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제104회] 오계국에 몰아친 풍운(2)
태자가 어머니에게 들은 말을 전하자 오공은 히쭉 읏었다.
"놈의 몸이 그처럼 차다면 그건
차가운 짐승이 둔갑한 것이 틀림 없겠습니다.
염려하지 마십시요. 이 손공이 퇴치하여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날이 저물었으니 태자께서는 우선 돌아가십시요.
내일 아침 내가 성으로 가겠습니다.
태자는 머리를 조아리고 말했다.
"사부님 저는 여기 있다가
내일 사부님과 함께 성으로 갈까 합니다.
"그건 안됩니다. 만약 태자와 내가 함께 입성한다면
그 요괴는 내가 태자님을 충동질했다고 의심할 것입니다.
"지금 제가 성으로 돌아간다해도
그는 의심할 것입니다."
"왜요?"
"저는 아침 일찍 허락을 받고 수천 인마를 거느리고
매와 개를 데리고 성을 나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사냥에서 짐승을 한마리도 잡은 것이 없으니
성으로 돌아가서 무어라고 말하겠습니까.
만약 못잡았다고 하면 무능하다고
죄를 씌워 옥에 가두겠지요.
그렇게 되면 사부님께서 내일 입성하더라도
안에서 호응할 사람이 없어집니다.
더구나 사부님은 뭄무백관중에 아는 사람도 없지 않습니까?"
"그런 일이라면 문제 없습니다.
어째서 빨리 말씀하시지 그랬어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오공은 태자 앞에서
재주도 자랑할 생각으로 몸을 날려
구름위로 오르더니 인을 맺고
음낭정법계의 주문을 외워서
산신과 토지신을 불러냈다.
산신과 토지신은 공중에서 예를 올리고 물었다.
"대성님 저희들을 부르시니
무슨 시키실 일이라도 있습니까?"
"내가 당나라 스님을 뫼시고 여기까지 이르러
요마 한 놈을 퇴치하려 한다만
그러려면 태자의 도움이 있어야해.
그런데 저 태자는 사냥을 나왔다가 짐승을
한 마리도 잡지 못해서 돌아가지를 못한다는 말이야!
너희들이 인정을 써서 날짐승과 길짐승들 좀 얻어
저 사람이 가져가게 해다오."
산신과 토지신들은 감히 누구의 명령이라고
따르지 않겠는가.
그들은 얼마나 필요한지를 물었다.
얼마인들 숫자에 구애할게 있나,
그저 약간만 있으면 된다."
산신과 토지신은 음병을 보내서 산 짐승을 모으는 음산한
바람을 일으켜 꿩과 노루 사슴 여유와 너구리, 범, 토끼, 이리등속을
쳔여마리나 잡아다가 오공에게 바쳤다.
"내게는 그럴 필요 없다.
너희가 그것들을 죽여서 사십리 길 양쪽 길가에 뿌려두어라.
그들은 개도 매도 풀지 않고 고스란히 성으로 가져가게씾.
이것은 모두 너희 공로다.
일이 잘되면 태자를 시켜 재를 지내주도록 하마."
산신과 토지신은 명령대로 처리하고 바람을 거두고
양편에 모시고 섰다.
오공은 구름을 낮추고 내려왔다.
"태자전하, 이젠 돌아가십시요.
길에 짐승들을 잡아놨으니 마음대로 가져가십시요."
태자 관조는 오공이 하늘에 올라가서 이런 신통력을
부리는 것을 보았으니, 어찌 믿지 않겠는가.
백배사례하고 산문을 나와서 좌포장 지관을 불러
군사들에게 회군령을 내렸다.
얼마를 가니 길 양쪽에 헤아릴수없이
수많은 짐승들이 쓰러져있었다.
매도 사냥개도 필요없이 닥치는 대로
짐승을 주워담기만 하면 되었다.
군사들은 수리를 맞추어서 "황제폐하 만만세"
"황태자 폐하 천천세"를 외치며
의기양양하게 성으로 돌아갔다.
누구도 그것이 오공의 신통력 덕택이라는 것을 알리가 없었다.
태자 관조가 길가에 늘어진 짐승을 줘담으며
성으로 돌아간뒤 오공은 삼장을 모시고 있었다.
