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연상 이미지는? 경주나 부여 같은 역사도시의 풍경이 생각나기도 하고 밤잠 설쳐 놀던 친구들과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한다. 관심도 없던 유적지를 담임선생님의 눈치를 보며 억지로 끌려 다니던 기억과 인기 있던 친구의 장기자랑을 보며 남몰래 애태웠던 기억도 있다.
단체사진은 수학여행을 추억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 http://cafe.naver.com/bansong6/256 전성일 님
요즘은 수학 여행을 일본이나 중국과 같은 가까운 이웃 나라로 많이 가는 추세라고 한다. 그러나 불과 6~7년 전만 하더라도 대부분 학교의 수학 여행지는 국내였다. 그렇다면 그 당시 수학여행에서 묶었던 숙소는 어디일까? 5개의 별이 반짝이는 호텔도 아니고 포근함을 간직한 민박도 아니다.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는 바와 같이 ‘유스호스텔’인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다.
소중한 수학여행. 그 기억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유스호스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유스호스텔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보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더럽다, 지저분하다, 위험하다 등등. 우리들의 의식 속에서 유스호스텔은 이 같은 불결한 이미지로 기억되고 있다. 유스호스텔. 과연 그렇기만 한 곳일까?
유스호스텔은 어떤 곳?
20C 초, 독일의 작은 마을에서 교사로 일하던 리하르트 쉬르만씨가 학생들과 함께 탄광 지역을 여행하던 도중 폭풍우를 만나게 된다. 그는 폭풍우를 피해 인근에 있던 학교에 머물면서 유스호스텔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다. 쉬르만씨는 자신이 근무하고 있던 학교인 Nette School에서 유스호스텔을 처음 시작했고, 이것은 훗날 알테나 성으로 이전하여 '알테나 성 유스유스호스텔'이 되었다. 최초의 유스호스텔이 탄생한 것이다.
이 후 유스호스텔은 전 세계로 확산되었으며 현재 94개국 6400개의 유스호스텔이 각 국의 주요 유적지, 휴양지 등에 위치하고 있다. 국내에도 2009년 2월 현재 한국유스호스텔 연맹 산하 80여개의 유스호스텔이 영업 중에 있다.
전 세계 배낭여행객들의 교류의 장
도미토리 룸이야 말로 유스호스텔의 묘미 © 서울유스호스텔 홈페이지 제공
유스호스텔의 설립 취지는 각국 청소년들의 국제적인 교류와 배낭여행객을 위해 싼 값의 숙소를 제공하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의 경우는 많은 여행객들이 유스호스텔을 찾아 이용하고 있으며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여행 정보 공유와 서로간의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1만 5천원에서 3만원 내외의 숙박 비용으로 전세계 여행자들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인 유스호스텔. 우리나라와 가까운 나라인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만 해도 12곳의 유스호스텔이 영업 중에 있다. 이처럼 외국의 유스호스텔은 본연의 목적처럼 많은 여행객들로부터 각광받는 숙박업소이다.
그렇다면 국내 유스호스텔은?
하지만 한국 유스호스텔의 경우는 이러한 설립취지와는 동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 유스호스텔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며 배낭여행객 역시 유스호스텔보다는 다른 숙박수단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남산에 위치한 서울유스호스텔에는 비성수기의 경우 투숙객 중 외국인 관광객의 비율은 10% 내외에 지나지 않는다. 성수기의 경우라 하더라도 외국인 비율은 30%를 넘기 힘든 상황이다.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위치한 드림텔 유스호스텔의 관계자는 투숙객 중 외국인 관광객들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전한다. 서울 명동이나 동대문 같은 시내 중심상권에만 해도 한류의 열풍으로 외국인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지만 이들조차 숙박 장소로 유스호스텔을 선택하지 않는다.
유스호스텔의 이유 있는 해명
이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유스호스텔, 그 이유가 무엇일까. 서울유스호스텔 영업팀의 박경섭 팀장에게 직접 들어보았다.
