 천안에서 마을공동체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찾아와 전야제를 위해 먼저온 회원들과 한판놀이,
- 전야제는 요런맛에 하는거 아니것어? 세상에 먹고 마시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잇쓰까?
- 볏짚타는 내음과 따스함이란! 피천득은 낙엽을 태우며 커피향을 느꼈다는데 우린 어머니의 가슴을 느낌.
- 운동회의 꽃인 대박터뜨리기를 위해 밤이 깊도록 공동작업을 하며 몸과 맘을 살찌운다.
- 식전부터 이 어린이는 죽마타기를 무던히도 연습하더니 드뎌!
- 운동회 준비. 기와집 앞마당에서 운동회 하는 건 아마 전국 최초일 거다.
- 전국에서 모인 회원들과 함께 드디어 추억의 운동회 시작(오른쪽, 대전놀자학교장 집 앞마당이다)
- 운동회 종목 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위 놀이는 '까막기차' 겨루기다. 맨 뒷사람이 운전.
- 댕기줄땋기 겨루기. 세 가닥의 천으로 청군과 백군이 어느편이 예쁘고 튼튼하게 땋는지.
- 어른들이 땋은 댕기줄을 활용한 '애기줄다리기' 으쌰으쌰~ 영차영차~~
- 맛난 점심시간이닷! 이런맛에 산다우~~
- 사탕따먹기 이어달리기. 어흥! 생각보다 쉽지 않네?
- 어어? 바람에 흔들려 입에 잘 안 들어가요~~ 예쁜추억 만들기
- 어른들은 난이도가 더 높다. 차라리 누워서 따먹으면 어떨까요?
- 와~~ 대박! 놀다가 죽는 건 우리의 꿈!
- 모두들 대박나셔유~~
- 청군백군 힘을 합쳐 마음을 모아 단심줄놀이
- 운동회 때 상장과 상품을 남발하였는데 온가족+이웃가족까지 참여하여 '최고가족상'
- 일명 '울지마상' 부산서 온가족 참여했는데 울까봐서, .
- 놀이세상이야말로 아이들의 천국이 아닐까?
- 뒤에서 말없이 고생한 이런 분들 덕분에 성황리에 추억의 운동회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