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렬로 줄을 서 있는 학생들은 숙제 검사를 하듯 책가방을 열어 보인 채 핕통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할머니 앞으로 내밀어 놓습니다.
“부엉이 할머니 오늘도 이쁘게 깎아주세요”
“5학년 1반 이쁜이 꼬마 아가씨구먼 그려 그려 “
“우리 4학년 4반 씩씩 대장은 공부를 열심히 했나 봐. 이를 어째 벌써 몽당연필이 되어버렸네"
그러면서 연필 맨 위에 쓰다 남은 볼펜을 씌어 쓸수 있게 해주신답니다.
“부엉이 할머니 고맙습니다.”
“그려 그려 이쁜 내 새끼들 얼렁 가서 공부 열심히들 혀.. “
그렇게 바쁜 시간이 지나 가면 부엉이 할머니는 손수레를 가지고 동네를 한 바퀴 휙 돌고 오시면 손수레엔 버려진 병 조각들과 담배꽁초와 빈 박스가 조금 실려있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모아진 돈들은 부엉이 할머니가 일 년에 한 번 어린이날이 돌아오면 학교 정문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행복이 방울방울 넘치는 연필을 나누어 주기 위해서랍니다
오늘도 문방구 처마 밑에 앉았어 연탄불에 달고나를 하는 아이들과 전깃줄에 졸졸 이 앉은 참새들처럼 오락기에 붙어있는 아이들로 하루를 열어나가는 이곳엔 부엉이 할머니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행복이 늘 한 아름이랍니다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시간 한 아이가 교문에서 터덜터덜 내려오고 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부엉이 할머니가
“뿡뿡이 기택아”라고 아이를 부르고 있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문방구에 들어선 아이에게 할머니는 예쁜 노란 티셔츠를 내밀어 입힙니다
“꼭 맞는구나 다행이야 이 옷 입고가 할미 선물이다 그리고 이 옷은 빨아서 내일 주마“
아이는 말없이 눈물만 글썽거리며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 저만치 뛰어 내려가고 있습니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자라다 보니 늘 때 묻은 옷 한 가지만 입고 오는 걸 눈여겨보고선 아이들에게 이런 행복도 베풀어 주시는 할머니는 뿡뿡이 기택이가 저 멀리 사라져 점이 되어 갈 때까지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고 서 있었습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습니다 집에 우산이 몇 개 없어 비를 맞고 학교로 걸어오는 아이들에게 할머니가 비닐우산을 나누어 주는 풍경도 여기가 아니면 보기 드문 풍경이랍니다
평범한 삶에 행복을 그리는 부엉이 할머니는 인생에서 가장 고마워해야 할 시간과 행복을 나눌 시간은 지금이라며 준비물을 못 사가는 아이들에게 늘 무료로 나누어도 주다 보니 가난이 붙은 진열장 사이로 부족한 것투성이지만 할머니 얼굴엔 아이들을 대하는 이 기쁨 하나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라 쓰여져 있습니다
방학이 되면 문방구는 오랜 기간 문이 닫혀있지만 개학을 하면 돋보기 너머로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아이들을 반겨주던 할머니의 가게가 오늘은 문이 굳게 닫혀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문방구 앞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배회하며 창문 너머로 들여다보다 아쉬움만 남겨둔 채 학교로 가는 아이들만 보일 뿐 부엉이 할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얘들아 부엉이 할머니께서 병원에 입원하셨단다 그래서 당분간 문을 열 수가 없단다 “
아이들은 그제야 휴.....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놓은 채 못다 한 작은 미소로 화답하고 있었습니다
똑.. 똑. 똑 “부엉이 할머니“.. 하며 병실 문을 열고 일제히 들어서는 아이들
“아이고,, 내 새끼들 잘 있었어...
“할머니 보고 싶었어요 아프지 마세요 ‘
“그려 그려 곧 있으면 나갈 거야 걱정들 말어..”
할머니는 아이들 얼굴을 하나하나 사랑으로 더듬어보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계셨습니다
새벽을 열고 걸어 나온 아침이 부엉이 할머니 문방구에도 예쁘게 앉아있습니다 문이 열려있네요 할머니가 퇴원하셨나 봅니다
가까이 한번 가볼까요 그런데 문방구 어디에도 할머니의 모습은 보이질 않습니다
선생님과 6학년 언니들이 모여 부엉이 할머니 대신 아이들에게 연필을 깎아주고 있네요 그리고 동전 바구니 옆에 있는 “ 할머니를 위한 감사의 모금함”이라는 작은 저금통에는 사랑으로 채워진 돈들이 서둘러 할머니를 찾아가고 싶은지 나란히 앉아 예쁜 미소를 짓고 있구요
비가 오면 아이들 스스로 우산을 씌고 가서는 제자리로 가져다 놓고요 방과 후에는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폐지도 줍고 빈 병과 거리에 담배꽁초 까지 줍는 아름다운 모습도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하루빨리 부엉이 할머니께서 돋보기 너머로 비춰주는 사랑으로 반겨줄 날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희망이 써 내려간 거리에는
쪽빛 하늘에 행복이 그려준 노을을 실은 구름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부엉이 할머니가 보여준 사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