성의 중들은 태자 관조와 삼장일행이 그처럼 친밀한 것을 보고
모두 새삼 존경하면서 극진히 시중하였다.
삼장일행은 그날밤도 선당에서 쉬었다.
그런데 오공은 밤중에도 뭔가 마음에 걸려
스승의 침상곁으로 갔다.
"스승님!"
삼장도 잠을 자지 않고 있었다.
삼장은 오공이 자다가 놀란것으로 생각하고 모른척했다.
"스승님 주무십니까?"
"오공아, 왜 안자고 이러느냐?"
"스승님 잠시 의논할 일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냐?"
"전 오늘 낮에 태자 관조에게 내 재주가 많아
요괴 잡는 것쯤은 쉬운 일이라고 큰 소리를 쳤습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좀 어려운 점이 있습닏.
그래서 잠이 안옵니다."
무엇이 어려운 일이냐
요괴를 잡지 않겠다는 말이냐?"
"아닙니다, 잡기는 잡아야지요.
다만 명분이 서지를 않아서 그게 걱정입니다"
"허 이놈봐라, 요괴가 적정임금을 죽이고
왕권을 찬탈했는데 무슨 명분이 필요하냐?"
"스승님께선 그저 경문이나 읽고 참선을 일삼으시니
저 소화의 율법 같은 것을 어찌 알겠습니까?
도둑을 잡으려면 먼저 장물을 찾으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저 괴물은 벌써 삼년이나 황제행세를 하면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는데 실책이 없고
평판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여러 비빈과 잠자리도 같이 했고
조정의 신하들과도 원만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설령 내가 놈을 잡는다해도
죄명을 붙일 수 없는 것이 걱정입니다."
"어째서 죄명을 붙일수 없다는 것이냐?"
"놈이, 나는 오계국의 천자 적정이다.
내게 무슨 허물이 있어서 나를 잡느냐?
요렇게 시치미를 딱 떼고 나설 경우
놈을 꼼짝 못하게 해야 할 증거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이미 계획이 있습니다.
다만 스승님이 감싸고 두둔하는 버릇이 있어서
탈이라는 말씀이지요."
"내가 누구를 두둔했다는 게냐?"
"팔계는 천성이 바보같아서 엉뚱한 소리를
곧잘 하는데도 스승님은 항상
그 놈을 두둔하시지 않습니까?"
"나는 결코 두둔하지 않겠다."
"스승님께서는 팔계를 두둔하지 않겠다 하셨으니,
잠시 오정과 이곳에 계십시요.
저는 팔계를 데리고 오계국의 성으로 들어가
그 화원의 우물속에 적정황제를 건져와서 내일 성으로 가면
통관문첩에 서명을 받은 뒤에 요괴를 때려 잡겠습니다.
놈이 저항을 하면 시체를 드러내서 놈이 한짓을 밝히고
조정신하들도 국왕 적정이 확실히 죽은 것을 확인하면
우리 형제들이 행동을 합니다.
이렇게 되면 죄상이 들어난 송사라 일하기가 쉬워집니다.
"하하하 그거 좋은 생각이다.
그런데 팔계가 가려고 할까?"
"그거 보십시요. 스승님꼐선 벌써부터
팔계를 두둔하고 계시지를 않습니까"
팔계에게 물어보기도 전에 지례 팔계가 안갈것을
염려하시니 말입니다.
스승님께서 감싸지만 않으시면 저는 저구계라도
설득해서 데려갈 수가 있습니다."
"그래 난 가만 있을테니
네가 좋을데로 데려가도록 해라."
오공은 팔계의 침상으로 가서 불렀다.
"팔계야, 팔계야 놀자!"
그러나 바보 팔계는 잠이 깊이 들어서
아무리 불러도 코만 골 뿐이었다.
귀를 잡아당기고 흔들어 깨웠떠니 짜증을 내며 하는 말이
"형, 귀찮아 장난치지마, 놀긴 뭘하구 놀아,
내일도 길을 가야 하잖아."
"장난치는게 아냐.
크게 돈벌이가 될 일이 있는데, 우리 둘이 안해볼래?
돈벌어 맛있는 것 실컷 사먹고 좋잖아."
음식을 실컷 사 먹는다는 말에 팔계의 눈이 번짝 떠졌다.
오공은 어떻게 팔계를 이용하려는 걸까?
흥미진진한 다음편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