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사랑하고 마음을 정돈하며, 차에 얽힌 역사와 차를 음미하며 우리 자신의 녹슨 부분을 닦아 내고자 서로의 마음들을 주고 받는 모임...
차전문가이며 회원인 당진 유재분선생댁에 초대되어 하루종일 준비한 연밥과 각종 음식을 나눈후 여러 종류의 차를 마시며 회원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대학 때부터 차동아리 활동을 하고 차에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차와 건강'이란 책을 발간한 도원석 회장을 비롯하여
회원들의 따뜻한 마음도 함께나눈 좋은 시간안에서 여유를 찾고 있다. 유선생님의 차 예법에 대한 설명이 진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차문화 연구회장의 생각을 들어보자
‘차는 내 인생의 가장 귀한 친구’라고 주저없이 이야기하는 도원석 원장은 누가 뭐래도 진정한
다인(茶人)이다.
그의 직업인 한의사가 다소 의도한 대로 만들어져 온 삶이라면, 그에게 있어서 차는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인연에 의해
저절로 이끌려 온 것이 맞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 인연 역시 차로 인한 것이 대부분이다.
학교 동아리활동을 ‘차’로
하게 되며 파릇파릇한 젊음에 시작한 이 길은 마흔 다섯 지금의 나이에 이르러 더욱 완숙하고 그윽한 향을 자아내는발효차로 우러나는 중이었다.
차를 즐기고, 아끼는 경지를 넘어 우리나라 차에 대한 앞길을 여는 준비를 쉼없이 정성들여 하고 있는 그는 한서대에 차대학원을
만들고,성신여대 대학원에도 출강하며 차에 관한 그윽한 이야기들과 소신을 폭넓고 깊게 풀어내고 있는 중이다.
서산에서는 차를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들과 서산차문화연구회를 만들어 회장으로 활동중이고, 우리나라의 차 전문 잡지인 ‘다인(茶人)’에도 차에 대한 아낌없는 애정을 들여
많은 글을 기고하고 있는 중이다.
차를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들도 아무런 부담없이 맛과 향, 건강까지 겸한 차를 접할 수 있도록
블렌딩차를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 작은 꿈이고,그 꿈은 이미 실현해가고 있는 중이다.
그는 한의원에서도 차를 통한 치료를
겸할 수 있는 차크리닉을 하는 것이 소박한 바람이다. 의학은 사람의 아프고 불편한 몸을 낫게 할 수는 있겠지만, 무릇 차는 마음과 정신을 맑고
고요하게 할 수 있어 심리치료까지 할 수 있다는 것.
“병이 났을때 치료하는 것은 좋은 의사는 아닌것 같아요. 병이 나기전에
예방하고 미리 치료하는 것이 더 큰 상급의사라고 생각합니다.”
차를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하고 치료할 수는 없지만, 몸은 마음과 정신에서
비롯되고, 그 정신과 마음은 좋은 차와 차를 즐기는 습관으로조절 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이다.
“직업적인 연계를 떠나
우리나라 차문화가 진정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차 제법에 대한 다양성이 뒷받침되어야 경쟁력이 생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차문화는 취미 단계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고, 차에 관한 종류도 불발효차만 생산하는 등의 한계를 가진 점이 차
발전의 발목을 붙들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다.
무언가를 하면 대충하는 법이 없는 성격도 한 몫하지만, 그는 우연히 시작한
차와의 인연을 인생의 필연으로 만들며, 온갖 정성을 들여 동행하는 중이다.
차를 이야기하며 ‘내 인생의 가장 귀한 친구’라
극찬하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도 감정기복이 있어서 배신을 할 수도 있고, 저를 싫어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하지만
차는 안그래요.
언제나 그 자리에서 가장 맑고 좋은 향기로 함께해주지요. 무심한 존재는 더 깊은 사랑을 오래도록 나눌 수
있답니다.”
차 애호가이자, 차 전문가로 통하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차가 궁금해졌다. ‘동방미인’이라는 대답이 바로 돌아온다.
대만에서 나는 반발효차의 일종인데, 엘리자베스여왕이 대만방문시 이 차를 마시고 ‘동방미인’으로 명명했다는 그 차이다.
그는
몸에 좋은 감기차를 만들어 한의원에서 보급하기도 하고, 한의원에 오는 사람들을 위해 늘 한 켠에 차를 준비해둔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있는 한의원 문을 열고 들어서면 차의 향이 먼저 반긴다.
우리지역 문화재에도 남다른 식견과 애정으로 하나하나의 소중한 역사들을
보듬어주고,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착한 병원’협약식을 가져 매월 이웃사랑을 몸소 실천하기도 하는 그다.
“선행은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이기적으로 사는 그런것이 아니라 작아도 착한 일을 하면 나 자신을 정화시켜 초심으로
이끌어주지요.”
한가지만 하기에도 버겁고 바쁜 세상, 남과 나를 돌아보며 산다는 것이 참 무겁게 다가오는 이 시대, 한의사라는 본업외에도
원래부터 주어진역할과 책임인양 지역과 문화, 차와 전통, 환자에 대한 가족같은 사랑을 펼치며 사는 그에게 잘 사는 법을 청했다.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짐이 없도록 삼가라’는 ‘신독(愼獨)’을 권한다.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보다 혼자 있을 때
주변정리를 잘하고 휴지하나도 쉽게 버리지 않는 그런 사람으로 사는 것이 그에게 있어 잘 살아가는 방법이었다.
차 한잔을 앞에 두고
신독을 가까이 하는 도원석 원장 그를 만나고 있으면 맑고 그윽한 차향기가 배어난다.
<서산교차로 배영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