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아이들에게 필요한 나침반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이삭빛 시인(본명 이미영 문학박사) / 교육인권가, 문학평론가
한 아이가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 그 작은 손 안에는 우주보다 넓은 정보의 바다가 펼쳐진다. 그러나 바다는 늘 잔잔하지 않다. 거짓의 파도, 혐오의 암초, 조작된 빛이 아이의 시야를 가린다. 우리는 묻는다. '그 아이는 바다를 항해할 나침반을 가지고 있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아이들이 디지털 공간에서 스스로를 지키고 타인을 존중할 수 있는 힘을 갖추었는지를 되묻는 것이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며, 그 도구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는 교육의 몫이다.
과거 전북특자도는 인권교육을 개별 학교나 행사 중심으로 운영해왔으며, 정책적 연계나 제도적 기반이 부족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전에는 인권 관련 민원이나 갈등 상황에 대한 대응도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2023년 「전북교육인권조례」가 제정되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기존의 학생인권센터는 ‘전북교육인권센터’로 확대 개편되었고, 인권담당관과 교육활동보호팀이 신설되면서 교권과 학생인권의 균형을 실현하는 체계가 마련되었다.
2024년 기준,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은 사이버폭력 예방 중심학교 467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교사 1만6천여 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역량 강화 연수를 실시했다. 웹툰 형식의 콘텐츠를 통해 디지털 예절과 AI 윤리를 쉽게 전달하고, 경찰청과 협력한 사이버폭력 예방 교육도 연중 운영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딥페이크 영상, 악성 댓글, 허위 정보 유포 등 디지털 인권 침해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팩트체크 교육과 가짜뉴스 대응 훈련도 강화되고 있다. 이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기술 속에서 인간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적 변화는 행정 성과로도 이어졌다. 2024년 전국 시·도교육감 공약이행 및 정보공개 평가에서 전북교육청은 공약 목표 달성률 121.9%, 재정 집행률 76.3%를 기록하며 전국 2위에 올랐고, ‘목표달성’과 ‘이행완료’ 두 분야 모두 최우수 등급(SA)을 획득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성과를 넘어, 교육 인권의 실천적 진전을 보여주는 지표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보면, 캐나다의 인권교육기관 ‘에퀴타스(Equitas)’는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을 통해 90% 이상의 학생이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법을 배웠다'고 응답했다(Equitas Annual Report, 2022). 스웨덴 룬드대학교 라울 발렌베리 연구소는 인권교육을 정규 교과에 통합하며 유럽 평균보다 15% 높은 인권 인식 수준을 기록했다(Raoul Wallenberg Institute, 2021). 유럽연합(EU)은 2023년부터 디지털 시민성 교육을 회원국에 의무화하며 'AI 시대의 윤리적 판단력은 교육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EU Digital Education Action Plan, 2023).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북특별자치도는 세계와 연결된 교육 인권의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인권교육을 단순한 행사나 연수에 그치지 않고 정규 교과와 생활교육에 통합해 일상 속에서 체화되도록 해야 하며, AI 윤리와 디지털 공감 능력을 중심으로 한 교육을 강화해 기술을 품위 있게 사용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또한 국제 인권 교육기관과의 교류를 통해 학생들이 세계 시민으로서의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글로벌 연계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예컨대 OECD는 디지털 시민성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온라인에서 타인을 존중할 확률이 2.3배 높다고 분석했다(OECD Digital Education Outlook, 2023).
물론,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의 변화는 분명 고무적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디지털 격차, 교사 연수의 지속성, 학생 참여의 다양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희망을 가진다. 기술이 인간을 위협하지 않도록, 교육이 인간을 지켜주는 방패가 되도록, 아이들이 정보의 바다를 항해할 수 있는 나침반을 손에 쥘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은 깊은 의미가 있으며, 이는 우리가 교육을 통해 지켜야 할 가장 본질적인 가치다.
AI는 정보를 제공하지만, 교육은 사람을 만든다.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단단한 유산은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품위 있게 사용할 줄 아는 인간다움이다. 기술은 진화하지만, 사람은 길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은 교육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