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노벨 문학상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우리나라 작가가 노벨 문학상에 선정되었단다.
매년 10월이면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가 노벨 문학상을 받을까? 관심이 많단다.
아빠도 매년 알라딘 인터넷 서점에서 진행하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 맞추기 이벤트에 참여하면서
누가 노벨 문학상을 받을까? 생각해 보곤 한단다.
그 이벤트는 매년 참여하면서 한번도 맞춘 적이 없단다.
왜냐하면 노벨 문학상은 대부분 아빠가 모르는 작가가 선정되기 때문이었어.
그래서 몇 해 전부터는 아빠가 모르는 사람에 투표를 했단다.
올해도 알라딘 인터넷 서점에서 고른 후보들 중에서
아빠가 모르는 작가에 투표를 했단다.
투표현황도 볼 수 있는데
매년 팬심으로 우리나라 작가가 1~2위를 차지했고,
올해는 한강 작가가 1위를 달리고 있었어.
아빠도 우리나라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타면 좋겠다고 했지만,
아직은 외국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어렵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나중에라도 우리나라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는다면
한강 작가가 받지 않을까 생각했단다.
왜냐하면 부커상을 비롯하면 외국에서 유명한 상들을 여럿 탔으니
외국에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작가라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렇게 생각했듯이 올해 받을 줄은 몰랐단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사람들은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주로 받기도 해서 더욱 그렇게 생각한 것 같아.
아무튼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아서 정말 기뻤단다.
아빠가 한강 작가의 책은 두 권 밖에 읽지는 않았지만 말이야.
사실 아빠가 한강 작가의 책을 두 권 밖에 읽은 이유는
책 읽은 순서 때문일 것 같구나.
아빠가 첫 번째로 읽은 한강의 책은 <소년이 온다>라는 책으로
이제는 많이 알려진 것처럼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으로 배경으로 한 소설이란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문체지만
어린 학생들의 죽음을 너무 사실적으로 그려서
한편으로 마음이 아팠던 작품인데,
그 책에 대한 아빠의 감상은
그 책을 읽고 쓴 독서 편지를 참고해 보렴.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른 소설들이 여럿 있지만,
한강 작가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문제로 조곤조곤 이야기하듯이 써내려 갔다고 생각했는데,
이걸 어떻게 이야기할지 잘 몰랐는데,
노벨 문학상 선정위원회에서 명확하게 표현해 준 것 같았어.
“역사적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고 시적인 산문”
아무튼 아빠는 <소년이 온다>라는 책을 읽고
부커상 수상작인 <채식주의자>를 두 번째로 읽었단다.
<채식주의자>는 누군가 평가한 것처럼 아빠에게는 기괴한 소설로,
끝까지 읽기는 했지만 읽기 무척 불편했단다.
만약 <채식주의자>를 먼저 읽었다면 한 권 밖에 안 읽었을 것 같아.
<채식주의자>를 읽은 이후 한강 님의 책들은 좀 보류를 했던 것 같구나.
그만큼 <채식주의자>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책으로 알고 있어.
…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선정 소식 이후
국내 베스트셀러 상위 차트는 모두 한강 작가의 소설로 채워졌단다.
책을 주문해도 며칠씩 기다려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열풍이었어.
아빠는 한강 작가가 아니더라도
매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책들을 한 권씩 읽곤 한단다.
올해는 우리나라 작가가 받았으니
기쁜 마음으로 두 권 읽어야겠구나..^^
그래서 주문한 첫 번째 책이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책이란다.
이 책은 우리나라 현대사의 또 다른 아픈 역사인 제주 4.3사건을 다룬 이야기라고 했어.
제주 4.3 사건은 아빠가 독서 편지를 통해
여러 번 이야기를 했던 것 같구나.
그만큼 제주 4.3을 다룬 책들은 많지만
<작별하지 않는다>는 한강 작가만의 문체와 감성으로 풀어나간단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강렬하고 시적인 산문으로 말이야.
아빠가 책을 이야기 전에 서두가 그렇게 길지 않은 편인데
오늘은 노벨 문학상 수상에 기쁜 나머지 좀 길게 이야기한 것 같구나.
그렇다면 이제 책 이야기를 해볼게.
1. 제주
주인공 경하는 한강 작가의 아바타 같은 사람으로 나온단다.
아픈 역사로 소재로 한 소설을 마치고 밤마다 악몽을 꾸는 경하.
소설 속에서는 소설의 제목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소년이 온다>를 쓰고 난 악몽을 꾼 작가 자신의 이야기 아닐까 싶구나.
그 악몽이라는 것은 해변가에 눈 덮인 수많은 통나무들이 묘비처럼 서 있고
어느 순간 바닷물이 차오르면서 바다에 쓸려가는 꿈이었단다.
그 꿈 이야기를 친구 인선에게 해주었어.
