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을 읊음(偶吟 十首)
- 이하는 옥중에서 기록한 것임
此以下獄中錄
말과 말이 뒤집혀서 거짓이 도리어 옳은 것 같으니
붉은 정성은 임금의 밝으신 귀에 들어갈 길이 없네
천고의 남다른 은혜는 꿈속의 일이요
이 년 동안 절서가 바뀐 것은 죽고 사는 사이였네
하수를 기울이고 바닷물을 퍼부어도 원통함을 씻기 어렵고
땅은 늙고 하늘이 거칠어서 한이 끝이 없네
죽을 곳 찾는 인간 그곳이 어드메일까
뜰에 가득한 바람과 비에 낮인데도 캄캄하네
땅에 앉아 해가 지나니 병은 와서 침노하는데
비 내린 뒤의 봄 뜰이 도리어 침침해지네
사람들의 마음은 이미 뜬구름 같아서 변하길 손 뒤짚듯 하고
임금의 은혜는 바야흐로 큰 바다처럼 깊은 것 알겠네
무슨 일로 수양버들이 편벽되게 내 한을 자아내는가
일없이 우는 새도 역시 마음을 태우는 듯하네
때로 반혈(板穴)을 쫓아 멀리 밖을 바라보니
아름다운 기운 아롱아롱 상림을 두르고 있네
세월을 자꾸 끌면서 차례로 옮기는데
앉아서 아침 이슬이 풀 위 위태로움을 탄식하네
넋은 옥중의 서리처럼 찬 밤에 자주 놀라고
뼈는 하늘과 땅에 눈이 쌓일 때처럼 싸늘해지네
청육(靑陸)에 겨우 꽃 그림자 무르익은 것 보겠고
붉은 햇볕에는 도리어 해가 더딘 것이 괴로우네
한마음으로 근심하고 사랑하는 것 하늘이 응당 알 것인데
평생 일 되돌아보니 그저 저절로 슬픔만 찾아오네
풀 위의 이슬 같은 목숨이 수옥 속에서 마음 상하는데
세월은 무슨 일로 또 총총히 가는 것인가?
문을 닫고 있으니 삼복의 뜨거움 더욱 참을 길 없고
집은 흔들거리니 자주 유월 바람에 놀라네
명예와 이욕은 끝이 있는 것, 저 구멍의 개미를 보고
옳고 그른 것은 자취가 없으니 진흙 밟은 기러기와 같으네
야대는 아득히 먼데 응당 한을 이루리니
천 년이 간들 그 누가 관일의 충성을 알리
만 가지 일이 이 인간에게는 백 척의 대나무 끝처럼 위태로운데
이 년 동안의 감옥살이에 간장은 이미 끊어져 버렸네
나무 사립문이 눈 속에 있으니 오히려 꽁꽁 얼어붙고
짚자리는 봄이 되었어도 또 찬 바람을 두려워하네
살고 싶은 뜻은 다만 싹트는 풀처럼 움직이는 것 불쌍하고
죽을 기약은 새벽 등잔 쇠잔한 것이 한탄스러워
상전과 벽해는 일순간에 변하는 것이지만
이 원한은 천 년이 가도 씻어지기 어렵네
어느덧 바람과 비가 봄추위를 빚어내는데
궁중의 누수는 자꾸 떨어져 홀로 밤은 깊어가네
친구의 정의를 감히 살고 죽는 이 시점에 말할까마는
세상 사람의 마음은 편벽되이 시비 사이에서 볼 뿐이네
외로이 백설가(白雪歌)를 읊으면서 새로운 한을 더하고
벼슬길을 돌이켜 생각하며 옛 즐거움을 그리워하네
우주의 백 년 일을 누가 다시 위로할까
다만 쇠잔한 불이 붉은 마음에 비치는 것 불쌍할 뿐이네
한 마디 뒤집어서 자취를 찾기 어려운데
우주에는 천 년 동안 화를 깊게 빚어내네
조정 의논은 이미 물결이 들끓는 것에 놀래고
