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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³о♡송암♡ 스크랩 기행문) 서해 최북단 끝섬, 백령도를 가다
윤민희 추천 0 조회 57 14.09.17 10:07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서해 최북단 끝섬, 백령도를 가다

                                                                              윤민희

 

 

출발 용기원산 전망대 효녀 심청상 천암함 위령탑 두무진 사곶해변 콩돌해안   ⇒ 용트림 바위 ⇒  점박이 물범바위

      

 

1.

2014821일 오전 820,

드디어 인천여객터미널을 출발한 하모니플라워호가 백령도를 향하여 출항한다.

행정구역으로는 인천시 옹진군 백령면에 위치한 백령도는 대청도, 소청도, 대연평도, 소연평도를 포함한 서해 5도 중 하나로 남한의 최북단 끝섬이다.

몇 년 전부터 손꼽아 가고 싶었는데 천안함 사고와 연평도 포격사건 등으로 미루어 오다가 이번 방학에는 남편의 지원을 받아 강행한 것이다.

인천여객터미널을 향하여 출발하는데 비는 억수로 쏟아지고 라디오에서는 전국 호우경보라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백령도로 출발한다는 말에 걱정하는 친지와 문우들의 문자가 줄을 잇는다. 걱정해 주는 고마운 마음들이 가슴 깊이 감사와 행복으로 훈기가 돈다. 나의 안위를 염려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느낄 때 세상이 아름다워지고 격려와 용기로 밝은 희망이 된다.

기쁜 마음과 걱정된 마음이 범벅이 되어 하모니플라워호에 승선하고 보니 정원 564명 좌석이 절반정도는 비어 있다. 천안함 사건과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서해 5도를 찾는 관광객이 현저하게 줄었다는 뉴스가 생각났다. 서해를 찾는 승객이 줄면서 승선료 약 50%를 지원 해 주는 제도까지 생겼지만 관광객의 마음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는지 배는 하루에 한번만 왕복 출항한다. 배 안에는 군데군데 무리를 지어 앉은 해병군인들이 눈에 띠게 많았고, 일반 승객으로는 낚시 도구를 챙긴 강태공들의 일행을 제외하면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남편은 세월호가 생각났는지 좌석에 앉자마자 구명조끼부터 확인한다.

 

2.

육중한 하모니플라워호가 뱃고동 소리를 내며 서서히 바다와 호흡하기 시작 했다.

이제는 정말 출발 하는구나~~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창문을 보니 배의 깃발과 앞머리가 보이고 멀리 까마득하게 바다가 가슴을 펼쳐놓고 길을 닦는다. 짙푸른 바람을 타고 온 그리운 사람들이 하나, 둘 수면 위를 맴돌다 흘러갔다. 배는 끝없는 사랑과 포용을 해산하는 바다 위에 몸을 얹고 신나게 달린다. 바다는 광활한 가슴을 수평으로 펼쳐 놓고 기꺼이 밟고 가기를 허용하지만 부정과 탐욕에 눈먼 자들의 침범에는 수직의 심판으로 매몰차게 나갈 길을 꺾는다.

나는 멀미약을 챙겨 먹고 승선했는데 걱정했던 것보다 흔들림이 거의 없다. 배는 묵묵히 광활한 바다를 향하여 전진하고 출항의 설레임이 잦아들 때 쯤 사람들은 드문드문 잠에 들거나 준비해 온 간식을 먹거나, 배 안에 있는 도너츠를 사 먹는다.

새벽에 일어나서 빗길을 달려온 우리도 스르르 잠에 들었다.

선실은 1층과 2층으로 되어있는데 1층은 창문이 없고 벽으로 되어있는 선실이고, 2층은 창밖으로 바다가 보였는데 우리는 2층 전면에 자리를 잡았다.

얼마쯤 지났을까 뱃고동을 울리더니 소청도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몇 명의 남자들이 낚시도구를 짊어지고 선실 통로를 빠져나간다. 배의 갑판에서 바라본 소청도는 낮은 구릉지가 보이고 몇 채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해님 하나가 소청도를 지키며 사람들을 마중하고 배웅하며 섬 전체를 포근히 감싸고 있다. 부두에 정박된 조각배가 해님 품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을 보면서 소청도를 출발했다. 넓게 펼쳐진 바다 위를 파도는 마음껏 넘실거리며 순간의 탄생을 기쁘게 영위하다 미련 없이 퇴장하며 아름다운 이별로 영원을 산다.