인선은 경하가 사회 초년 시절 다녔던 출판사에서
함께 일했던 프리랜서 카메라 작가로 만나 친구가 된 이였어.
인선은 이후 다큐멘터리 영화도 만드는 일을 했는데,
경하의 악몽 이야기를 듣고 그 꿈을 영상으로 만들자고 했단다.
그것에 몇 년 전 이야기였어.
그 사이에 힘든 읽을 겪고 바쁜 생활을 하면서 그 계획은 잊혀졌고,
인선은 어머니 병 간호를 위해서 제주에 갔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도 제주에 정착해서 생활하고 있었단다.
그런 인선으로부터 어느 날 전화가 왔어.
서울에 있는 병원인데 신분증을 가지고 급히 와달라고 했단다.
병원에 도착하니 인선은 손가락 두 마디가 잘려 봉합 수술을 마친 상태였어.
목공 작업을 하다가 손가락 두 개가 잘려 봉합 수술을 했다고 했어.
그런데 더 고통스러운 것은 봉합 수술을 부분의 신경이 죽지 않도록
3분마다 손가락 부위를 바늘로 질러야 하나는 거야.
아,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바늘로 상처 부위를 찌르는 일을 부탁하러 불렀나, 싶었는데
그 일은 간병인이 하고 있었고
경하를 부른 이유는 부탁할 것이 있다고 했어.
손가락을 다치고 곧바로 서울 병원으로 경황 없이 와서
집에 있는 앵무새 아마를 새장 속에 그냥 두고 왔다고 했어.
한라산 중턱에 한적한 마음에 집이 있었고,
제주에는 교류하며 지내는 사람이 없어서
경하에게 앵무새 아마를 보살펴 달라고,
아니 살려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부른 것이었어.
오늘까지 가야 앵무새 아마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니
곧바로 공항으로 가서 제주로 가 달라고 했어.
그렇게 경하는 병원에서 곧바로 공항으로 향했고
제주행 비행기를 탔단다.
폭설도 그런 폭설이 없었어.
경하가 타고 온 비행기를 끝으로 그 이후 비행기들은 모두 결항되고 말았어.
공항에서 인선의 집에 가려고 택시를 잡으려고 했으나
모두 거절했어.
폭설로 한라산 중산간까지 갈 수 없다고 했어.
그나마 아직 버스는 운행을 해서 버스를 타고 갔는데,
중간에 한번 갈아타야 하고 갈아 탈 버스가 운행할지는 가봐야 한다고 했어.
일단 버스를 타고 출발… 눈은 점점 심해지고….
두 번째 버스는 한참을 기다리다가 포기하려고 할쯤 왔단다.
그렇게 어렵게 인선의 마을에서 내려서 다시 인선의 집까지 가는데
이미 날은 어두워졌고,
길은 눈으로 덮여서 어디가 길인지 잘 몰랐단다.
그래서 고랑에 빠져서 다치고 핸드폰은 잃어버리고…
친구의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죽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다행히 집에 도착을 했단다.
그런데도 불행히도 한발 늦었어.
인선의 앵무새 아마는 이미 죽어 있었단다.
이제 와서 할 수 있는 일도 없었어.
경하는 죽은 앵무새를 잘 감싸고 집 근처 나무 밑에 묻어주었단다.
그리고 다시 인선의 집으로 돌아왔는데,
경하는 사람 모양의 통나무들이 잔뜩 있는 걸 보았단다.
그것은 몇 년 전 경하가 꿈 속에서 보았던 그 나무들이었어.
그러니까 몇 년 전 경하와 이야기했던 경하의 꿈을 작업하자고 했던 것…
그것을 인선은 계속 하고 있었던 것이란다.
손가락 잘린 것도 그 작업을 하다가 다친 것이었어.
이런 바보….
그걸 왜 아직도….
….
이제 잠을 청하려고 했는데, 폭설로 인해 정전까지 되었어.
난방시설도 안 된다는 거지..
인선의 옷을 찾아서 끼어 입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청했단다.
2. 그 이야기
그런데 이 소설은 4.3 사건을 배경으로 했다고 했는데,
4.3 사건은 언제 나오는 거지?
읽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단다.
책의 중반까지는 인선과 경하의 이야기가 주로 나오고,
가끔 인선의 부모님이 겪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이야기 속 사건들이 4.3 사건의 이야기라는 것은 알겠더구나.
….
인선의 집에서 잠을 자고 난 다음날 아침….
앵무새 아마의 소리가 들려왔어.
분명 어제 죽어서 경하가 묻었는데 말이야.
그렇다면 경하도 죽은 것인가?
그곳보다는 앵무새 아마가 다시 찾아온 것이 아닐까 싶구나.
전작 <소설이 온다>에서도 영혼이 찾아오곤 했으니까.
앵무새 아마는 그렇다 쳐도 인선까지 멀쩡한 몸으로 제주에 돌아와 있었어.
