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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을 출연시킨 삼성카드의 광고 카피다. 그런데 타이밍이 그야말로 절묘했다. 부임 첫 해인 2001년 8월까지만 하더라도 프랑스(5월)와 체코(8월)에 잇따라 0-5로 패배한 것을 비롯 유럽팀을 상대로 4전 전패를 기록하며 '오대영' 감독이라는 혹평을 받았던 상황에서 벗어나, 9월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여 나이지리아, 세네갈, 크로아티아, 미국 등 강호들을 상대로 3승2무1패를 기록하며 축구팬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만든 것이다. 바로 이와같은 상황에서 삼성카드 CF가 2002년 1월부터 각 방송사의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 다음부터다. 공교롭게도 광고 카피가 나가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히딩크號의 성적은 다시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 미국, 쿠바, 멕시코, 코스타리카, 캐나다, 우루과이, 튀니지 등을 상대로 3무4패를 기록하며 한국축구 역사상 전무후무한 7경기 연속 무승이라는 치욕적인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로인해 히딩크와 축구인들간 갈등이 본격화되기 시작한다.
'오대영' 감독이라는 비아냥을 받았을 때만 하더라도 한국에 부임한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감독 흔들기'로 비춰질 소지가 있어 대다수의 축구인들이 굳게 입을 다물었지만 부임한 지 1년이 지난 상황에서 이같은 참담한 기록이 나오자 전직 대표팀 감독, 축구협회 간부, 축구전문 기자, 열성 축구팬들이 입을 모아 히딩크를 비난하기 시작한 것이다. "강팀과의 평가전만을 고집하다보면 자신감이 상실되어 도리어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무리하게 네덜란드식 축구를 접목시키면 도리어 한국축구의 장점만 날려버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등의 쓴소리가 쏟아져나왔다.
따라서 처음 히딩크가 광고에 출연할 당시에 흘러나온 카피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는 사실상 그 본심에 있어서 "이제 그만 죽쓰고 제발 뭔가를 좀 보여줘봐!, 제발~" 쪽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일부 열성 축구팬들 사이에서 "삼성이 광고모델을 잘못 선정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기 시작했으니...
그러나 바로 그 때부터 히딩크의 매직이 시작되었다. 3월 20일 핀란드와의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하며 지긋지긋한 유럽팀 무승 징크스를 깬 것을 비롯 터키(유럽선수권대회 우승팀), 코스타리카, 중국 등을 상대로 2승2무를 기록하며 5전 무패의 호성적을 올린 것이다. 그러자 히딩크에 대한 평가가 본격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는 사실상 "히딩크님, 대한민국 축구를 당신의 마법으로 꼭 살려내주세요!" 쪽으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히딩크는 이같은 축구팬들의 열망에 200% 보답한다.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프랑스 등 유럽의 강호들과 가진 3연전에서 1승1무1패(골득실 +2)의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붉은 악마'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갔다. 특히, 스코틀랜드에게는 안정환, 이천수, 윤정환 등의 소나기 골로 4-1 대승을 거두고, 잉글랜드에게는 선취점을 내주고도 박지성의 활약으로 동점골을 기록하는 뒷심을 발휘하고, 프랑스에게는 박지성과 설기현의 연속골로 경기를 주도하다가 아쉽게 2-3으로 패배하는 등 경기 결과나 내용 면에서 도무지 흠잡을데가 없는 경기를 펼쳤다. 이때부터 축구팬들과 스포츠언론을 중심으로 월드컵 목표가 '16강'에서 '8강'으로 상향 조정된다. 그리고 이 때부터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는 "당신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우리는 당신의 능력을 믿습니다!"로 다시 바뀌게 된다.
결국, 똑같은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가 주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해석된다는 것을 우리는 생생하게 경험한 셈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한나라당은 과연 어떠한 상황에 놓인 것일까?
한나라당이 지난 10년간 집권에 실패한 이유...원인과 처방 모두 잘못되었다
그런데 대단히 흥미로운 것은 정당지지율 50%에 대선후보 합산지지율 70%를 기록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12월 대선에 대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공포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 보수매체인 조선일보는 오늘자 사설을 통해 "서로의 이마에 ‘수권 무능력자’의 불도장을 찍은 것은 두 사람 자신들이다. 두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어떻게 될 것이라는 희망이나 기대는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이게 이·박 두 사람의 본모습과 실력일 수 있다. 그렇다면 누가 대선 후보로 당선되든 12월 19일에 대통령은 되기 어려울 것이다."며 한나라당 대선 승리 전망에 대해 사실상 체념하는 논조를 보이면서 경선 흥행에도 찬물을 끼얹는 행동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오대영' 비아냥을 쏟아낸 사람들과 똑같다.
