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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의 NBA 를 단 한팀의 이름만을 이용해 설명하라고 한다면?
절반 정도는 레이커스를, 다른 절반 정도는 스퍼스의 이름을 생각하실 겁니다.
저는 양 팀이 균등한 관심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두팀이 언급될 때 가장 큰 이유로 코비나 샼, 던컨이 아니라 포포비치와 필 잭슨이라는 감독의 이름이 먼저 나와야 합니다.
올 시즌 서부의 플레이오프는 프렌차이즈를 "더 길고 더 강하게" 유지시키는 것은 결국 감독과 단장이라는 최근 10년간의 또다른 패러다임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샌안토니오와 클리퍼스, 오클라호마와 레이커스.
스퍼스는 사실 최근 몇년동안 플레이오프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죠.
정규 시즌을 운영하는 능력은 이미 다른 감독들보다 몇 레벨 위에 있는 포포비치도 단기적으로 치뤄지는 플레이오프의 짧은 호흡과 예측 불가능성에 대한 완벽한 준비는 힘들었나 봅니다.
그리고 올 시즌 포포비치는 구단주와 단장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부분들을 상당히 공격적으로 수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보웬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매꾸는 카와이 레너드의 영입, 스티븐 잭슨과 보리스 디아우의 영입, 티아고 스플리터의 발전과 건강한 던컨/파커. 그리고 클러치 타임을 담당하는 코트위의 천재 지노빌리.
스퍼스는 원래 가지고 있는 시스템 위에 건강함과 젊음, 피지컬과 뎊스를 더했습니다.
아직도 클러치 타임에 가장 강한 팀이 스퍼스냐, 하면 머뭇거릴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MVP 시즌을 보낸 파커와 여전히 집중력이 높은 지노빌리가 있다면 스퍼스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힘들 겁니다.
이에 반해 클리퍼스는 스퍼스가 상대하기 가장 좋은 게임을 펼치고 있습니다.
아주 나쁘게 말하면 어리석은 농구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역설적으로 멤피스와 스퍼스의 "차이" 가 무엇인지 클리퍼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요,
클리퍼스는 약속된 룰에 의해 공격하는 팀도 아니고, 알면서도 못막는 패턴을 가지고 공격하는 팀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수비에서 모멘텀을 찾을 정도로 좋은 수비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팀도 아니고요.
클리퍼스의 "엣지" 는 크리스 폴의 괴물스러운 게임 장악 능력과 그리핀의 예측을 뛰어 넘는 운동 능력,
거기에 더해 폴과 그리핀에 휘둘려 무너진 수비 로테이션을 틈타 던지는 포이, 버틀러, 윌리엄스등의 외곽슛 정도일 겁니다.
클리퍼스가 어떤 옵션을 가지고 있는지는 크게 중요치 않습니다.
스퍼스가 이미 그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퍼스가 괜히 산왕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닌 것이, 이 팀의 상대팀 분석 능력은 최고 수준입니다.
알고 막는 것과 모르고 막는 것은 상당히 큰 차이가 있는데,
클리퍼스는 막힐 것을 알면서도 그 방법으로 시도할 수 밖에 없는 모양새입니다.
크리스 폴은 시리즈 내내 봉쇄당할 것이고,
그리핀은 어설픈 포스트업만 하다가 40% 의 슛 성공률로 시리즈를 마무리할 겁니다.
포이와 윌리엄스의 3점슛 성공률은 25% 정도에서 그칠 것입니다.
이건 클리퍼스의 코칭 스태프가 가지고 있는 패 자체가 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가진 패를 100% 활용하지 못하는 무능력때문이기도 합니다.
포포비치와 그의 코치들이 자신들이 가진 패를 120% 활용하고 있다면,
포포비치의 옛 제자 VDN 은 그러한 부분까지는 배우지 못했나 봅니다.
오클라호마는 스퍼스의 아들뻘 되는 팀이죠.
굳이 샘 프레스티의 출신때문만은 아닙니다.
스몰 마켓에서 프랜차이즈를 어떻게 그 지역의 최고 스포츠로 단기간내에 만들 수 있는지 교과서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 외에도,
경기 내적으로 닮은 점이 꽤 많은 팀입니다.
오클라호마는 경기 내적으로 댈러스와 샌안토니오의 하이브리드 교배종같은 이미지로 제게 다가옵니다.
던컨의 역할은 두세명의 선수가 나누어서 맡습니다.
수비에서는 이바카와 퍼킨스가, 공격에서는 듀란트가 맡는데,
듀란트를 이용하는 모습은 마치 댈러스가 노비츠키를 이용하는 모습과 흡사합니다.
파커가 개척한, 외곽슛과 코트 비전, 에이 패스 능력이 없어서 1번 스팟에서 살아 남는 유형의 공격형 포인트가드 역할은 웨스트브룩이 승계하고 더 발전시켜 버렸습니다.
벤치에서 나와 게임의 흐름을 바꾸는 키 식스맨 역할은 올해의 식스맨 제임스 the "니가 정말 89년생?" 하든이 맡고 있고요.
물론 썬더의 평균 연령이 훨씬 어리기 때문에 더 에너제틱하고 공격적입니다.
그만큼 흐름을 놓치기도 쉽고, 턴오버도 많을 뿐더러 게임 플랜 자체가 거칠기도 합니다.
하지만 썬더는 착실하게 발전해온 팀이고,
이 교과서적인 발전 과정에서 올해는 "우승" 이라는 두 글자를 새기는 챕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레이커스는 아주 좋은 상대입니다.
높이를 가지고 있고, "2000년대 이후 최고의 클러치 플레이어" 를 가지고 있으며,
월드 피스라는 변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팔꿈치와 함께.
