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곡 카이나와 안테노라의 영역
우주의 중심 바닥을 묘사하는 것이란
농담처럼 가볍게 처리할 일도
엄마 아빠를 부르는 아기의 옹알거림도 아닐 테니까.
그러나 암피온을 도와 테베의 성을
쌓은 여인들이여! 나를 도와 내 말이
사실과 어김없도록 해 주시오!
단테는 자신의 능력에 한계가 있으니 우주의 중심 바닥인 지옥의 모습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암피온을 도와준 뮤즈 여신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습니다.
암피온은 제우스와 안티오네의 아들로 테베의 왕입니다.
헤르메스는 암피온에게 리라를 주고 타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암피온은 테베의 왕이 된 후 성벽을 쌓았는데 그가 리라를 타면 신묘한 음률에 돌들이 저절로 움직여 성벽을 쌓았다고 합니다. 그는 7줄로 된 리라를 본 따 7개의 문을 만들었답니다. 그래서 암피온이 테베의 성을 쌓을 때 도와준 것처럼 지옥의 모습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청하고 있습니다.
거인들의 발치를 벗어나서 칠흑같이 깜깜한 웅덩이로 내려왔을 때 “불쌍하고 지친 네 형제들의 머리를 밟지 마라.”는 말이 들렸습니다.
몸을 돌려 앞을 보자 발 밑에 호수가 있는데 물이 얼어붙어 물이 아니라 유리처럼 보였습니다.
그 호수의 얼음 속에 갇힌 영혼들이 얼굴까지 납빛이 되어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으며,
입에서는 추위가, 눈에서는
슬픈 마음이 드러나고 있다.
배신의 죄를 지은 영혼들이 죄의 형벌로 얼어붙은 코키토스 호수에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죄인들의 유형에 따라 지역을 4구역으로 구분하여 죄인들이 모여 있는데 이들이 있는 첫 구역이 카이나입니다.
카이나는 자기 동생 아벨을 죽이면서 최초의 살인자가 된 카인의 이름을 따서 가족이나 친척을 살해한 죄인들을 가두는 이곳의 이름입니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다 발치를 내려다보니
두 영혼이 서로 붙어 있는데,
머리카락이 서로의 머리 위에서 엉켜 있었다.
처음에는 흐리멍덩했던 눈에서
눈물이 떨어져 입술까지 흘러내렸다. 추위는
입술 사이의 눈물을 얼려 서로를 굳게 접착시켰다.
분노가 극에 달한 그들은 두 마리 숫염소처럼 맞붙어 싸우던 터였습니다.
“당신들은 누구요?”라는 내 말에 그들은 내 쪽으로 얼굴을 똑바로 세웠습니다. 추위로 양쪽 귀를 잃은 영혼이 이들이 대답을 하지 않자 알베르토의 아들이라고 말해 줍니다.
그들은 한 몸에서 나왔다. 카이나를 아무리
샅샅이 뒤져 보아도, 이 얼음에 처박히는데
그들보다 더 어울리는 망령을 발견하기는 어려우리라.
그 둘은 알레브토 델리 알베르티의 아들로 나폴리오네와 알렉산드로입니다. 권력과 재산 싸움으로 형제끼리 죽고 죽였습니다. 이곳에 와서도 서로 붙어 있으면서 지금 껏 싸우고 있습니다.
이곳에 와 있는 친척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누구도 그들보다 더 어울리는 망령을 발견하기 어려우리라고 합니다.
그 예로
아서왕을 모살하려 음모를 꾸미다 발각된 아서왕의 조카 모드렛(아서왕이 창으로 가슴을 찔렀는데 가슴에 구멍이나 바닥에 비친 그림자까지 구멍이 난 듯 보였다고)이나 숙부를 살해한 포카치아도, 상속권을 가지려고 숙부의 외아들을 죽인 사솔 미스케로니도, 친척 우베르니토를 살해한 나 키미차온 데 파치도 알베르토의 아들을 능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카이나에서 친인척을 배신하거나 살해한 죄인들의 영혼이 얼어붙은 코키토스 호수에 갇혀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나는 추위로 짙은 보라색을 띤 수천 개의
개꼴이 된 얼굴을 보았다. 그래서 지금도
얼어붙은 물만 보면 소름이 돋는다. 앞으로도 그러리라.