히딩크가 축구전문가 및 축구팬들과 갈등을 빚을 수 밖에 없었던 가장 큰 원인은 한국축구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진단이 180도 달랐다는 점이다. 히딩크가 부임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축구의 강점은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 그리고 단점은 '조직력과 골결정력'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러나, 히딩크는 이같은 인식에 동의하지 않았다. 도리어 그는 "한국축구 최대의 약점은 체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그 대신 신구가 조화를 이루는 조직력은 세계 최고수준이다."는 정반대의 진단을 내린 것이다. 이에 내노라하는 축구전문가들은 반발하기 시작했다. 특히, 히딩크가 체력보강을 위한 파워프로그램을 가동시키면서 축구계의 반발이 최고조에 달한다. 그럼에도 히딩크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히딩크의 진단은 옳았다. 한국축구의 강점이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인식되었던 것은 일종의 착시현상이었다. 다시말해 차범근, 허정무, 김주성, 고정운, 홍명보, 유상철 등 특급스타들의 체력과 정신력은 분명 세계 최강의 수준이었지만 국가대표팀 전체의 체력은 그렇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공수를 겸한 올라운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가 거의 없는 실정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히딩크이 파워프로그램을 통해 무명스타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박지성, 김남일, 이영표, 송종국, 최태욱 등이 주전을 차지했고, 고종수, 윤정환, 안정환 등 최고 스타임에도 히딩크의 파워프로그램에 불만을 품은 자들은 예외없이 주전에서 제외되었다. 그런 가운데 한국축구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문전처리 미숙과 허무한 수비실수로 무너지던 패턴에서 벗어나 견고한 수비와 기복없는 공격으로 강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시작했다. 결국, 안정환은 히딩크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것은 한나라당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 한나라당 지도부와 보수언론들은 자신들의 강점이 '보수층의 단합(체력)과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정신력)'이고, 단점이 '도덕성(조직력)과 개혁성(골결정력)'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조선일보는 물론, 당 지도부까지도 '도덕성과 개혁'을 내세우며 보수층의 단합과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박근혜와 그 지지자들의 행보에 대해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한나라당 지도부와 조선일보의 큰 착각이다. 왜냐하면 지난 10년간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을 수 없었던 원인은 결코 보수층이 단합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도덕성과 개혁성'이라는 어젠다를 상대 후보에게 속수무책으로 빼앗겨버렸기 때문이다.
1987년 이후 4번 치러진 선거에서 보수층이 분열되었던 선거가 두번 있었고, 단합된 선거가 두번 있었다. 1987년에는 노태우와 김종필, 1992년에는 김영삼과 정주영이 각각 따로 출마했다. 이에 반해 1997년과 2002년에는 그야말로 범보수세력이 모두 이회창 밑으로 결집했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이인제, 그리고 노무현과 후보단일화에 합의한 정몽준을 두고 보수분열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당시 이인제와 정몽준의 핵심 지지층이 부산과 호남을 중심으로 한 개혁 지지층이었음을 감안할 때 그들은 범보수세력이 아닌 범개혁세력으로 분류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다면 분열되었던 두번은 모두 이겼으니 승률은 100%가 되는 셈이다. 이에 반해 단합된 선거는 두번 있었는데 모두 패배했으니 승률 0%가 된다. 이같은 데이타를 보고도 한나라당과 조선일보의 진단에 동의하는가?
그렇다면 왜 1987년과 1992년에는 보수층이 분열에도 불구하고 집권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개혁성과 도덕성'이라는 어젠다를 야당에게 100% 빼앗기지 않고 50%씩 분점했기 때문이다. 1987년의 노태우는 군부독재정권의 핵심인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6.29선언'과 '위대한 보통 사람들의 시대'로 김영삼-김대중과 '개혁성과 도덕성'을 나눠갖는데에 성공했다. 비록 훗날 그것이 '정치쇼'와 가식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당시 특수했던 상황과 절묘하게 타이밍이 맞아떨어짐으로써 승리하게 된다. 1992년의 김영삼도 마찬가지다. '3당 통합'으로 탄생한 보수정당 속에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개혁세력의 중심인물로 포장하는데에 성공함으로써 집권의 길을 열었다. 여기에 한나라당 집권의 열쇠가 있다.