죽을 기약은 바야흐로 날로 다가오는 것 깨달으네
멀리 임금 계신 곳 바라보니 해바라기를 어여삐 여기는 정성이요
봄 햇빛은 풀의 우는 마음 갚을 길이 없네
남은 시간 가만히 세어 보면서 계속 잠 못 이루니
뜰에 가득한 차가운 나뭇잎에 달그림자만 침침하네
교묘한 마음 자취가 없어 마치 기러기 발자욱 같은데
나갔다 사라져서 능히 한 세상이 희미하네
역로 맑은 가을은 낮과 밤을 겸했고
왕성은 대낮으로 동쪽과 서쪽을 모르겠네
겨우 속마음 살펴보니 내 마음이 먼저 꺾이고
감옥 문 깊이 닫혀있으니 뜻이 더욱 서글프네
참인지 거짓인지는 다만 깊이 살펴야만 알 것이니
높고 높은 저 대궐에 사닥다리 하나 없는데 어찌하리
교묘한 말이 시끄러워 시호를 이루었는데
백 년 동안의 이 천지에 한 몸이 이제 가벼우네
원한이 깊어 씻을 수 없는데 먼저 죽음이 내리고
죄가 커서 용납하기 어려운데 감히 살기를 바라랴
쇠잔한 달은 다만 오늘 밤빛이 애처롭고
차가운 종은 아직도 지난해의 소리를 기억하네
천대의 가장 큰 끝없는 한스러움은
부모님과 임금의 얼굴 영원히 못 뵙는 심정일세
한 번 감옥 문 잠그니 만 가지 근심이 아예 사그러들고
짙은 구름만 땅에 가득하여 낮인데도 컴컴하네
처음으로 버들잎이 서리를 겪으며 떨어지는 것 보겠고
또 연꽃이 뭍에서 나와 향기 나는 것 대하네
원통함 하늘에 호소하려 하나 하늘은 너무나 멀고
죽음도 응당 받아놓은 날이 없는데 해가 어이 이다지도 긴 것인가
그 누가 풀 맺어 은혜에 보답하려 하는 뜻을
온 천지에 천 년 동안 저절로 마음 상할 것임을 알리
語言翻覆誣還工 丹悃無由徹四聰 千古殊恩魂夢裏 二年流序死生中 河傾海酌冤難洗 地老天荒恨不窮 穴望人間何處是 滿庭風雨晝濛濛
地坐經年二豎沈 雨餘春意轉陰陰 人情已覺浮雲變 恩渥方知大海深 何事垂楊偏撼恨 等閒啼鳥亦燒心 時從板穴憑遐矚 佳氣蔥蔥繞上林
荏苒流光取次移 坐歎朝露草頭危 魂驚桎梏霜嚴夜 骨冷乾坤積雪時 靑陸纔看花影爛 赤炎還苦火輪遲 一心憂愛天應質 環顧平生秖自悲
草露徒傷畫地中 光陰何事又蔥蔥 杜門不耐三庚熱 撼屋頻驚六月風 名利有窮看穴蟻 是非無迹等泥鴻 夜臺冥漠應成恨 千載誰知貫日忠
萬事人間百尺竿 二年牢獄欲摧肝 板扉帶雪猶含凍 藁席逢春又怯寒 生意只憐萌草動 死期堪歎曉燈殘 桑田碧海須臾變 冤恨千秋一洗難
居然風雨釀春寒 仙漏沈沈獨夜闌 交契敢言生死際 世情偏閱是非間 孤吟白雪添新恨 回憶靑雲泣舊歡 宇宙百年誰復藉 秖憐殘燼照心丹
一言翻覆迹難尋 宇宙千秋釀禍深 朝議已驚波蕩蕩 死期方覺日駸駸 遙瞻天陛憐葵悃 未報春暉泣草心 默數殘更仍不寐 滿庭寒葉月陰陰
巧言無迹似鴻泥 出沒能令一世迷 驛路淸秋兼晝夜 王城白日失東西 纔瞻內省心先折 深鎖圖扉意益悽 情僞只應淵鑑照 高高天陛柰難梯
巧舌紛紛市虎成 百年天地一身輕 冤深莫洗先垂死 罪大難容敢愛生 殘月祇憐今夜色 寒鍾猶記去年聲 泉臺最是無窮恨 鶴髮龍顏永訣情
一鎖圓扉萬慮亡 濃陰滿地晝茫茫 初看楊葉經霜落 又對荷花出水香 冤欲訴天天更遠 死應無日日何長 誰知結草酬恩志 九地千秋秖自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