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무신 분쟁 1심 3년 4개월째… “재판 지체만 안됐어도”
[서초동 25시]
쟁점 정리하는 준비기일만 2년
법관 인사로 재판부 변경까지
이우영작가, 사망 이틀전에도 재판
양은경 기자 방극렬 기자 입력 2023.03.15 03:36 조선일보
고(故) 이우영 작가가 생전에 자신의 집 안 벽지 한쪽에 색연필로 직접 그린 검정 고무신 캐릭터 그림. 극중 주인공인 기영(왼쪽)과 기철이 울타리 뒤에서 손을 흔들고 있고, 이들의 여동생 오덕이가 강아지와 잠자리를 쫓아가는 모습이다. /이우영 작가 유족
만화 ‘검정 고무신’의 그림작가 고(故) 이우영씨는 저작권을 놓고 출판사 측과 오랜 송사(訟事)를 벌이다가 지난 11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출판사가 제기한 이 소송은 3년 4개월을 넘긴 지금도 1심이 끝나지 않았다. 14일 법조계에서는 ‘재판 지체’를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한 법조인은 “법원이 제때 결론을 내렸다면 이씨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소송은 2019년 11월 시작됐다. ‘검정 고무신’ 사업권 계약을 맺은 출판사는 이씨를 상대로 2억8000만원을 물어내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계약서에 ‘검정 고무신’ 관련 모든 창작 활동은 출판사 동의를 받도록 돼 있는데 이를 이씨가 어겼다는 것이다. 이 재판은 쟁점을 정리하는 준비기일만 2년 넘게 걸렸다고 한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를 가리는 본 재판은 작년에 처음 시작했다. 작년 5월, 7월, 10월, 12월에 2~3달 간격으로 재판이 열렸다.
그런데 지난 2월 법관 정기 인사로 재판부가 변경됐다. 바로 1심 판결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이씨는 지난 9일 새 재판부에 “‘검정 고무신’은 제 인생 전부이자 생명”이라는 진술서를 제출하고 이틀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씨는 진술서에서 “저작권 보호가 열악한 상황에서 작품을 잘 키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출판사를) 신뢰한 것”이라며 “창작자의 권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출판사 측 변호사는 본지에 “이 사건은 저작권 계약서 관련 분쟁이며, 계약에 따라 약속한 내용을 소송에서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민사 1심 재판은 소송 제기 후 5개월 안에 판결을 선고하게 돼 있는데 이 사건은 그 기간의 8배에 이르는 시간을 넘겼다. 한 법조인은 “이씨가 1심에서 패소했더라도 신속하게 선고됐다면 항소로 다퉜을 텐데, 재판이 지연되면서 심적 고통이 더 심했던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이씨의 사례는 저작권 전체가 출판사에 통째로 넘어가는 계약으로 논란이 됐던 ‘구름빵’ 사건과 비슷하다는 말도 나온다. 그림책 구름빵은 작가 백희나씨가 한국인 최초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문학상’을 받은 작품인데, 백씨가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한국만화가협회는 이씨의 유족과 함께 협의회를 꾸리고 저작권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낼 예정이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검정 고무신 애니메이션 등을 불매하겠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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