이제 1997년과 2002년 대통령선거를 살펴보자. 1997년 선거를 놓고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는 보수층의 분열이라고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대단히 심각한 착각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김영삼 정권 하에서 노동부장관과 경기도지사를 지낸 이인제보다는 '감히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해임된' 이회창이 훨씬 더 개혁적인 인물로 비쳐졌었다. 그래서 이회창이 9룡들을 제치고 당내 경선 1위를 차지했을 때만 하더라도 이회창의 국민 지지율이 이인제보다 월등히 높았다.
그러나, 한나라당 후보가 되고 난 이후 조금씩 '개혁성'과 '도덕성'을 까먹기 시작했고, 이로인해 지지율이 급락하자 결국 이인제에게 탈당 후 독자출마의 명분과 타이밍을 주게 된 것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으로서 정말 뼈아프게 생각해야 할 것은 이인제가 분열하는 것을 막지 못한 것이 아니라 '개혁성'과 '도덕성'을 이인제에게 모두 빼앗겨버린 것이다.
2002년 선거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다. 이회창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터져나오는 상황에서 당과 후보가 이에 미온적으로 대처했을 뿐아니라 "그까짓것 아무 상관이 없다"는 보수세력의 인식이 일반 국민들에게 큰 반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역풍을 맞았기 때문이다. 바로 그것이 '盧風'의 실체였다.
2007년 8월 19일의 이명박 vs 박근혜..."한나라당,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바로 이와같은 흐름 속에서 한나라당은 8월 19일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맞이했다. 더욱이, 한나라당에게는 매우 다행스럽게도 박근혜는 스스로를 '개혁성'과 '도덕성'을 갖춘 정치인으로 포장하는데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02년 민주당 국민경선과 마찬가지로 '극적인 역전 드라마' 까지 연출하게 될 경우 박근혜가 선점한 '개혁성'과 '도덕성'은 오는 12월까지 그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을 만큼 공고한 아성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것은 10년만에 하늘이 한나라당에게 내려준 기회이자 축복이다. 이것을 손에 쥘 것이냐, 아니면 굴러온 복을 차버릴 것이냐의 선택은 전적으로 한나라당 당원 및 대의원의 판단에 맡겨져있다. 현재의 흐름은 대의원과 여론조사에 있어서는 이명박이 우세하고 당원과 일반국민선거인단에 있어서는 박근혜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박근혜가 패배한다면 이는 대의원들이 스스로의 결정으로 복을 차버렸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필자가 알고있는 박근혜는 후보경선에서 패배했다고 해서 결코 한나라당을 탈당하거나, 범여권과 손잡거나 할 인물이 아니다. 따라서 이명박이 승리했다고 해서 보수층이 분열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근혜가 결과에 승복한다고 하더라도 그를 지지했던 정치인들이 끝내 불복하여 독자세력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허무맹랑한 공상소설이다. 왜냐하면 홍사덕-최병렬-서청원 등은 굳이 그런 웃기고 무모한 짓을 할 필요가 없을 만큼 이미 정치인으로서 누릴 만큼 다 누린 사람이다. 그들은 아무런 말도 없이 정계를 은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김무성-최경환-유승민-이혜훈-김재원-곽성문-한선교 등이 독자세력화할 가능성도 없다. 왜냐하면 박근혜 캠프에 소속된 금뱃지들은 하나같이 순하고 겁이 많아서 그런 무리수를 둘 배짱을 갖고있지 않다.
박근혜가 승리할 경우에는 과연 보수층이 분열할까? 이것 역시 가능성이 대단히 낮은 시나리오다. 이재오-박형준-진수희-남경필 등 '웰빙 개혁파'는 그나마 한나라당에 있을 때에 '개혁'이라는 글자를 쓸 수 있고 명함을 내밀 수 있는 것이지 이들이 범여권과 손잡을 경우 그들의 '개혁성'과 '도덕성'은 너무도 초라한 모양새를 드러낼 수 밖에 없게 된다. 그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그들 역시 그와같은 무리수를 둘 가능성이 전혀 없다. 물론, 내년 총선에 대한 공천에 불안감을 느끼고 일시적으로 이탈할 수는 있지만 대통령선거 전까지 반드시 당에 들어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왜냐하면 이들로 인해 또다시 정권교체가 무산된다면 그 후폭풍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천보다 더 큰 두려움이다.
