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와 30대 청년층이 종교를 믿는 비율이 급감했다는 한국갤럽 ‘종교 실태’ 조사는 한국교회의 청년 감소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대형교회 청년부를 제외하고는 ‘청년부 부흥’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 교회는 다르다. 지난 2007년 청년 18명으로 개척한 경기도 용인시 죽전동 아름다운우리교회(담임목사 이동훈)에는 현재 청년만 300여 명이 모인다. 청년들이 모이기만 할 뿐 아니라, 이들이 모두 마치 사역자인 듯 선교에 ‘헌신’한다. 직업이 변변치 않은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다른 청년들이 ‘스펙쌓기’에 몰두할 때, ‘하나님 나라의 스펙’에 관심을 두는 청년들, 이들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우리교회를 찾았다.
청년들과 ‘뭉그적뭉그적’ 대는 것이 청년 사역의 비결
청년 18명으로 시작된 교회는 1년 만에 150명으로 불어났다. 개척하자마자 필리핀 선교부터 시작했는데, 현지 교회도 같이 부흥하는 놀라운 일들이 일어났다. 놀라운 이야기와 사연은 무궁무진했다. 자연스레 ‘비결’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 ‘헌신된 청년’이 가능한 이유, 청년들이 주축이 되는 교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이동훈 목사는 청년들과 말 그대로 ‘뭉그적뭉그적 댔다’고 표현했다. 담임목사와 청년들이 함께 밥 먹고, 자고, 시간을 보냈다. 지금도 여전히 뭉그적 대는 중이다. 물론 이 교회에는 STP(Spiritual Training Progam)라는 기도와 성경공부 훈련이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청년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 먼저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제자훈련을 한 적이 없었잖아요. 그냥 같이 밥 먹고 얘기하고 또 같이 자고 생활하신 거죠. 저는 ‘관계’가 훈련의 최고봉이라고 생각했어요. 담임목사와 청년들이 형식적인 관계가 아니라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관계가 되는 거죠. 저희 청년들은 제가 다 자기를 좋아하는 줄 알아요. 소외된 청년들 없이 대소사를 알고 친밀하죠. ‘목사님에게 나는 특별해’ 그 마음을 청년들이 알게 되면, 자신이 사랑받는 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걸로 게임 오버예요”
이동훈 목사에게는 청년들이 ‘목적’ 그 자체였다.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해줬다. 처음 모인 18명 중에는 음악한다고 교회에서 ‘사탄’ 취급을 받았던 청년도 있다.
“저는 청년들이 불쌍하더라고요. 많은 교회들이 청년 사역을 한다고 하는데 돈도 안 쓸 뿐만 아니라, 청년들을 품지 않는 걸 봤어요. 청년들을 그냥 ‘일꾼’ 정도로 생각하고 일만 시키지 이들이 ‘목적’이 아닌 경우가 많았죠. 저는 그냥 청년들을 사랑했어요. 술이 덜 깨서 오는 친구라도 괜찮다고 해줬죠. 청년들이 자기가 사랑받는다는 걸 경험했죠. 처음에 찬양팀으로 모였을 때 만난 청년들이 다 다른 교회를 다니고, 저도 사역하는 곳이 없어 모일 곳이 없을 때 여기 저기 다니면서 성경공부 하고 가르쳤어요. 그 친구들과 교회를 개척하니, 정말 천하무적 같더라고요”
‘예배로 선교하는 교회’, 개척하자마자 선교
이동훈 목사는 전도사 시절인 지난 2007년 찬양팀을 구성해 교회를 섬기는 사역을 했다. 찬양사역자를 꿈꾸며 찬양팀을 모집했고 이들과 함께 여의도순복음교회 성북성전, 성남중앙교회에서 찬양을 이끌었다. 그러다가 연습실로 쓰던 사무실에서 ‘시끄럽다’고 쫓겨날 상황에서 하나님은 ‘계속하라’는 마음을 주셨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에서 이동훈 목사는 이들 18명을 데리고 복정동에 개척을 했다. 청년 18명에 불과했지만, 이들은 함께 음악 사역을 하는 정예화 된 팀이었다.
개척 5개월 째에 감동을 받아 필리핀으로 선교를 떠났다. 첫 선교를 시작으로 필리핀에 선교센터를 세웠다. 가난하지만 똑똑한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프로그램(EMGL:Education Mission for Global Leaders)를 시작했다. 찬양팀을 꾸려 워십 페스티벌(Korea Worship Festival)이라는 타이틀로 ‘예배선교’의 기틀을 다졌다.
개척 초기부터 시작된 선교는 개척 7년 만에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에서도 ‘Korea Worship Festival’로 매년 선교가 진행된다. 이미 첫 선교지인 필리핀 선교센터에는 150명의 훈련된 현지인 성도들이 세워졌다. 선교의 역량은 유럽에까지 확대됐다. 이탈리아에도 국내에서 유학 간 청년을 주축으로 50명이 모이는 교회가 설립됐다. 워십 페스티벌 팀의 사역은 이미 밀라노 지역 현지 목회자들에게도 알려져, 런던 힐송 밀라노 집회에 초청 받아 사역을 하기도 했다. 이런 현지의 인지도 때문인지 이동훈 목사는 오는 24일부터 27일까지 열리는 유럽 코스테(KOSTE) 강사로 초청받았다.
“한국의 작은교회 목회자일 뿐인데, 유럽의 문까지 열린 것이 정말 신기하다. 인맥이나 연줄 이런 것이 없이도 어떻게 알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어느 나라든지 집회를 하기로 하면, 집회할 교회만 선정한 뒤에는 우리 팀이 티켓을 나눠 전도하면서 정말 ‘생 복음’을 전한다. 그러면 거짓말처럼 믿지 않는 사람들이 찾아온다. 그렇게 유럽에서 집회한 교회마다 부흥이 됐다”고 말했다.
