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4월 23일, 지미 체임벌린 (좌) 과 빌리 코건 (우) 이 록워크에 이름을 아로새겼다.
헐리우드 '록워크' 에 빌리 코건과 지미 체임벌린이 남겨지다
2008년 4월 23일, 미국 얼터너티브 록의 대표적 밴드 스매싱 펌킨스의 리드보컬이자 프론트맨인
빌리 코건, 그리고 스매싱 펌킨스의 드럼을 담당하고 있는 지미 체임벌린이 미국 헐리우드 '록워
크' 에 거룩한 핸드프린팅을 남기게 되었다. 록워크는 기타 센터라는 미국의 초거대 악기 판매 회
사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헐리우드 거리에 마련한 행사로써, 세계적인 록 아티스트들의 이름과
핸드프린팅이 남겨져있는 곳이다. 로큰롤의 신 (神) 척 베리의 흔적부터 시작해서, 최근 2007년
에는 일본 록그룹 비즈 (B'z) 가 전당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스매싱 펌킨스를 쭉 이끌면서 미국 얼터너티브 록의 풍족함과 네임밸류 격상에 힘을 실어줬던 빌
리 코건과 지미 체임벌린이, 드디어 자기네들의 결과물에 공식적인 존중을 받은 셈이다. 많은 기
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빌리 코건과 지미 체임벌린은 검은색 점토로 이뤄진 핸드프린팅 사용대에
다가 두 손을 담가 선명하게 손바닥 자국을 남겼으며, 기념으로 앨범 크기의 인증서를 각각 부여
받았다. 지금까지 스매싱 펌킨스는 대외적으로 받은 상이라고는 대표적으로 이름을 내밀 수 있는
게 1997년 그래미상에서 히트 싱글곡 Bullet With The Butterfly Wings로 '최우수 하드 록상' 을
거머쥔 것을 들 수 있겠다. 그만큼 스매싱 펌킨스의 음악은 팬들과 평단으로부터 고평가를 받긴
했지만, 상복에는 운이 없었다고 할 수 있겠다.
록워크에 핸드프린팅을 남기는 것은 어찌보면 기타 센터라는 회사가 자회사의 이윤과 명성을 위
해서 상술에 놀아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록워크라는 곳이 결코 평범한, 혹은 아무 록밴
드나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곳은 절대 아닐테다. 다각도로 심사를 거치기 때문에, 스매싱 펌킨스의
멤버 두 명이 이 곳에 핸드프린팅을 남기고 이름을 올린 것은 분명 스매싱 펌킨스의 팬들로써는
기분좋은 일이 아닐까 싶다. 그들이 사랑하는 밴드가 '어쨌건' 상을 받았다는 것에 말이다. 그리
고 넓게 생각해서, 스매싱 펌킨스의 음악성이 무형적인 평가나 칭찬보다도, '실적' 과 눈에 보이
는 것으로 재증명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좌초의 위기에 빠진 스매싱 펌킨스로써는 다행이 아
닐 수 없다.
신보를 들고나온 스매싱 펌킨스, 싸늘한 외면을 당하다
주지하다시피 스매싱 펌킨스는 2000년 한 해에만 무려 두 앨범을 내놨다. 바로 Machine/Machin
es Of God과 Machina II/The Friends And Enemies Of Modern Music을 말이다. 그리고나서
스매싱 펌킨스는 멤버들 사이의 안좋은 트러블만 만들고 그대로 공중분해 되었다. 오죽했으면 앨
범 발매 후 월드 투어에서 스매싱 펌킨스 멤버들끼리 공연은 같이 하되, 묵는 숙소는 각자 따로 정
했을까 싶다. 그만큼 스매싱 펌킨스는 흐트러졌다. 예전의 그 팀워크가 살아나지 않았다.
