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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2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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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前 첫날 10원으로 시작, 매일 10원씩 더해 이젠 하루 4만5530원 저축… 1억 모아 8000만원 기부- 전파상 운영 진정군씨"돈이 찼으니 베풀어야죠… 저축 거부하던 은행 직원도 이젠 내일 또 보자고 인사"
27일 오전 10시 서울 강서구 방화동 하나은행 지점에 들어선 진정군(73)씨가 직원에게 4만5530원과 함께 종이 통장을 내밀었다. 그는 전날도 은행을 찾아 딱 10원 적은 4만5520원을 저금했다. 은행 직원은 익숙한 듯 입금 명세가 프린트된 통장을 건네고선 "내일 또 뵈어요"라고 인사했다. 방화동에서 작은 전파사를 하는 진씨는 전날 저금한 돈에 10원씩 더해 저금하는 일명 '10원 더하기' 저축을 하고 있다.진씨는 1995년 6월 이 은행 테헤란로 지점에 '10원짜리' 동전 하나를 들고 와 통장을 열었다. 그 뒤로 20년간 하루도 빼지 않고 전날 예금액에 10원씩 더한 돈을 매일 저금해왔다. 저축의 날(10월 마지막 주 화요일) 만난 진씨는 그 사이 통장만 31개를 갈아치웠다고 했다. 10원, 20원, 30원으로 시작한 그의 일일 예금액도 4만5530원까지 늘었다. 이렇게 해서 모은 돈은 다 합치면 1억여원에 달한다. 그러나 그의 31번째 통장에 찍힌 잔액은 1500만원을 조금 넘었다. 그 사이 8000여만원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써달라며 기부했기 때문이다. 그는 "내 저축 철학은 돈이 차면 어딘가에 베푸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서 전파상을 하는 진정군(73)씨는 1995년 6월 10원짜리 동전 하나를 저금한 걸 시작으로 20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전날 예금액에 10원씩을 더한 돈을 매일 저금하고 있다. 진씨는 이렇게 저축한 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해왔다. 진씨가 그동안 저축하면서 바꾼 통장 57개를 손에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지호 기자
일본에서 태어난 진씨는 세 살 때인 1945년 미군의 폭격에 아버지를 잃었다. 광복(光復)과 함께 한국에 들어왔지만 6·25 전쟁통에 어머니와 헤어졌다. 고아(孤兒)가 된 진씨는 초등학교를 4학년 때 그만뒀다. 그 길로 시장통에서 구걸하며 쓰레기를 주웠다. 무학자(無學者)는 군대에서도 잘 안 받아주던 시절, 그는 어렵게 군대에 갔다. 진씨는 "군대에 갔더니 훈련만 받아도 먹을 걸 주는데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고 했다. 제대할 무렵 전국에 공장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진씨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이러다 굶어 죽겠다' 싶었던 진씨는 1966년 한 공장을 찾아갔다. 지원 자격은 중졸(中卒) 이상. 그는 '모범사원이 되겠습니다'라는 열 글자짜리 혈서(血書)를 내고 취직했다.
1995년 6월 12일부터 지난 27일까지 진정군씨가 ‘10원 더하기’ 기부를 이어온 통장. 10원(위쪽 사진)으로 시작한 1일 예금액은 20년 만에 4만5530원(아래쪽 사진)으로 껑충 뛰었다. /김지호 기자
그는 "(1995년) 서울 강남에서 빌딩 경비원 일을 할 때였는데, 부잣집 아이들이 동전 치기 놀이를 하고 땅에 떨어진 10원짜리는 버리고 가기에 그 동전을 주워 매일 10원씩 더해 저축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 길로 10원짜리 동전 하나를 들고 은행을 찾았다. 2002 월드컵 유치 분위기가 일고 있을 때여서 월드컵 유치를 기원하며 딱 2002일만 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런 그를 은행 직원들은 처음엔 '미친놈' 보듯 돈을 안 받으려 거절했다. 우여곡절 끝에 통장을 개설한 그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10원씩 더해 저금하러 오자 직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지점장이 나와 인사를 하고, 은행엔 '10원 더하기 저축을 하자'는 슬로건도 생겨났다. 그 바람에 신이 난 진씨의 10원 더하기 저축은 목표 일(2002년 3월)을 넘겨서도 이어졌다.진씨는 "저축만 하고 쓰지 않았다면 진작에 끝났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02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2002만원을 내놓은 걸 시작으로 각종 사회복지단체에 1000만~2000만원씩 총 8000여만원을 기부했다. IMF 외환 위기를 겪은 1998~2000년엔 다른 통장도 열어 매일 미화(美貨) 1달러씩을 모아 1004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이런 이색 기부 통장까지 합하면 그의 통장은 57개나 된다.진씨는 "착한 일은 전염되더라"고 했다. 10원으로 시작한 기부 인생이 알려지자 한밤중에 10원짜리가 잔뜩 든 비닐봉지를 전파상 앞에 두고 간 이웃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위험 수위에 이른 가계부채 등을 언급하면서 "10원짜리가 별거냐고요? 꾸준히 모으니까 1000만원이 되고 1억원이 된다"며 "'티끌 모아 태산'이란 말을 젊은이들이 다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형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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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 글 제목에 오타가 있죠? 저충왕이 아니라 저축왕이죠 ^^ 아마 진정군님께서 바쁘게 쓰셔서 오타가 있으셨나 봅니다 ^^
받을만 하네요.
MBC 능력자들 방송프로그램에 나오셔야 하실 분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