배가 대청도에 정박하자 이번에는 낚시도구를 짊어진 많은 사람들과 몇 명의 주민들이 배에서 내리고 새로운 승객들이 배 안으로 들어온다. 대청도를 출발하여 약 20분 정도 지났을까 백령도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군인들은 소리 없이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짐을 정리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자동으로 작동하는 로봇을 보는 듯 했다. 해군에 대한 평소의 믿음을 증명하듯 움직이는 몸동작이 일사분란하여 해군의 위용이 그대로 느껴졌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백령도를 바라보는데 붐비게 뛰는 설레임이 바다 위 건반을 상쾌하게 두드린다.

인천항을 출항하여 약 4시간 30분을 걸려 백령도에 도착하니 오후 1시가 가까웠다.

 

3.

배에서 내리자 광장 분수대에서 심청이와 점박이물범들이 물을 내품으며 제일 먼저 반겨준다.

백령도는 고구려 때는 곡도, 고려 때는 백령진, 조선 이후는 황해도 장연군이었으나 1945년 해방 후에는 경기도 옹진군에 편입되었다가 다시 1995년 이후 인천시로 통합되었다. 마주보고 있는 황해도 장연군과는 17km 떨어졌고, 인천에서는 228km가 떨어져서 남녘보다 북녘에서 더욱 가깝다. 백령도는 남한 최북단에 위치한 바다의 종착역이다. 휴전선 바로 아래 북위 37.52도에 있다고 생각하니 인접한 이웃에 있는 북쪽 주민들이 생각나서 우연히 만날 것 같은 착각마저 생겨 동포애가 자연스럽게 배어있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백령도라는 지명은 흰 새와 관련된 유래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옛날 황해도에 살던 사또의 딸이 선비와 사랑에 빠진다. 선비를 못 마땅히 여긴 사또는 선비를 몰래 귀양을 보냈다. 어느날 선비에게 흰 새가 사도 딸의 연서를 전 해 주었고 선비는 백학을 통하여 자신이 있는 곳을 알려서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흰백(), 날개령()를 써서 백령도라 불렀다.

 

4.

주차장에서는 배 안에서 예약한 렌트카 모닝이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를 이용할까도 생각했는데 배차 간격이 길고, 일박으로 섬을 모두 둘러볼 욕심에 렌트를 선택했다. 12일에 6만원을 주고 빌린 모닝차는 백령도와 잘 어울리게 앙증맞게 아담하다. 사장님은 자동차 열쇠를 주며 네비게이션은 있지만 안보상 작동이 안된다는 말과 함께 백령도 안내지도를 준다. 지도를 펼쳐들고 첫 목적지인 국토끝섬 용기원산 전망대로 향했다. 용기원산 꼭대기에 위치한 전망대에 도착하니 전망대 사방이 철조망으로 둘러쳐져 있고 군데군데 군인들이 보초서는 것을 보니 최북단이라는 것이 실감난다. 전망대에서 맑은 날은 북한의 장산곶이 보인다는데 오늘은 안개가 자욱하여 장산곶 앞에 있는 북한의 월매도가 망원경 속으로 들어온다. 백령도와 장산곶이 마주보며 서로의 안부를 묻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 것을 확인하니 가슴이 뭉클하며 서늘한 먹먹함이 바닷물로 두 곳을 이어준다. 전시관에는 연평도 포격 때의 포탄이 전시 되어있고 통일을 기원하는 기원문 쓰기가 준비 되어 있어서 남편과 나란히 백학의 날개에 평화통일 기원문을 써서 매달았다.

 

5.

지도를 펼쳐들고 백령도를 첫 번째 여행지로 선택한 심청이가 바다에 몸을 던졌다는 인당수를 찾아 출발 한다. 백령면사무소가 있는 마을에 들어서자 병원, 우체국, 농협, 식당 등 상가가 모여 있다. 심청각으로 가는 길은 마을상가를 가로질러 좁지만 깨끗하고 단정한 마을길을 따라 가야하는데 벽마다 심청이에 대한 벽화가 정갈하게 그려있다.