잘 알려진 바대로 스매싱 펌킨스가 세계적 밴드로 이름을 날릴 수 있었던 것은 첫 번째로 천재적
음악성을 지닌 빌리 코건의 '두뇌' 와, 4명의 멤버 모두 각자의 파트에서 최선을 다하며 이뤄내는
'팀워크' 에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스매싱 펌킨스의 성공 이유 중, 사실 빌리 코건의 두뇌가 가
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편이고, 또한 그것으로 하여금 트러블이 많이 생겨나기도 했다. 빌리 코
건은 프레스단과의 인터뷰에서 종종 "나머지 멤버들이 나의 음악을 따라주지 않는다." 며 불평불
만을 내놓았고, 그것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잦아졌다. 빌리 코건은 기자들이 질문만 했다하면 제
임스 이하 (기타), 디아시 레츠키 (베이스) 가 팀을 흐트려놓는다고 하소연을 해댔다.
사실 스매싱 펌킨스는 빌리 코건의 창조적인 아트워크와 천재성에서 비롯된 그룹이다. 이 말에 대
해서는 그 누구도 반문을 달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역시나 음악 만드는 것에 있어서 재능을
보이는 제임스 이하나, 그 나머지 멤버들의 의견 또한 높히 살만 했다. 점점 팀이 거대 공룡화될수
록, 빌리 코건의 두뇌에서 나오는 음악에 대한 반기가 잦아졌다. 스매싱 펌킨스가 내놓은 1993년작
Siamese Dream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그 후의 작품들이 연타석 안타를 칠때마다 항간에 나
왔던 이야기는 바로 '빌리 코건과 그외 멤버들의 언쟁' 이었다. 나머지 멤버들의 무시당하는 음악적
능력, 그리고 빌리 코건의 독재에 대한 반대급부가 부딪히는 순간이었다.
결국 그 갈등이 절정에 다다랐던 시점이 2000년이었고, 이후 스매싱 펌킨스가 2006년 재결합되긴
했지만 원년 멤버 중 남은 것은 드러머 지미 체임벌린 혼자뿐이었다. 스매싱 펌킨스의 원년 멤버들
은 더이상 한 곳으로 의견을 집중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빌리 코건은 스매싱 펌킨스를
다시 꾸리고도, 부활한다는 마음으로 내놓은 새로운 앨범에서 일어서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하나 더
살을 붙이자면, 이미 스매싱 펌킨스는 1990년대 후반부터 갈라설 틈이 보이기 시작했었다.
지미 체임벌린은 약물 복용 혐의로 몇 년간 형벌을 받았으며, 그것 때문에 주지하다시피 1998년 앨
범 Adore에서는 드러머 지미 체임벌린 없이 가상의 기계 드럼으로 세션을 꾸려야만 했다. 타의든
자의든 어쨌건 이들 4명에게는 갈등의 골이 깊어져만 갔다. 또한 스매싱 펌킨스는 앞서 언급한 Ad
ore 앨범을 내놓고는 대뜸 "얼터너티브 록은 죽었다." 라고 자아 비판했으며, 연인 사이로써 탄탄한
조직력을 구사하던 디아시 레츠키와 제임스 이하가 다시 친구로 갈라선 이유도 한 몫 하겠다.
빌리 코건은 2006년 스매싱 펌킨스를 재결성할 때, 이리저리서 긁어모은 세션 멤버들로 파트를 채
우며 스매싱 펌킨스라는 항아리에 썪은 물을 버리고 새로운 물을 채워넣듯이 처음부터 리셋하는 마
음으로 심기일전했다. 그래서 현재 스매싱 펌킨스에 재직하고 있는 멤버로는 빌리 코건, 지미 체임
벌린, 제프 슈뢰더 (기타), 진저 레예스 (베이스) 다. 이미 이전에 여자 베이시스트 멜리사 아우프 데
마우어 (Aut der Maur) 가 잠깐 스매싱 펌킨스에 활동하다가 팀을 나간 전적이 있다. 어찌되었건 새
로운 멤버들을 전면 앞세우고 2007년 여름, Zeitgeist라는 앨범을 내놨다. 스매싱 펌킨스의 7년만의
복귀작이자 7집이었다.
