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넘는 환자 입원 안돼요”… 통합병동, 경증환자만 골라 받아
‘간호사 1명당 환자 5~7명’ 규정
인력난에 ‘손 많이 가는 환자’ 꺼려
일부 병원은 보호자 상주 요구도
통합병동 ‘의료수가’ 더 많이 받아
안모 씨(82)는 최근 척추 수술을 받기 위해 경기도의 한 종합병원을 찾았다. 가족들이 간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간호간병통합병동(통합병동)에 입원하려 했지만 병원은 ‘80세 이상은 안 된다’며 거절했다.
통합병동이란 보호자나 간병인 없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이 환자를 돌보는 병동이다. 안 씨는 ‘나이만을 이유로 입원시켜 주지 않는 건 부당하다’며 아들이 항의한 뒤에야 겨우 통합병동에 입원할 수 있었다.
● 쉬운 환자만 골라 받는 간호간병통합병동
2013년 7월 처음 도입된 통합병동이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당초 통합병동은 가족 간 ‘간병 살인’이라는 비극까지 낳는 간병 부담을 줄이고 간병인 등 외부인의 병원 출입을 줄여 병원 내 감염 관리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도입됐다. 통합병동 이용 환자는 2018년 95만463명에서 지난해 186만4544명으로 두 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통합병동 운영 의료기관도 495개에서 656개로 약 33% 증가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간병인을 고용했던 환자가 통합병동에 입원할 경우 비용 부담이 평균 약 80% 감소한다.
하지만 도입 10년이 지난 지금도 통합병동은 당초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특히 가족들의 간병 부담이 큰 중증 환자일수록 입원의 문턱이 높다. 간호 인력 부족과 병원들이 부리는 ‘꼼수’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선 안 씨처럼 고령이거나 상태가 좋지 않아 이른바 ‘손이 많이 가는’ 환자는 꺼리고 경증 환자만 골라 받는 현상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보호자들 사이에서는 “기저귀를 차면 안 받아준다”, “약간의 섬망(인지 기능 등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만 보여도 바로 쫓아낸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퍼져 있다.
심지어 보호자 상주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 김모 씨는 아내가 뇌질환으로 입원했을 때 경기도의 한 종합병원 통합병동에서 ‘간호사들이 바빠 바이털 체크(호흡과 맥박 등을 확인하는 것)를 할 여유가 없으니 보호자가 옆에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 씨는 “황당하게도 내가 한두 시간마다 아내의 상태를 관찰해야 했다”고 말했다.
● 간호인력 배치기준 현실화해야
병원들은 간호인력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지침상 상급종합병원 기준 통합병동의 환자 수는 간호사 1명당 5∼7명, 간호조무사 1명당 30∼40명이다. 이 인력으로는 환자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의료현장의 공통된 의견이다.
통합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 정모 씨는 “치매나 섬망 증상이 있는 환자가 오면 (제대로 관리가 안 돼) 낙상이 자주 발생하고 나머지 환자들까지 잘 돌볼 수 없게 된다”며 “정부가 간호인력 배치 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병동이 본래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는 건 병원들이 편법을 쓰는 탓도 있다. 의료기관들은 통합병동을 운영할 때 일반병동보다 수가(酬價)를 더 많이 받는다. 일부 의료기관들은 간호인력을 통합병동에 배치한 것처럼 정부에 신고하고, 실제로는 이들을 일반병동에 근무시킨다. 이런 경우 통합병동에는 실제 배치 기준보다 적은 인력이 투입되고, 중증 환자는 받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일부 병원들이 돈은 받아가고 의무는 다하지 않는 편법을 쓰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지침이 개정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복지부 지침상 전국 상급종합병원, 서울 소재 종합병원 및 병원은 의료기관 한 곳당 통합병동을 최대 4개까지만 운영할 수 있다. 비수도권의 간호인력이 수도권으로 쏠리는 걸 막기 위해 생긴 제한이지만, 중증 환자들이 ‘서울의 큰 병원’으로 몰리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지침이라는 비판도 있다. 김 교수는 “병동 제한을 단계적으로 완화해서 수요가 많은 곳에 통합병동이 알맞게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