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크선장 미안혀! 세발낙지로 할래!!
작성자 : 김영순2001-06-17
한국에서 머무는 3주의 일정이지만
맨 마지막 한 주는 눈 코 뜰새 없이 바쁘기만 하기에 강진서 서울 오는 길은
목포에서 야간열차를 타기로 했다 그러면 하루를 번 셈이 될 테니까
유달산에 올라서 조각공원을 들렸고 노적봉도 가보았다
난 산꼭대기에 있는 바위들이 노적봉인줄 알았는데
유달산 초입에 있는 바위가 노적봉이란다 어릴 때 생각으론
높은 유달산꼭대기에 노적 덮게를 얹어놓기도 불가하겠기에
그냥 민화나 설화이겠거니 했었는데
목포 앞바다에서 올려다보면 군량미로 쌓아둘만한 위치에 노적봉이 있었으므로
우리의 이순신 장군 전술이 사실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석양이 질 무렵 삼학도를 지나 갓바위에 이르러 저 멀리 유달산을 바라보니
줄이어 늘어진 가로등이 보석을 박아논것처럼 반짝거렸다
어스름 해안 가에서 미끄러운 바위를 내려가서 손을 한 번 적셔보았다
선창가와 이어진 곳이었지만 물이 너무 맑고 깨끗했다 겨울날씨만 아니었어도
그 바닷물에 발을 담그는 건데 에이~! 서운하니 물맛이나 보자며 찍어 맛을 보니 간이 짭짤했다.
서울행 야간열차표를 사들고 목포의 밤을 즐기던 낭만 넘치는 순간들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기차 지하철 비행기 고속버스 시외버스 대절택시... 탈 것들은 모두다 타 보았으나
딱 한가지 배를 태워주지 못한 어진방울이 아쉬워 목포에선 꼭 배를 타자하였는데
해는 기울었고 또 시간도 여의치가 않았다
목포로 초청한 후배가 공무에 바쁘시어 약속을 못 지키고 급하게 안내원을 보내주었기에
배를 타고싶다는 제안을 할 수가 없었다
난 방울에게 친구야! 서울가서 유람선이라도 탈 터이니 걱정 말라 큰소리쳤다.
목포의 요지를 둘러본 우리는 저녁식사 약속장소를 향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저 멀리에 하얀 돛폭을 달고 크리스마스트리 불빛으로 치장한 범선을 향해
우리의 차가 달리고 있지 않는가!
아니 우리의 목적지가 저곳이란 말이요?
정말 너무 멋지다~~ 방울과 난 금새 소녀로 돌아가 흥분하고 말았다
입구에는 후크선장이 버티고 서 있었고 실내는 호화여객선 그대로였다
화장실조차도 얼마나 넓고 으리으리하던지 약간이 기가 죽었다
그런 곳엔 이브닝 드레스를 입어야 하는 건데... 우리의 차림은 ㅠㅠㅠ~
종업원들이 깍듯이 인사를 해대는 통에 거북하기도 했었지만
통기타 가수가 불러주는 라이브음악이 흐르며 창밖으론 바다가 내다 보이고 암튼 분위기가 너무 좋았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니 미안한 듯 후배가 등장했는데 오는 길에 생각하니 외국서 오신분게
서양레스토랑을 물색한 자신의 촌스러움을 한탄하며 목포에 오셨으니
세발낙지를 먹으러가야 한다고 우기는 거시었다 라이브음악도 좋고... 여그도 좋은데 하면서도
산낙지도 땡기는 걸 우찌하랴 우린 우아하게 차만 한 잔씩 마시고 그래도 배는 타 보았노라고 매우 흡족해하며
후크선장께 작별을 고하고 하선하였다.
드디어 우리의 세발낙지와 실갱이를 할차례가 왔다
(세발낙지는 다리가 세개가 아니라 다리가 가늘다해서 세(細)발 낙지임)
살아 꿈틀거리는 낙지를 먹어야 하기에 조금은 겁도 나고 주위의 이목도 생각해야지만
일단을 먹으러간 몸이기에 살겠노라고 몸부림치는 놈을 나무젓가락에 머리를 꿰어 다리를 휘휘 말아서
낙지란 넘이 풀어헤치기 전에 재빨리 초고추장 발라 입으로 넣어 삼켜야만 했다
입안에서 목구멍까지 그넘이 요동치는 통에 눈물도 찔끔거리며 여전사답게 아주 씩씩하게 먹어 치웠다
난 솔직히 산낙지는 된장과 약간의 마늘 다진 것 그리고 참기름을 듬뿍 발라먹어야 제맛이 나는데
한사코 초고추장에 찍어먹어야 한다고 목포사람이 코치하는 통에
인사로 그리도 먹어보았지만 역시 세발낙지는 된장기에 참기름이 제맛 이랑게.
젊은 태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