음악계의 전반적인 반응은 괜찮았다. 먼저 이 앨범은 자국인 미국에서 빌보드 차트 'Billboard 200'
에서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그리고 뉴질랜드, 캐나다, 이탈리아, 스위스 등의 국가에서
앨범 차트 1~2위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게다가 이 앨범의 싱글곡인 Doomsday Clock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트랜스포머> 의 OST 앨범에 이름을 올리는 등, 꽤 많은 화제를 낳았다. 하지만
싱글 커트된 나머지 곡들은 모두 각 차트에서 패배의 쓴잔을 들이키며 빠른 시일 내에 순위 목록
에 자취를 감춰버리고 말았다. 또한 오랫동안 스매싱 펌킨스를 기다린 팬들은 Zeitgeist를 가리켜
'굉장히 실망한 앨범' 이라는 반응을 보였고, 평단에서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스매싱 펌킨스는 독일어인 Zeitgeist (시대정신) 라는 거창한 제목을 붙이며, 반미 (反美) 혹은 부
시 대통령 정권에 대한 비판적 어조를 띄였지만, 그것은 그냥 스매싱 펌킨스가 이목을 끌기 위해
급조된 하나의 메시지에 불과하다는 저평가도 받았다. 붉은 색이 자욱한 가운데, 핏바다에서 자
유의 여신상이 가라앉는 비장한 메시지를 담은 앨범 재킷도 공들여서 만든 것이겠지만, 그 누구
도 스매싱 펌킨스의 Zeitgeist의 음악과 그들이 주장하는 메시지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제일 먼
저 음악부터가 너무 듣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고, 더이상 스매싱 펌킨스 특유의 인디
적인 요소를 볼 수 없다는 말도 나왔다. 말 그대로 앨범 표지처럼, 스매싱 펌킨스는 핏바다에 좌
초하고 말았다.
스매싱 펌킨스,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을까
세계적인 음악 포털 사이트 올뮤직닷컴에 의하면, 스매싱 펌킨스의 음악 장르를 구분할 때, 대표
적으로 얼터너티브 록을 꼽을 수 있겠지만 인디 뮤직 (Indie music) 도 삽입될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은 곧 스매싱 펌킨스의 성향이 주류의 음악 멜로디에 타협하지 않고, 비록 작가주의적 색깔
을 띈다고 하지만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강한 음악적 색깔을 띄기 때문에라고 할 수 있겠다. 스
매싱 펌킨스의 음악은 상당히 그런 면에서 독창적이다. 먼저 스매싱 펌킨스의 출생 히스토리부
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스매싱 펌킨스의 원년 멤버 중에는 독특한 이력이 눈에
띈다. 일본계 미국인 기타리스트인 제임스 이하, 그리고 좀처럼 록그룹에서 찾아보기 힘든 여
성 멤버 디아시 레츠키가 바로 그것이다.
스매싱 펌킨스는 시카고에서 결성되었지만, 어찌보면 음악적 특색은 여러가지 문화를 모두 담
아서 내놓는 미국 서부 지방의 록음악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미 서부 음악의 대표
적인 예인 랩 록, 랩코어, 펑크 메탈은 스매싱 펌킨스와 다르게 흑인 음악 노선을 걷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제임스 이하의 핏줄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 즉 아시아의 감성적인 특색과 여
성 멤버 디아시 레츠키가 만들어내는 여성 특유의 섬세한 터치가 혼연일체를 이루어 스매싱
펌킨스가 추구하는 얼터너티브 록에 적합했다고 볼 수 있겠다. 빌리 코건의 천재성은 둘째치
더라도, 이렇게 일반적 록그룹에서는 보기 힘든 아시아인의 감수성, 그리고 여성적인 지향점
이 스매싱 펌킨스를 특별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블루스 기타리스트인 아버지 (패트릭 코건 시니어) 의 영향을 받아, 천부적인
음악성을 지닌 빌리 코건의 브레인, 그리고 빌리 코건만이 만들 수 있는 그만의 독특한 비음
섞인 보컬도 스매싱 펌킨스를 특별하게 보일 수 있는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앞서 언
급했듯이 결코 빌리 코건의 천재성만이 스매싱 펌킨스를 '모두' 진두지휘한다고 할 수 없다.
어쩌면 제임스 이하의 아시아적 감수성과 디아시 레츠키의 여성적 섬세함이 더해지지 않았
다면, 빌리 코건이 추구하는 몽환적이고 자아 비판적인, 그리고 여린 록음악을 할 수 없었
을지도 모른다.
