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의 등장 이래 인류 문명은 '인간의 편해지고자 하는 욕망 실현'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1만 년 전 정착 농업이 시작되면서 석기로 된 도구가 사용되었고, 철기 시대를 거치며 오늘날의 호미, 쟁기 등 농경에 필요한 각종 도구 형태로 발전해 왔다.
세월을 거치며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 이래로 기계 문명이 고도화되며 발전되어 오늘날에 이르러 기계 문명은 정점에 달하고 있다.
문명의 발전에는 언제나 반작용이 있는 법, 저항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새로운 문명으로 인해 밀려나게 되는 집단의 저항, 기득 이익을 지키려는 세력의 저항, 이 두 가지 형태의 각각이거나 또는 그 복합 형태라 할 수 있다. 산업혁명의 근원지인 영국에서 기계화에 밀려나는 수공업자들이 일으킨 기계 파괴 운동(러다이트 운동, Luddite Movement, 1811~1817)은 전자의 예라 할 수 있고, 자동차가 개발되었어도 마차보다 속도를 낼 수 없도록 제한했던 붉은 깃발법(Red Flag Act, 1865~1895)은 후자의 예라 할 수 있다.
기계 문명의 발전은 사람의 손과 발, 즉 육체의 편안함을 추구해온 발전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저항은 노동 운동으로 계속되고 있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어 사람의 머리까지 편해지고자 하는 노력을 계속해 왔는데,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지능형 인조 두뇌' 기계(컴퓨터)의 개발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개인용 컴퓨터에서는 사람의 머리가 하고자 하는 일을 얼마나 많이 빨리 처리하느냐에 따라 286, 386, 486, 586(펜티움) 등으로 중앙처리장치(CPU)의 급이 매겨지면서 진화해 오고 있고, 또 그 지능의 급을 올리며 진화해 갈 것이다. 램 메모리의 속도 (256 Mb, 512 Mb, 1 Gb, 2 Gb,...) 지원을 받아 가면서.
스마트폰에서는 iOS 9, 10, 11, 12 안드로이드 9, 10, 11, 12 하는 식으로 진화해 가고 있다.
편해지고자 하는 사람의 욕망은 지능형 인조 두뇌인 컴퓨터에 용역을 맡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드디어 사람의 생각, 사고 영역마저 용역을 시도하는 곳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 결과물이 '사고형 인조 두뇌(AI)' 시스템 개발이라고 할 수 있다.
AI 시스템이 아직은 초창기라고는 하지만 이미 우리 생활의 가까이에서 작동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거실에서는 AI 스피커에게 말로 명령하여 듣고 싶은 음악이나 영화를 리모컨이나 컴퓨터 자판기에 손대지 않고 듣고 볼 수 있다. AI 기자는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기사는 이미 사람 기자를 능가할 정도로 잘 써내고 있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선수들의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선수를 스카우트하기도 한다. 야구 심판도 판정의 오류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시도되고 있다. 콜센터에서는 AI 가 상담원을 모니터 하여 "말을 알아듣기 힘들다 천천히 하라", "말할 때 생기가 없다"며 상사 짓을 해 내고 있다. IBM사의 AI 의사 왓슨은 이미 진단, 검사 부문에서는 사람 의사를 앞선다는 기사도 나오고 있다. 운전자 없는 자율 주행차도 얼마지 않아 실용화가 될 것이다.
아무래도 기억에 남는 이벤트는 2016년 3월에 있었던 이세돌과 알파고(AlphaGo)와의 바둑 대결일 것 같다. 지능과 사고력 게임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바둑에서 과연 알파고가 인간 바둑의 고수 이세돌을 이길 수 있는가가 최대의 관심사였는데 알파고가 4 대 1로 인간 이세돌을 이겼다. 많은 사람의 예상은 빗나갔고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의 명성은 높아졌다. 더불어 AI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더욱더 늘어 가고 있다.
이때 중국의 커지에는 이세돌에 대한 자신의 대국 승률이 높다는 자만심에 자기는 다를 것이라고 으스댔지만 14개월 뒤 2017년 5월에 치러진 3번의 대국에서 전패하고 말았다.
