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년 전 일기 중 하나, 눈 내리는 날
아침 입찰이 끝나고 창가에 앉아 안묵호 산동네 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다.
아름답다! 진정으로! 괜히 마음이 설랜다. 어딘가로 기차를 타고 달려가고 싶다.
아침 잡어 입찰에서 도루묵 가격이 급등했다. 아마, 눈이 와서 배가 많이 안나간 탓도 있고, 내일 매월 첫째주 일요일은 쉬는 날이라 그런 모양이다.
입찰에 잠깐 참가를 하고 눈 내리는 항구를 사진에 담기도 하고 생선장수 아줌마들의 환한 모습도 찍었다.
눈이 내리면 누구라도 설래나 보다. 아줌마들도 한층 상기된 얼굴로 나를 맞이 하는 거다.
우리의 삶은 이토록 지겹고 힘들고 살벌하지만, 어느 한 구석에 우리의 낭만이 살아있다.
그것이 눈으로 대산하는가 보다. 인간은 이기적 동물이라지만, 한쪽 마음에는 의리와 정이 살아 있기 마련이다.
나도 살벌한 장삿꾼이지만, 늘 가슴에 설래임과 정을 담아둘려고 애를 쓴다. 그래서, 같은 장삿꾼들에게도 가능한 후하게 해주려고 하는 편이다.
물론, 그들에게 후하게 해주면 아무래도 소비자 쪽에서 손해를 보는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후한 마음 속에 내 상거래는 더욱 원활해진다. 그것이 서로에게 믿음과 마음을 주게 된다.
우리는, 이런 시장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거다. 시장의 기능이란, 오로지 이익만을 쟁취하는 곳은 아니다.
시장이란, 삶을 살아가는 터전이어야 한다. 이런 시장의 순기능을, 자본주의는 오로지 이익만을 추구하는 곳으로 만들었다.
어판장에도 눈은 내리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잠시나마 살벌함을 잊어버리고 환하게 웃을 수 있다.
나도 역시 그들 속에서 그렇게 하고 있을 뿐.
사랑해요! 묵호항 아줌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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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이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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