서울 유스호스텔 전경 © 김주우
첫째,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없는 이유는?
아직 우리나라는 배낭여행객들이 여행하기 좋은 여건은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유럽을 배낭여행 하기 좋은 곳이라고 꼽는 이유 중 하나는 단기간에 여러 국가를 여행하기 편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대륙에서 반도로 떨어진 외진 곳이다. 북쪽으로는 북한에 가로막혀 있고 이웃나라인 일본이나 중국을 방문하려면 비행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외국인 배낭여행객들이 주변 국가들과 함께 관광하기에 좋은 입지는 아니다. 요즘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배낭여행객보다는 보다 패키기 상품을 이용하여 방문하는 단체 관광객들이 많다. 아무래 이 분들은 유스호스텔보다는 호텔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둘째, 유스호스텔은 서비스가 형편없다?
유스호스텔은 본래의 설립취지부터 호텔과 같은 고급 업소들과는 달리 저렴한 가격에 숙박시설을 제공하는 곳이다. 그러나 아직 유스호스텔의 취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일부 고객들은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다. 최근에도 호텔처럼 직원들의 에스코트를 바라는 고객이나 룸서비스를 요구하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 유스호스텔은 호텔과는 달리 최소한의 인원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많은 고객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한, 여건상, 유스호스텔은 여느 업소들과는 달리 비누와 수건을 제외한 일회용 세면도구가 제공되지 않는다. 이러한 점도 고객들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바라보는데 크게 일조하는 것 같다.
셋째, 유스호스텔은 위험하고 더럽다?
한국유스호스텔 연맹 산하 회원 업체의 운영주체는 법인이나 지방자치단체인 경우가 많다. 개인이 설립하여 운영하는 경우도 더러 있으나 인가 조건을 구비하기가 쉽지 않아 유스호스텔의 이름을 얻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 검증된 운영주체인 만큼 보안이나 시설 등이 염려할 수준은 아니다.
변화를 시작한 유스호스텔
부산에 위치한 아르피나 유스호스텔은 부산 지역에서도 숙박하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 2008년, 한국유스호스텔 연맹 최우수 유스호스텔로 선정된 아르피나 유스호스텔은 해운대와 광안리, BEXCO 등 부산 지역 내 명소들과 인접해 있고 교통도 편리해 부산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부산도시개발공사에서 운영하고 관리 감독까지 하고 있기 때문에 시설과 보안등에 있어 안정성을 자랑한다. 또한, 찜질방과 수영장 같은 부대시설도 함께 있어 지역주민들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부산 아르피나 유스호스텔 © http://blog.naver.com/violet8110/30019495707 바이올렛 님
남산에 위치한 서울유스호스텔의 경우 남산 르네상스의 일환으로 국립중앙극장과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 등 남산지역의 기관들과 함께 관광 상품 개발 중에 있으며 편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자녀들과 부모님들을 초청하는 프로그램을 여는 등 국민들과 함께하는 관광사업에 꾸준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 유스호스텔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수학여행객이나 기업 세미나 등 단체 관광객들로 국한되어 있다. 하지만 유스호스텔 내부로부터 그 변화를 계획하고 시작한다면 단체관광객 뿐 만 아니라 배낭을 짊어진 개인 관광객들,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서서히 찾을 것이고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은 발걸음을 할 것이다.
한국 관광의 르네상스, 그 발단의 시금석
올해부터 2012년까지 3년간은 한국 방문의 해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한국 방문의 해 위원회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방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부분의 유스호스텔은 세미나 룸과 식당 등을 갖추고 있고 2만원 내외의 저렴한 가격에 도미토리 룸을 이용할 수 있기에 많은 관광객들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서히 변화를 시작하는 유스호스텔. 하루 빨리 유스호스텔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타파하고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사랑받는 숙박업소가 되길 바란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싶다면 한국 유스호스텔 연맹 홈페이지 (http://www.kyha.or.kr/)를 방문해보자.
글/김주우(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 기자)
출처 : http://culturenori.tistory.com/7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