심청각은 우리나라 3대 고전소설 중의 하나인 심청전의 배경 무대인 두무진 앞바다 인당수와 심청이가 연꽃을 타고 나타났다는 연봉바위, 연꽃이 해안가로 밀려왔다는 연화리 마을 등 학술적 고증에 의해 세워졌다고 한다. 심청각은 인당수와 연봉바위가 보이는 곳에 2층으로 된 기와집이다. 뱃머리에서 치마를 높이 치켜들고 바다로 뛰어들 형상을 하고 있는 효녀 심청상은 푸른 파도가 출렁이는 인당수가 보이는 심청각 뒷 뜰에 있다. 인당수는 아직도 무서움을 삼킨 바다에 몸을 던진 어린 소녀 심청이를 기억하고 있을까? 눈물을 훔치며 심청이를 읽던 그 순수하고 맑던 마음도 침몰한지 오래고 이제는 바람결에 흩어지는 하얀 머리칼이 담담하게 인당수를 바라본다.

 

6.

지도는 천안함 위령탑이 있는 백령도 내륙으로 우리를 인도했다. 도로 양변으로 즐비하게 매달린 빨간 해당화 열매가 탐스럽게 예뻐서 우리는 노래를 부르며 천천히 드라이브를 즐겼다. “해당화 피고 지는 섬 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선생님....” 어느새 마을이 나오고 백령중·고등학교라는 교문이 보이고 대갈동, 소갈동을 지나자 우리의 두 번째 목적지인 천안함 위령비라는 이정표가 나타났다. 주변에는 세워둔 탱크와 방공시설 등 훈련하는 해군들이 눈에 쉽게 띄어서 접적군사지역임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위령비 입구에 있는 가게에서 국화를 사 들고 위령탑으로 향했다.

2010326, 우리 영해에서 정상적으로 경비 임무를 수행중이던 천안함이 북한군 잠수함정의 어뢰공격을 받아 침몰하여 아까운 목숨 46명의 용사를 잃었다. 위령탑 가운데에는 촛불이 켜 있고 꺼지지 않는 불꽃이라는 글이 새겨있다. 탑의 앞 정면으로 금쪽같은 새끼 46명의 사진과 이름이 나란히 바다를 지키고 있다. 자랑스런 얼굴을 보며 국화로 헌화를 하고 묵념을 하는데 왈칵 눈물이 흘렀다. “누구보다도 조국을 사랑했고, 누구보다도 바다를 사랑했던 용사들,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고귀한 이 땅의 젊은이들이여! 바다보다 푸른 그대들의 숭고한 이름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짧은 인사가 무거운 마음을 다독인다. 고요한 위령탑 넘어로 용사들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사고 현장을 멀리에서 바라보는데 기가 막히게도 바다는 너무나 평화롭게 잔잔하지 않은가?

내려오는 중턱 공터에서 상의는 벌거벗고 빨간 바지를 입은 해군들이 동그랗게 엎드려서 큰소리로 구령을 외치며 훈련하고 있다. 지금쯤 공군에 있는 우리 아들도 저들처럼 제복을 입고 훈련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몸이 먼저 제자리에 멈춘다.

 

7.

백령도에서는 길이 단순하고 넓지 않아서 몇 번을 둘러보면 섬 전체가 한 눈에 그려진다. 우리는 부지런히 유람선 선착장이 있다는 두무진으로 향했다.

오후 5시에 배가 떠난다는 렌트카 사장님의 말을 믿고 도착한 것이 5분전 이었는데, 아뿔싸 유람선은 이미 출항하고 없었다. 매표소 직원이 관광객이 없어서 정해진 시간 없이 사람들이 모이면 출발한다는 설명이다. 유람선을 놓친 것은 아쉽지만 두무진 결정은 포기할 수 없어 표지판을 따라 해안가로 간다. 장군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하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두무진(頭武津)은 명승지 8호라는 이름을 손색없이 빛냈다.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기암괴석들이 하늘을 향하여 웅장하고 아름답게 솟아있다.

