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남부선 폐선부지 철길 아래 몽돌 해변
미포에서 청사포로, 다시 청사포에서 송정으로의 철길은 찾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다. 지금은 바다색깔이 어느 때보다 아름다우며 바닷속까지 훤히 들여다 보인다.
청사포를 지나 구덕포가 보일 지점 아래 바닷가로 내려가는 오솔길이 보인다. 조금 가파른 길을 따라 바다에 도착하니 사방이 몽돌이요, 바위 판이다. 바위를 스치며 들어온 바닷물이 바위 사이사이로 고여 맑은 연못을 만들고 있으며 바닥에는 몽돌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깔려있다. 투명한 바닷속에는 온갖 생명들이 숨쉬고 있으며 바위에 붙어있는 담치 무리는 색은 비록 검지만 바위에 새순이 돋아난 듯하다. 송정이 손에 잡힐 듯 들어오고 멀리 동해바다의 수평선이 끝없이 펼쳐진다. 몽돌 위에선 어른들과 함께 온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파도소리를 넘어 들린다. 멀리서 바라만 본 몽돌밭과 바위 돌마루가 여느 명승지 부럽지 않다.
고개를 돌려 철길쪽을 향하니 철길을 지탱하는 거대한 콘크리드 옹벽이 버티고 서있다. 오랜 세월이 지났건만 그 튼튼함을 잃지 않고 있다. 형태뿐만 아니라 어느 곳 하나 부서진 흔적이 없다. 걸핏하면 넘어지고 뭉개지는 요즘의 시설물하고는 너무나 차이가 난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철마를 지탱했건만 세월의 관록까지 더해져 더 믿음직하게 보인다. 인간이 만든 시설물과 자연이 빚어낸 몽돌과 바위판이 공존하는 몽돌 밭에는 접근하기는 좀 힘들어도 멋진 선물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