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7,金曜閑談(134)
1. 어느 왕이 유명한 두 조각가에게 누가 쥐와 똑같이 만들 수 있는가 시합을 시켰다. 마침내 쥐를 만들었다. 젊은이가 만든 조각품이 쥐와 더 흡사했다. 왕이 젊은이가 더 비슷하게 만들었다고 하자, 늙은 조각가가 말했다.
“쥐와 모양이 같고 그렇지 않고는 우리 인간들의 눈으로 본 판단일 뿐입니다. 그것이 진짜 쥐와 똑같은가 그렇지 않은가는 고양이로 하여금 알아보게 하는 것이 더 옳은 방법일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왕은 그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고양이를 가져오게 했다. 그리고 그 고양이 앞에 만든 쥐를 놓았다. 그러자 늙은 조각가가 만든 쥐의 조각품을 덥석 물고 도망가는 것이었다. 왕이 놀라며 늙은 조각가에게 물었다.
“어떻게 만든 것이기에 고양이가 그대의 조각품을 대뜸 물고 달아나게 만들 수 있었는가?”
그 말에 늙은 조각가가 대답했다.
“제가 만든 쥐는 실은 생선가루로 만든 것이옵니다.”
그제야 왕은 눈으로 보는 것만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2. 뉴스가 종교다. 뉴스가 종교를 잡아먹었다. 뉴스가 기도를 추월했다.
3. 오래 전, 광운대 앞 전화복스에 들어가 휴대폰으로 전화하던 젊은이를 비난한 적이 있었다. 부모 돈으로 사는 녀석들이 돈 아까운 줄 모르고 50원짜리 하나만 넣어도 싸게 전화할 수 있는데 전화요금이 비싼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고 있다고. 그런데, 요사이 나는 안방에 있는 아내와 뒷방에 있는 내가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고 있다. “오늘 점심 몇 시에 먹을 거우?”
4. 춘천문화재단에서 수필집 출간 비용을 보조받게 되었다. 나라에 공헌한 바도 별로 없는 듯싶은데 여러 면에서 혜택을 받고 사는 게 죄송스럽다. 재작년에는 단편소설집 『아내의 팔뚝』과 장편동화 『귀신잠자리의 비밀』을 출간했는데, 역시 국가의 도움을 받았었다. 이번 출판되는 수필집은 『뚜벅뚜벅 전날까지』로 정했다. 이로써 장편소설 십여 권과 단편소설집, 시집에서 수필집까지 두루 출간한 결과를 갖게 되었다. 시집 낼 때만 자기 비용이 들었고 나머지는 남의 덕을 보았는데, 그만하게 대값하지 못해 사뭇 미안하고 죄스럽다.
5. ‘농민한우집’에 갔었다. 일주일에 한 번 꼴로 가는 음식점이다. 영양보충도 하고 축산농가도 돕기 겸 나름의 까닭이 있어서다. 그런데, 전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게 돼 있어 참 불편했다. 나이가 들어 신발을 벗고 신는데 괜한 수고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다 몸이 날렵하지 못한 짝꿍은 더욱 힘들어 해 안타까웠다. 그런데 이번에 갔더니 신발을 신고 드나들게 했다. 그런데다 전보다 무척 더 친절했다. 나중에 눈치챘지만 겅제가 바닥으로 치달아 손님이 적어지니까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였다. 일종의 구조조정 과정인 셈이다. 서비스가 좋아지는 건 좋지만, 이대로 나라가 찌들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참 안타까웠다.
6. 3월 1일, 독립선언일이다. 올해 들어 특별히 생각이 많아진다.
/어슬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