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
최필립
내가 공터에 관목을 심었을 때
심장에 불어 터진 은화는 뒤집히지 않았고
일 년 내내 조용한 저수지에서
구름은 거꾸로 펼쳐지는 정황
비말 회오리가 일으킨 물거품
잠들어도 그대로 떠 있는 오리들 그러나
밤새 흠뻑 젖은 담요를 말리지 못했다
스틱스강 강가에서 비눗방울을 불면
아이들은 터뜨리기 위해 쫓아가고
맹점은 보고 있어도 좀처럼 번지지 않아서
따뜻한 수빙과 부드러운 전선
우리는 누군가의 들이고
처마를 장식한 도공들의 자식이고
은화를 뒤집는 경기의 심판이었기에
내리는 천사채를 뒤집어쓰겠어
거울 속에 비친 유행을 믿지 않겠어
햇님반 선생님과 아침 재스민을 마시기로 했다
조기축구에서 축구공은 전반전 내내 빗나갔다
볼 보이의 손이 그러쥔 주사위는
모두 같은 빗금을 그으며 떨어지고
같은 숫자만 나오고 있는데
그가 돌아봤을 때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슬롯이 번쩍이며 돌아갔다
거리에 정향이 눈부시게 피어났다
아이들은 선명히 뛰어다니고
필름 통이 햇볕에 타기 시작했다
꽃무늬 벽지가 커튼인 척 하늘거리면
그녀는 재스민을 마시고 싶고
나는 꽃의 숨결을 들이키고 싶었는데
그래서 우리는 어디로 가나요
그래서 어디로?
차를 파는 곳은 생각보다 많았지만….
바구니 가득 증류하는
단단한 잔이 있어
맥아벌레에 물려도
베버리지 (여전히) 달콤하지
눈물에도 품종이 있대
예술적 가교로 알아낸 것
지지한 유형
거듭 무너져
망해버린 경주
울음소리만 가득
재간 좀 부려보렴
수치심 게이지 차오르고
독박 쓴 저금통 가르고 싶어요
그러니까 오랜 내 모델은 요조
밉다고 해도 점점 귀속해
몇 명 거쳐 갔는지도 모르는데
벌써 결혼식 올리는 마음
가드를 떨어뜨리긴 뭐가
기어코 베버리지
기어코 베버리지
칼도 없는데 풍경소리 징징
(미스터리야 그것참)
파티인데 난교파티가 아니라니
용지를 펴놓고
등에 참깨도 뿌려놓고
그건 네가 알 바 아냐
그건 내가
마스카르포네 으깼다
은박 심장 담아 마셨다
젠가도 말을 했으면 좋겠어
붕괴할 결심 이해하고 싶어
여기서 잔 떨어뜨리면 됩니다. (찰칵)
아무것도 밟히지 않아
네 얼굴 공제하면 아무것도
여과는 했는데 부산물 아니에요
서울 올라올 때 꿨던 꿈도 아니고
꽃 피는 식물과 피지 않는 꽃
비벼서 차갑게 해줘
가루에 넌 에취하겠지만
가시에 찔리는 것보다는 낫겠지
낙서를 할 거면 크고 기쁘게
누굴 죽여도 크고 기쁘게
성대한 베버리지
지리멸렬한 화면
미지의 마음 환호할 준비
양털을 통솔하는 시대는 갔으니까
궤도는 무한히 벗어나지 않으니까
휘파람 소리
다과회 마치는 말씀
뾰루지 터뜨리며
발 동동 굴리고
파자마 속 궁금해하며 그저
베버리지, 베버리지…
잔은 좀처럼 깨지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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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두 편
기우 / 최필립
김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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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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