하지만 이 팀은 필 잭슨이 이끌던 작년보다 오히려 더 못합니다.
코비와 바이넘에게 단순하게 의존하는 공격 패턴은 "블레이크나 세션스의 3점이 터져야만" 이라는 아주 취약한 단서가 붙을 정도로 취약합니다.
좋은 팀은 조건을 많이 달지 않습니다.
강한 팀은 단순한 패턴으로 승리합니다.
우승을 하는 팀은 패하더라도 핑계가 많지 않죠.
레이커스는 올시즌 참 좋은 팀입니다.
서부 3위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썬더는 레이커스가 이기기 위해 해야 하는 모든 조건들에 매치업할 수 있습니다.
시리즈 2차전을 극적으로 가져오면서 모멘텀은 많이 넘어 갔고,
레이커스가 다시 시리즈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언가 극적인 것이 필요합니다.
코비의 50점 경기나 바이넘의 30점 - 20리바운드 경기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경기를 이기는 법을 알고 있는 "팀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말입니다.
레이커스는 현재 이것이 썬더에 비해 떨어집니다.
하지만 또한 베테랑 팀의 미덕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즉, 이 불리한 흐름을 다시 가져올 수 있는 내적인 유인과 여력이 선수들 사이에 충분히 존재한다는 겁니다.
젊고 혈기왕성한 썬더의 유일한 약점을 파고들 수 있는 레이커스의 비장의 무기가 아직 하나 남아 있습니다.
어제 새벽 네시까지 액트 2 를 깨느라 (..) 횡설수설한 이 글을 짧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동부는 수퍼스타 조합과 그렇지 못한 팀의 대결입니다.
양 쪽 모두 수비와 조직력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같고,
때문에 두 시리즈 모두 클러치샷 대결보다는 단단함과 세기의 대결이 될 것 같습니다.
서부는 스퍼스와 오클라호마가 만들어 온 서부 특유의 시스템에 클리퍼스와 레이커스의 수퍼스타 재능이 도전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언더독 두팀이 가지고 있는 조직력의 완성도는 오히려 동부의 두팀보다 더 떨어지는 편이고,
이 점이 제가 서부가 동부에 비해 약간은 더 원사이드하게 남은 시리즈가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첫댓글 정말 좋은 글입니다 제가 아는것도 있었고 모르는 것도 있었고 정말 공감하고 갑니다
좋은 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춧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공감도 가구요. 모든 스포츠의 기본은 조직력을 바탕으로 해야 슈퍼스타의 클러치능력이 그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좋은글....역시 문제는 코칭스탭에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일께워 주시네요...
좋은 글을 읽고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잘읽엇습니다~!! 좋은글이네욤
정규시즌 82 + 포스트시즌 28 = 최대 110경기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종혁님의 깨알같은 초반 인트로 재밌네요 ㅋㅋ 디아가 참 사람잡습니다. -ㅅ-;;
좋은글 잘봤습니다. 종혁님같은 카페의 보물이신분이 던전에서 헤어나오지 못할까봐 걱정입니다. 무사귀환을 빌어드립니다
2000년대 특히 후반부터는 감독,코치의 중요성이 돋보이는 era같습니다.
필력 좋으시네요!!!
아..이렇게 느바를 사랑하시는 분은 디아를 하지 않아야 하는데.ㅋㅋ
정말 좋은... 좋다는 말로는 부족해서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 그런 글 이네요... 감사합니다.
글도 좋고 분석력도 대단하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정말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이렇게 게임을 깊고, 넓게 보시고 작성한 글을 많이 기다려왔습니다. 더구나, '디아중독'중에 작성한 글이라니... ㄷㄷ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어서 성역을 구하고 현실세계로 귀환하십시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하든이 89년생이군요 요즘 하는 거 보면 정말 반할듯 ㅋㅋ
무사 생환하시길 기도합니다 (__)
재밌네요ㅎㅎ
저 방금 디아블로 잡았습니다! 게임을 잘 못하는 라이트 유저라서 혼자 스토리 다 읽어가며 사흘만에 잡았네요. 수도승 좋습니다. 몸빵과 사냥에는 최고인 듯 해요. 나이트메어 가지 말고 걍 농구 보는게 낫겠죠?
살살 하셔요. 저도 하다가 이거슨 내가 손대서는 안되는 게임이다 하고 무사귀환했습니다. ^^ 겜보단 실제 NBA 경기가 몇배는 더 잼있더군요 ㅎㅎ
후후 저도 수도사로 디아블로까지 잡고 어라 수도사 할만하네? 했는데 나이트메어 넘어가보세요 흐흐..신세경이....쿨럭.. -_-;;;
매일같은 야근과 잦은 섭다로 전 아직 액트2 ㅋㅋㅋ
정말 좋은 글이네요. 추천드립니다 ㅎ
잘보고 갑니다ㅎㅎㅎㅎ
재밌네요. 멤피스가 올라왔으면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하는 궁금함도 있네요^^;
슈퍼스타가 게임에 미치는 영향도 어느정도 팀웍. . 이 바탕이 되야 가치가 드러 나는거 같습니다. . 보쉬가 없어도 충분히 인디의 골밑정도는 버텨줄수 있을거 같았는데. .
글 잘쓰셨네요^^ ㅎ 잘 읽고 갑니다^^
좋은 글 추천누르고 갑니다. 아래 글보다 이런 글에 추천이 쑥쑥 올라가야 정상이죠 과연 아래 뻘글 추천수 넘길지 두고보죠
이런게 추천입니다.
멋진글!!
추천합니다^^