아마도 이세돌은 공식적으로 AI 바둑을 한판이라도 이긴 기록을 가진 최초의 인간 바둑 기사이자 마지막 기사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AI의 기본 작동 원리는 데이터 분석을 통한 자기 배움(Self-Learning, Machine Learning, Deep Learning 등으로 불려짐)이다. AI는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많이 배워 정확성이 늘어나고 인간의 두뇌 사고에 가까운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많은 기업이나 기관들에서 AI를 개발하고 활성화시키고 있지만 아직은 각 기업이나 기관들이 자기들이 확보한 데이터는 자체 데이터 센터(Block, 블록)에 보관하고 있고, 기업이나 기관의 목적에 맞게 인터넷을 통해 제한적으로 노출하고 있다. 각 기업이나 기관의 블록에 체인으로 완벽하게 연결(Block Chain, 블록체인)되는 시대가 오고 사물에 까지 정보 체인으로 연결되어(IoT, 사물 인터넷) 더 많은 정보가 공유된다면 AI는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활성화될 것이다.
AI가 활성화되면 사람이 하는 일을 대신해 주는 것이 많아져서 손 안 대고 코도 풀 정도로 사람들의 삶은 편해질 것이다. 한편으로는 AI가 대신해 줄 수 있는 일을 하던 많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로봇으로 대체가 가능한 단순 반복적인 일이나, 회계, 통계 분석, 법률 판단, 진단, 분석 업무 같은 데이터를 근간으로 추론해 내는 일은 모두 AI가 하는 일로 바뀔 것이다. 현실에서 최고의 직업군이라고 할 수 있는 판사, 의사 대다수도 직업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AI가 활성화된 사회에서 예술가, 건축가, 발명가 등과 같이 과정과 결과물이 창의적이어서 패턴이 일정치 않고 반복성이 적어 AI가 도저히 배울 수 없는 영역의 직업만 살아남을 것이다.
AI 가 활성화되면 될수록 육체적인 삶은 한 없이 편해지겠지만 할 일이 없어지는 사람들은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고 저항할 것이다. 또한 기존에 살아오던 삶에 대해 강한 회의를 느끼고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것이다.
이 근본적인 질문에 해답을 찾아가는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다음 세 부류의 신 인류로 분화되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 번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소씨에타티스 (Homo Sapiens Sapiens Societatis, 안분지족형 사회인). 이 신인류는 현생 인류의 기질과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며 AI가 제공하는 편안함에 안분지족 하는 부류이다. 배 부른 돼지형. 이 인류를 그림으로 그리면, 배는 터질 듯이 볼록하게 나오고 머리는 새 머리만큼 작고 손발은 학 다리만큼이나 길고 가늘다. 배고픈 소크라테스와 대비된다.
두 번째. 호모 사피엔스 나뚜랄리스(Homo Spiens Naturalis, 인간성 중시형 자연인). 이 신인류는 AI의 등장으로 할 일을 잃은 부류로 AI 때문에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은 부류이다. 인간성 회복을 자연에서 찾고자 자연으로 돌아가 원시의 삶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그림으로 그리면 머리의 비중은 작지만 몸통과 손발은 크고 튼튼하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루소의 자연 철학을 실천하는 부류라 할 수 있다.
세 번째. 호모 사피엔스 사이코 필로소푸스(Homo Sapiens Psycho-Philosophus, 인간성 보존형 철학인). 이 부류는 AI를 이기고 극복하면서 인간성을 회복하려고 추구한다. 따라서 AI가 감히 배울 수 없는 언어와 사고, 행동을 하며 살아간다. 결코 동일한 말을 반복하지 않으며, 앞서 했던 생각을 절대 다시 하는 일이 없으며, 전에 했던 행동을 결코 다시 하지 않는다. 첫 번째, 두 번째 인류들이 보면 그들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말과 행동을 해서 외계 인류(또라이)라 부른다. 그림으로 그리면 몸체에 비해 머리 비중이 매우 크다.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 형 인류로 나는 누구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끝없이 질문하고 답을 구해 간다.
(주)
지능형 인조 두뇌
사고형 인조 두뇌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쏘씨에타티스
호모 사피엔스 나뚜랄리스
호모 사피엔스 싸이코 필로소푸스
상기 용어는 필자가 글의 의미 전달을 보다 용이하게 하고 재미를 부여하고자 만든 용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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