기묘한 기암괴석들이 바다를 짚고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올라 신의 위대함을 아름다운 작품으로 기억하도록 아, 하늘이 자리를 비켜서고 있다. 바라보는 가슴이 장엄있게 경건하더니 푸른 파도에 씻긴 듯 투명하게 청량하다. 선대암은 광해군 때 귀양을 온 이대기가 늙은 신의 작품이라고 <백령지>에 소개하며 극찬한 바위이다. 또한 코끼리가 물을 마시는 형상이라 해서 붙여진 코끼리 바위와 비슷한 모양의 두 바위가 껴안고 있는 것이 우애 깊은 형제와 같다하여 붙여진 형제바위가 신비의 경지를 넘어 귀품있게 초연하다.

아름다운 자연을 통과한 심신은 상쾌하고 향기롭다. 두무진의 비경에 넋을 잃고 있다가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있던 우리가 서둘러 선착장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어둠이 바다를 짙게 덮고 있었다. 해안가 횟집에 들어가니 낮에 스쳐갔던 몇 명의 여행객들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싱싱한 회로 맛있는 저녁을 먹고 다시 지도를 살피며 숙소를 찾아나섰다.

조수석에서 지도를 펼쳐들고 있던 내가 깜빡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남편이 숙소를 찾아서 면소재지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자는 말까지는 들었는데 숙소 주차장에서 숙박비를 치르고 열쇠를 손에 든 남편이 나를 깨운다.

숙소 주인은 손님이 뚝 떨어져서 오늘밤은 우리가 유일한 손님이라면서 친절히 안내했다.

이른 새벽부터 알찬 하루를 보내고 나니 온몸은 노곤하지만 기쁨이 묵직하다.

 

8.

면소재지 농협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순두부찌개로 아침식사를 마친 후 부지런히 섬의 남해안 도로를 따라 천연기념물 391호로 지정된 사곶해변으로 향했다.

백령도에서는 도로변 마다 빨간 해당화가 선녀의 슬픈 사랑을 이야기 한다.

옛날 옥황상제는 두 선녀에게 조선국에 가서 해당화를 심고 오라는 명을 내렸다. 언니 선녀는 몽금포 장산곶으로 가서 해당화를 심었고, 동생 선녀는 백령도에 해당화를 심었다. 백령도로 내려온 동생 선녀는 사공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어느덧 승천할 날은 다가왔고 선녀는 올라가기 싫었지만 옥황상제의 명을 어길 수 없어 승천을 한다. 고기잡이에서 돌아온 사공은 슬픈 날들을 보내다가 굶주림에 숨을 거둔다. 애처로운 사공의 시신을 물새들이 흰 날개로 덮어주며 위로 해 주었다. 그 후로 사람들은 이 섬을 백령도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도로변의 새빨간 해당화를 보는데 동생선녀의 슬픈 사랑이 생각나서 그 모습이 더욱 아름답고 애절해 보였다. 해당화 길을 따라 사공의 슬픈 사랑을 이야기하며 가다보니 모래밭이 눈앞에 펼쳐졌다.

4km가 천연비행장길이 된다는 사곶해변은 안개가 자욱하여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렵다. 해변 모래는 밀가루처럼 곱고 부드러워서 손으로 만지는 것이 모래인지 밀가루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이다. 조심조심 들어간 해변은 발자국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서 마치 포장도로를 걷는 것과 같다. 우리는 자동차를 몰고 뱃사장으로 들어가려다가 렌트카 사장님이 만류하던 말이 생각나서 들어가기를 멈추었다. 그 때 봉고차가 모래사장을 질주하며 뱃사장을 가로 질러 멀리 안개 속으로 사라졌는데 표면에 자동차 바퀴자국만 남길 뿐 전혀 파인 흔적이 없다. 아득히 바닷물 소리만 들리는 신기한 사곶해변에서 안개로 벽을 만든 공간 속으로 우리는 손을 잡고 뱃사장 속으로 스며들었다.

 

9.

백령도의 유일한 대교인 길이 30m의 백령대교를 건너 해안가를 달렸다.

해안가에는 부대초소가 일정한 간격으로 있고 가끔씩 보이는 표지판에는 붉은 글씨로 군 작전지역이므로 민간인 출입을 금합니다.’ 라고 쓰여 있다. 멀리 산등성마루에 서 있는 초소는 바닷가 풍경과 아늑하게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멈춘 평화를 고요하게 지킨다.