중력이 모두 모이는 그곳, 중심을 향하여
나아가는 동안, 나는 영원히 지속될
그늘에서 몸을 떨었다.
두 번째 지역인 안테노라입니다.
안테노라는 트로이의 장군 안테노르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안테노르는 트로이를 배신하고 조국을 배신한, 트로이 전쟁 때 그리스 군인들이 목마에서 나오도록 신호를 했던 인물입니다. 라고 소개되는데
안테노르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의 장군입니다. 호메로스 <일리아스>에서는 트로이 왕 프리아모스의 원로로 나옵니다. 안테노르는 트로이 전쟁 당시 화평을 주장하며 그리스 군인의 사절단을 보호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후대의 작가들에 의해 트로이를 배신한 인물로 묘사되며 그리스 군인들이 목마에서 나오도록 신호를 했다고 합니다. 단테의 지옥편 32곡에서도 조국과 동료를 배신한 자들이 벌을 받는 곳의 이름을 따온 인물로 나옵니다.
천명인지 운명인지 머리들 사이를 걷던 중 어떤 자의 머리가 발길에 차였습니다. 그의 비명 소리를 듣고 다른 한 놈이 이름을 부르는 바람에 그가 보카 델리 아바타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델리 아바타는 궬피 당원이면서 몬타페르티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그가 궬피 군대의 기수에게 칼을 휘둘러 깃발을 떨어뜨리게 해 궬피당을 전의를 잃고 패하게 했습니다.
자신의 신분이 들통 난 아바타는 복수로 자신의 신분을 폭로한 영혼과 그 주변의 다른 영혼들을 모두 알려 줍니다.
그레모니 영주였던 두에라는 나폴리 왕을 돕기로 했다가 돈에 매수되어 프랑스 왕을 도왔던 인물이고, 베케리아 가문의 테세우로는 기벨리니 파가 추방당한 이후 기벨리니 파와 음모하여 반역을 시도, 잔니 데이 솔다니에르는 기벨리니 파였으나 사리를 채우기 위해 당을 배신했고, 가넬로네는 롤랑을 배신한 기사(31곡 롤랑의 노래), 테발델로는 기벨리니에 속한 람베르타치 가문에 복수하기 위해 성문을 열고 볼로냐의 궬피 군대를 맞아들인, 이들은 조국과 동료를 배신한 자들입니다.
조국과 동료들을 배신한 자들의 영혼이 얼어붙은 코키토스 호수 안테노라에 갇혀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자를 떠났습니다.
단테는 세 번째 지역으로 가는 중간에 얼어붙은 두 망령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그자를 떠났다. 어느 구멍에선가
얼어붙어 있는 두 망령을 보았다.
한 망령의 머리가 다른 망령의 모자가 되어 있었다.
배가 고파 빵을 게걸스레 씹어 먹는 것처럼,
위에 있는 자가 밑에 있는 자의 머리와 목이
맞붙는 곳을 쉴 새 없이 이빨로 깨물고 있었다.
단테는 그 꼴이 티데우스가 물어뜯는 것과 같아 더 궁금했습니다.
티데우스는 테베를 공격한 일곱 장수 중 한 명으로 테베의 멜라니포스에게 부상당했는데 나중에 멜라니포스의 시체를 보고 그의 골을 파먹었다고 합니다.
아테나 여신은 디테우스에게 불멸을 줄 생각이었지만 이러한 만행을 보고 그만 두었다고 전해집니다.
내가 그에게 물었다. “이자를 그토록
짐승처럼 씹어 먹으며 증오하고 저주를
늘어놓는 이유가 무엇이냐? 그렇게 서러워
우는 이유가 있을 터인즉, 너희들은 누구며
저 자의 죄가 무엇인지 알아야
내 혀가 마르지 않는 한
"저 위 세상에서 보상을 해줄 것 아니냐!“
이들은 피사 출신의 우골리노 백작과 루제리 대주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