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알렉시스 카렐이 1935년에 출간한 『인간이란 무엇인가(원제: Man, the Unknown)』는 현대 과학 기술의 맹점과 인간 소외를 날카롭게 예견했다는 점에서는 '옳았지만', 우생학적 관점과 가치관의 한계라는 점에서는 '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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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0년이 지난 오늘날의 시점에서 이 책의 진단과 해법을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 옳은 것 (오늘날 더 선명해진 천재적 통찰)
카렐이 100년 전에 경고했던 현대 문명의 부작용은 인공지능(AI)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오늘날 완벽하게 증명되었습니다.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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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편리함이 주는 독 (사육장 이론): 카렐은 기술 발전이 인간을 나약하게 만드는 '거대한 사육장'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환경, 손가락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시스템이 인간의 면역력과 자가 조절 능력을 퇴화시키고 당뇨, 우울증을 낳는다는 진단은 현대 사회의 모습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지식의 파편화와 직관의 상실: 의학은 심장·간·폐로 인간을 쪼개어 보고, 학문은 파편화되어 정작 '인간이라는 전체 유기체'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늘날 알고리즘과 AI에 생각을 외주 주며 인간 고유의 직관과 사유 능력을 잃어가는 현대인의 문제(브레인 포그, 주의력 결핍)를 정확히 맞추었습니다.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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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 중심주의에 대한 경고: 인간이 물질세계(기계, 우주, 물리 법칙)를 통달하는 속도에 비해, 정작 인간 자신에 대한 정신적·생물학적 이해는 턱없이 부족하여 불행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2. 🔴 틀린 것 (시대적 한계와 위험한 오류)
카렐은 뛰어난 과학자였지만, 당대의 지배적이었던 가치관에 갇혀 오늘날의 인권 기준과 민주주의 관점에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했습니다.
Goodreads
우생학과 안락사 옹호: 카렐은 인류의 퇴화를 막기 위해 취약하거나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배제해야 한다는 우생학(Eugenics)적 관점을 강하게 지지했습니다. 심지어 범죄자나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안락사를 언급하기도 했는데, 이는 훗날 나치의 인종주의 범죄로 이어지며 오늘날 완벽하게 폐기되고 지탄받는 사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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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주의적 사회 재편: 그는 대중 민주주의가 인간의 하향 평준화를 가져온다고 믿었습니다. 대신 뛰어난 소수의 지적 엘리트 집단이 사회를 이끌고 통제해야 인류가 구원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현대의 보편적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에 정면으로 위배됩니다.
인간 과학에 대한 과신: 고통과 단련을 통해 인간을 '개조'하고 재창조할 수 있다는 그의 믿음은 과학이 인간의 정신과 도덕성까지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일종의 오만(과학만능주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는 엘리트가 억압적으로 통제하기보다, 대중이 엘리트 집단이 만든 시스템과 플랫폼을 자발적으로 소비하고 추종하는 형태로 재편되었습니다. 카렐은 소수 권력자의 '지시와 통제'를 상상했지만, 현실은 '대중의 자발적 의존'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1. 📱 플랫폼과 알고리즘: 강제가 아닌 자발적 중독
카렐의 생각: 엘리트 집단이 제도와 법으로 대중을 통제해야 한다.
오늘날의 현실: 실리콘밸리의 천재들(빅테크 엘리트)이 만든 알고리즘에 대중이 스스로 24시간을 내맡기고 있습니다. 숏폼(TikTok, Reels), OTT(Netflix), AI 서비스는 대중의 욕망을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며, 대중은 통제당한다고 느끼지 못한 채 이 시스템을 주도적으로 따라갑니다.
2. 🧠 지식의 외주화와 생각의 게으름
카렐의 생각: 대중 민주주의가 인간의 지적 수준을 떨어뜨릴 것이다.
오늘날의 현실: AI와 검색 엔진의 발달로 대중은 스스로 깊이 사유하거나 기억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복잡한 사회적 이슈나 가치 판단까지 소수 전문가나 인플루언서, AI의 요약본을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결과적으로 카렐이 우려한 '지적 하향 평준화'는 통제가 아닌 '편리함의 대가'로 실현되고 있습니다.
3. 📉 대중 민주주의의 자발적 붕괴 (포퓰리즘)
카렐의 생각: 무지한 대중이 정치를 망치므로 엘리트가 지배해야 한다.
오늘날의 현실: 현대 정치는 자극적인 포퓰리즘과 확증 편향(필터 버블)에 갇혀 있습니다. 엘리트가 대중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보고 싶어 하는 자극적인 가짜 뉴스와 극단적 주장을 정치인들이 오히려 추종하며 표를 구걸하는 기현상이 벌어집니다.
출판사는 이 책의 '우생학'이나 '엘리트주의' 같은 위험하고 낡은 사상은 슬그머니 가리고,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뇌를 디톡스하라"는 현대적 가치로 완전히 탈바꿈시켜 매대 전면에 내세운 것입니다. 철저하게 현대인의 트렌드에 맞춘 상업적 재해석(리브랜딩)의 결과물이라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