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수상작들이 대거 개봉한 올 봄 극장가에 우리 영화 ‘마파도’가 유쾌한 흥행 이변을 낳으며 한국영화의 체면을 세워 주고 있다. 160억원을 갖고 도망친 여자를 찾아 마파도에 온 두 남자와 다섯 할머니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코믹영화라기 보다는 휴머니즘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중견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가 이것을 효과적으로 살려냈다.
‘마파도’의 음악은 크게 세 가지로 그 쓰임과 역할을 나누어 볼 수 있다. 코믹 에피소드, 각 인물들의 교감과 심리 묘사, 그리고 후반부 감동의 장치가 된 끝순(서영희)과 어머니의 감정의 표현이 그것이다.
그리고 모든 음악은 마파도의 아름다운 풍광에 실려 그 표현 효과가 배가되었다.
우선 두 남자가 마파도에서 겪게 되는 사건들에 튜바나 스트링 피치카토가 베이스를 연주하고, 그 위에 클라리넷이나 오보에 같은 목관 선율이 단조로운 멜로디로 흐른다.
각 사건들에 짤막하게 쓰인 음악들은 목관악기라는 도구를 통해 마파도로 상징되는 자연과의 어우러짐을 시도했다.
서부영화 같은 느낌으로 기타가 연주되며 김수미가 등장하는 장면과 두 남자가 할머니들 등살에 농사일을 돕는 장면의 ‘Let's twist again'은 각각 코믹적 요소와 익숙함의 미학에 기댔다.
인물들의 교감과 심리를 묘사하는 데에는 서정적 아르페지오의 기타가 연주되고, 할머니를 구하다 다친 재철(이정진)을 충수(이문식)가 간병하는 장면에는 박강수의 ‘비둘기에게’가 두 사람의 싹트는 우정을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
또 김수미로부터 끝순에 얽힌 사연을 들으며 소주를 나눠 마시던 세 사람의 애틋함은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에 실려 전해진다.
끝순이 엄마에게 독백 같은 고백을 하는 장면에 피아노와 스트링이 발전하며 감동을 이끌어 내고 대마밭의 긴장감 흐르는 장면에 이어지는 클라이막스에는 스트링이 웅장하게 연주되며 모녀의 애절한 정을 극대화한다.
영화의 에필로그 같은 마지막 신에 흐르는‘Neil young’의 ‘See the sky about the rain'는 서정적이고 부드럽게 코믹했던 인물들과 사건들을 잘 보듬어 마무리하는 역할을 한다.
이 영화의 음악은 ‘싱글즈’와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서 작업한 김준석씨가 음악 감독이 맡았으며, 뮤직 비디오에 사용된 크라잉 넛의 ‘신기한 노래’는 엽기 할머니들과 신비의 섬 마파도의 느낌에 맞아 떨어졌다.
ost에는 기존 히트곡들이 많이 들리는데 굳이 비싼 로열티를 지불해야 했을까 생각하다 최근 불황에서 허덕이는 우리 음반 산업을 생각하며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영화음악가 nstar924@freechal.com 스포츠한국 2005.4.1
첫댓글 "박강수의 ‘비둘기에게’가 두 사람의 싹트는 우정을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 >>> Good!!!
Goooooo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