따라서 한나라당과 조선일보가 우려하는 보수층 분열은 이명박이 승리하든 박근혜가 승리하든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결코 현실화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는 이같은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이들이 스스로의 잘못을 죽어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한나라당은 '개혁성'과 '도덕성'을 상대후보에게 선점당했기 때문에 10년에 걸쳐서 정권획득에 실패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한나라당이 짊어져야만 한다. 그러나,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은 이같은 현실에 한나라당이 눈을 뜨는 것을 두려워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천하'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결코 '개혁성'과 '도덕성'을 갖춘 정치인이 한나라당 후보가 되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이 현실에 눈을 뜨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이인제 학습효과'와 '김대업 학습효과'를 주입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조선일보의 주입식 교육의 덕을 이명박이 톡톡히 보고 있다.
그렇다면 조선일보도 과연 이같은 진실을 모르고 있는 것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개혁성'과 '도덕성' 이미지를 선점한 박근혜를 이명박의 약점을 커버하기 위한 도구로 쓰려고 했다. 거기에 박근혜가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고, 이로인해 이제는 이명박이 승리하더라도 박근혜의 '개혁성'과 '도덕성'을 단 1%도 흡수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오늘자 사설에서 저주와 체념을 늘어놓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시 말해 "왜 이명박을 위한 희생양이 되기를 거부하고 판을 엎어버렸냐"고 박근혜를 향해 질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체념과 저주를 퍼부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들이 "박근혜라는 포장지를 덮어쓰지 못한 이명박"으로는 12월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0%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의 존망을 걱정해야만 한다.
이제 조선일보에게 남겨진 선택은 딱 하나 뿐이다. 박근혜가 승리하게 되면 '가혹한 운명'(?)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면서 스스로의 껍질을 깨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고, 이명박이 승리하게 되면 승리 가능성 0%로 전락한 이명박을 과감히 버리고 박근혜가 아닌 제 3의 인물(이회창)을 등장시키거나, 최악의 경우 범여권 후보(손학규, 조순형, 김혁규 등)와 정치적 딜을 성사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명박 입장에서는 자신이 거대언론 조선일보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자기만족에 빠져있겠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 그들은 곧 알게 될 것이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조선일보가 이명박을 버릴 가능성이 99.9% 정도 된다. 왜냐하면 이명박 입장에서는 대통령 되면 좋고 아니어도 할 수 없지만 조선일보 입장에서는 절대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마저 정권교체에 실패하면 조선일보는 없어진다.
그러므로, 한나라당 대의원들이 박근혜를 선택할 경우 한나라당 앞에 놓여있는 길은 대단히 순탄할 수 밖에 없다. '개혁성'과 '도덕성'을 선점한 상황에서 '대역전 드라마'라는 프리미엄까지 얹었으니 오는 12월 대통령선거에서 1987년과 1992년을 훨씬 넘어서는 대승을 기대해볼만 하다.
그러나, 대의원들이 이명박을 선택할 경우 한나라당 앞에 놓여있는 길은 엄청난 가시밭 길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미 1년 가까이 '대세론'을 구가해온 만큼 후보선출에 따른 프리미엄은 기대할 수 없고, 향후 선거기간 동안 의혹이 터져나올 때마다 조금씩 지지율을 까먹기 시작하여 10~20%대로 추락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된다. 그와같은 상황에서 조선일보가 도와준다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들은 도리어 이명박을 질타하면서 '후보교체론'을 들고나오게 될 것이고, 이회창은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정계컴백을 저울질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에는 조선일보가 범여권 후보를 지원하는 상황도 연출될 수가 있다. 그야말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가 '악몽'이다.
이제 최종선택은 한나라당 대의원과 당원들에게 그 몫이 남겨져있다. 과연 이들은 쉽고도 옳은 길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대단히 어렵고도 옳지 않은 길을 선택할 것인가? 그래서 지금 대다수 국민들은 숨죽인 가운데 이들을 향해 외치고 있다. "한나라당,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첫댓글 요점없구. 너무 길어서 안보앗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