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하느님은 흙으로 돌아갈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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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22/재의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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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오 복음 6장 1-6.16-18절
“너희는 기도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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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과 재의 수요일
재의 수요일입니다. 부활을 준비하는 사순을 우리는 왜 재의 수요일로 시작합니까? 인간이 재로 돌아갈 존재라는 걸 왜 기억합니까? 부활이 주는 영원한 생명과 재로 돌아갈 인간의 허무함, 이 둘 사이에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언뜻 보면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이 둘은 사실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간이 처음부터 불멸의 존재였다면, 부활이라는 말이 나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하느님은 죽어 없어질 비참한 인간을 당신의 영원한 생명으로 초대해주셨습니다. 부활의 의미를 제대로 깨닫기 위해서는, 우리가 원래는 부활하는 존재가 아니었음을 알아야 합니다. 원래는 죽으면 그저 흙으로 돌아가는 먼지 같은 존재였음을 알아야 합니다. 부활로서 주어진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이 얼마나 값지고 놀라운 것인지 알려면, 우리가 처했던 본래 모습을 먼저 봐야 합니다. 하느님은 흙으로 돌아갈 인간을 굽어보시고, 죽음에서 일으켜 주셨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선포하는 복음의 핵심입니다. 이 기쁜 소식을 깨닫기 위해, 우리는 사순시기를 시작하며 우리가 흙으로 돌아갈 존재임을 겸손되이 고백합니다.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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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찬욱 도미니코 신부(대구대교구)
생활성서 2023년 2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