어촌 마을을 둘러보다가 막다른 곳에서 부대초소를 만나서 차를 회전하는데 보초병과 마주쳤다. 제복을 입은 군인을 보니 공군 제19전투 부대에 있는 아들이 생각나서 면회 갔다 돌아오는 기분이 들어 쓸쓸하고 아쉬운 미련이 돌아서는 눈길을 길게 잡는다.

마음은 두고 몸만 떠나려니 질겅질겅 씹히는 눈물이 그렁하게 고였다. 길가의 해당화가 내 맘을 알았을까 가는 길 내내 동행하며 따라온다.

이번에는 천연기념물 제 392호로 지정된 콩돌해안이다.

이름처럼 해변에는 콩알을 뿌려놓은 듯 동글동글한 돌맹이들이 크고 작게 알콩달콩 모여 있다. 그 모양이 너무 귀엽고 예뻐서 한 웅쿰을 잡아다가 다리 위에도 올려놓고, 손바닥 가득히 펼쳐도 놓으며 녀석들을 아무리 살펴봐도 특별하게 깜찍하다. 한 개만 주머니에 몰래 넣어가고 싶은 욕심에 자세히 들여보는데 차마 그 녀석을 외톨이로 만들 수 없어서 함께 살도록 다소곳이 내려놓는다.

동그란 얼굴로 동글동글 살아가는 콩돌의 긍정적인 사랑의 메시지를 선물로 받아들고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며 다시 해당화가 피어있는 도로로 나섰다.

10.

파도소리에 눈길을 돌리니 용트림 바위가 도도하게 길을 막는다.

범상치 않은 이름 용트림은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듯한 형상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바다에 발을 묻고 서 있는 바위가 스스럼없이 부드럽게 그러나 비범하고 정교하게 하늘을 향해 나선형으로 빙그르 돌며 오르는 형상이 무척이나 중후하게 인상적이다. 용트림은 주변을 평정하게 다독여 잠재운 것일까 독야청청 외롭게 홀로 서 있다.

백령도에서 예약된 배가 오후 2시이고, 렌트한 자동차를 1230분에 인수하기로 약속되었기에 이제는 시계를 보면서 이동해야 할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곳은 천연기념물 제 331호로 지정된 점박이 물범을 만나는 것이다. 진촌리 뒤편에 있는 물범을 찾아 마을길을 헤매다가 논길에서 할아버지를 만났다. 첫 인상에서 선한 향기가 솔솔 풍기는 할아버지의 안내를 받아 구불구불한 좁은 농로를 따라 찾아갔지만 짙은 안개가 앞을 가로막아 물범은커녕 물범바위 조차 보이질 않는다. 물범바위는 물범들이 바위에 옹기종기 모여 집단 서식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곳에는 국제적 희귀종인 점막이 물범 300여 마리가 살고 있다. 온 몸에 검은 점이 있고, 물범 중에서 가장 몸집이 작다는 설명문을 보는 것으로 아쉬운 작별을 한다.

돌아오는 오솔길 옆으로 쳐놓은 철조망에는 지뢰라는 빨간 글씨와 접근금지라는 푯말이 비포장도로를 더욱 팽팽한 긴장감으로 단속 한다. 백령도는 접적지역으로 어디를 가도 쉽게 군인들이 훈련하는 모습과 초소에서 보초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서해 최북단에 위치해다는 것을 요소요소에서 몸으로 체험한다.

백령도여객터미널은 깔끔하고 소담하여 장식없이 담백한 섬의 성격을 그대로 담고 있다. 우리는 선착장 광장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김밥과 라면으로 식사를 하고 하모니플라워호에 올랐다.

구석구석이 귀하고 특별한 백령도의 진한 울림이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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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4.09.18 04:31

    첫댓글 구체적이고 아름답고 유려한 기행문 잘 읽었습니다.
    부부동행이라 여행이 더 한층 즐거웠겠습니다.
    부럽습니다.
    난, 아직도 못 가봤어요.

    "해님 하나가 소청도를 지키며 사람들을 마중하고 배웅하며 섬 전체를 포근히 감싸고 있다. 부두에 정박된 조각배가 해님 품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을 보면서 소청도를 출발했다."

    햇님 하나가 어느 장소(소청도)를 지키다니....돋보이는 시적 상상력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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