제임스 이하와 디아시 레츠키의 역할이 생각보다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빌리 코건
의 두뇌에서 독재되는 스매싱 펌킨스에 내분이 일어났던 것이다. 사람들은 빌리 코건만 바라
보고, 빌리 코건 자신 또한 혼자 팀을 이끌려고 하기 때문에, 안보이는 곳에서 중요한 요소를
담당하는 제임스 이하와 디아시 레츠키라는 두 주춧돌이 반기를 드는 것이다. 이것은 너무나
도 당연한 말일테다. 아무리 뛰어난 운전자가 자동차를 몰고 다닌다 하더라도, 자동차를 움직
일 수 있게 만드는 연료와 기능이 없다면 그 베스트 드라이버도 무용지물이다.
현재 빌리 코건이 이끌고 있는 스매싱 펌킨스는 공식적으로 기수를 따지자면, 3기라고 할 수
있겠다. 스매싱 펌킨스 3기는 7집 Zeitgeist의 참패를 뒤로한채, 열심히 월드 투어를 거행하
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점점 잊혀져가는 자신들의 음악을 다시 들려주고 있다. 세계적 동영
상 사이트 유투브에서는 최근 스매싱 펌킨스가 출연한 각 지역의 콘서트 실황을 무리없이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은 밀라노, 런던, 뉴욕, 그리고 캐나다의 어느 시골 도시 등 가리지 않
고 투어 콘서트에 매진했다. 물론 Zeitgeist에 실려있는 신곡들을 연주하는 것은 아니고,
1979, Tonight, Tonight, Today, Cherub Rock 등 1990년대 스매싱 펌킨스의 메가히트
곡들을 리바이벌하는 편이다. 그리고 더해서 스매싱 펌킨스는 앞서 언급했듯이 록워크에
자기네들의 이름을 아로새겼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빌리 코건과 드러머 지미 체임벌린 외에, 어찌보면 지미 체임
벌린보다 더 많은 화젯거리와 인기를 얻았던 제임스 이하와 디아시 레츠키가 록워크에서
핸드프린팅을 거행하는 자리에 없었다는 점이겠다. 그들은 스매싱 펌킨스가 이룩한 얼터
너티브 록의 업적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이름들이며, 충분히 빌리 코건과 함께 이름을
나란히 새길 가치가 있다. 그렇지만 정말 아쉽게도 그들은 각자의 길을 걸으며 스매싱 펌
킨스의 찬란했던 흔적들을 하나하나 지우고 있다. 제임스 이하는 종종 미국에도 방문하면
서, 최근 음악 감독이라는 새로운 직함을 달았고, 디아시 레츠키는 록음악계에서 은퇴했다
고 전해진다.
빌리 코건은 스매싱 펌킨스 3기를 꾸려나갈 때, 예전 스매싱 펌킨스의 오리지널 멤버처럼
리드 기타 및 세컨드 기타를 맡아줄 수 있는 남자 기타리스트 (제프 슈뢰더) 를 앉혔으며,
베이시스트는 디아시 레츠키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여자 베이시스트 (진저 레예스) 를
모셔왔다. 그것은 곧 음악 팬들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듯이, 빌리 코건이 아무리 지금
은 사이가 틀어졌다고 해도 예전 스매싱 펌킨스의 그 환상적인 '여자 멤버, 아시아 멤버
구성도' 를 그리워한다는 방증이다. 빌리 코건이 그나마 그것을 살리기 위해 이리저리
새 멤버를 모아 신보 Zeitgeist를 내놨는데, 흥행 참패한 것을 생각해보면 참 눈물겹기
도 하다. 게다가 지금 공식적인 스매싱 펌킨스의 멤버는 단 두 명, 빌리 코건과 지미 체
임벌린뿐이다.
