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글로벌 증시대비 국내 증시가 상대적인 약세권에 머물고 있는 것은 지속적인 외국인 매도세와 원화 강세에 대한 우려가 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실제 외국인은 지난 9거래일 동안 불과 하루만 순매수했을 뿐 매도로 일관하며 주식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매도로 돌아섰던 지난 10일 이후 KOSPI가 4.7p(+0.23%) 가량 오르는 등 매물소화 과정은 비교적 순탄하게 전개되고 있다. 또한 전기전자와 운수장비를 비롯한 주요 수출주들의 약세 속에서도 금융주를 중심으로 여타 업종들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움직임을 유지하며 업종 및 종목별 반등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환율과 관련해서도 과거 원화강세 국면에서 국내 증시는 대부분 글로벌 증시와 유사한 궤적을 그리며 상승했으며, 최근 원달러 환율 및 원엔 환율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던 지난 2004~2006년에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며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되는 공통적인 특징을 보였다는 점에서 OECD 전세계 경기선행지수가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최근의 상황과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판단이다. 특히, 글로벌 증시 중에서도 지난 2012년 이후 원화와 비슷한 수준의 달러화대비 절상률을 나타내고 있는 멕시코와 뉴질랜드 증시가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점은 국내 증시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경제구조와 수급여건의 차이점이 있음은 감안해야겠지만 주요 이머징 시장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으로,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이 현실화되는 조짐이 강화되거나 원화강세 속도가 진정되는 모습을 보여줄 경우 올해 글로벌 증시 중 수익률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국내 증시의 가격메리트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부각될 가능성이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맥락에서 뱅가드 펀드 관련 매물부담이나,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심리 현상 중 하나인 원화강세 역시 국내 증시의 추세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업종 및 종목별 대응에 있어서는 외국인과 국내 기관의 엇갈린 매매패턴이 지속되고 있음을 감안해 수급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매물압력이 덜한 종목군 중심의 전략을 지속적으로 유지해나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시가총액 및 시장별 수급모멘텀(외국인과 국내 기관 순매수 금액 합산)을 점검해 본 결과 중대형주는 연초 이후 모멘텀이 둔화되고 있는 반면, 소형주와 KOSDAQ시장은 개선추세를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도 금융 업종의 수급모멘텀은 강화되고 있는 반면, 전기전자는 지속되는 외국인의 매물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중소기업의 투자심리 개선에 우호적인 소식들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 및 건설경기 부양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데다, 중소기업청과 신용보증기금도 중소기업의 연쇄부도를 방지하기 위해 매출채권보험의 인수규모를 지난해에 비해 43% 늘릴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즉 수급과 모멘텀 측면에서 소형주 및 KOSDAQ기업, 금융주들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여건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올해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 증시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관찰되고 있다는 점이다. S&P 중소형지수가 S&P500지수보다 2주일 가량 앞서 지난해 9월 고점이자 올해 최고치를 경신하며 탄력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