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보기 : 전두환 호 딴 일해공원에 철거 딱지…“분노 치밀어 올라” - 경향신문 (khan.co.kr)
전 씨 고향 경남 합천서 2년째 5·18 기념식
주민들 명칭변경 요구…“역사 반하는 처사”
경남 합천군 주민들이 지난 18일 ‘일해공원’에서 5·18기념식을 열고 공원 표지석에 철거 딱지를 붙였다. 일해공원은 전두환의 호를 딴 공원이다. 5·18기념재단 제공.
전직 대통령 고 전두환씨의 고향인 경남 합천 주민들이 2년째 5·18민주화운동을 기리는 자체 기념식을 열었다. 기념식에서 주민들은 전씨의 호를 딴 ‘일해공원’의 명칭 변경을 요구하며 표지석에 ‘철거’ 딱지를 붙였다.
5·18기념재단은 “‘생명의 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가 지난 18일 합천에서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갖고 ‘일해공원’의 명칭 변경을 요구하는 공동결의문을 발표했다”고 21일 밝혔다.
경남 합천은 5·18학살의 최고 책임자로 꼽히는 전씨의 고향이다. 합천군은 2004년 개장한 ‘새천년 생명의숲’ 공원 이름을 2007년 전씨의 아호를 딴 일해공원으로 변경했다. 주민들은 16년째 “공원이름을 돌려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합천군민운동본부는 공원에서 기념식을 하고 발표한 결의문에서 “이곳은 광주를, 국민을 무참히 짓밟고 살육을 자행한 전두환을 떠받들어 기리는 장소다. 참으로 죄스럽고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면서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거룩한 오월 정신을 운운하기 전에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 저질러놓은 일해공원이라는 오물부터 치우는 게 순서”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우리는 무려 16년간 공원명칭을 두고 합천군과 다툼을 벌이고 있다”면서 “5·18기념일을 맞아 주민들, 국민과 연대해 오월 정신을 합천에서 구현하기 위해 온 힘을 쏟기로 다짐한다”고 밝혔다.
전두환씨의 고향인 경남 합천 주민들이 지난 18일 합천에서 5·18기념식 갖고 있다. 이들 주민들은 ‘일해공원’의 명칭 변경도 요구하고 있다. 5·18기념재단 제공.
합천군민운동본부는 군이 한 달 내에 공원명칭을 변경하지 않으면 상급기관에 감사를 요청하고, 주민여론수렴을 위한 ‘공론화위원회’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일해공원의 실상을 알리고 국민이 직접 항의할 수 있는 방법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일해공원 명칭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합천 주민들은 2021년 광주를 찾아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합천에서 별도의 ‘5·18기념식’을 갖고 있다.
5·18기념재단은 “전두환이 이미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일해’를 공원의 명칭으로 정한 것은 역사흐름에 반하는 처사”라면서 “합천군이 일해공원의 명칭을 변경해 대중들에게 보다 의미 있는 공간을 제공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