그렇다면 스매싱 펌킨스가 부활할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혹자들은 더이상 스매싱
펌킨스의 존재 자체가 있을 수 없다며, 그들의 존재론을 부정할 것이다. 새로운 얼터너
티브 록밴드들도 등장하고, 최근 세계 록음악계의 트렌드는 개러지 록이기 때문에 스
매싱 펌킨스가 발악을 한다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게 대세적인 여론이다. 하지만
음악 팬들의 순수한 마음 속에서, 만약 빌리 코건, 제임스 이하, 디아시 레츠키, 그리고
지미 체임벌린이 재결성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닌 말로, 분명 록계에서 꽤나 큰 파장이
있을 것이다. 이들이 다시 뭉쳐서 재결합한 작품이 흥행 실패한다 쳐도, 일단 지금의 스
매싱 펌킨스보다는 음악성 면에서 더 후한 점수를 받을 것이다. 인디록적인 요소가 담
겨져있는, 자연친화적이고 감수성 풍부한 Today라는 불후의 명곡을 만든 스매싱 펌
킨스 원년 멤버들이 그리워지는 시점이다.
첫댓글 이근형님 글들은 플레이그라운드에 남겨두기 아깝네요.. 나중에 정리해서 스페셜 게시판으로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스매싱펌킨스...죽기전에 today live를 보고싶네요....내한공연도 못갔는데....ㅜㅜ
좋아하는 감정을 넘어선 밴드인데.. 글 잘봤어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근데 제임스와 다아시는 Adore 때가 아니라 Siamese Dream 발매 이전에 이미 깨졌죠. 그래서 2집 레코딩의 기타, 베이스 연주는 빌리가 거의 다 했다는 설도 있었습니다. 이후로는 뭐 좋은 친구로 잘 지내고 있다고 알려져 있고요, 제임스와 다아시, 다아시의 남편 등등이 같이 Scratchie라는 레이블(스트록스의 알버트 솔로 앨범이 여기서 나왔죠) 공동사장(?)도 하고 그랬어요. 펌킨스 재결성을 발표했을 때 빌리와 지미만 참여한다는 소식에 팬들은 대체 Zwan과 다를 게 뭐냐, 그럴거면 펌킨스 이름은 왜 써, 이런 반응이 많았죠. 이건 펌킨스의 찬란했던 옛시절에 대한 애정과 함께 제임스가 부재
(사실 다아시는 그닥 존재감이;)하는 펌킨스란 말이 안된다는 정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까요. 비록 펌킨스가 빌리 코건의 밴드였고, 그는 밴드에서 전제군주였지만 말씀하셨던 제임스의 감수성이 결합되었을 때 진정한 펌킨스의 사운드가 나온다는 걸 팬들은 알고 있으니까요. 빌리가 내지르는 독설가였다면 제임스는 그 뒤에서 세세하게 어루만져주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제임스의 솔로 앨범이나 펌킨스 비사이드 앨범인 Pisces Iscariot을 들어보면 더 명확해지죠. 예전만 못한 빌리의 창작력 문제, 제임스의 불참에 따른 사운드의 공백은 야심차게 내놓은 신보 Zeitgeist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고요.
훗날 빌리가 '제임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며 펌킨스 해체는 제임스 때문이었다는 식의 발언을 한 바 있는데요, 그래도 끝까지 빌리 곁을 지킨 사람은 제임스라는 점에서 참 아이러니한 일이기도 합니다. 지미는 밴드의 절정기에 약물 문제로 들락날락했고, 다아시는 Machina 녹음을 마친 직후 탈퇴했으니까요. 해체 이후 빌리와 얘기조차 해본 적 없다는 제임스의 말을 들으면 그가 펌킨스로 돌아갈 일은 없어 보입니다. 펌킨스 과거의 영광 재현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최소한 실망스런 모습만은 보이지 않길 바랐는데 그조차도 요원한 일이 되어버렸어요.
이근형님... 음악취향Y에서도 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댓글을 직접 다실것도 같은데 감감무소식... ㅡㅡ;;
아... 빌리...
빌리는 다아시를 가르켜 이렇게 말을 했죠. "She's the moral conscience, the mortal authority of the band" 다아시가 밴드를 붙여놓는 접착제 같은 역할이였습니다. 그녀가 마약때문에 떨어져 나갔지만 않았어도 우리는 아직까지 스매슁 펌킨스를 보고있었을지도.. (그게 과연 좋은 일 일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원년멤버로 돌아가기를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