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고링 엘스*
방혜선
사막 속에서 사랑을 노래할 줄 압니다
그러나 음치입니다
모래 알갱이였다가 악보였다가 거울이었다가 새벽이슬처럼 독보적입니다
그러나 습기 없는 노래를 부른다고
바람이 웅성댑니다
사막을 들어가고자 한다면
기다란 눈썹이 필요한 법입니다
가장 무거운 그늘
눈동자를 숨기기에는 사막이 적격이기 때문입니다
잃어버린 표정을 찾으려고
작년에 즐겨 매던 머플러를 매 봅니다
낮은 여름
높은 겨울
계절의 외곽에 매달린 별들이
익숙한 행로를 따라 물고기자리까지 항해합니다
몸 곳곳에서 새는 비와
초원의 노래를 훔쳐 와
사막 안에 저장합니다
홍고링 엘스*에 가고 싶다면
바람을 옮기거나 모래를 옮기는 직업을 찾아보세요
바람을 옮긴 대가로 마두금을 살 수 있을지
노래하는 언덕에 묻습니다
당신 등에 과적한 건기의 하늘을 본 이후
나는 당신을 낙타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낙타 등 너머 모래바람이 불 때
미래와 과거를 단숨에 횡단하는 판타지 장르처럼
부드러운 오선지들이 태어납니다
때로 모래언덕을 찾아오는 일몰에 물든 문장들
집과 시와 낙타밖에 모르는
당신입니다
*
듀트 만칸이라고도 불리는 홍고링 엘스는 ‘노래하는 모래’로 널리 알려져 있다. 몽골 고비 구르반사이칸 국립공원 내에 있다.
독립 만세
원룸에는 칫솔이 하나 치약이 하나
택배 상자를 가슴으로 안고 있는 문이 하나
슬리퍼를 끌고 다니는 외로움도 하나
팽개쳐진 수건에 깨진 울음도 하나
알람 소리 들어주는 벽이 사방으로
검색창이 있어 당분간은 괜찮을 거야
염려와 간섭은 한 끗 차이
밥 굶지 말라는 시치미를 데려온 것 같다고
햇반으로 잔소리를 층층이 쌓아두는 서랍장
택배 상자가 일회용 가족이 되어 가는
통로가 고요해지고 나면
비로소 일 인분의 잠을 침대에 내려놓는다
수분을 먹어 치우는 수국 화분을
머리맡으로 옮겨둔다
불면을 합성하는 수국은
천천히 자랐으면 좋겠다
어제 주문한 늦잠
오늘 낮에 도착
희망을 짠 주스를 마시는 주말
‘나는 괜찮다’는 문자가
휴대폰을 적시고 빠르게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