최고의 헌신이 가능한 ‘청년’시절, 청년 목회는 최고의 투자
이동훈 목사는 청년들에게 ‘선교하라’, ‘헌신하라’ 강요하지 않는다. 교회공동체에서는 하나님 나라의 비전이 무엇인지, 가치가 무엇인지 전할 뿐이다. 청년들이 많이 모이지만 이들은 어떤 목적을 위한 대상이 아니다. 이렇게 모인 청년들의 꿈을 지원하고 전적으로 함께 이뤄가는 것이 아름다운우리교회 공동체의 비전이다.
교회 안에서 사회적기업인 마이크로 파이낸스를 운영하면서 청년들의 유학을 지원하고, 필리핀과 캄보디아 등 현지 성도들의 사업장을 열어준다. 대출금은 원금만 받고, 회수된 원금은 또 다른 이들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청년들 중에는 스펙이 좋은 청년들도 있고, 가난한 청년들도 있어요. 하지만 모두 자신의 전문성을 키우고 꿈을 이뤄가야 하죠. 가난한 청년들은 돈 때문에 쓰임 받지 못하고 대출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서, 물질 걱정 않고 꿈을 위해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도덕적 해이가 없도록 원금은 꼭 받아요”
이동훈 목사는 ‘청년’이라는 원석을 보석으로 제련할 줄 아는 ‘청년 목회자’였다. 이 목사는 청년들 자체가 교회에 에너지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심지어 헌금이 안 된다고 생각하며 청년에게 투자하지 않는 교회를 향해서도 ‘아낌없이 드릴 수 있는 세대는 장년이 아니라 청년’이라고 역설하면서 청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흔히들 청년사역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도 하지만 이동훈 목사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청년들이 헌신되면 말 그대로 마리아의 향유옥합처럼 쏟아 부어요. 전 그런 모습을 많이 봤거든요. 장년에겐 없는 헌신과 열정이 청년들에겐 있어요. 청년들에게는 마리아와 같은 영성이 있어요. 청년들을 소비하려고 하지 말고 마음을 쏟고 교회의 중심으로, 목적으로 대하면 청년 같은 하나님 나라의 일꾼은 없다고 저는 확신해요. 우리교회 장년들도 ‘아유 난 저렇게 청년들처럼 못해’ 이렇게 손사래 칠 정도니까요”
사생활 포기하고 ‘청년’을 얻은 목회자, 선교의 동력
물론 청년 목회자로 사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니다. 청년의 ‘향유옥합’을 이끌어 내려면 담임목사의 전적인 헌신은 기본이다. 이 목사에게 청년은 많은 것을 포기하고 얻은 ‘보물’이다. 사생할도, 대부분 기성교회 담임목사로 누릴 수 있는 권위와 대우 대신 얻은 것이 이들 ‘청년들’이다. ‘보화’를 발견한 농부가 가진 것을 다 팔아 밭을 샀던 것처럼 청년들은 이동훈 목사에게 모든 것을 투자하고 얻을만한 최고의 가치다.
“우리 청년들은 제가 다 포기했다는 걸 알아요. 사생활이 다 오픈돼 있어요. 시간의 우선 순위, 물질의 우선 순위, 교회의 모든 가치를 다 청년에게 준다는 걸 알고 있죠. 가정도 희생하는 부분이 있고요. 기성교회의 담임목사로 누릴 수 있는 걸 다 포기했어요. 그렇지만 이런 것들을 통해 얻는 청년들의 파워는 어마어마해요. 이런 헌신된 청년들이 우리 교회 사역자들이거든요”
아름다운우리교회는 청년들의 헌신과 사랑으로 지금까지 성장했다. 그런데 청년들도 장년이 될 텐데 그 이후에는? 이 부분이 이동훈 목사에게도 고민이었다. 이 목사는 답을 ‘선교’에서 찾았다. ‘모든 연령대가 선교하는 교회’로 자리잡는 것이다.
“청년 중심의 교회다 보니 장년들이 오히려 소외받고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어요. 처음엔 우리교회에 장년이 거의 없었어요. 지금은 50-60명 정도 돼요. 청년들이 결혼하면서 장년이 되기도 했고, 청년들이 변화되다 보니 부모님들이 교회를 찾아왔거든요. 그런데 저는 장년들한테 확실히 말했어요. 우리는 청년 중심의 교회로 간다고요. 청년이 장년이 되도 또 청년들을 지원하라고요. 그 대신 교회는 모든 연령대에 맞는 선교 프로그램을 제공하려고 해요. 우리교회가 완전히 ‘선교하는 교회’로 브랜드화 됐으면 좋겠어요”
자녀가 있는 가정에는 한 나라를 품고 기도하면서 자녀들에게도 나라를 품고 기도할 수 있도록 하고, 은퇴 이후에는 선교지에서 선교하며 헌신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평생 선교하는 가정’으로 교회가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교회. 그것이 이동훈 목사가 꿈꾸는 교회 비전이다.
청년 목회를 위해 많은 걸 포기했다고 말하면서도 이동훈 목사에게는 역설적으로 모든 걸 얻은 것 같은 여유로움과 기쁨이 넘쳐보였다. 청년들이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강건해 지는 것처럼, 아름다운우리교회도 선교를 감당하는 단단한 일꾼으로 성장하는 비전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첫댓글 사생활을 포기하고 '청년'을 얻은 목자! 평생 선교하는 가정! 감동이 됩니다.
우리 모임의 지향점과도 비슷한 점이 많네요. 우리도 이렇게 되기를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