그렇다면 인선의 영혼도 찾아온 것인가?
인선의 상황이 안 좋아져서 혹시 죽은 것인가?
어제 공항에서 전화했을 때 간병인의 다급한 목소리가 마음에 걸렸단다.
이후 소설은 경하와 인선의 영혼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전개된단다.
인선은 부모님 이야기를 해주었어.
특히 인선의 어머니 강정심의 이야기.
강정심은 어렸을 때, 그러니까 4.3사건이 일어났을 때
언니와 친척 집에 가 있었는데,
집에 돌아오자 마을은 모두 불타고 시신들은 한데 모여 눈에 덮여 있었단다.
그때 처음으로 죽은 사람의 얼굴에 떨어진 눈은 녹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언니와 함께 눈을 치우며 시신을 확인했어.
엄마와 아빠의 시신은 찾았는데 오빠와 막냇동생의 시신은 못 찾았단다.
막냇동생은 나중에 다른 곳에서 찾았는데 총상을 입은 채 발견되었어.
아직 죽지 않아서 집에 데리고 왔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단다.
동생은 얼마 후에 죽고 말았단다.
아마 자신이 왜 총을 맞아 죽어야 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죽었을 거야.
그리고 오빠는 대구형무소에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어.
면회를 가려고 했지만 전쟁이 일어나고 말았단다.
그리고 부산으로 이감되었다고 했지만 이후 행방불명이었어.
강정심은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오빠를 찾으러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계속 실종자 가족들 모임에 나가는 등 희망을 놓지 않았어.
당시에 전쟁이 일어나면서 예비검속이라고 해서 보도연맹에 가입했던 사람들이나
좌익 활동을 했던 수감자들은 모두 죽였다고 했어.
그때 강정심의 오빠도 죽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시 젊은 남자 한 명이 도망을 갔다는 소문이 있었어.
그 젊은 사람이 오빠일 수도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은 정심…
하지만 끝내 찾지 못했단다.
한편 인선의 아버지는 1948년에 19살이었어..
당시 서북청년단들이 진압한다고 제주에 왔는데,
19살 남자면 그들의 타겟 일 순위였기 때문에
인선의 아버지는 산에 숨어 지냈다고 했어
나중에 마을에 왔을 때 가족들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모두 총살당했다고 했어.
인선의 아버지는 체포되어 무슨 죄를 지었는지도 모른 채
15년 동안 감옥 생활을 했다고 했어.
정말 운이 좋아서 살아 남을 수 있다고 했어.
강정심의 오빠와 같은 대구 형무소에서 있기도 했어.
나중에 강정심에게 오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알고 지내다가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구나.
하지만 인선의 아버지는 그때의 후유증으로 인선이 열 살 때 돌아가셨다고 했어.
…..
인선의 가족들은 평생 아픔을 갖고 살아갔는데,
도대체 왜 그 아픔을 가져야 하는지 몰랐어.
국가 지도자의 무식함 때문에…
국가 지도자의 무식함은 정말 무서운 것이란다.
나라의 운명이, 국민들의 운명이 그 무식함에 희생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 속에서 많이 봐왔거든..
갑자기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
인선은 경하에게 자신이 그동안 작업했던 나무들을 보러 가자고 했어.
촛불에 의지하여 경하와 인선은 함께 숲으로 향했단다.
그러다가 촛불이 꺼져버렸는데, 그 순간 인선도 사라졌단다.
음.. 인선의 영혼이 사라진 것…
그 이야기는 병원에 있는 인선에게는 좋은 소식일 거라 생각했어.
그러니까 인선이 다시 깨어났다는 이야기이니까 말이야.
이 이야기를 하면서 양자역학적 발생도 잠깐 떠올랐단다.
인선의 존재가 병원에도 존재하고, 제주에도 존재하고 있다고
인선이 다시 눈을 뜨는 순간
제주에 존재하고 있던 인선이 사라지는 것이
마치 양자역학 같지 않니?^^
…
<작별하지 않는다>는 <소년이 온다>와 함께 아빠의 취향이라고 할 수 있겠더구나.
책을 읽고 보니,
누군가 이야기한 것처럼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 작가의 책을 원문으로 읽은 것이구나.
물론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도 읽었지만,
그 때는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 전이니까…
우리나라에서는 한강 작가만큼 역량이 뛰어난 작가가 많다고 생각해.
번역만 잘 이루어진다면
또 노벨 문학상을 작가들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단다.
그리고 이번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더 많은 한국 문학들이 외국에 소개되었으면 좋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성근 눈이 내리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가 날개를 퍼덕인 것처럼.
책제목 : 작별하지 않는다
지은이 : 한강
펴낸곳 : 문학동네
페이지 : 332 page
책무게 : 460 g
펴낸날 : 2021년 09월 09일
책정가 : 16,800원
읽은날 : 2024.11.05~2024.11.08
글쓴날 : 2024.11.1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